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귀와 땅콩귀 좋은책어린이 창작동화 (저학년문고) 16
이춘희 지음, 김은정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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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이와 진우는 배꼽친구다.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다른 또래가 없어 서로가 서로에게 단짝친구인 소영이와 진우. 웃통을 벗고 놀아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고 나란히 학교에 들어가 3학년이 된 소영이의 절친 진우는 유난히 큰 귀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자란다. 자칫하면 결점으로 생각되어질 만큼 큰 귀지만, 동네 어르신들과 진우의 엄마는 큰 귀가 복귀라며 큰 인물이 될 것이라는 격려와 사랑을 표현해 오히려 귀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진우로 인해 보통 사람보다 작은 귀를 가진 소영이를 의기소침하게 만든다.

음악가가 되고 싶다는 진우가 귀를 소중히 한다며 쉼 없이 귀를 파고, 더 잘 듣기 위해 부산을 떠는 모습에 짜증이 난 소영이는 그동안 진우가 내는 끊임없는 소음 때문에 받았던 스테레스를 모진 말로 풀게 된다. 너무 커서 징그럽고, 끊임없는 소음 때문에 네가 정말 싫다고.

이 일이 있고나서 진우가 내리 사흘을 결석하자 가시방석에 앉은 것 같은 기분이 든 소영이는 진우가 없으니 예전에 다니던 길도, 학교도 재미가 없다. 시끄러운 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자연이 선물해주는 아름다운 소리를 듣는 데에도 열린 귀를 가진 진우는 사과를 하러 온 소영이와 함께 소리 사냥을 간다.

비 오는 날 이사하면 구질구질하고 짜증이 날게 분명한 데도 ‘비 오는 날 이사하면 부자 된단다’며 덕담을 해주는 어른들의 말처럼, 분명 비정상적으로 큰 귀여서 나팔귀라 불릴 정도인 진우의 귀도 ‘복을 부르는 귀’로 불러주며 상처 난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한 동네의 어른들 마음이 곱고, 소영이의 말에 상처 받긴 했지만, 조용히 있는 동안 마음이 들려주는 수많은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고, 기분 좋은 소리와 나쁜 소리를 구분하게 된 진우도 기특하다.

숲과 들이 사라진 도시의 사람들에겐 소영이와 진우가 조금만 귀 기울여도 들을 수 있는 자연의 소리를 듣기는 어렵지만, 소란한 가운데 ‘나’의 소음을 줄이고 가만히 있다 보면 그동안 귀가 있어도 들을 수 없었던 소리가 들리는 걸 경험할 수 있다. 진우의 나팔귀를 닮아 마음속 땅콩귀가 뻥 뚫리는 소리를 들었던 소영이처럼 내 마음속의 귀도 뻥 뚫려 세상이 간직한 비밀스러움에 한 발짝 다가가는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자, 이제부터 입은 잠시 쉬도록 해. 그리고 눈도. 그러면 네 맘속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단다.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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