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궁전이 된 생쥐 한 마리 - 이어령
이어령 글, 박경희 그림 / 비룡소 / 1994년 9월
평점 :
품절


 

건전한 인성과 창의성 함양을 목표로 하는 7, 8차 교육과정을 봐도 그렇고, 학교나 사회 전반에 걸쳐 ‘창의성’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나오는 시대를 살고 있는 꽤 젊은 축에 속하는 나인데도 내게 창의적인 구석이 있는가 살펴보면 없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읽는 순간 감동을 받는 것으로 끝날 뿐이고, 깊이 파고드는 것을 귀찮아하며, 생활 속에서 창의력을 발휘해 주변을 더 맛깔스럽게 바꾸는 재주도 없다. 그러하기에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젊은이들 못지않게 왕성한 활동을 하시며 놀랄만한 생각의 전환을 유도하시는 이어령 선생님의 글을 읽다보면 저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딸아이가 다니는 학교 도서실에서 책을 고르다 이어령 창작동화 「꿈의 궁전이 된 생쥐 한 마리」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아? 동화도 쓰셨구나!’ 이미 수년 전에 중앙일보에 연재되던 ‘디지로그’와 작년 봄에 생각의 나무에서 출간한 ‘젊음의 탄생’을 읽으면서 독서의 즐거움을 한껏 누렸던 기억이 있기에 이어령 선생님이 쓰신 아이를 위한 동화책을 보고는 무척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1994년에 출판되었으니 우리나라 나이로 이어령 선생님이 환갑에 쓰신 책이다. 신기하게도 창의성을 부르짖는 시대를 살아오신 분도 아니신데 ‘쥐’를 대상으로 다양한 시각과 생각을 키울 수 있도록 쓰신 글에선 ‘젊음의 탄생’의 카니자 삼각형이나 오리-토끼, 매시 업 등이 떠오른다. 쥐 하면 떠오르는 게 곡식창고를 축내고 병을 옮기며 기껏해야 만화영화 톰과 제리에서 보았던 꾀돌이 제리, 디wm니의 미키마우스 정도였다. 책 속에서는 머릿속에 마인드맵을 그리듯 ‘쥐’하면 떠오르는 다양한 시각과 쥐가 들어가는 동물들, 예를 들면 박쥐나 두더지(두더지의 옛말이 두더쥐라고 한다. 땅을 뒤지는 쥐라는 뜻이다.)를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이끈다.

월트 디즈니가 어려운 시절에 쥐와 벗하며 쥐의 생김새와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해서 세계 어린이들에게 사랑받는 미키 마우스를 탄생시키고 어린이들의 꿈의 궁전인 디즈니랜드를 만들게 된 이야기, 기회주의자로 그려진 박쥐가 우리 조상들에게는 복을 가져다주는 좋은 동물로 여기고 실제로 전갈과 같은 해충을 잡아먹어 인간의 목숨을 구해주기도 한다는 이야기, 영리한 두더지의 지렁이 목장 이야기와 옛이야기 속의 두더지가 딸의 신랑감을 구하러 다니다 두더지만한 좋은 신랑감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를 통해 남의 것을 부러워하기 보다는 자신의 장점을 먼저 찾아보게 한다. 더불어 생각에 생각의 꼬리를 물다보면 우리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내가 얼마나 귀한 사람인지를 발견할 수 있음을 가르쳐주니 책을 읽으면서 저절로 자긍심을 갖게 된다.  

 

 

15년 전에 출판된 책이라 요즘 출판되는 책에서 볼 수 있는 세련미는 없지만, 내용면에서 보면 사물의 한 단면만을 보고 평가하는 오류를 고쳐나가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줄 수 있는 좋은 책이라 생각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6쪽의 1-3째 줄에 이르기까지의 문장이 매끄럽지 않다는 점이다. 어떻게 이 상태로 책이 출판되었을까 의아한데, 새로 출판할 땐 꼭 수정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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