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
존 그린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암 환우 청소년들의 사랑을 그린 소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영화 <안녕, 헤이즐> 의 원작 소설) 의 작가 존그린의 소설이다.

워낙 내 취향의 글을 쓰는 작가라서 읽지 않을 수가 없더라.

존그린은 늘 결핍이 '많은'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그리고 있다.

모르겠지만 아마도 작가 자신이 그런 청소년기를 보낸 게 아닐까.

<피너츠 송> 의 작가 찰스 슐츠가 그랬듯이 말이다.

이번 소설에서도 주인공은 영재성은 있으나 천재적이진 않은 jerk이다.

수학적 능력, 애너그램 능력 등은 뛰어나지만 사회성이 별로 없어서 인기가 없는 타입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미국이라서 그런 건지, 워낙 각자의 타입이 있어서 그런 건지 주인공은 무려 16번이 넘는 연애를 하고 있다.

그가 유난스럽게 '캐서린' 이라는 이름에 집착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렇게 보면 어쩌면 그가 걱정하는 것과는 달리 연애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어떤 매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콜린은 캐서린에게 아직도 자신을 사랑하는지 묻고 싶은 충동을 애써 억눌렀다. 그녀는 아직도 사랑하는지 묻는 질문을 무엇보다도 싫어했다. 너는 절대 이해 못한다는 말보다 훨씬 더. 그래서 그는 참고, 참고, 또, 참았다. 무려 7초 동안이나.

"아직도 날 사랑해?"

p. 57

그런데도 열등감 폭발이라는 문제가 있는 건지 아무튼 자존감은 좀 떨어져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그는 이번 캐서린과는 언제까지 연애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그것을 그래프로 나타내며, 연애하는 내내 늘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사람을 남자친구로 둔 기분이 어떻겠는가.

생각만으로도 정말 싫다.

계속해서 사랑을 확인하려는 남자친구.

집착을 넘어서서 소름이 끼칠지도 모른다.

이러니 차이는 건 시간 문제이다.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것도 아니고 가볍게 사귀는 학창 시절의 연애인데 그 순간을 충분히 즐길 수는 없는 것일까.

콜린은 구제불능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느낀 건데, 그에게 끌린 여자들은 정말 특이한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들 아니면 학교라는 특수한 상황이 그렇게 만든 것 같다.

정해진 공간에서 매일 마주치는 한정된 수의 이성.

교내 연애와 사내 커플이 많은 이유는 다 이와 같은 조건때문일 것이다.


"딩글베리." 콜린이 말했다.

"알았어."

p. 123

정말 절친들끼리만 알아듣는 암호.

나도 친구들과 이런 암호가 있었다.

반에서 좀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많이 하는 남자아이에 대한 나름대로의 별명을 만들어서 우리끼리만 이야기하곤 했다.

선생님들에겐 별로 관심이 없어서 주로 반 남자아이들에 대한 별명을 지어내곤 했다.

정말 짜증이 나서 욕을 하고 싶을 때는 입을 더럽히지 않고자 손가락으로 1,2,3을 나타냈다.

1이 가장 약한 욕이고, 3이 가장 심한 욕을 말한다.

한 세대가 두루 사용하는 은어, 혹은 집단 내에서, 아니면 친구들끼리만 사용하는 은어는 친밀감을 드러내는 수단이다.

그래서 내게는 추억과도 같은 소설 속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가볍고 유쾌한 미국 영재 청소년의 일기를 한 권 다 읽은 기분이 든다.

<프린세스다이어리> 처럼 여학생이 아니라서, 또, 나는 그와 같은 영재가 아니라서 공감대는 덜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재미있다.

넷플릭스 영화로 나온다면 기꺼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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