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의 격 - 일류 카피라이터의 31가지 카피 수업
사카모토 와카 지음, 이미정 옮김 / 한빛비즈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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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나 캐치프레이즈를 쓰려는 사람을 포함해,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이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이다. 




물론, 책의 대부분은 카피/캐치프레이즈를 잘 쓰기 위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나만의 글을 쓰는 방법’이라고 책의 부제를 달아도 될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우리는 광고(홍보, 마케팅)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많은 회사들이 자신들의 제품이 얼마나 좋은 제품인지를 알리기 위해 티비 광고부터 SNS 인플루언서 마케팅까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우리는 알면서도 속고, 모른 채 속으면서 물건들을 구매한다. 우리가 어떤 것을 구매하도록 하는데 있어, 마음을 파고드는 한 마디를 ‘카피’라고 할 수 있는데, 카피라이터는 이런 고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고, 이 책은 그 고민을 오랜 기간동안 한 사람이 ‘어떻게 하면 좋은 카피를 적을 수 있는지’에 대해 적은 책이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카피 하나와 브랜딩 하나가 있어 기회가 될 때마다 주변사람들에게 ‘이 카피와 이 브랜딩 정말 잘 하지 않았냐’고 말하고 다닌다(내가 왜..?ㅋ). 




우선 카피 하나는 식기세척기를 판매했던 ‘매직’이라는 회사의 카피 ‘오직 매직’. 나는 처음 이 카피를 읽었을 때, 말 그대로 걸음을 멈췄다. 우와.. 진짜 직관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카피다.. 다양한 기능들이 소개 되었지만, 그 기능들에 대한 내용보다 ‘이러한 기능들은 오직, 매직에만 있습니다’라고 하는 것을 암시하는 내용과 함께 ‘직’으로 끝내는 라임이 너무 멋져 보였다. 지금 이 글을 적으면서도, 정말 잘 지은 카피라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 




브랜딩이 잘 되었다고 생각하는 건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의 브랜딩이다. 과거 삼성 갤럭시는 애플의 아이폰과 경쟁을 지속하고 있었는데, 계속 아이폰의 숫자보다 뒤쳐지는 숫자로 갤럭시 시리즈가 나왔다. 예를 들면, 애플이 아이폰 11을 출시하면, 삼성은 갤럭시 10을 출시하는 등 숫자가 한 숫자 혹은 두 숫자씩 낮은 숫자로 출시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갤럭시가 10 단위의 숫자를 뛰어넘어 갤럭시 S20을 출시한다는 광고를 보고, 또 무릎을 탁! 턱이 턱! ‘혁신을 숫자 하나씩 올리는 정도로 하지 않았다’라는 것과 동시에 ‘더이상 애플의 뒤를 좇는 제품은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느낌이었다. S20이 과연 실제로 과거의 갤럭시들의 기능을 몇 단계 뛰어 넘는 기능을 가졌는가와는 별개로, 숫자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혁신의 브랜딩’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였다. (S20을 기획한 사람은 성과급을 더 받았을까. 아니면 외주를 주었던 것일까. 이런 것도 궁금해지는, 낡고낡은 인간..ㅋ) 




개인적으로 카피나 브랜딩에 아예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라서, 이런 저런 광고나 브랜드의 트렌드를 보고 있었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배우는 것들이 많았다. 가령 자신과 상대의 교집합을 찾는 것, 진실함을 담는 것, 신념을 담아 내는 것, 본질을 생각하는 것 그리고 자신만의 글을 쓰기 위해 세상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는 것 등을 배웠다. 




결국 카피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객에게 판매하는 매개가 되는 말이지만, 단순히 그 매개로서의 역할을 생각하고 카피를 만들면, 그 누구의 손도 마음도 현금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이 책은 이야기 하고 있다. 




카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평소 어떻게 말을 하고 글을 써야 하는지 혹은 생각을 축약하는 방법이 있는지 궁금했던 사람도 읽으면 좋을 책이다. 그리고 다른 부분은 읽지 않더라도 꼭 4부의 ‘탁월한 한 마디를 완성하는 나다움’ 편은 천천히 읽어보면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세상에서 제일 쉬워 보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나만의 글 쓰기’에 대한 내용이 차분히 서술되어 있다. 




마지막에 ‘탁월한 한 마디를 위한 데일리 연습노트’도 있어, 실제 카피나 브랜딩 공부하는 사람에게도 꽤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듯한 좋은 책이었다. 


책은 한빛비즈로부터 받았고, 금전적인 이익은 받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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