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세스 에이징 - 노화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뇌과학의 힘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이은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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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이었던 내 아버지는 62세가 됐고 젊은 동료들에게 앞길을 터주라는 명목으로 강력한 은퇴 압박을 받았다. 할아버지처럼 아버지 역시 밀려나는 느낌을 받았고 자신의 가치에 의문을 느끼기 시작했다. 사교 생할이 줄어들었고 신체 질병에 시달리기 시작했으며 우울해졌다. (중 략) 얼마 전에 아버지는 4년 갱신 계약에 서명해 87세까지 가르칠 수 있게 됐다. 아버지는 젊은 교수들이 할 수 없는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현실 경험을 전해주어 인기가 많다. 더불어 의미 있는 일을 찾은 이후로는 우울증과 신체 질병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p. 15-16

노인은 살아온 시간만큼 경험이 쌓이고 연륜이 있어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고 따라서 존경받아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 지 궁금하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노인 경시 풍조가 팽배한 게 사실이며, 노인을 비하하는 용어가 몇 년 전부터 온라인에서 자주 보이곤 한다.

이렇게 된 원인을 찾아보자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노인들이 살아 온 삶을 먼저 꼽아볼 수 있겠다.

한국전쟁 후 급속한 발전의 시대에서 어릴 적 중시했던 가치를 잃고 무조건 자신의 가족을 위해 앞만 보며 살아갔다.

이들은 식사를 제 때 챙겨먹는 게 가장 중요한 시대를 잊지 못하고 있으며, 폐허가 고층 건물들로 변화하는 과정을 목도했다.

어떻게든 가난에서 벗어나 가족을 먹여살리는 게 목표였고, 동시에 유교적 가치를 체화한 세대이다.

성인이 된 자녀의 생일은 상관없지만 자신의 생일은 반드시 챙겨줘야 하고 적절한 선물이 함께 있어야 한다.

나이가 어리면 모르는 게 많으니 무조건 나이가 많은 자신들의 말을 들어야하고 그렇지않으면 버릇 없는 것이다.

나는 힘든 삶을 살아왔고 지금도 역시 모든 상황에서 불안하므로, 특히 지하철 탈 땐 다른 사람들 상관없이 내가 먼저여야한다.

그렇지않으면 지하철을, 아니, 소중한 자리를 놓칠 수도 있다.

노인이 되어서는 자존감을 잃지 않고 오히려 드높일 필요가 있다.

저자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이를 찾을 수 있다고 하는데, 직업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나도 언젠가는 늙는다.' 는 아주 식상한 사실을 잊지 말고 점점 고령화되는 이 사회 안에서 모두가 나름의 역할을 하는 방법을 찾아서,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기적은 우리 존재에 없어서는 안 될 부분이다. 당신답다는 느낌은 어떤 기분인가? (중 략)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익숙한 노래는 들으면 '나는 나'라는 강력한 느낌을 선사하는 신경 회로를 깨우고 다시 활성화할 수 있다.

p. 116-117

알츠하이머, 치매의 가장 힘든 점은 가족이 견디지 못할 정도로 만든다는 것이고,

슬픈 측면은 나 자신과 내 주변의 아끼는 사람들을 잊는다는 것이다.

더 심한 경우엔 나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내가 누구인지 안다는 건 삶의 필수불가결한 점으로, 이에 대한 유의미한 실험이 이루어진 적이 있다.

이 실험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40여년 전인 1979년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였던 엘렌 랭어에 의해 이루어졌다.

70~80대 노인 8명이 20년 전 스타일로 가득한 마을에서 1959년으로 돌아가 그 시대를 사는 것처럼 행동하였다.

1959년 인기를 끌었던 영화를 보고 노래를 흥얼거렸으며, 여기에 더불어 직접 집안일을 한 지 일주일 후,

서 있는 것조차 힘들어했던 노인들이 스스로 계단을 내려가고 눈에 띄게 즐거워하게 되었다.

이는 잠시 잊어버렸던 나를 되찾은 것일 수도 있고, 내가 사회로부터 인정받았던 느낌을 다시 느끼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단순히 마음가짐의 변화일 수도 있는데, 어쨌든 내가 나임을 아는 게 정말 필요하다.


정말 작디작은, 간신히 측정할 수 있을 만한 신체활동도 뇌 기능을 향상한다.

p. 425

그러나 건강한 생활방식의 하나인 명상은 뇌를 좀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p. 526

이 책에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치매 확률을 조금이라도 낮추고 노년이 되어서 조금이라도 건강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적당한 신체 활동, 7~9시간 정도의 수면과 소식, 식이요법 등이 거론된다.

너무 많이 자도 좋지 않다는 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나이가 들 수록 근육량이 줄어들기에 근력 운동을 젊을 때부터 해줘야하고, 힘이 너무 들게 되면 걷기라도 해야 한다.

이 때 운동을 실내보다는 자연 속에서 하는 게 더 좋다고 한다.

덧붙여 명상도 있는데, 내가 지금 배우는 중인 요가가 심신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다.

잔잔한 음악과 새 소리를 들으며 하는 요가의 시작과 끝은 명상과 비슷하다.

가만히 앉아서 눈을 감고 시작하여 누워서 눈을 감고 끝난다.


배우자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부부들은 수명이 최대 25퍼센트까지 증가했다.

p. 545

'가족' 에 대한 정의가 바뀔 때가 되었다.

이미 수십년 전부터 의미가 변화했지만,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이 많은 듯하다.

내가 자식을 낳고 키웠으므로 반드시 자식이 늙은 나를 보살펴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바뀌어야 한다.

가족은 부모+자식이다라는 공식이 깨진 지 오래이다.

명절엔 교통이 정체되든 말든 꼭 양가 부모님 댁에 가서 모여야 한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가족은 지금 내 곁에 있는 가장 소중한 사람일 수 있고, 그건 배우자만일 수도 있다.

이기주의가 아닌 개인주의를 요하는 시대이다.

'내가 이만큼 해줬으니 너도 그만큼 보답해야해.' 하는 마인드로는 살 수 없는 시대이다.

결혼하지 않았다면 나 자신이 중요하고, 혹은 곁에 있는 친한 지인이나 친구가 중요하다.

만약 결혼했다면 남편이나 부인이 중요하다.

나 자신에 대한 애정, 혹은 서로에 대한 애정이 질 좋은 노후를 보장하게 된다.


당신은 90세가 된 배우자가 사다리에 올라가서 천장에 매립된 전구를 갈아 끼웠으면 좋겠는가? 누가 쓰레기 수거일에 쓰레기봉투를 내놓고 무거운 진공청소기는 누가 돌릴 것인가?

p. 557

노화의 원인과 과정, 그리고 건강하게 늙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내겐 이 부분이 가장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부부가 함께 늙어가면서 힘겨운 일들이 늘어나게 된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 지 지금부터 계획을 세워두어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이래서 돈이 최고인가보다.

집사가 집에 상주하고 있다면 별다른 걱정이 없을 테니까.

가수 이선희의 노래 '그 중에 그대를 만나' 뮤직비디오가 생각난다.

너무나 슬퍼서 볼 때마다 눈물 흘리게 하는 장면이 있는데,

바로 노부부가 화목하게 집안일을 같이 하다가 할아버지 혼자만 남아 일을 계속 하는 장면이다.

만약 내가 먼저 죽으면 남은 배우자는 어떻게 되는 건지, 그리고 배우자가 먼저 죽으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건지.

개인이, 정부가, 사회가 함께 대책을 세울 때이다.


노인들에게 삶을 되돌아보고 가장 행복했던 나이를 꼭 집어서 이야기하라고 하면 언제라고 대답할 것 같은가? (중 략)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로 가장 많이 꼽히는 연령은 82세다!

p. 30

놀라운 대목이다.

생각조차 못했다.

나의 경우에는 중, 고등학생 시절엔 미취학 아동 때였고, 대학생 땐 그 당시였고, 얼마 전까진 대학생 때였는데, 지금은 지금 이 순간이다.

모르겠다.

나에게는 지금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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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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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나는 총을 내리고 침대 발치를 빙 돌아가 이젤 다리를 펴서 원래 있던 자리에 세웠다. 그리고 게임기를 다시 탁자에 올려놓았다.

바닥에 흩어진 분필 조각과 펠트 지우개를 집어 칠판에 올려놓았을 때였다. 검은 칠판 표면에 서툰 글씨체로 다섯 글자가 적혀 있었다.

죽지 않았어

p. 28

강렬한 첫 장면으로 시작하는 소설을 읽게 되었다.

주인공 여성 티나는 아들을 잃었고 남편과 이혼했고 쇼 제작자로서는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

비록 직업적으로는 성공했을지언정, 가정에 있어서는 끔찍하다고 할 수 있다.

아들 대니의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공포스러운 이 장면은 이 소설이 과연 스릴러인가 공포인가 생각하게끔 한다.

누군가의 장난인지 아니면 진짜 초인적인 현상인지 의문을 가지면서 소설을 읽게 된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책을 처음 펴서 덮는 데 채 3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거다.

그만큼 가독성이 높은 스릴러소설이다.



이제 침대가 떨리기 시작했다. 발치 쪽 침대 다리가 10센티미터 정도 붕 뜨더니 카펫 보호용 받침대에 쿵 부딪쳤다. 그러고는 침대 다리가 다시 솟아오르고 바닥 위로 둥둥 떴다. 매트리스 스프링에서도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마치 금속 손가락이 스프링을 뜯어 곡을 연주하는 것 같았다.

p. 66

아주 오래 전 영어 독해 문제집에서 처음 접했던 '폴터가이스트' 현상이 등장하였다.

한국에서 태어나 살아온 나로서는 전혀 우리나라 문화에 있지 않은 현상이어서 낯설었지만 이제는 아는 그 단어, 폴터가이스트.

새삼스럽게 이 책에서 다시 만나게되어서 의아하다.

이거야말로 공포 소설이 아니던가.

아니면 정말이지 누군가가 아주 사악한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인가.

점점 더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정부에서는 왜 그런 사고가 일어났는지 정확히 알아냈습니까?"

"왜 사고가 일어났는지는 몰라요. 앞으로도 결코 조사하지 않겠죠. (후 략)"

p. 134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한 장면이 아니던가.

그렇다.

전 정부와 세월호가 떠오른다.

애초에 티나는 대니의 시체를 본 적이 없다.

그저 시신이 무덤 속에 들어간다고 믿었을 뿐.

모든 설명은 정부로부터 왔고, 그걸 확인해 줄 이는 없다.

사고의 원인을 모르고 조사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가족의 입장에서는 속이 타들어갈 노릇이다.




티나와 엘리엇은 하룻밤을 보냈다.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과 한 침대에 눕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이던가. 엘리엇은 잊고 지내던 즐거움을 새삼 깨달았다.

p. 171

전형적인 헐리우드 영화의 특징은?

그렇다.

모든 장르에서 약간의 로맨스가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이 소설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주인공 티나는 변호사이자 미스테리한 과거를 가진 엘리엇을 만나 오랜만에 설레는 감정을 느낀다.

무용수 출신의 티나와 수려한 언변을 갖춘 엘리엇.

그 둘은 과연 어떤한 조합을 이루어 역할을 수행해나갈까.



차고가 먼저 터졌다. 커다란 차고 문이 경첩에서 떨어져 나가 진입로를 부수었다. 지붕 위로 흔들리는 기와와 불타는 잔해가 꽃가루처럼 휘날리며 사라져갔다.

p. 221

공포, 스릴러, 로맨스, 거기에 액션까지.

자, 이제 영화로 만들기만하면 된다.

어찌 보면 너무나 전형적이어서 뻔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그렇기때문에 술술 읽히는 이유가 된다.

읽는 내내 머리 아픈 부분도 없고, 반전을 찾기 위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어느새 결말에 다다라서 다 읽게 된다.

그게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이다.



집 안에만 콕 틀어박혀서 지루한 요즘 읽기 좋은 스릴러소설을 찾는다면,

영화관에 영화가 개봉하지않아서 대체할 취미를 찾는다면 이 소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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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시대는 끝났다 - 기술 빅뱅이 뒤바꿀 일의 표준과 기회
대니얼 서스킨드 지음, 김정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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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시대가 도래했다고 한다.

1차 산업혁명은 18세기 기계 발명과 석탄, 철, 증기를 기반으로 한 철도산업의 발전이다.

2차 산업혁명은 19세기 전기와 전기엔진의 발전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 에서 산업혁명 시대의 영국 하층계급을 잘 보여준다.

3차 산업혁명은 20세기 들어서면서 나타난 인터넷과 신재생에너지를 말하며,

이제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

즉, 인공지능(AI), 드론, 인터넷 검색 플랫폼이나 SNS 등 소프트웨어를 말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서 과연 노동의 시대는 끝난 것일까?

만약 끝났다면 그건 인간에게 긍정적인 것일까, 아니면 부정적인 것일까.

이 책에서는 노동의 진정한 의미와 우리에게 차지하는 비중을 찾으려고 한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 후반에서 2010년 사이에 ATM 대수가 네 배 넘게 늘어서, 2010년에는 40만 대가 넘는 ATM이 작동했다.

(중 략)

이 시기에 창구 직원 수는 20퍼센트가 늘었다.

p. 42

기계화, 자동화, AI의 사용이 정말로 노동하는 인간의 수를 줄이는 것일까.

기계는 기계의 일, 인간은 인간의 일을 한다고 치면, 혹은 인간이 기계의 '뒤치다꺼리' 를 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면

그렇지 않다고 답할 수 있다.

ATM은 ATM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반면, 은행 직원들은 그 밖에 일에 힘쓰며 고객들에게 정성껏 상담해준다.

다른 예로, CCTV가 있다.

아파트 단지에 CCTV가 있다고 경비가 필요없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제 아무리 감시 카메라가 있다고 한들, 단순히 틀어놓기만 하면 범죄는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그 옆에서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 상황을 통제하는 사람이 있다면, 범죄를 예방할 가능성이 있다.

대형 마트의 자율 계산대는 어떠한가.

종량제봉투나 술 구매시에는 반드시 직원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꼭 그렇진 않다.

최근 몇 년간 은행 창구 직원이 감소했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휴대폰 어플, 웹사이트나 전화를 통한 비대면 금융 업무 처리가 가능해진 데 있다.


바로 이런 추론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청소, 미용, 식당 서빙 같은 일자리의 자동화 위험을 매우 낮게 생각한다. 이런 일자리는 '틀에 박히지 않은' 업무를 포함할뿐더러 저임금이기까지 하므로, 이런 업무를 맡을 기계를 만들도록 부추길 동기가 다른 곳에서보다 약하다.

p. 132

고객의 다양한 요구와 상황에 따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건 그래도 아직은 인간뿐이다.

피부샵에 가면 경력있는 관리사의 테크닉을 몸소 체험할 수 있다.

관리사는 자신의 손을 사용해 수기 마사지를 해주는가 하면, 기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기기 역시, 사람인 관리사가 작동시켜서 사용하는 것이다.

미용실에 가서 옆 머리는 남겨 주시고 뒤는 층 있게 잘라달라고 하면 과연 미묘한 취향의 차이를 기계가 이용할 수 있을까?

미용사가 되기 위해 자격증을 따야 하는 마당에, 자격증이 없는 기계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미용을 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간 미래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또한, 기계 구매 비용과 유지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소위 '가성비' 라는 게 높아야 쓰는 동기가 생기는 것이다.


일자리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일이 삶의 의미와 놀랍도록 연결된다. 노력의 대가로 소득과 더불어 목적의식을 얻기 때문이다.

(중 략)

일이 의미 있는 삶으로 가는 길을 제공한다면, 일이 없는 사람은 자신의 존재가 의미 없다고 느낄 것이다. 일이 지위와 사회적 존중을 제공한다면, 일이 없는 사람은 사회에 속하지 못한다는 느낌에 기가 죽을 것이다.

p. 306

일을 구하고 직장에 가는 걸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함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 번만 더 숙고해보면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기위하여' 일하는 것이다.

경제적인 문제도 괄시할 수 없지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1년간 쉬는 시기에 스스로 나태해지는 걸 느끼면서 불안해하는 이들이 있다.

60이 넘은 나이에 학교 앞 교통 봉사를 하는 노인분들은 소소한 용돈을 모으는 재미도 있지만,

자기가 사회에서 아직 필요한 한 부분이라는 걸 느끼고 살아가는 활력소를 얻는 것도 있다.


과연 노동이란, 혹은 일이란 인간에게 꼭 필요한 것일까?

앞으로도 하루 몇 시간 일하고 돈을 받는 삶이 지속될 것인가?

이에 반드시 '그렇다' 라고 답할 수 있지는 않다.

하지만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고 인간이 모든 일에서 배제되는 날은 아직 먼 듯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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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몇명 스토리 1
윤종문 지음, 샌드박스 네트워크 감수, 총몇명 원작 / 미래엔아이세움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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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로 주로 보는 건 - 사실 보지도 않고 배경으로 틀어놓는 수준 - 정치 관련 팟캐스트 정도라서

먹방, 몰래카메라, 뷰티 관련 유튜브 채널만 많은 줄 알았지 애니메이션까지 하고 있는 줄을 몰랐다.

그런데 있더라.

'총몇명'이라는 채널이.

웹툰 원작의 도서는 많이 접해봤는데, 유튜브 원작의 도서는 처음이라서 새롭다.

이제 미디어 기반이 많이 바뀌어가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이 도서를 읽다보면 <괴짜가족> 도 생각나고 <야이노마> 도 생각난다.

그만큼 캐릭터와 내용이 다소 미친 듯 엽기적이라는 것이다.

사실 내용 자체는 별 게 없고 그마저도 요새 트렌디한 내용을 가져다 쓰는 게 많은데 그걸 애니로 만들어놓으면 또 달라지겠지?

아무래도 주인공이 고3이고, 고3은 질풍노도의 시기 중에서도 절정을 달리는 시기니까 아무 생각없이 보면서 웃을 수 있을 것이다.

나로서는 이 도서를 읽는데 채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그만큼 페이지 터너이기도 하고 읽을 게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ㅋ.ㅋ

그냥 이야기의 흐름에 눈을 맡기다보면 시간은 빠르게 지나간다.

읽다가 느끼는 건 이게 현실인지 판타지인지 헷갈리고, 개개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인지 이어지는 건지 헷갈리게 된다.

결국 내린 결정은 이어지는 내용이라는 거고, 전체적으로 판타지, SF, 공포와 코믹이 합쳐진 이야기라는 거다.

이 내용이 사람이 주연으로 연기하는 웹드라마나 넷플릭스 드라마로 나와도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은 아마도... 이광수?!

턱 길이도 그렇고 민모리역으로 딱이 아니던가.

이미 웹툰 원작의 <마음의소리> 웹드라마 주인공 경력도 있으니 코믹 연기력은 인증받았다고 본다.

"혹시 지금 시간 되세요? 커피라도 한잔하고 싶은데."

p. 68

앗! 이건!!

사이비 종교 포교 방식이 아니던가.

본인이 대학생인데 설문조사를 한다든가, 잠시 카페에 가서 이야기를 하자든가 - 그러면서 음료 값은 절대 부담하지 않는다. - ,

잠시만요~ 이런 수법.

혼자 길거리를 걸으면 크로스백을 맨 2인 1조의 그들이 쳐다보면서 오려고 하기에 늘 대각선으로 걸어서 피해버리거나 손가락 욕을 날린다.

"저 시간 없어요." 이런 말은 통하지 않는다.

무슨 말을 하든 그들에겐 대화의 시작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궁금했던 건 왜 이런 사람들을 잡지 않느냐는 거다.

희안하게 경찰차가 옆에 있으면 그들도 조용히 지나간다.

그런데 그들이 지금 온 나라에 막심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

"오늘 일 때문에 전국에 전염병이 퍼져서 1년 동안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니까요."

p. 182

그 피해라는 게 바로 전염병이다.

차츰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였던 그것을 그들이 퍼뜨려버렸다.

아오...

현실의 모습이나 만화 속 모습이나 다를 바가 없다.

만화의 내용은 현실의 반영과 작가의 머릿 속 상상이 더해진 거니까.

혹시 요즘 방콕, 집콕 하는 분들이 있다면 여러가지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만약 늘 가던 운동 센터가 문을 닫았다면 홈트레이닝을 하면 되고, 친구들과의 만남 대신 그 동안 소홀히 했던 독서 활동을 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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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
존 그린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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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암 환우 청소년들의 사랑을 그린 소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영화 <안녕, 헤이즐> 의 원작 소설) 의 작가 존그린의 소설이다.

워낙 내 취향의 글을 쓰는 작가라서 읽지 않을 수가 없더라.

존그린은 늘 결핍이 '많은'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그리고 있다.

모르겠지만 아마도 작가 자신이 그런 청소년기를 보낸 게 아닐까.

<피너츠 송> 의 작가 찰스 슐츠가 그랬듯이 말이다.

이번 소설에서도 주인공은 영재성은 있으나 천재적이진 않은 jerk이다.

수학적 능력, 애너그램 능력 등은 뛰어나지만 사회성이 별로 없어서 인기가 없는 타입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미국이라서 그런 건지, 워낙 각자의 타입이 있어서 그런 건지 주인공은 무려 16번이 넘는 연애를 하고 있다.

그가 유난스럽게 '캐서린' 이라는 이름에 집착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렇게 보면 어쩌면 그가 걱정하는 것과는 달리 연애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어떤 매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콜린은 캐서린에게 아직도 자신을 사랑하는지 묻고 싶은 충동을 애써 억눌렀다. 그녀는 아직도 사랑하는지 묻는 질문을 무엇보다도 싫어했다. 너는 절대 이해 못한다는 말보다 훨씬 더. 그래서 그는 참고, 참고, 또, 참았다. 무려 7초 동안이나.

"아직도 날 사랑해?"

p. 57

그런데도 열등감 폭발이라는 문제가 있는 건지 아무튼 자존감은 좀 떨어져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그는 이번 캐서린과는 언제까지 연애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그것을 그래프로 나타내며, 연애하는 내내 늘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사람을 남자친구로 둔 기분이 어떻겠는가.

생각만으로도 정말 싫다.

계속해서 사랑을 확인하려는 남자친구.

집착을 넘어서서 소름이 끼칠지도 모른다.

이러니 차이는 건 시간 문제이다.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것도 아니고 가볍게 사귀는 학창 시절의 연애인데 그 순간을 충분히 즐길 수는 없는 것일까.

콜린은 구제불능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느낀 건데, 그에게 끌린 여자들은 정말 특이한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들 아니면 학교라는 특수한 상황이 그렇게 만든 것 같다.

정해진 공간에서 매일 마주치는 한정된 수의 이성.

교내 연애와 사내 커플이 많은 이유는 다 이와 같은 조건때문일 것이다.


"딩글베리." 콜린이 말했다.

"알았어."

p. 123

정말 절친들끼리만 알아듣는 암호.

나도 친구들과 이런 암호가 있었다.

반에서 좀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많이 하는 남자아이에 대한 나름대로의 별명을 만들어서 우리끼리만 이야기하곤 했다.

선생님들에겐 별로 관심이 없어서 주로 반 남자아이들에 대한 별명을 지어내곤 했다.

정말 짜증이 나서 욕을 하고 싶을 때는 입을 더럽히지 않고자 손가락으로 1,2,3을 나타냈다.

1이 가장 약한 욕이고, 3이 가장 심한 욕을 말한다.

한 세대가 두루 사용하는 은어, 혹은 집단 내에서, 아니면 친구들끼리만 사용하는 은어는 친밀감을 드러내는 수단이다.

그래서 내게는 추억과도 같은 소설 속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가볍고 유쾌한 미국 영재 청소년의 일기를 한 권 다 읽은 기분이 든다.

<프린세스다이어리> 처럼 여학생이 아니라서, 또, 나는 그와 같은 영재가 아니라서 공감대는 덜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재미있다.

넷플릭스 영화로 나온다면 기꺼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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