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한 번 찾아오는 손님 저학년을 위한 마음상자 4
아키코 가메오카 글.그림, 김은하 옮김 / 예꿈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기다림’이란 말은 많은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두근거림, 즐거움, 설레임, 쓸쓸함, 애잔함, 서글픔, 초조함 등등.. 이 많은 이미지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즐거움’이다. 내가 중심이 된 기억이 아닌, 그다지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지인의 추억이 담긴 것인데도 10년 가까이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모습이 참 좋았던 모양이다.

 

조용한 성격에 맑고 큰 눈이 매력적인 아가씨가 이제 막 어린 티를 벗어내고 군대에 간 연하의 애인을 기다리는데, ‘즐거운 기다림’이란 표현을 썼던 것이다. 이후 삶에서 가까이하지 못해 소식을 듣지 못했지만, 그들이 예쁜 사랑을 하고 평생의 짝으로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설사 그렇지 못하더라도 그 예쁜 추억이 언제든 들쳐볼 수 있는 아름다움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갑자기 ‘기다림’이란 단어에 내 마음이 꽂힌 이유는 사랑스러운 동화책 덕분이다. 「일 년에 한 번 찾아오는 손님」이 그 주인공이다. 눈이 부시게 하얀 겨울 숲속의 파란 벽돌집 앞에 하얀 털옷으로 갈아입은 담비 토토루가 까만 눈을 빛내며 다소곳이 서 있는 모습을 보면 길가다 예쁜 강아지를 보았을 때처럼 마음이 환해지면서 꼬옥 안아주고 싶다.

 

담비 토루루를 말동무 삼아 파란 벽돌집에 혼자 사시는 토무사 할아버지는 해마다 12월 23일이면 어김없이 마을로 나들이를 갔다가 양손 가득 장을 봐오신다. 그리곤 일 년에 한 번 찾아오는 손님인 히로시를 기다리며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신다. 일 년 내내 세계 곳곳을 여행하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할아버지를 찾는 히로시를 위해서다. 할아버지는 손자를, 손자는 할아버지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다가 크리스마스가 되면 할아버지의 활약으로 토루루와 히로시 모두 따뜻하고 행복한 날을 보낸다.

 

그러나 다음해 가을 어느 날, 너무 나이 든 할아버지가 혼자 살기 어려워 마을로 떠나고 토루루만 남는다. 어느새 하얀 털옷으로 갈아입은 토루루는 일 년에 한 번 찾아오는 손님이 올 날이 며칠 남지 않았을 때, 히로시가 찾아와 할아버지가 없는 것을 알고 실망할까봐 할아버지를 찾아 직접 마을로 내려간다. 마을에서 많은 사람과 복잡한 거리에 기가 죽지만, 친절한 빵가게 아줌마가 주신 빵과 케이크 덕분에 좋은 생각이 떠올라 흥겹게 집으로 돌아온다.

 

드디어 일 년에 한 번 찾아오는 손님이 숲속 파란 벽돌집에 도착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그 동안 해마다 할아버지가 하신 행동을 그대로 흉내 내 히로시에게 멋진 크리스마스 만찬을 만들어주고, 다음날 토무사 할아버지를 찾아간다.

 

밝고 따스한 파스텔톤의 아름다운 그림과 저학년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많지 않은 글이라 엄마가 천천히 책장을 넘기며 아이에게 읽어주어도, 아이 혼자 스스로 읽기에도 참 좋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 그 기다림의 행위 속에 따뜻한 마음과 여유가 함께 자리하기를 바라며 책 표지를 한 번 더 찬찬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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