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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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나는 총을 내리고 침대 발치를 빙 돌아가 이젤 다리를 펴서 원래 있던 자리에 세웠다. 그리고 게임기를 다시 탁자에 올려놓았다.

바닥에 흩어진 분필 조각과 펠트 지우개를 집어 칠판에 올려놓았을 때였다. 검은 칠판 표면에 서툰 글씨체로 다섯 글자가 적혀 있었다.

죽지 않았어

p. 28

강렬한 첫 장면으로 시작하는 소설을 읽게 되었다.

주인공 여성 티나는 아들을 잃었고 남편과 이혼했고 쇼 제작자로서는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

비록 직업적으로는 성공했을지언정, 가정에 있어서는 끔찍하다고 할 수 있다.

아들 대니의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공포스러운 이 장면은 이 소설이 과연 스릴러인가 공포인가 생각하게끔 한다.

누군가의 장난인지 아니면 진짜 초인적인 현상인지 의문을 가지면서 소설을 읽게 된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책을 처음 펴서 덮는 데 채 3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거다.

그만큼 가독성이 높은 스릴러소설이다.



이제 침대가 떨리기 시작했다. 발치 쪽 침대 다리가 10센티미터 정도 붕 뜨더니 카펫 보호용 받침대에 쿵 부딪쳤다. 그러고는 침대 다리가 다시 솟아오르고 바닥 위로 둥둥 떴다. 매트리스 스프링에서도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마치 금속 손가락이 스프링을 뜯어 곡을 연주하는 것 같았다.

p. 66

아주 오래 전 영어 독해 문제집에서 처음 접했던 '폴터가이스트' 현상이 등장하였다.

한국에서 태어나 살아온 나로서는 전혀 우리나라 문화에 있지 않은 현상이어서 낯설었지만 이제는 아는 그 단어, 폴터가이스트.

새삼스럽게 이 책에서 다시 만나게되어서 의아하다.

이거야말로 공포 소설이 아니던가.

아니면 정말이지 누군가가 아주 사악한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인가.

점점 더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정부에서는 왜 그런 사고가 일어났는지 정확히 알아냈습니까?"

"왜 사고가 일어났는지는 몰라요. 앞으로도 결코 조사하지 않겠죠. (후 략)"

p. 134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한 장면이 아니던가.

그렇다.

전 정부와 세월호가 떠오른다.

애초에 티나는 대니의 시체를 본 적이 없다.

그저 시신이 무덤 속에 들어간다고 믿었을 뿐.

모든 설명은 정부로부터 왔고, 그걸 확인해 줄 이는 없다.

사고의 원인을 모르고 조사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가족의 입장에서는 속이 타들어갈 노릇이다.




티나와 엘리엇은 하룻밤을 보냈다.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과 한 침대에 눕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이던가. 엘리엇은 잊고 지내던 즐거움을 새삼 깨달았다.

p. 171

전형적인 헐리우드 영화의 특징은?

그렇다.

모든 장르에서 약간의 로맨스가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이 소설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주인공 티나는 변호사이자 미스테리한 과거를 가진 엘리엇을 만나 오랜만에 설레는 감정을 느낀다.

무용수 출신의 티나와 수려한 언변을 갖춘 엘리엇.

그 둘은 과연 어떤한 조합을 이루어 역할을 수행해나갈까.



차고가 먼저 터졌다. 커다란 차고 문이 경첩에서 떨어져 나가 진입로를 부수었다. 지붕 위로 흔들리는 기와와 불타는 잔해가 꽃가루처럼 휘날리며 사라져갔다.

p. 221

공포, 스릴러, 로맨스, 거기에 액션까지.

자, 이제 영화로 만들기만하면 된다.

어찌 보면 너무나 전형적이어서 뻔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그렇기때문에 술술 읽히는 이유가 된다.

읽는 내내 머리 아픈 부분도 없고, 반전을 찾기 위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어느새 결말에 다다라서 다 읽게 된다.

그게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이다.



집 안에만 콕 틀어박혀서 지루한 요즘 읽기 좋은 스릴러소설을 찾는다면,

영화관에 영화가 개봉하지않아서 대체할 취미를 찾는다면 이 소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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