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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12가지 원칙 - 불안한 영혼을 위한 랄프 왈도 에머슨의 내면 수업
마크 마토우세크 지음, 이지예 옮김, 랄프 왈도 에머슨 원전 / 한빛비즈 / 2024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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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책을 선택하지만, 책이 사람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 책은 지금의 나를 선택했고, 나는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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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의 ‘성경’ 혹은 ‘갑골문’을 해석해놓은 책을 읽은 듯한 느낌이다.
랄프 왈도 에머슨이라는 이름은 들어보지 못했을지 모르겠으나, “월든”이라는 책을 지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라는 이름은 들어보았을 것이고, “자기 신뢰”라는 책은 들어본 적 없을지 모르겠으나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들어보았을 사람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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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우와 니체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소개를 하고 싶진 않았다. 누구에게 영향을 주었든, 이 책을 읽는 누군가 혹은 누구나도 ‘소로우’와 ‘니체’처럼 될 수 있다고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이 책을 읽는 동안, ‘이 책은 자기계발서의 정수라고는 할 수 있겠지만, 자기계발서라고 생각하고 싶진 않다’라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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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현재 시중에 나오는 자기계발서와는 그 깊이와 메시지가 달랐다. 중간중간 멈춰서기를 몇 번, 대충 읽어서는 안될 것 같은 마음에 처음 천자문을 읽기 시작한 어린이처럼 한 글자 한 글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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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종의 ‘강연집’과 같은 느낌을 준다. 랄프 왈도 에머슨이라는 사람이 주장한 삶의 원칙들을 소개하고, 그 내용들에 대해서 작가인 마크 마토우세크가 주석이나 현대적 해설을 담은 책이다. 그렇기에 원칙에 대한 정리도 잘되어 있을 뿐더러 1800년 대 후반에 작성된 에머슨의 책이 현대에도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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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성, 관점, 비순응, 모순, 회복력, 생명력, 용기, 친밀함, 역경, 낙관, 경외 그리고 깨달음. 이렇게 12가지의 원칙을 하나 하나 읽다보면 한 번 열린 입을 다물 수 없게 된다. 끊임없이 타인과 나를 비교해가며, 타인의 인정을 받길 원했던 나의 모습이 얼마나 허황된 모습이었는지를 반성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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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을 잘 인용하지 않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한 문장은 인용하고 싶다. 90페이지에 나오는 문장이다.
“... 위대한 사람은 무리 한가운데에 있으면서 완벽한 다정함과 자신의 고독한 독립을 동시에 고수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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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하루동안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최대한 다정하게 대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위대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타인에게 다정하게 대할 때 그 기쁨은 내가 더 크게 느낀다는 것을 체감한 결과다. 하지만 동시에 만만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서도 노력하는데, 이 균형을 잡는 것이 사실상 매우 어렵다는 것을 느끼는 와중이었다. 그런데 저 문장을 만났다. 다정함과 고독을 동시에 고수하는 하는 것은, 위대한 일이구나. 아, 나는 위대한 일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었구나, 하는 격려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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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 중에, 오늘 이 서평을 적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은 시점에서, ‘경외’의 원칙을 느꼈다. 늦은 오후, 창 밖을 보았다. 집에서 창 밖을 보면 북한산과 하늘이 보이는데, 그 장엄함에 순간 넋을 잃고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 보았다. 자연이 주는, 사람을 압도하는 그 모습이란, 에머슨이 말한 ‘경외’에 다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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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좀 특이하다고 하면 특이하다. 내용이 서술되어 있고, 마지막에는 각 원칙의 요약이 제시되어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해설과 함께, “자기 신뢰 연습”이라는 일종의 워크북이 함께 실려 있다. 12가지 원칙과 함께 ‘깊은 곳으로 나아가는 질문’이 제시되어 있는데, 이 질문들을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시중의 자기계발서가 시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그리고 지금 뭔가 자신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도, 이 책을 읽으면 진정한 자기자신을 찾는데 아주 희미한 빛을 발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
책은 한빛비즈로부터 받았고, 금전적인 이익은 받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