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자매
카렌 디온느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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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는 다정하고도 카리스마가 넘치고, 지능과 창의성이 무척 뛰어나며, 교묘하게 상황을 조작할 줄 아는 아이였다.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갑자기 돌변해서 팔을 물어 버리는 아이란 말이다.

p. 051

이 아이는 동정심이 없나. 자기보다 작고 약한 생물에게 품는 공감능력과 호의가 없단 말인가.

p. 095

이 이야기는 사이코패스와 그로 인해 붕괴된 가족에 관한 것이다.

유전자 중 어떤 부분에 결함이 있어서 사이코패스로 태어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천성적으로 그랬고 그 누구도 바꿀 수 없다.

불우한 어린 시절이나 가정 생활로 인해 성격이 바뀐 게 아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한없이 사랑을 주었고 감싸주고 제대로 키우려고 했고 때론 혼도 내보았지만, 달라지는 건 전혀 없다.

타고난 기질을 바꿀 수 있는 건 전혀 없고, 그저 순간적인 진정제만이 잠시 멈추게 할 뿐이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공감 능력이 전무한 몇몇 이들이 떠오른다.

내가 사는 공간 가까이에도 있고, 공부하고 일하는 곳에도 있으며, 겉으로는 멀쩡해보이다가 자세히 알고 지내게 되면 이상한 이도 있다.

우리가 이들에 대해 취할 수 있는 태도는 어떤 것일까?

약물 치료나 시설 입소 등이 가장 좋은 방법인가?

이도 저도 안 되면 역시 모든 이로부터 떼어놓는 시설 입소만이 답이 아닐까?



하지만 나는 경찰에게 말하지 않았다. 남편에게도 영원히 말하지 않을 것이다.

p. 045

부모로서 매우 잘못된 선택이다.

아무리 자녀라고 한들 사이코패스의 행동을 남편에게까지 숨기다니.

나라면 아무리 친한 사람이고 가족이라고해도 바로 신고할 것이다.

내가 숨긴 작은 사실이 결과적으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고, 내게도 영향이 끼칠 수 있다는 걸 모른다는 말인가.


한 순간의 선택으로 이야기는 파국으로 나아가고, 점점 악화될 뿐이다.

그래서 이 소설에는 반전이랄 게 없다.

그저 사이코패스가 어떻게 악행을 계속 저지르는 지, 그리고 가족이나 주변인들이 얼마나 고통받는지를 보여줄 뿐이다.

추리라 할 건 없고, 어두운 분위기의 스릴러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나의 고조할아버지가 지은 별장은 누가 봐도 아주 인상적이었다. 거대한 2층짜리 별장은 고조할아버지가 트럭으로 실어 나른 미송美松으로 만든 것이다. 그래서 이곳의 나무는 한 그루도 베지 않았다. 넓은 자연석 계단과 스테인드글라스를 끼운 창문, 장엄하리 만큼 호화로운 초록색 구리 재질 지붕까지 그야말로 대단했다.

p. 106

만약 이 소설이 영화화된다면 어떤 장면으로 보여질 지 가늠이 되는 부분이다.

음울하면서 웅장한 대별장.

그 곳에서 나름 행복한 생활을 해나가던 주인공.

그러나 다시 찾은 그 곳은 이제 추억으로 미화된 기억들을 소환한다.

모든 게 내 잘못인 줄로만 알았던 그 때. 그 순간.

어느 곳부터 잘못되었고 기억이 변질되기 시작했는지 깨닫게 된다.



방 저쪽에 앉은 어떤 여자가 열심히 책을 읽는 척하면서 가끔 고개를 들고 비난하는 눈초리로 나와 트레버를 번갈아 보았다. 그러다 마지막에는 나를 칼로 찔러 죽일 것 같은 눈빛을 보냈다. 그 눈빛을 받자 생각보다 기분이 더 좋아졌다.

p. 019

시종일관 우울할 것만 같은 줄거리 속에 작게나마 로맨스가 숨어 있다.

이성을 마음 속으로 몰래 존재한다거나 서로 썸을 타는 건데, 엄청 두근두근하진 않다.

양적인 측면에서 그만큼 적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둘에게 있어 과연 해피엔딩이라는 게 있을 수 있을까?' 라는 작은 기대를 품게 한다.

해피엔딩인지 새드엔딩인지는 각자 책에서 확인 할 수 있다.




COVID-19 상황은 당국이나 국민의 바람과는 다르게 다시 안 좋아지고있다.

이제 놀러갈 곳도 없고 모임을 가질 일도 없다.

장마는 끝났지만 우리 마음 속 장마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집에 틀어박혀 스릴러소설 한 편을 읽으며 마음을 달래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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