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세스 에이징 - 노화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뇌과학의 힘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이은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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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이었던 내 아버지는 62세가 됐고 젊은 동료들에게 앞길을 터주라는 명목으로 강력한 은퇴 압박을 받았다. 할아버지처럼 아버지 역시 밀려나는 느낌을 받았고 자신의 가치에 의문을 느끼기 시작했다. 사교 생할이 줄어들었고 신체 질병에 시달리기 시작했으며 우울해졌다. (중 략) 얼마 전에 아버지는 4년 갱신 계약에 서명해 87세까지 가르칠 수 있게 됐다. 아버지는 젊은 교수들이 할 수 없는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현실 경험을 전해주어 인기가 많다. 더불어 의미 있는 일을 찾은 이후로는 우울증과 신체 질병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p. 15-16

노인은 살아온 시간만큼 경험이 쌓이고 연륜이 있어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고 따라서 존경받아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 지 궁금하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노인 경시 풍조가 팽배한 게 사실이며, 노인을 비하하는 용어가 몇 년 전부터 온라인에서 자주 보이곤 한다.

이렇게 된 원인을 찾아보자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노인들이 살아 온 삶을 먼저 꼽아볼 수 있겠다.

한국전쟁 후 급속한 발전의 시대에서 어릴 적 중시했던 가치를 잃고 무조건 자신의 가족을 위해 앞만 보며 살아갔다.

이들은 식사를 제 때 챙겨먹는 게 가장 중요한 시대를 잊지 못하고 있으며, 폐허가 고층 건물들로 변화하는 과정을 목도했다.

어떻게든 가난에서 벗어나 가족을 먹여살리는 게 목표였고, 동시에 유교적 가치를 체화한 세대이다.

성인이 된 자녀의 생일은 상관없지만 자신의 생일은 반드시 챙겨줘야 하고 적절한 선물이 함께 있어야 한다.

나이가 어리면 모르는 게 많으니 무조건 나이가 많은 자신들의 말을 들어야하고 그렇지않으면 버릇 없는 것이다.

나는 힘든 삶을 살아왔고 지금도 역시 모든 상황에서 불안하므로, 특히 지하철 탈 땐 다른 사람들 상관없이 내가 먼저여야한다.

그렇지않으면 지하철을, 아니, 소중한 자리를 놓칠 수도 있다.

노인이 되어서는 자존감을 잃지 않고 오히려 드높일 필요가 있다.

저자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이를 찾을 수 있다고 하는데, 직업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나도 언젠가는 늙는다.' 는 아주 식상한 사실을 잊지 말고 점점 고령화되는 이 사회 안에서 모두가 나름의 역할을 하는 방법을 찾아서,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기적은 우리 존재에 없어서는 안 될 부분이다. 당신답다는 느낌은 어떤 기분인가? (중 략)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익숙한 노래는 들으면 '나는 나'라는 강력한 느낌을 선사하는 신경 회로를 깨우고 다시 활성화할 수 있다.

p. 116-117

알츠하이머, 치매의 가장 힘든 점은 가족이 견디지 못할 정도로 만든다는 것이고,

슬픈 측면은 나 자신과 내 주변의 아끼는 사람들을 잊는다는 것이다.

더 심한 경우엔 나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내가 누구인지 안다는 건 삶의 필수불가결한 점으로, 이에 대한 유의미한 실험이 이루어진 적이 있다.

이 실험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40여년 전인 1979년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였던 엘렌 랭어에 의해 이루어졌다.

70~80대 노인 8명이 20년 전 스타일로 가득한 마을에서 1959년으로 돌아가 그 시대를 사는 것처럼 행동하였다.

1959년 인기를 끌었던 영화를 보고 노래를 흥얼거렸으며, 여기에 더불어 직접 집안일을 한 지 일주일 후,

서 있는 것조차 힘들어했던 노인들이 스스로 계단을 내려가고 눈에 띄게 즐거워하게 되었다.

이는 잠시 잊어버렸던 나를 되찾은 것일 수도 있고, 내가 사회로부터 인정받았던 느낌을 다시 느끼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단순히 마음가짐의 변화일 수도 있는데, 어쨌든 내가 나임을 아는 게 정말 필요하다.


정말 작디작은, 간신히 측정할 수 있을 만한 신체활동도 뇌 기능을 향상한다.

p. 425

그러나 건강한 생활방식의 하나인 명상은 뇌를 좀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p. 526

이 책에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치매 확률을 조금이라도 낮추고 노년이 되어서 조금이라도 건강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적당한 신체 활동, 7~9시간 정도의 수면과 소식, 식이요법 등이 거론된다.

너무 많이 자도 좋지 않다는 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나이가 들 수록 근육량이 줄어들기에 근력 운동을 젊을 때부터 해줘야하고, 힘이 너무 들게 되면 걷기라도 해야 한다.

이 때 운동을 실내보다는 자연 속에서 하는 게 더 좋다고 한다.

덧붙여 명상도 있는데, 내가 지금 배우는 중인 요가가 심신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다.

잔잔한 음악과 새 소리를 들으며 하는 요가의 시작과 끝은 명상과 비슷하다.

가만히 앉아서 눈을 감고 시작하여 누워서 눈을 감고 끝난다.


배우자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부부들은 수명이 최대 25퍼센트까지 증가했다.

p. 545

'가족' 에 대한 정의가 바뀔 때가 되었다.

이미 수십년 전부터 의미가 변화했지만,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이 많은 듯하다.

내가 자식을 낳고 키웠으므로 반드시 자식이 늙은 나를 보살펴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바뀌어야 한다.

가족은 부모+자식이다라는 공식이 깨진 지 오래이다.

명절엔 교통이 정체되든 말든 꼭 양가 부모님 댁에 가서 모여야 한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가족은 지금 내 곁에 있는 가장 소중한 사람일 수 있고, 그건 배우자만일 수도 있다.

이기주의가 아닌 개인주의를 요하는 시대이다.

'내가 이만큼 해줬으니 너도 그만큼 보답해야해.' 하는 마인드로는 살 수 없는 시대이다.

결혼하지 않았다면 나 자신이 중요하고, 혹은 곁에 있는 친한 지인이나 친구가 중요하다.

만약 결혼했다면 남편이나 부인이 중요하다.

나 자신에 대한 애정, 혹은 서로에 대한 애정이 질 좋은 노후를 보장하게 된다.


당신은 90세가 된 배우자가 사다리에 올라가서 천장에 매립된 전구를 갈아 끼웠으면 좋겠는가? 누가 쓰레기 수거일에 쓰레기봉투를 내놓고 무거운 진공청소기는 누가 돌릴 것인가?

p. 557

노화의 원인과 과정, 그리고 건강하게 늙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내겐 이 부분이 가장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부부가 함께 늙어가면서 힘겨운 일들이 늘어나게 된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 지 지금부터 계획을 세워두어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이래서 돈이 최고인가보다.

집사가 집에 상주하고 있다면 별다른 걱정이 없을 테니까.

가수 이선희의 노래 '그 중에 그대를 만나' 뮤직비디오가 생각난다.

너무나 슬퍼서 볼 때마다 눈물 흘리게 하는 장면이 있는데,

바로 노부부가 화목하게 집안일을 같이 하다가 할아버지 혼자만 남아 일을 계속 하는 장면이다.

만약 내가 먼저 죽으면 남은 배우자는 어떻게 되는 건지, 그리고 배우자가 먼저 죽으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건지.

개인이, 정부가, 사회가 함께 대책을 세울 때이다.


노인들에게 삶을 되돌아보고 가장 행복했던 나이를 꼭 집어서 이야기하라고 하면 언제라고 대답할 것 같은가? (중 략)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로 가장 많이 꼽히는 연령은 82세다!

p. 30

놀라운 대목이다.

생각조차 못했다.

나의 경우에는 중, 고등학생 시절엔 미취학 아동 때였고, 대학생 땐 그 당시였고, 얼마 전까진 대학생 때였는데, 지금은 지금 이 순간이다.

모르겠다.

나에게는 지금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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