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동화 - 마음이 따뜻해지는 17가지 이야기
홍성중 엮음, 윤덕진 그림 / 홍진P&M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오늘도 인터넷에 접속해보니 가슴이 답답해지는 기사가 많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네 모녀의 살해, 5년간 물가가 오르지 않았다고 발표한 통계청에 대한 불신, 삼성비자금 사건 등. 이럴 바에야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모두 외면하고 싶다는 생각도 문득문득 들곤 합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말하지요. 세상은 아름다운 거라고. 천상병 시인이 소풍이라 표현한 세상, 죽은 이들이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라고. 저 역시 세상을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소소한 기쁨을 발견하기도 하고 만들기도 하며 착한 사람이 더 많기 때문에 이 세상이 유지되는 것이란 믿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17가지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동화’는 저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메마른 가슴과 시선으로 보면 발견하지 못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가슴을 열고 보면 ‘울컥’하고 눈물이 쏟아지기도 하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입니다. 17가지의 이야기 중에서 몇 편만 소개하려 합니다.

  아빠의 손톱 밑이 지저분하다고 놀리거나 멀리하는 아이들도 밉지만 손톱 관리도 못하는 아빠가 더 미웠던 아들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미장원들로 인해 아빠의 이발소에 손님이 줄고, 줄어든 수입을 메우려고 시작한 구두닦이 일 때문에 손톱 밑이 까맣게 된 것을 알게 됩니다. 피곤한데 술까지 마시고 들어오신 아빠가 이불도 펴지 않은 방바닥에 쓰러져 주무시자 아들은 아빠의 손톱을 깎아 드리고 아빠 옆에 나란히 잠이 드는 ‘손톱 깎는 아이’

  새로 이사한 집에서 소녀는 기쁜 날들을 보내는데, 담장의 낙서가 기쁨을 반감시킵니다. 지우면 또 낙서가 되어 있고, 또 지우면 또다시 같은 낙서가 되어 있습니다. 어느 날, 낙서 현장을 목격하게 되는데, 낙서를 하는 두 소년이 나누는 말 때문에 가까이 가지 못하고 지켜보게 됩니다. ‘집 나간 엄마가 돌아오시려면 우리가 이사 간 곳의 주소와 약도를 남겨야 하잖아.’하며 약도를 그리는 아이들을 보고 소녀는 낙서 하나쯤은 그대로 두어도 좋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상한 낙서’

  다섯 형제를 키우는 가난한 집이 있습니다. 하루 두 끼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형편에 거절하지 못할 청이 들어옵니다. 이웃 마을의 부잣집에서 자식이 없는 까닭으로 양자를 들이기로 하면서 그 대가로 일 년치의 양식을 준다고 했으니까요. 막내와 넷째는 너무 어리고 셋째는 몸이 약하고 둘째는 장난꾸러기이기에 매일 혼날 것을 염려한 부모님은 어디가도 반듯하게 처신할 첫째를 보내기로 마음먹습니다. 하지만 부자가 와서 아들을 데리고 가려 했을 때 부모님은 첫째를 보내지 못합니다. 왜냐구요? 가난해도 한 가족이기 때문에 아이들 중 누구와도 헤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밤새 누가 부잣집으로 가게 될까 고민하며 눈물  짓던 형제들은 이 순간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를 껴안습니다. ‘다섯 형제의 눈물’

  한 소녀가 교통사고로 많은 피를 흘려 수혈이 필요한데 희귀혈액형입니다. RH-의 피를 가진 사람들이 흔치 않기에 한시가 급한 소녀의 수술에 유일한 희망은 혈육인 남동생뿐입니다. 긴급한 상황이기에 의사는 아이에게 누나의 상태를 설명하고 수혈을 하자고 하는데 아이는 선뜻 그러마하고 승낙하지 않습니다. 잠시 시간을 달라던 아이가 짧은 기도를 마치고 누나에게 수혈을 합니다. 그리고는 의사에게 묻지요. ‘저는 언제 죽게 되나요?’ 피를 뽑으면 죽는 걸로 아는 소년이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누나가 살기를 소망했던 이야기를 통해 의사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소년을 힘껏 안아 주기만 합니다. ‘누나를 살려 주세요’

 

 

 제게도 하루 세 끼 밥을 다 먹지 못하고 지낼 만큼 어려웠던 어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늦둥이 동생이 생긴 것도 이 무렵이었습니다. 엄마는 산전, 산후 관리가 모두 힘들었기 때문에 아기에게 물릴 젖이 나오지 않아 부모님은 산파를 통해 아이를 입양시설에 보내셨죠. 제 나이 열 살. 언니와 남동생이 모두 두 살 터울이니 우리 모두 가족의 의미를 충분히 알고 있었던 때였고 가난한 살림은 철이 빨리 들게 만듭니다. 우린 묵묵히 물 말은 밥에 단무지만 올려 져 있던 밥상에서 숟가락을 들지 못했습니다. 상 위에 똑똑 떨어지던 눈물방울의 영상은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도 내 눈물샘을 자극합니다. 다행히 동생은 우여곡절 끝에 다시 우리 품으로 돌아왔고 그 동생이 지금 28살이 되어서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다섯 형제의 눈물’을 읽으며 다시금 가족은 절대 떨어져 지내면 안 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무리 가난해도, 힘든 상황이어도 ‘가족’이란 이름에는 그 어려움들을 이겨낼 충분한 힘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많다’라는 형용사가 붙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앞서 말했던 답답한 세상사뿐만 아니라 좋은 이야기도 많지요. 하지만 좋은 것들은 여기에서 멈추면 안 됩니다. 더 많아져야 합니다. 그래서 세상에 있는 것들 중에서 뽑을 수 있는 것들은 뽑고, 덮을 수 있는 것들은 덮어주며, 잘 자랄 수 있게 도와주고 열매 맺을 수 있도록 우리 주변에 좋은 것들로 더 많이 채워줘야 합니다. 그 역할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이야기, 복된 이야기, 사랑이 가득한 이야기, 웃음을 주는 이야기들이 넘쳐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동화’는 분명 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책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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