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일본 여행을 갔을 때 그들의 세심함에 감탄하곤 했다.
아주 작은(?) 도로 공사를 하는데도 지나다니는 보행자들을 위한 안전요원이 반드시 있고,
공사장의 노동자들은 모두 다 정해진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의 집 근처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공사장에 들어가는 커다란 트럭들과 모래, 거기에 물에 굳어버린 진흙탕.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당연히 보행자를 위한 안전요원은 보이지 않았고, 복장은 여름에는 제각각의 나시 차림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따져보건데 분명 그들의 그릇된 역사관, 교육 방식, 독재와 같은 정치, 뒤처진 결재 문화 등은 비판하거나 짚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일본 영화나 그들의 생활을 통해서 비춰지는 디테일은 결코 무시할 만한 것이 못 된다.
'이런 거까지 다 신경 써?' 라고 생각할 정도로 꼼꼼한 구석은 그저 탄식을 자아낼 뿐이다.
교토는 나 역시 여행했던 곳이다.
그런데 어딜 여행 가도 숙소에 돌아와서 편하게 먹는 걸 좋아해서 현지 식당에 별로 가질 않기에 식당에서의 디테일을 느껴보지 못했다.
얼음물이 담긴 통에서 물기가 흘러나올까봐 밑에 수건을 까는 디테일, 친구와 나의 물컵을 헷갈리지않도록 애초에 다른 모양의 컵으로 주는 디테일, 그리고 혼석하는 손님과 단체석을 칸막이로 나눠주는 디테일까지.
이 정도 섬세함을 가진 식당을 찾게 되면 정말 칭찬할 거 같다.
원래 하나를 보면 열을 안 다고, 친절도에서 위생 상태와 음식 맛까지 연상되는 법이다.
아마도 음식이 담긴 그릇이 테이블 위에서 마구 움직인다는 김X천X 같은 곳과는 다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