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을 만났어요 작은책방 그림책나라 47
미즈 켈리 글, 닉 맬런드 그림, 윤지영 옮김 / 작은책방(해든아침)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세상에는 우리가 아는 것을 포함해 무수히 많은 것들이 존재합니다. 우리 시력의 한계로 인해 너무 작은 것과 너무 큰 것을 보지 못하긴 하지만, 우리가 보지 못한다고 해서 그들의 존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풍부한 감성과 상상력으로 우리가 직접 보지 못한 것들을 상상해서 그들의 존재가 우리 생활 속에 녹아들게 합니다.

 

  어린 시절에 읽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닐스의 모험’, ‘재크와 콩나무’, 성인이 되어서 읽은 로알드 달의 ‘내 친구 꼬마 거인’과 ‘거인 아루방’에는 우리 몸이 개미처럼 작아지기도 하고, 머리가 다리 만나는 것을 걱정할 만큼 커지기도 합니다. 또 세계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거인국에서 매일 콩알인간 사냥을 다니는 거인들도 있고 그들을 경멸하는 선량한 꼬마거인(거인나라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키가 작은)도 있습니다. 아루방처럼 노래를 좋아하는 순진한 거인도 있구요.

  작은책방의 「거인을 만났어요」에서는 사랑스런 꼬마 거인이 나옵니다. 나무숲을 걸어가던 스위트피와 부갈루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스위트피가 거인을 발견합니다. 깜짝 놀라긴 하지만, 스위트피에겐 거인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던 듯해요. 그래서 부갈루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거인은 몸집은 커도 너랑 나처럼 생기지 않았을까?” 하지만 부갈루는 이미 거인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지요. “거인은 보기만 해도 기분 나쁜 괴물이야. 생긴 것도 끔찍하고 이빨들은 불쑥불쑥 튀어나왔고 손은 갈고리처럼 생겼어.” 스위트피가 거인이 친절한가를 물으면 부갈루는 어림없는 소리라고 말합니다. 거인이 무엇을 먹을까 궁금해 하는 스위트피에게 부갈루는 사람을 먹는다고 말하구요. 하지만, 숲 사이로 언뜻언뜻 거인의 실체를 본 스위트피는 부갈루의 발길질에 넘어진 거인을 보고, 거인은 결코 부갈루가 말한 것처럼 끔찍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넘어진 거인에게 스위트피는 피크닉을 제안하고 셋은 함께 나무숲 아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이들의 즐거운 소풍은 꼬마 거인의 엄마가 오면서 아쉽게 끝나고 말지만, 스위트피와 부갈루에겐 아주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거인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나쁘게 말하는 것을 보면 꼭 이렇게 말할 거예요. “거인은 나쁘지 않아. 우리보다 큰 건 사실이지만, 우리와 똑같이 생겼고, 똑같이 생각하며, 똑같이 느낀다고.”

 

  가끔, ‘사람들이 왜 거인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일까?’ 하고 궁금했었는데,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힘들이지 않고 그 일을 해줄 누군가를 기대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위기를 벗어나 새로운 힘을 얻고 앞을 향해 용기 있는 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것은 아닐까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각자의 마음속에는 이러한 거인 한 명 쯤 숨어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마음속에 선량한 꼬마 거인을 심어주는 일은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라 생각되어지게 만드는 ‘거인을 만났어요’로 아이와 함께 즐거운 책 읽기를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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