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층 할머니, 아래층 할머니 비룡소의 그림동화 100
토미 드 파올라 글 그림, 이미영 옮김 / 비룡소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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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일요일마다 할머니 댁을 찾아가는 토미는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의 요정을 찾아볼 수 있을 만큼 감성이 풍부하고 귀여운 네 살배기 꼬마다. 할머니 댁에 계신 두 분의 할머니 중 한 분은 아흔이 넘어 늘 위층 침대위에서 지내기 때문에 ‘위층 할머니’라 부르고, 다른 한 분은 늘 부엌에 있는 커다란 렌인지 옆에서 일을 하고 계시기에 ‘아래층 할머니’라고 부른다.

아흔네 살의 위층 할머니가 의자에 앉아 계실 때는 미끄러지지 않도록 끈으로 묶으니 네 살인 토미도 할머니 옆에서 의자에 묶인 채로 박하사탕을 나누어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아래층 할머니가 일을 모두 마치시면 토미가 먹을 케이크를 구워 주시고 낮잠을 재워주시며 위층 할머니의 길고 아름다운 은색 머리카락을 빗어 주시며 재미있는 머리모양을 만들어주시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토미는 일요일이 아닌데도 할머니 댁에 가야했다. 위층 할머니께서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더 이상 할머니를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토미는 깊은 슬픔에 잠기게 된다. 그리고 토미가 어른이 되었을 때는 더 이상 아래층 할머니로 불리지 않던 ‘할머니’도 돌아가신다.

두 분의 할머니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란 토미는 별똥별을 할머니들이 자신에게 보내는 입맞춤이라 생각하는데 어느 밤,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고는 ‘이제 두 분 모두 위층 할머니세요.’라며 할머니들을 그린다.

딸아이에게도 위층 할머니와 아래층 할머니처럼 늘 사랑으로 지켜주시는 할머니들과 할아버지들이 계시다. 시댁은 같은 빌라에 살고 있으니 아침저녁으로 볼 수 있고, 자동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친정에서는 수시로 딸네 집을 오가시기에 네 분의 할머니할아버지에게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는 딸아이는 아직 어리기에 그 사랑을 당연한 걸로만 생각한다. 같은 빌라에 살고 계시는 시댁 어른들을 4동 할머니할아버지로, 초지동에 살고 계신 친정 어른들을 초지동 할머니할아버지로 부르며 작은 공주처럼 그 어른들의 품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딸아이를 볼 때마다 참 뿌듯하다.

가끔은 너무 가까운 곳에 계신 할아버지께서 수시로 군것질거리를 사주시고,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시는 어른들이 아이 버릇을 나쁘게 들일까봐 불만일 때도 있지만, 우리 딸이 이렇게 충분한 사랑을 받고 그것을 양분으로 삼아 세상 사람들에게 사랑을 표하는데 인색한 사람이 되지 않을 것이란 믿음과 토미처럼 어른이 되어 옛일을 생각할 때 할머니할아버지가 아니면 회상할 수 없는 좋은 추억들로 인해 자신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어려운 일도 거뜬하게 해쳐나갈 수 있는 힘이 될 거라 생각한다.

일찍 돌아가신 세 분의 할머니와 할아버지, 살아계시지만 손자손녀에게도 살갑지 않은 괴팍한 성격의 할머니 때문에 좋은 기억이 없는 나로서는 지금 딸아이가 할머니와 할아버지 덕분에 누리는 행복이 얼마나 고맙고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그렇지 않아도 성심을 다해 대해야 할 양가 어른들에게 더 잘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토미 드 파올라의 따뜻한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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