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헝거 게임 시리즈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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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올라누스는 업신여김과 동지애 사이를 오가는 대화를 이어갔다.

p. 028

촬영진이 있는 걸 보고 그는 정신을 차렸다. 스노우 가문 사람은 뭘 봐도 크게 놀라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p. 156

코리올라누스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또 하나의 그룹 프로젝트. 협동이라는 이름으로 그의 아이디어를 희생할 또 한 번의 기회. 그의 아이디어는 아예 배제될 것이다.

p. 111

헝거게임과 스노우 대통령.

스노우가 성공을 꿈꾸지만 현실은 녹록치않았던 학창 시절을 보여주는 신작이다.

책으로보다는 영화 시리즈로 내용을 알고 있는 헝거게임.


이 소설은 마치 누구에게나 학창 시절은 있다는 걸 말하고 있는 듯하다.

스노우는 수도 캐피톨의 펜트하우스에 사는 명문가 자제이다.

하지만 집안은 이미 오래 전 기울어져 지금 남은 건 가문 하나뿐, 하루 하루 근근히 살아가고있다.

끼니는 겨우 때우지만 따로 세금이 없다는 거, 그리고 아카데미에서 모든 학비와 식사 및 교복을 제공한다는 게 그를 겨우 살아가게 한다.

여기서 환경적인 이유가 나온 셈이다.

그가 성공에 목매는 이유.

그렇다고 유전적 특징을 결코 빼놓을 수는 없다.

그의 아버지는 뼈 속까지 캐피톨 사람으로 자신과 다른 구역인들을 완전히 구분한다.


스노우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천성과 자신이 겪고있는 빈곤이라는 상황에 타고난 외모와 매력을 더한다.

그는 누구 앞에서도 멋진 명문가 자제로 번쩍이는 모습이어야 한다.

언제나 일등은 자신일 것이고, 결국 성공하고 말 것이다.

남을 신경쓰며 늘 자제하는 태도는 성공이라는 목표 하나만을 보고 달려가는 스노우라는 사람을 잘 드러내고있다.



"하지만 성공한다면 당연히 해야지, 클레미. 나는 헝거 게임에 도박을 도입한 사람으로 역사에 남고 싶어!"

p. 098

학교에서 골 박사와 했던 토론, 동물원에서 굶주린 조공인들에게 음식을 줄 때 관람객들이 느꼈던 짜릿함을 고려해서 그는 먹을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p. 121

"점수판으로 보여 줘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레피두스가 농담했다.

"조공인들에겐 분명 도움이 될 거에요." 코리올라누스가 말했다. "진지하게 말하는데 그건 좋은 아이디어에요."

p. 353

헝거게임의 규칙들 중 상당수가 스노우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니.

역시 성공할 사람은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드론으로 물이나 음식 배달, 우승 예상자에게 내기 걸기, 사망자 신상을 홀로그램으로 띄우기 등 기발한 생각들을 한 게 바로 스노우였다.

과연 그에게 악마의 재능이 부여된 것일까.

12구역 사람들에게 전부 텔레비전이 있는 게 아니고, 있다 해도 헝거게임 자체가 잔인하고 전쟁을 떠올리게해서 보기 싫어한다는 점을 고려,

통제와 지배 목적의 헝거게임에 오락적 요소를 가미한 발상의 전환.

덕분에 적어도 캐피톨에서는 거의 전부가 즐기는 큰 행사가 되었지만, 이렇게 만든 스노우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그녀는 그에게 키스했다. 가벼운 키스가 아니었다. 복숭아와 파우더 향이 나는 진짜 키스였다. 그의 입술에 와닿는 부드럽고 따뜻한 그녀의 입술이 그의 온몸의 감각을 일깨웠다.

p. 217

"너는 안전해." 연이어 벌어지는 일을 보면서 그는 계속 그녀를 안고 있었다."

p. 336

그렇다고해서 그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못하거나 사랑, 연민, 우정 따위의 감정을 가지지않은 정신이상자는 아니다.

즉, 헝거게임의 규칙은 어느 미치광이에 의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는 조공인에게 애정을 느끼고 실제로 사랑하게되며, 힘든 일을 겪은 이들을 위로할 줄 안다.


그런데 그 어떤 것도 '성공' 으로 가는 길을 막을 수는 없다.

이를 위하여 우정, 진실 같은 개념은 그저 하찮은 단어들일 뿐이다.

그는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취사선택한 것이다.

자신에게 필요한 걸 취하고 그렇지않을 걸 덜 중요한 것으로 버린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수없이 많은 선택이 지금의 나로 이끈 것이다.

스노우 대통령이 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그가 여러 번의 갈등과 선택의 기로에서 한 결정들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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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자매
카렌 디온느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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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는 다정하고도 카리스마가 넘치고, 지능과 창의성이 무척 뛰어나며, 교묘하게 상황을 조작할 줄 아는 아이였다.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갑자기 돌변해서 팔을 물어 버리는 아이란 말이다.

p. 051

이 아이는 동정심이 없나. 자기보다 작고 약한 생물에게 품는 공감능력과 호의가 없단 말인가.

p. 095

이 이야기는 사이코패스와 그로 인해 붕괴된 가족에 관한 것이다.

유전자 중 어떤 부분에 결함이 있어서 사이코패스로 태어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천성적으로 그랬고 그 누구도 바꿀 수 없다.

불우한 어린 시절이나 가정 생활로 인해 성격이 바뀐 게 아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한없이 사랑을 주었고 감싸주고 제대로 키우려고 했고 때론 혼도 내보았지만, 달라지는 건 전혀 없다.

타고난 기질을 바꿀 수 있는 건 전혀 없고, 그저 순간적인 진정제만이 잠시 멈추게 할 뿐이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공감 능력이 전무한 몇몇 이들이 떠오른다.

내가 사는 공간 가까이에도 있고, 공부하고 일하는 곳에도 있으며, 겉으로는 멀쩡해보이다가 자세히 알고 지내게 되면 이상한 이도 있다.

우리가 이들에 대해 취할 수 있는 태도는 어떤 것일까?

약물 치료나 시설 입소 등이 가장 좋은 방법인가?

이도 저도 안 되면 역시 모든 이로부터 떼어놓는 시설 입소만이 답이 아닐까?



하지만 나는 경찰에게 말하지 않았다. 남편에게도 영원히 말하지 않을 것이다.

p. 045

부모로서 매우 잘못된 선택이다.

아무리 자녀라고 한들 사이코패스의 행동을 남편에게까지 숨기다니.

나라면 아무리 친한 사람이고 가족이라고해도 바로 신고할 것이다.

내가 숨긴 작은 사실이 결과적으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고, 내게도 영향이 끼칠 수 있다는 걸 모른다는 말인가.


한 순간의 선택으로 이야기는 파국으로 나아가고, 점점 악화될 뿐이다.

그래서 이 소설에는 반전이랄 게 없다.

그저 사이코패스가 어떻게 악행을 계속 저지르는 지, 그리고 가족이나 주변인들이 얼마나 고통받는지를 보여줄 뿐이다.

추리라 할 건 없고, 어두운 분위기의 스릴러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나의 고조할아버지가 지은 별장은 누가 봐도 아주 인상적이었다. 거대한 2층짜리 별장은 고조할아버지가 트럭으로 실어 나른 미송美松으로 만든 것이다. 그래서 이곳의 나무는 한 그루도 베지 않았다. 넓은 자연석 계단과 스테인드글라스를 끼운 창문, 장엄하리 만큼 호화로운 초록색 구리 재질 지붕까지 그야말로 대단했다.

p. 106

만약 이 소설이 영화화된다면 어떤 장면으로 보여질 지 가늠이 되는 부분이다.

음울하면서 웅장한 대별장.

그 곳에서 나름 행복한 생활을 해나가던 주인공.

그러나 다시 찾은 그 곳은 이제 추억으로 미화된 기억들을 소환한다.

모든 게 내 잘못인 줄로만 알았던 그 때. 그 순간.

어느 곳부터 잘못되었고 기억이 변질되기 시작했는지 깨닫게 된다.



방 저쪽에 앉은 어떤 여자가 열심히 책을 읽는 척하면서 가끔 고개를 들고 비난하는 눈초리로 나와 트레버를 번갈아 보았다. 그러다 마지막에는 나를 칼로 찔러 죽일 것 같은 눈빛을 보냈다. 그 눈빛을 받자 생각보다 기분이 더 좋아졌다.

p. 019

시종일관 우울할 것만 같은 줄거리 속에 작게나마 로맨스가 숨어 있다.

이성을 마음 속으로 몰래 존재한다거나 서로 썸을 타는 건데, 엄청 두근두근하진 않다.

양적인 측면에서 그만큼 적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둘에게 있어 과연 해피엔딩이라는 게 있을 수 있을까?' 라는 작은 기대를 품게 한다.

해피엔딩인지 새드엔딩인지는 각자 책에서 확인 할 수 있다.




COVID-19 상황은 당국이나 국민의 바람과는 다르게 다시 안 좋아지고있다.

이제 놀러갈 곳도 없고 모임을 가질 일도 없다.

장마는 끝났지만 우리 마음 속 장마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집에 틀어박혀 스릴러소설 한 편을 읽으며 마음을 달래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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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 디테일 -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한 끗 디테일
생각노트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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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수건을 조심스럽게 테이블 위에 깐 뒤, 그 위에 얼음이 들어 있는 물통을 올려놓더군요.

p. 152

이런 제 생각을 읽으셨는지 사장님이 어디에선가 '칸막이'를 들고 오시더니 저와 대가족 손님 사이에 놓아주었습니다. 이 높은 칸막이 덕분에 저는 다른 손님들과 더 이상 눈 마주치는 일 없이, 눈치 보지 않고 식사를 마쳤습니다.

p. 153

여러 명이 함께 식당에 가면 어느 물컵이 내 컵인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이거 네 컵이야?"라고 물을 때도 많죠. 같은 디자인의 컵에 투명한 물이 담겨 있으니 구분하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가이카도에서는 그런 일이 거의 없습니다. 아예 디자인이 다른 물컵을 주기 때문입니다. 한 손님에게는 높이가 짧고 통이 넓은 컵을, 다른 손님에게는 높이가 길고 통이 좁은 컵을 주죠.

p. 202-203

몇 년 전 일본 여행을 갔을 때 그들의 세심함에 감탄하곤 했다.

아주 작은(?) 도로 공사를 하는데도 지나다니는 보행자들을 위한 안전요원이 반드시 있고,

공사장의 노동자들은 모두 다 정해진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의 집 근처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공사장에 들어가는 커다란 트럭들과 모래, 거기에 물에 굳어버린 진흙탕.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당연히 보행자를 위한 안전요원은 보이지 않았고, 복장은 여름에는 제각각의 나시 차림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따져보건데 분명 그들의 그릇된 역사관, 교육 방식, 독재와 같은 정치, 뒤처진 결재 문화 등은 비판하거나 짚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일본 영화나 그들의 생활을 통해서 비춰지는 디테일은 결코 무시할 만한 것이 못 된다.

'이런 거까지 다 신경 써?' 라고 생각할 정도로 꼼꼼한 구석은 그저 탄식을 자아낼 뿐이다.


교토는 나 역시 여행했던 곳이다.

그런데 어딜 여행 가도 숙소에 돌아와서 편하게 먹는 걸 좋아해서 현지 식당에 별로 가질 않기에 식당에서의 디테일을 느껴보지 못했다.

얼음물이 담긴 통에서 물기가 흘러나올까봐 밑에 수건을 까는 디테일, 친구와 나의 물컵을 헷갈리지않도록 애초에 다른 모양의 컵으로 주는 디테일, 그리고 혼석하는 손님과 단체석을 칸막이로 나눠주는 디테일까지.

이 정도 섬세함을 가진 식당을 찾게 되면 정말 칭찬할 거 같다.

원래 하나를 보면 열을 안 다고, 친절도에서 위생 상태와 음식 맛까지 연상되는 법이다.

아마도 음식이 담긴 그릇이 테이블 위에서 마구 움직인다는 김X천X 같은 곳과는 다르겠지.



N월 다이어리를 보면서 떠오른 키워드는 '발상의 전환' 이었습니다. 저 역시 다이어리는 연말연시에 사는 시즌 제품이라고만 생각해 왔거든요. 이런 고정관념이 구매 습관으로 굳어졌고, 이 때문에 N월 다이어리 같은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없었습니다. '1년은 당연히 1월부터 시작한다'는 사고에 갇혀 있던 스스로를 반성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얼마든지 1년의 시작과 끝은 달라질 수 있는데 말이죠.

p. 164

사실 사람들의 행동에서 보여지는 디테일말고 시설 면에서는 교토라고 해서 우리나라 서울과 그리 다를 게 없더라.

그러다가 발견한 물건에서의 디테일이 바로 N월 다이어리이다.

보통 다이어리를 연말이나 연초에 구매해서 11월~3월이 다이어리에서 시작하는 첫 달이 된다.

물론 만년 다이어리라고 해서 연도에 상관없이 구매해서 쓸 수 있는 제품들도 있지만,

귀찮게 월과 일을 하나 하나 적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해서 별로 써 본 적이 없다.

이에 반해 N월 다이어리는 마치 월간 잡지와 같이 매 달 나오는 다이어리로, 그 달이 시작 달이 되는 셈이다.

정말 간단한 사고의 전환인데 이제껏 보지 못해서 신기하다.

물론 그에 따르는 수요가 있어야 가능할 것이고, 구매력이 없다면 이 마저도 사라질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N월 다이어리는 내게 작지만 큰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어떤 계획이든 다이어리를 처음 쓰는 그 달부터 새로 시작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빠르게 변하며, 불편한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 나온 디테일들이 몇 년전부터 이미 적용되어왔다.

대중교통의 USB는 기차나 KTX, 좌석버스에서 수년 전부터 봐왔고, 심지어 와이파이는 항상 이용 가능했다.

버스가 어디에서 오는지 보여주는 전광판은 일부 지자체에서 본 적 있고, 시각 장애인을 위해서 소리가 나는 신호등은 내가 어릴 적부터 있었다.

여행객들을 위한 짐 보관 서비스나 다양한 혜택은 명동에만 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섬세함 없이도 역동성으로 그 모든 것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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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밟습니다 - 58일간의 좌충우돌 자전거 미국 횡단기
엘리너 데이비스 지음, 임슬애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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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녹음의 터널을 관통하는 중, 곤충과 새의 울음소리 때문에 귀가 따갑다.

밀밭, 투명한 시냇물, 피어나는 모든 것.

메스키트 옆에서 자라나는 커다란 참나무.

이 책은 전체가 일러스트레이션 그 자체이다.

표지부터 속지, 내용은 기본이고, 저자 정보부터 책의 기본 정보를 담은 부분까지 마치 저자가 직접 손글씨로 쓴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대체 우리말로 옮기기 전 저자의 원래 글씨체는 어떤지 궁금해서 원작을 온라인으로 찾아보았다.

한국어 글씨가 세로로 조금 더 길다는 점은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캐쥬얼하다는 느낌은 비슷하다.

우리가 자전거 여행자가 쓴 그림에세이에서 바라는 점은 무엇일까.

단연코 그나 그녀가 자전거를 타면서 마주치게되는 아름다운 풍경일 것이다.

아쉽게도 컬러는 표지뿐이지만, 대충 그린 듯 아닌 듯한 그림들이 정겹게 다가온다.

미국이라고 하면 서부 지역 두 번과 하와이 여행이 전부인 나이지만 말이다.

사실 생각처럼 낭만적이거나 아름다운 자연이 가득한 에세이는 아니다.

그보다는 더, 작가가 그 날 그 날 느낀 점을 요약해서 담은 SNS 일기장에 가깝다.

어느 지역에 대한 요긴한 여행 정보도 담겨있지않다.

그래서 더욱 자전거 여행 중인 친구에게서 매일 받는 문자 메세지를 보는 기분이 든다.

 

그 여자가 내게 피스 사인을 해보이며 소리치기를 "언니 쩐다!"

감동으로 울컥했다.

"저 지금 너무 속상해요!"

"저런, 다 털어놔요! 내가 전에는 사회 복지사였어요. 상담치료사 훈련도 받았죠! 아는 사람 중에 스포츠 마사지사가 있어요. 걔한테 무릎 이야기를 해볼게요."

이쯤 되니 내가 죽어서 천국에 온 건가 싶었다.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그런 장면들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책을 읽기 전 저자의 이름이나 간략한 프로필을 건너뛰고 바로 본문부터 들어갔는데,

"언니 쩐다!" 라는 부분에 살짝 충격받았다.

그림만 보고는 당연히 남자일 거라고 생각했기때문이다.

저자의 얼굴을 보여주는 사진이 단 한 장도 실려있지않아서 더했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성의 신체적 특징이 보이긴 하지만, 전반적인 신체 라인이나 선이 남성을 연상시킨다.

미국은 개인주의 인간들이 모인 국가이다.

물론 이는 이기주의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나' 라는 개인이 소중한 만큼, '너' 라는 개인도 소중하고 그만큼 존중받아야 한다.

그래도 미국이 싱가포르, 일본, 한국과 같이 치안이 좋기로 유명한 나라는 아니기에 그 곳에서의 라이더는 어떨지 궁금하기는 했다.

역시 사람사는 곳은 다 같은지, 누군가는 도와주려고 한다.

식사도 주고 잠자리도 내어주고 이야기를 다 들어주며, 마사지까지 해주는 그런 사람들.

노인들이 남의 일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많긴 하지만, 우연히 만난 10대들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

내가 아닌 사람에 관해 조금 더 관심이 있는가 없는가는 국가나 국민의 차이라기보다는 개개인의 차이인가보다.

 

하지만 외국인을 싸잡아 '불법체류자'라고 부르는 사람 말은 듣지 않기로 한다.

그는 걷는다.

물살을 뚫고.

국경 순찰대와 보안관보, 구급대원이 둑을 따라 그와 함께 걷는다.

책을 읽는 내내 가장 많이 나온 단어이면서 나를 사로잡은 건 '무릎'과 '국경 순찰대' 이다.

저자가 라이딩을 하고 다니던 곳이 국경에 가까워서그런지, 불법으로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들을 감시하는 국경 순찰대가 계속해서 나타난다.

이민자나 난민에 대한 무분별한 반감이나 편견에 반대하는 그녀는,

미국 이민자/난민 권리 네트워크&인간 권리 연합에 대한 정보를 마지막에 담고 있다.

그런 그녀가 '화이트 파워' 동영상을 자신의 SNS 올렸다가 삭제한 지금의 미국 대통령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 책은 낭만적이지 않다.

책장을 넘기는 내내 저자의 무릎이 말썽이고, 국경 순찰대가 가끔씩 등장하여 평화로운 분위기를 깬다.

그리고 이것이 미국을 횡단하여 자전거를 타는 자들의 현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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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너의 마음이 궁금해 - 하나부터 열까지 궁금한 것 투성이인 우리 아이의 행동
김지은 외 지음 / 북폴리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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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엄마의 양육 효능감이 높아질까요? 여러 연구를 살펴보면, 엄마의 삶에 대한 의미가 명확할수록, 아이에 대한 지식이 많을수록 양육 효능감이 증가합니다. 또 아빠의 양육 참여나 주변 사람들의 도움 역시 엄마의 양육 효능감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p. 30

이 도서는 육아를 하는 어머니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들, 즉, FAQ로 이루어진 도서이다.

그래서 도서의 구성이 매우 단조로울 수 있다.

질문과 답변, 질문 답변 이런 식이다.

그러나 그렇기때문에 자신이 궁금한 것에 대하여 목차를 보고 빠르게 찾아볼 수 있다.

FAQ를 온라인으로 찾으면 자칫 한 번에 보기 힘들 수 있으니 이렇게 책으로 곁에 두었다가 육아 고민이 생길 때마다 그 부분만 펼쳐 보는 것도 좋다.

앞에서부터 뒤에까지 한 번에 쭈~욱 읽을 필요는 없다.

서사적인 소설이 아니라서 어느 페이지를 먼저 펴서 읽어도 전혀 상관이 없다.

콘사이스 백과사전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싶다.


조절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엄마와 아빠가 함께 일관되게 훈육해야 합니다. 훈육을 통해서 조절 능력을 배울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의 구분은 부부가 합의해서 가르쳐야 합니다. 한쪽은 된다고 하고 한쪽에서는 안 된다고 하면 아이는 혼란스러울 뿐 아니라, 뭐가 맞고 뭐가 틀린지 모르게 됩니다.

p. 290

당연하고 당연한데 쉽지 않은 게 바로 엄마와 아빠의 일관된 훈육법이다.

예전에 TV로 다큐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는데,

아이의 말을 잘 들어주고 뭘 원하는지 알아내서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외국인 아빠와 무조건 다그치고 혼내기만 하는 엄마 사이에서

방황하는 초등학생 자녀의 이야기가 나왔다.

서양인이라고 민주적으로 아이의 말을 들어줄 거라고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공공 장소에서 자녀를 무섭게 혼내는 서양인 부모들도 많다.

중요한 건 어떤 훈육법이든 간에 부부간에는 일치해야한다는 것이다.

부부조차도 결혼 전까지 서로 다른 가정에서 다른 교육을 받으면서 살아왔기때문에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자녀라는 공통의 대상을 위하여 많은 시행착오와 대화를 통해 하나의 훈육법을 만들 필요성이 있다.

만약 엄마는 늘 혼내기만하고 아빠는 늘 받아주기만하면 당연히 아이는 아빠에게 더욱 기댈 것이고 엄마를 미워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점차 엄마와 아이의 사이는 멀어지기만 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싱글맘이나 싱글대디가 아닌 이상, 부모라는 울타리가 아이에게 드리워져 있다면 공통된 교육 방식을 마련하도록 하자.


몸은 어른이지만 감정 표현은 어린아이 수준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을 성인아이(adult child)라고 합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어린 시절의 심리적 문제를 가지고 있어, 어린아이 때의 내가 현재의 내 안에 존재해서 좋든, 나쁘든 지금 하는 모든 일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지요. 부모 자신의 미해결된 감정이 현재 자녀와의 관계에서 잘못된 훈육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p. 335

인터넷 상에서만 봐도 성인아이들이 허다하다.

별 거 아닌 일이나 글에 쉽게 화내고 짜증을 내며 악플을 달기 일쑤다.

성인아이들은 아파트 단톡방에도 존재하고 직장에도 존재한다.

사실 이들은 자기 하나를 건사하기에도 힘이 들기에 누굴 키우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아이를 낳지 않는 게 가장 좋지만, 어차피 생긴 아이이고 사랑을 주면서 키우고, 또 잘 키우고 싶다면 자신을 먼저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나의 마음이 엉망인 상태에서 나 아닌 누군가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말도 안 되는 욕심일 뿐이다.

학교에 어떤 여자 아이가 다니고 있다.

머리는 산발이고 늘 조용하며 우울한 표정이다.

나중에 아이의 엄마와 대화해보면 아이보다 엄마가 훨씬 심각한 상태라는 걸 알 수 있다.

아이의 우울증보다 엄마의 우울증 치료가 시급하다.

삶에 대해 늘 불안해하는 자, 내 자신도 믿지 못하겠는 자, 우울하고 모든 게 힘든 자는 자녀를 낳을 생각보다는 내가 행복한 길을 찾는 게 우선이다.




평소 마음과 행동으로 공감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안 되는 이유를 잘 설명하고,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대안 행동을 제시해주는 기본적인 훈육 방법이 바로 아이와의 갈등을 초반에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하는데도 아이의 행동이 정말 이해되지 않고 너무 괴로우면, 두말하지 말고 가까운 전문 기관을 찾아가기 바랍니다. 이것이 오히려 문제를 빨리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됩니다.

p. 343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 있어서 참을성과 인내심은 필수불가결한 덕목이다.

아이의 말을 충분히 경청한 다음 과연 아이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내가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깊게 생각해봐야한다.

아이의 발달관계에 따른 정서, 행동 방식에 대한 지식을 익혀서 이를 실제에 접목해봐야 한다.

여러가지로 교육을 해봐도 안 되면 빨리 인정하고 전문기관에 가야 한다.

내 아이에게 가족 말고 전문적인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우리 아이는 괜찮아요!" 이러면서 애써 무시하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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