사진 찍는 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 - 사진과 카메라 개화기 조선에 몰아닥친 신문물 이야기 1
서지원 지음, 조현숙 그림 / 꿈꾸는사람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사진’은 예술이고 삶이다. 이 말은 이 시대의 뛰어난 사진가들의 말이 아닌 내 생각일 뿐이다. 사진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사진 찍기가 취미도 아닌 내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내 손에 카메라를 쥐고 사진을 찍기 시작한 근 10여 년 동안 사진으로 인해 나와 주변인 그리고 일상의 모든 것들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지나온 시간 속에 이렇게 존재하고 있었음을 상기시켜주고 그로 인해 힘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마음이 꽂힐 때에도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그의 아름다움을 나만 볼 수 있기 때문이듯, 사진 역시 찍는 사람만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이나 철학을 발견할 수 있기에 그 찰나의 시간을 사진으로 저장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겐 아이와 남편이 첫 번째 대상이 되었고 이들로 인해 내 삶이 더 빛을 발하기에 이들 사진은 나만의 예술이 된다. 시시때때로 내 눈에 비친 사랑하는 사람들의 순간을 사진에 담고, 그 사진을 다시 찾아보며 충만함을 느끼니 사진으로 인해 얻는 기쁨이 정말 크다.

이제는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었다 해도 무리가 없는 카메라는 그 종류와 기능도 다양하다.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그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는 우리나라의 카메라가 당당히 그 자태를 뽐내는데 의외로 우리나라 사진의 역사는 짧다. 쇄국정책으로 인해 서양 문물이 들어올 수 있는 길이 막히고 어렵게 들여온 문물도 사람을 잡아먹고 집안을 망하게 한다며 미신처럼 무지한 백성들의 여린 마음을 불안으로 흔들어놓았다. 이 때 들어온 사진기에 얽힌 이야기는 ‘아이들을 삶아 가루로 빻아 마법 상자에 넣고, 마법 상자에 비치는 것은 뭐든지 일 년 안에 죽거나 망한다’며 일본인과 서양인이 자주 왕래하는 곳에서는 어른들이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통행을 금지하는 웃지 못 할 일이 생겼다.

「사진 찍는 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는 열두 살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병으로 잃고 어머니까지 노비로 끌려가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지자 쌍둥이 여동생을 데리고 한성으로 올라와 시장을 돌며 구걸로 연명하는 삼식이의 아픈 가족사로 시작된다. 설상가상으로 아픈 여동생을 위해 먹을 것을 구해 왔으나 그 동생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동생을 찾아 떠돌던 삼식이는 마법 상자에 들어갔을지도 모를 동생을 찾아달라며 우리나라 최초로 사진관을 만든 양반 황철의 집을 찾는다. 이를 계기로 신문물을 접한 삼식이는 황철을 주인이자 스승으로 모시며 사진술을 배우고, 황철이 왜 돈이 되는 초상사진보다 조선의 모습을 많이 담고자 했는가에 대해 알게 된다. 황철에게 사진은 역사이고 지켜야할 소중한 가치였던 것이다.

역사적 사실에 있을법한 이야기로 살을 붙여 글을 쓴 서지원 선생님이 머리글에서 쓰신 우려가 내게도 생겼다. 우리나라 사람 중에서 누구보다 먼저 사진기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이를 통해 무지한 사람들의 생각을 깨우쳐주고 싶었던 그 마음이 반역으로 몰려 고통을 당하기도 했던 황철 같은 선각자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 역시도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선각자들을 몰라보고 지금 알고 있는 얕은 지식만으로 그들을 평가하거나 무시하지 않았던가 생각해 보았다.  

 

개화기 사진을 적절하게 이용해 사질적인 느낌과 익살맞게 그린 인물들이 조화롭게 그려진 그림도 보는 재미가 쏠쏠하고 책 말미에 부록, “황철의 사진 학교”를 통해 사진의 역사와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 사람과 산천이 일제에 의해 어떻게 왜곡되어 세계에 전해졌는지 알게 되면서 서글픔과 분노의 감정도 함께 인다. 일개 사물을 통해서도 망국의 한을 확인할 수 있으니 정말 착잡하다.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한 힘을 기르는 것, 다시 한 번 되새기고 노력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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