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의 아이들 - 작은 아씨들 3,4부 완역판 ㅣ 걸 클래식 컬렉션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김재용 외 옮김 / 윌북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조의아이들#루이자메이올컷#작은아씨들#윌북
‘조의 아이들’의 조가 세운 플럼필드 학교는 그야말로 아이들이 자기만의 씨앗을 마음껏 키울 수 있는 꿈의 학교다. 그저 말로만 갖다 붙이는 형식적인 꿈이 아니고, 자율적으로 자신이 진짜 원하는 꿈을 꿀 수 있는 진심의 꿈 공동체인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모두 다르다. 그렇기에 교육은 그 다름을 존중하고, 아이들이 그 다름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성장 시킬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의 교육은 다름을 존중하기 보다는 같아지길, 같은 목표에 다다르길 여전히 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서로 다른 아이들을 하나의 틀에 넣는 것 말고 교육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다른 방법과 가치는 없는 걸까?
이곳 아이들은 때때로 싸우기도 하고, 잘못을 저지르거나 큰 사고를 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더 중요한 무엇을 발견하며 한 단계 성장해 나간다. 아이들이 이곳에서 이렇게 자랄 수 있는 건 바로 조와 그의 남편 바에르 교수의 오직 아이를 위한 교육관 덕분이다.
조는 말한다. “천재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여기 있는 외롭고 아픈 아이야말로 가정과 어머니의 사랑이 필요했다”고 말이다. 그렇게 조는 자신의 아이 뿐만 아니라 플럼필드 학교를 찾아오는 모든 아이들을 진심으로 위하며 사랑으로 가르치고 키운다.
“한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는 일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환하게 빛나는 햇살과 즐거운 일로 가득 찬 이 세상에 어린 아이의 외로운 마음, 슬픈 얼굴, 텅 빈 손이 존재한다는 안타까울 뿐이다”
조의 아이들을 읽는 내내 어린 시절에 보았던 “천사들의 합창”이 아련하게 떠오르기도 했고, 플럼필드 학교에 우리 아이들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자꾸 들었다. 아이가 다니고 싶어 하고, 엄마들이 믿고 보내고 싶어 하는 학교가 많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생각은 내내 오늘날 학교는 어떤가. 왜 이렇게 네모의 틀 속에서 형식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까.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물론 만나는 선생님들이 모두 좋은 분이셔서 선생님에 대한 존경하는 마음은 지금도 크다. 하지만 아이 하나하나의 꿈이 자유롭게 자라는 곳인가. 여기에 중심을 두면, 아쉬운 게 많은 것이 사실이다.
사실 아이가 학교를 가지 않아 삼시세끼를 챙기며, 내 자유 시간이 줄어 힘이 들긴 해도 지금의 시간이 아이에게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한 시간이 되어주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든다. 온라인 학습을 통해 컴퓨터로 정해진 학습을 꼬박꼬박하는 건 아쉽지만, 그래도 그 나머지 시간에는 아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있다. 멍을 때리든, 그림을 그리든, 글을 쓰고 책을 읽든, 영화를 보든, 종이를 접든, 아이는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탐색하며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고 즐기며 오직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렇기에 나도 아무런 터치를 하지 않고 있다. 물론 마음은 때때로 불안하다. 학원도 다니지 않고 공부도 봐주지 않기 때문에 이런 자유가 방치가 되어 우리 아이가 나중에 나를 원망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 그런데 조의 아이들을 읽으며 그런 불안은 사라지고, 오히려 아이가 지닌 씨앗을 더 믿는 쪽으로 마음이 굳어진다.
땅에 씨앗을 심으면, 그 씨앗은 자기답게 자란다. 때때로 비바람이 몰아치고,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고, 해충의 습격을 받아도 씨앗은 자신의 힘으로 자란다. 그저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씨앗에게 딱 필요할 만큼의 물과 관심뿐인 것이다. 당근이 되고 싶은 씨앗에게 바나나가 좋으니 바나나가 되어 달라며 최고급 비료와 과외 선생님을 데려와 키운다면? 당근은 바나나가 될 수 있을까? 바나나가 된 당근은 행복할까? 당근은 하찮고 바나나만 소중한가?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조의 아이들을 읽으며 아이 스스로 자랄 수 있는 힘을 기를 시간과, 자신의 꿈을 찾을 시간,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아이를 조바심 내지 않고 믿음으로 길러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소설을 읽고 그 어떤 부모교육서보다 깊은 깨달음을 얻었으니, 루이자 메이 올컷이 보여주는 세계관과 교육관의 품이 얼마나 크고 아름다운지를 다시 한 번 느끼고 깨닫는 시간이었다. 옳은 가치는 시간이 지나도 감동을 준다는 것도.
조의 아이들을 읽으며 여러 문장들을 메모했다. 1000페이지 정도의 책인데, 좋다고 적은 문장들만 다시 봐도 내가 흔들릴 때마다 중심을 잡을 수 있게 해줄 것 같다.
“바에르 부부는 아이들의 성장이라는 다른 종류의 수확물에 만족했고, 이번 여름 작업이 풍성하게 열매를 맺었다고 생각했다.”
“난 이 가족을 작은 세상이라고 보고 있어.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고, 내가 사랑한다는 걸 그 애들이 알게 해줬을 뿐이야.”
“아, 남성과 여성이 우리 아이들처럼 서로 믿고 이해하고 도와준다면 세상은 정말 멋진 곳이 될 거야!” 이렇게 말하며 조의 눈은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는 듯했다. 사람들이 플럼필드의 아이들처럼 행복하고 밝게 살아가는 새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4부에서는 어른이 된 아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여기서 낸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낸은 쾌활하고 독립적인 독신 여성으로 바쁘게 지냈고, 고통 받는 자매들과 아이들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
조의 아이들이 보여준 작은 세상과 그 안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 그리고 이를 사랑으로 지켜본 조와 바에르 교수의 가르침은 나도 닮고 싶은 그 무엇이었다. 그렇기에 조의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은 특별했고, 행복했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사랑받고, 믿음 속에 자유롭게 자랐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제는 학교도 좀 형식을 벗어나 다양하게 변화했으면 한다.
*이 책은 도서를 협찬 받아 쓴 개인의 주관적이고도 솔직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