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떡하죠, 마흔입니다 - 흔들리지 않는 삶을 위한 마음철학 수업
키어런 세티야 지음, 김광수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워즈워스의 시 중에서도 특히 밀을 사로잡은 것은 [송시(頌詩) : 유년 시절의 기억에서 불멸의 암시] 라는 작품이었다. 

밀은 워즈워스의 경험을 자신과 비교하기도 했다. "그 역시 유년 시절의 기쁨이 가져다주는 생생한 첫 느낌이 지속될수는 없다고 느꼈다. 

그러나(...) 그는 그 보상을 추구했고 결국은 찾아냈다. 그리고 동일한 방식으로 지금 내게 그 보상을 찾도록 가르치고 있다.


p. 69

 


어린 아이들은 작은 일에 기쁨과 만족감을 느끼고 자주 웃는다.

반면, 20대를 지나면서부터 세상에 대한 회의감이 늘어만가고 비판적 의식이 쌓이면서 쉽사리 웃지 못한다.

 TV에서 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일부러 봐야 겨우 웃는 정도이다.


그렇다면 중년이 된 당신은 세상 만사가 다 귀찮은 모양새로 하루 하루 하릴없이 보낼 것인가?

여든이 되어 그리워 할 마흔이라는 나이에 아직 즐길 수 있는 인생과 그 밖의 모든 것들을 무가치한 것으로 치부할 것인가?


저자 키어런 세티야는 시인, 사상가 등 역사 전반에 걸친 다양한 유명인들에 대한 언급과 그들의 인용구를 들어

중년의위기를 극복할 철학을 제시하려고 한다.

읽다보면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철학서이다.

일반적인 자기계발서가 "~해라." 라고 정확하게 명시하는 반면, 

[어떡하죠, 마흔입니다] 에서는 역사를 돌아봤을 때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했고 이렇게 행동했다더라.' 라는 예시를 제시한다.


웃음을 잃어버린 중년의 당신이여.

어린 시절의 생생한 첫 느낌을 다시금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도록 하여라.

아직 해보지 못한, 보지 못한,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 많이 있다.

아직 많이 남은 생애의 나머지 기간동안 다양한 첫 경험을 하도록 하자.

 





"후회한 것을 후회하고, 이루지 못한 욕망이 없기를 바랄지언정 결국 나는 완벽하게 충족될 수 있는 욕망을 선택할 수는 없다.

 상실감은 현실이다. 상실감은 사라지기를 바랄 게 아니라 인정해야 하는 대상이다." 당신의 상실감은 삶의 잉여에 대해 마땅히

 지불해야 할 대가로서 받아들여야 한다. 


p. 103

 


인간은 끊임없이 바라고 추구하는 존재이다.

무언가를 이루고 난 다음에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은 채, 다음을, 더 높은 어딘가를 찾아가려고 한다.

나는 이러이러한 평수의 넓은 집에서 살고 싶고, 나의 몸무게는 이 정도면 좋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충족되지 못한 욕망은 상실감으로 이어지고 나아가서는 깊은 좌절이나 우울로 이어질 수 있다.


욕망을 조절하고 제어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상실감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원하는 수준에 턱없이 모자라서 상실감에 빠졌을 지언정,

나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을 하는 등 태도의 전환이 필요하다.


나는 모나X, 베지X 등 이름이 알려진 기업의 회장이나 사장, 

혹은 대학 교수나 외교관 부모님 밑에서 태어난 아이가 아니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나의 사촌 동생은 부모 잘 만나서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외국에서 편안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터무니없는 욕망 상태에 빠지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현실을 인정하고 상실감을 최소화시킨다.

바꾸거나 이루기 힘든 것에 대한 욕망이나 집착으로 삶을 더 피폐하게 만들면 안 된다.


더군다나 중년이란 그런 것이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울거나 짜증내는 아이들과는 달라야 한다.

 





후회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망각 수단을 유지해야 한다.


p. 162

 


인생을 살아오며 무엇이 가장 후회되는가에 관한 인터넷 여론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순위권에는 '그 때 그 이성을 잡지 못한 것',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것', '부모님께 효도하지 못한 것' 등이

연령대를 가리지않고 랭크되어 있었다.

인생을 반추하며 살아가는 것도 자기계발을 위한 한가지 방법이겠지만,

그렇다고해서 후회에 파묻혀 살아가는 건 온당하지 않다.


'그 때 이렇게 할 걸.' 이라거나 ' 그 때 그걸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와 같은 자조 섞인 후회는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분 나쁜 경험이라든가 계속 기억하게되면 후회로 변할 수 있는 사건과 같은 일들은 때론 잊어버리는 게 좋다.

망각이라는 거, 내가 꽤 잘 하는 것들 중 하나이다.

초등학생 때 너무나도 창피했던 기억이 어느 순간 떠올라 놀랄 때가 있다.

그만큼 오랜 세월동안 무의식적으로 잊고 살아왔다는 증거이다.


기분 좋고 즐거웠던 기억은 추억으로 내내 간직하고 억울하고 분했던 기억은 잊는 연습을 해보자.

나를 위한 방어기제로 선택적 기억과 망각을 사용해봤는데 효과가 좋다.

이미 엎질러져 돌이킬 수 없는 것에 대한 후회보다는 나의 발전을 위해 현재와 미래를 보는 게 낫다.

 





우리는 수명도 인간적인 수준에서 바라야 함을 잘 알며,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든 사랑받던 사람이 당신이든, 

죽음이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받아들이는 과정이 있다는 것도 잘 안다. 지금 느끼는 것은 불가능할지 몰라도, 부모나 친구의 

죽음을 겪어 보면 떠나보내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당신이나 나나 언젠가는 우리 자신을 떠나보내야 하듯이 말이다. 그것이 

지금 당장 가능하다면 훨씬 나을 것이다.


p. 194-195

 


중년이 되지 않아도 죽음에 대한 공포는 누구나 한 번쯤 가져보게 될 것이다.

사후 세계나 환생에 대한 믿음이 없는 나로서는 죽음 이후 無가 되는 것에 대한 공포가 언제나 있다.

이는 여태껏 가족이나 친구 등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겪어보지 못한 까닭도 있다.

하물며 인생의 절반쯤 달려온 중년이 된 이들에게는 오죽할까.

여지껏 살아온 날들이 성장과 환희의 나날이었다면, 앞으로 살아갈 날들은 퇴보와 죽음으로 가는 단계로 여겨진다.


어차피 삶에서 한 번은 누구나 겪어야 할 죽음이라면, 불멸의 생이 개발되지 않았다면, 

집착을 버리고 무덤덤한 자세로 받아들이도록 한다.

남의 죽음이든 나의 죽음이든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슬퍼하거나 힘들어하지 말고, 

죽음의 그늘 대신 삶의 볕 아래에서 지금 최선을 다하자.

교통사고든 질병이든 아니면 어떤 이유든지간에 내일 이 시간에 내가 살아있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후회나 두려움이나 집착이 아닌,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가짐이다.

일하고 돈벌고 운동하고 친구들과 만나고 놀고 가족과 식사하는 순간 순간이 영원이 되도록 노력한다.

 





마음을 바라보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미완료형 활동의 가치를 -일이 끝났다고 해서 고갈되지 않고 미래를 위해 양보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실현되는 가치를- 인식해야 한다. 현재의 후광 속에서 사는 것이, 삶이 되풀이되고 허무하다는 느낌과 이탈과 좌절의

 느낌과 나아가 당신의 중년의 위기까지 녹여 내는 방법이다.


p. 238-239

 


YOLO

Carpe Diem

모두 같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가 아무리 과거를 통해 이 자리에 왔고, 또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있다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이다.


두 번 다시 되풀이되지 않을 '지금' 을 위하여 무엇이든 시도해보도록 한다.

그게 악기 연습이든 서핑 강습이든 회화 스터디든 중요하지 않다.

마흔이라는 나이에 쳇바퀴 도는 삶이 지겹다고 느끼는 중년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면 현재를 소중히 여기고, 

나와 주변 모든 것들을 애틋한 시선으로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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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그림 하나 - 오늘을 그리며 내일을 생각해
529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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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책, 필기구, 따뜻한 영화, 따뜻한 말 한마디, 그림을 좋아하는 529.
그녀가 지난 1년간 매일 쓴 일기가 마치 캘린더처럼 이루어진 청춘 공감 에세이.
529의 그림일기를 읽고 보다보면 소확행이 뭔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중에서 나 역시 공감한 부분의 일기만 뽑아보려 한다.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스틸 컷에 빠져 오래된 영화를 찾아보았다. 영상의 색감도, 여자 주인공도, 배경에 깔린 음악도 모두 사랑스럽고 좋아서 당분간 오래된 영화를 찾아보는 일에 몰두할 것 같다.

p. 21

그림이 힘들어질 때 가끔 생각나는 <허니와 클로버>. 그리고 만드는 일에 몰입해 있는 사람들을 보다 보면 너무 즐거워보이고 괜히 나까지 두근거려서 '그래, 그림을 그리자.'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 너무 뻔한 사람인 걸까?

p. 269




다는 아니지만 529가 좋아하는 영화와 내가 좋아하는 영화가 하나 겹친다.
아오이 유우 주연의 만화 원작 [허니와 클로버].
아오이 유우가 심하게 예쁘고, 장면 장면이 서정적이라서 영화를 보다가 어느 장면을 캡쳐해도 아름답다.
만화책으로도 보았건만 역시나 영화가 더 좋다.
그녀의 외모, 여리여리한 몸매, 패션, 모든 것이 다 좋다.

가끔 미드를 보면 일주일 중 하루를 골라 흑백영화 보는 날로 정하는 모습이 나온다.
나에게 그런 날은 없지만, 옛날 영화가 생각나는 날이 있다.
아주 옛날은 아니더라도 내게는 과거인 [프린세스 다이어리] 와 [메리 포핀스] 가 그렇다.
특별한 기념일, 호텔을 잡고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보는 건 정말이지 청춘의 소확행이다.

작업을 끝내고 따끈한 수프를 끓였다. 늦은 밤,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듣기 좋아, 한참을 불 앞에 앉아 조용히 그 소리를 들었다.

p. 70
아주 맛있다는 빵을 선물 받아 손에 쥐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대로 가방에 넣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를 마시며 빌려 온 책을 읽을 때, 청소를 할 때까지 계속 빵에 눈이 가도 참은 건 작업할 때 먹겠다고 스스로와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리며 먹은 빵은 정말 듣던 대로 맛있었지만 한편으론 오래 오래 기다렸다가 먹어서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p. 214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먹는 건 소확행 정도를 넘어서서 대단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수프 장면을 보자마자 캐나다 원작의 일본 애니메이션 [빨간 머리 앤] 이 생각난다.
초등학생 때 앤에게 나 자신을 감정이입하여 푹~ 빠진 상태였기 때문에,
종종 인스턴트 수프를 사서 할머니께 조리해달라고 부탁하곤 했다.
별 재료를 넣은 것도 아니건만 전용 수저로 수프를 먹으면서 내가 앤이 된 기분을 느끼곤 했다.

그런가하면 나는 자타가 인정하는 빵순이이기도 하다.
몸매 관리를 시작하고 10년 넘게 빵을 멀리하긴 하지만, 아직도 1년에 한 두번 정도는 빵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힘들다.
주로 샌드위치나 호밀빵 등 건강과 칼로리를 고려하여 선택하곤 하지만,
만약 내가 살찌는 것과는 거리가 먼 몸매를 가졌다면 언제나 치즈가 들어간 빵, 블루베리가 넘쳐 흐르는 타르트를 고를 것이다.
어째서 맛있는 건 칼로리가 높고 살찌게 하는지 모르겠다.
빵은 신이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 아닐까.

 
행복은 따뜻한 강아지야!
- 영화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 중에서

p. 48
아주, 아주 사랑하는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아 여기저기 입을 맞추고 몇 번이고 안아 줬다. 내가 너로 인해 행복한 만큼, 너도 행복했으면 좋겠어.

p. 357




청춘 공감 에세이 [하루 그림 하나] 에서 저자인 529는 자신의 강아지 '도도' 를 곳곳에 그려두었다.
나도 댕댕이를 애정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진돗개를 보기 위해 일부러 멀고 먼 진도까지 렌터카를 타고 갔으며, 풍산개를 보려고 버스와 택시를 갈아타고 안성에 갔고,
동경이를 보러 경주에 다시 방문했다.
지방, 특히 시골에 갈 때면 길가나 농가에 강아지가 없나 늘 두리번거리곤 한다.
집 근처에서 산책 가는 강아지들을 보면 언제나 멈춰서서 바라본다.
그렇게 강아지를 좋아하지만 책임 지고 키울 형편이 아니라서 보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대신 나에게는 토끼인형 '헤니' 가 있다.
어릴 적부터 내 손에는 토끼인형이 한 마리씩 있었는데, 엄밀히 말하면 헤니는 4대 토끼인형 정도에 속한다.
20살 때 처음 만난 헤니는 여지껏 내 최고의 친구이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다.
잘 때도 같이 자고, 멀리 여행 갈 때면 데리고 간다.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헤니에게 이거저거 얘기해주고, 불안한 일이 있을 땐 응원을 구한다.
소녀와 토끼인형이라는 이미지는 많은 일러스트레이션에서 나타나는데, 그러한 그림을 볼 때마다 공감하곤 한다.

동생이 기타를 배우면서 제법 척척 코드를 잡는 모습을 보니 나도 다시 기타를 쳐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p. 279
"세계는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사람은 그 책을 한 쪽밖에 읽지 못한 셈이다."
- 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

p. 343
캐럴 앨범을 들으며 그림을 수정하고 있다. 배경에 마지막으로 눈송이를 그려 넣으며 올해 크리스마스엔 눈이 올지 궁금해졌다.

p. 366




그 밖에 내가 좋아하는 건 529처럼 기타는 아니지만 피아노와, 여행과, 크리스마스이다.
6살 때 처음 접한 피아노를 중2때까지 배웠고, 성인이 되어서는 클래식 대신 재즈 피아노와 코드를 배우게 되었다.
재즈 피아노에 있어서는 아직 초보 수준이기에 언제고 다시 배울 준비가 되어있다.
길을 걷다가 학원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선율, 아파트 윗집에서 치는 피아노 소리를 좋아한다.
다시 잘 치고 싶다.

독서와 여행은 나를 넓혀가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들이다.
독서를 저비용 고효율이라고 한다면, 여행은 고비용이지만 극대화된 효과라고 할 수 있다.
국내든 국외든 내가 살아온 환경을 한 번이라도 벗어난다면 이제껏 알아왔던 세상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
나의 주장이 진리가 아닌 하나의 의견으로 여겨질 것이며, 조금 더 관용적인 태도로 사람들을 대할 수 있을 것이다.
돈이 없을 지라도 여행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1년 중 가장 좋아하는 날은 크리스마스, 그 다음은 할로윈, 그리고 12/31, 생일, 기념일, 연휴 등이 있다.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사랑한다.
새빨간 코트와 입김이 나오는 쌀쌀한 날씨와 선물과 산타클로스, 특선 영화와 장식과 캐롤을 좋아한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서양에 대해 부러운 점 한가지가 있다면 바로 크리스마스이다.
카톨릭 문화가 바탕이 된 서양 국가들은 12월이 되면 마을, 도시 전체가 크리스마스 분위기이다.
언젠가 크리스마스를 유럽에서 보내길 희망한다.


시간에 따른 날씨와 배경, 옷의 변화에서 1년을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그림일기 [하루 그림 하나].
처음 표지와 제목을 접하고는 내가 매일 그림일기를 그리고 쓰는 컬러링 북인 줄 알았다.
12월 31일까지 다 읽은 지금은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본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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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히 살고 싶어 - 마음속 때를 벗기는 마음 클리닝 에세이
가오리.유카리 지음, 박선형 옮김, 하라다 스스무 감수 / 북폴리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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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왜 스스에게는 '화' 가 생겼을까요.
사실 이것은 '마음 안경'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스스가 화가 난 원인이 '마음 안경' 에 있기 때문이지요.

p. 41




우울증과 심리 치료를 위한 에세이 [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히 살고 싶어] 는 
책 한권 전체가 긍정적인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만들어내려는 마음안경을 닦는 가게이다.
모든 잘못이나 화의 원인을 외부 상황에만 돌리면 결코 해결 할 수가 없으니,
원인을 내 자신, 정확히 말하자면 내 마음에 돌리고, 마음안경을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아서 화를 없애자고 말한다.

교육 심리학에서도 배운 바 있다.
모두 "내 탓이오." 라고 생각하고 심신을 다스리면 문제를 해결할 발판을 만들 수 있지만,
'저 사람 때문에 내가 힘든 거야.' , '상황이 그래서 어쩔 수 없는 거야.' 라는 생각으로
원인을 내가 아닌 다른 무언가에 돌리면 문제를 근본적으로 처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내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나의 마음을 다스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바로 이 때, 심리학이 등장하고 임상심리사가 나타난다.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분노를 다스리고 나의 마음이 편해질 수 있는지,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알려주는 에세이가 [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히 살고 싶어] 이다.

화를 냈던 스스는
"아이디어를 생각하니까 그렇죠.
그런 때는 주변이 조용하지 않으면
집중하지 못하니까요.
그러니까 당연히 화가 나죠!"

p. 50




똑같은 공사장 소음에 대해서 한 명은 화를 내지만, 다른 한 명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소리일 뿐이다.
그렇다면 화를 낸 이가 잘못하고 있는 것일까?
마음안경에 많은 때가 끼어서 긍정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나의 의견은 이렇다.
사람마다 타고난 성격이 다르듯이 소리나 소음에 대해 반응하는 정도도 천차만별이다.
어떤 일에 대한 집중력도 마찬가지다.

나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공사장 소음 정도는 쉽게 견딜 수 있어서, 6개월 정도 공사 소리를 들으면서 공부한 적도 있다.
집중력도 높은 편이어서 옆에 있는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숙제를 할 수 있고, TV 소리가 시끄럽게 들리는 집에서도 공부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내가 마음안경을 잘 닦아서 깨끗이 상황을 바라보고 있기에 가능한 일일까?
그렇지않다고 본다.
그저 나의 공사장 소음에 대한 인내이며 본래 지닌 집중력일 뿐이다.

공사장의 소음과는 달리, 버스 안에서 높은 톤으로 시끄럽게 전화하는 여성의 목소리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해서 그녀에게 화를 내지는 않는게, 화를 못 내서 그런 게 아니라
그저 끼어들고 싶지 않으며 일을 크게 벌리고 싶지 않아서 이다.
이미 기분은 나빠진 상태이며, 울분이 쌓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이 '묵은 때'의 정체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점점 옭아매는
집착 혹은 신념입니다. 단순한 집착이 아닌
'자신', '타인', '상황이나 환경'으로 인해 생기는
절대적이면서 독단적인 집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p. 75




독단전 사고, 즉, 집착은 매우 무서운 것으로, 누구나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다.
나 또한 가지고 있어서 '사람은 절대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돼.' 라는 생각으로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최대한 노력하며, 행여나 내가 피해를 입게 되면 끔찍히 싫어한다.
이런 나의 태도를 바꾸고 융통성있는 마음을 가지려고 하는데, 결코 쉽지 않다.

마음의 묵은때는 자신이 살아온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요새는 자신이 접한 제한적인 정보와도 관련이 있다.
다시 말해서, 내가 보고 듣고 경험한 것만을 옳은 사실이자 진리로 여겨,
누군가가 이에 반하는 얘기를 하면 반박하거나, 심한 경우 화를 내고 말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때로는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말을 잘 들어주고, '그럴 수도 있겠다.' 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유연한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들로, 슬픈 사실은 본래부터 지닌 품성이 그렇다고 할 수 있겠다.
아니면, 부모의 양육 방식에 의해 영향 받은 것일 수도 있다.
결국 모든 건 가정에서부터 비롯한다.

그렇다고 모든 걸 포기하고 내 의견만 주장하는 사람으로 평생을 살아갈 수는 없으니, 해결방안을 모색할 시간이다.
사고의 시야를 넓히고 '나와 다른 낢' 을 받아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음안경을 닦기 위해 다른 문화권으로 떠나면 된다.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이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로 떠나서 그 곳의 모든 걸 경험하고나면
그동안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 로 살아왔는지 깨닫게 된다.
한 편,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리지만 꾸준히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독서가 있다.
다른 이들의 정신 세계와 경험을 공유하여 내 마음의 벽을 깨부수는 것이다.


낙인을 찍는다.

자신이나 타인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그렇다고 단정 짓는다.

p. 142




누군가에게 선입견을 갖는다는 건 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첫만남으로 제거하기 어려운 인상이 생기기 마련이다.
어느 영화에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람에 대한 감정은 3초 이내에 결정된다." 는 말.
그게 사랑이든 미움이든 어느 정도는 들어맞는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인상이 사나워보이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별로 호감을 갖지 않고 있다가, 알고 보니 호탕한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그런데 여전히 말투는 차가운 말투 그대로 성격만 호탕할 뿐이다.
 이 경우, 그 사람이 내게 준 인상이 아주 틀리지는 않은 게 된다.
낙인을 찍는다기보다는 내게 온 느낌이자 인상일 뿐이고, 낙인은 사람의 행동이 반복됨에따라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것이다.

누군가가 회사에서 병가를 낼 때 늘 금요일이나 월요일만 고른다.
그러면 그 사람이 진짜 아프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놀고 싶어서 어딘가로 휴가 가려고 토,일요일과 앞뒤로 있는 날을 골랐다고 생각할까.
대개는 전자일 거라고 확신할 수 있다.
이럴 때 내가 그 자에 대한 낙인을 찍은 게 아니라, 그 자가 그럴 만한 행동을 해 온 거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부러운 사람들은 타고나길 걱정이나 고민 따위는 없고 모든 걸 깊게 생각하지 않는 부류이다.
내가 그렇게 될 수 없다면, 적어도 나에게 좋은 쪽, 내가 행복한 쪽으로 마음을 바꾸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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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라이즈 아르테 미스터리 16
T. M. 로건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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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인 나보다는 그녀의 월급이 더 많았고 자기 일을 좋아했으며 그것도 무척 잘해냈다. 우리는 퍼즐 조각이 하나로 맞춰지듯 완벽한 짝을 이뤘다.
우리는 서로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p. 39

왜 거짓말을 하는 거지? 그러나 생각해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나를 보호하려는 거다.

p. 77



독립적인 아내 멀과 육아을 하면서 교사 일을 하는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는 남편 조셉.
이제 남편이 벌어다주는 돈으로 가정을 꾸려나가는 아내라는 프레임은 옛말.
대개가 맞벌이 가정이거나 둘 중 누가 돈을 더 벌더라도 신경쓰지 않는다.
과연... 그럴까?
육아에만 올인하는 남편을 선호하는 여성들이 있다는 말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돈 잘 버는 남편을 원하는 여성도 있다.
그런가하면 자신보다 직장에서의 성과나 월급이 높은 아내와 함께 산다는 사실을 꺼려하는 남성도 있다.
여전히 사회적으로 용인되거나 그렇지않은 분위기는 존재하고 있고, 많은 이들이 이 분위기에 휩쓸린다.

스릴러 소설 [리얼 라이즈] 에서 아내로 등장하는 멀은 어떨까?
그녀와 남편의 사이는 아무 문제 없는 듯 보인다.
둘은 너무 평온하다 싶을 정도로 '평범하게' 잘 살고 있다.
요즘 세상엔 평범하게 중간만 가는 것도 힘드니 말이다.
문제는 부부 둘 중 어느 하나는 이 상황에 대해 만족하고, 다른 하나는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삐그덕대고있는 작은 균열을 그 한 명은 발견하지 못한다.
커다란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끝까지 아내가 자신을 보호하기위해 거짓말을 한다, 혹은 거짓말을 할 리가 없다고 믿는 조셉의 모습은 안쓰러울 정도이다.
이미 한 번 바람 핀 게 들켜 버리면 그걸로 끝이다.
그 자체로도 거짓말인데, 앞으로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말을 믿다니.

 

 

 

 멀의 삼성폰 설정으로 들어가 블루투스 기능을 켜놓았다. 내 전화기에도. 이제 두 전화기가 2~3미터 이내에 있으면 연결될 것이다.

p. 279

전화기 안에는 10여 개의 앱이 깔려 있었다. 대부분 낯이 있지만 하나가 이상했다.

p. 411



10년 전부터인가 스릴러소설에 SNS와 휴대폰이 주요한 수색 수단이자 교란 수단으로 등장하고 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블로그, 트위터를 비롯한 SNS와 아이폰, 아이패드 등은
상대방의 의중이나 상태를 알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되었다.
내일 개봉할 영화 [서치] 에서도 아버지는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딸아이의 SNS를 수시로 들여다보고,
그간 자신의 눈이 가려져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2대의 아이폰과 1대의 삼성폰.
이 중 아이폰 두 대는 직장용과 개인용이고, 삼성폰은 불륜용 비밀 폰이다.
[미션 임파서블] 과 같은 영화에서 톰 크루즈가 했을 법한 정보 옮기기는 이제 블루투스로 손쉽게 할 수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연동하여 이메일과 문자 메세지를 읽을 수도 있다.

전여친이나 전남친의 흔적을 찾기 위해 페이스북 친구를 추적한다든가 인스타그램에서 연락처를 연동하는 것처럼,
조셉은 자신의 아내와 불륜 관계로 의심되는 벤을 찾기위해 페이스북을 살펴본다.
물론 그 전에 벤에 의해 페이스북을 해킹 당하고 자신이 올리지도 않은 게시물로 곤욕을 치르긴 하지만 말이다.
이는 나 또한 몇 년 전 인스타그램에서 해킹을 당한 일이 있기에 몸서리가 쳐지는 대목이었다.
해커와 내가 동시에 인스타 계정에 우연히 접속한 상태에서
그/그녀가 음란 사진을 게시하면 난 지우고를 반복하다가 지쳐서는 결국 계정을 폭파, 탈퇴하고, 새로운 계정을 만들었다.
나의 추억인 사진 수천 장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이제는 이중보안을 설정하여 다소 귀찮더라도 다른 장치에서의 로그인을 피하고 있다.

 

 

 

 수년 동안 외우고 있는, 내 번호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 번호였다.

p. 305



점점 아내에 대한 신뢰가 깨져가는 상태에서 그녀의 폰 번호를 외우고 있는 남편 조셉을 보면 매우 안타깝다.
스릴러소설 [리얼 라이즈] 전체에 걸쳐서 가장 사랑이 묻어나는 아련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많이 밉고 이제는 단 한마디조차 믿지 못하겠는 아내이지만, 그래도 10년간 쌓아온 사랑이 여전히 가슴 한 켠에 존재한다.
이를 아내의 폰 번호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닐까.

나의 남자친구가 내게 종종 말하곤 한다.
이젠 자신의 폰 번호보다 내 번호를 더 잘 기억해서, 어딜 가면 자기도 모르게 내 번호를 말하고 있다고.
약간 웃기지만 한 편으로는 사랑스럽다고 느껴진다.
나보다 나의 번호와 내가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동물과 사소한 습관을 더 잘 알고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소설의 결말은 예상을 하든 안 하든 보기좋게 비켜간다.
마치 어떤 가수의 뮤직비디오 마지막 장면을 보고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는데, 그와 비슷하다.
할 수 있는 말은 거짓말을 하고자하면, 그리고 그게 여자라면 남성으로선 속지 않기가 힘들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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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당나귀 현대지성 클래식 22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 지음, 장 드 보쉐르 그림, 송병선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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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전에 이 모든 것을 보고 있는 태양을 두고 맹세하는데, 내가 하는 말은 틀림없으며 검증된 것이오.
p. 13

고전소설이자 인류 최초의 장편소설인 [황금당나귀] 를 한 마디로 보여주는 구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세계 최초의 액자소설이자, 그리스로마신화가 녹아든 라틴어 소설인 [황금당나귀] 는
"누군가가 이랬다더라." 라는 말을 전해 듣고 1인칭 화자가 독자에게 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문자나 인쇄술이 발달하기 전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즉 구전으로 전파되곤 했다.
그 과정에서 과감이 들어가서 일부는 새롭게 각색되고 또 일부는 허위로 바뀌거나 아예 다른 이야기로 변모하기도 했다.

"내가 하는 말은 틀림없으며 검증된 것이오."
누가 어떻게 어떠한 방식으로 검증했다는 말인지 그 자리에 있던 자들도, 그리고 읽고 있는 독자들도 확인할 수 없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신화와 인간의 속세가 뒤섞인 스펙타클한 이야기를 들을 뿐이다.
고전소설이자 장편소설인 [황금당나귀] 만의 아이덴티티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누군가가 하는 말을 100% 신뢰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다.
심지어 나의 가족이, 아니 내 자신이 하는 말조차도, 더군다나 그게 기억에 의존한 것이라면 믿을 수가 없다.
기억에는 언제나 왜곡이라는 짓궃은 존재가 개입될 수 있기에 마냥 믿을 수만은 없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 전반에 깔려 있는 '가짜 뉴스' 가 떠올랐다.
지금은 인터넷, 유튜브, 카카오톡(특정 나이대를 대상으로 한) 을 중심으로 퍼지는 가짜 뉴스에서는
"내 말이 진리고 진짜다." 라든가, "다른 건 다 필요없고 우리 언론사에서 내보내는 기사만 보고 믿어라." 식의 메세지가 나오는데, 
많은 대중이 진위를 파악하지 못하고 만다

그러자 그녀는 나를 마음 깊이 동정하면서 공짜로 푸짐한 저녁 식사를 대접했어. 그러고 나서 그녀는 열정의 노예가 되어 나를 자기 침대로 끌고 갔네. p. 17


주인은 정직하고 순결한 자기 아내를 다른 방에 가두어 두고, 그 청년과 함께 잠자리에 들어 타락한 첫날밤을 보내며 한껏 즐겼다.
p. 290


너는 아마도 이것을 근친상간이라고 말할지도 몰라.
p. 312



만일 그녀가 이 여자와 같다면, 그녀는 자기의 애정을 황소에게 모두 바쳤을 테고, 그 결과 미노타우로스를 낳았을 것이 틀림없었다.
p. 331




그리스로마신화를 읽다보면 성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생각해보면 고귀해야 할 신과 그들이 등장하는 신화에서
속세의 인간들의 것으로 여겨지는 방탕함과 음란함이 등장한다는 건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신화조차도 인간이 믿고 만들어 낸 유물에 불과하기때문에 사람들의 사상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고전소설 [황금당나귀]의 저자가 살던 당시의 상황과 그가 알고 있던 그리스로마신화가 접목되어 
여성, 육체적 아름다움을 위주로 육체적 쾌락이 소설 속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간음, 불륜, 동성애, 근친상간, 그리고 심지어 수간까지 역사 전반에 걸쳐서 대개의 문화권에서 금기시하는 일들이
이 소설이 쓰여질 당시에도 이슈화 되었을 테지만, 동시에 사회 전반에 알게 모르게 퍼져 있었다고 추측 할 수도 있겠다.

놀라운 건 성의 위계 관계에서는 남녀를 불문하지 않는다는 건데, 
오늘날의 미투 운동이 대개는 여성들이 피해자로 나타나는 것에 비하여, 
장편소설 [황금당나귀] 에서는 마녀라고 불리는 안주인, 계모, 여인숙 주인 등은 모두 여성이며, 이들은 가해자의 입장에 있다.
(물론, 남성 쪽에서도 관계를 원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이 중, 여인숙 주인이 남성에게 관계를 강요하는 장면은,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 스페인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투숙객으로 온 청년을 감금하고 성폭행한 
숙소 주인(엄밀히 말하면 그/그녀는 성전환자였다.)을 떠올리게 한다. 




저기서 씨앗을 가려내고, 곡식 종류별로 분리해 놓도록 해.
p. 180



개미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자랑하듯이 곡식더미에서 낱알을 하나씩 분리했다.
p. 181



독수리는 쿠피도가 카타미투스를 하늘로 데려가도록 도와준 것을 떠올리면서, 피로에 지친 쿠피도의 아내를 도와주어 자기가 입었던 은혜에 보답하고 싶었다.
p. 184




이솝 우화를 읽다보면 소소한 생활의 지혜를 얻게 된다.
고전소설 [황금당나귀] 를 읽다보면 우리가 흔히 아는 것들의 기원을 생각해보게 된다.
그렇다고해서 무조건 이 소설을 바탕으로 그것들이 왔다고 말 할 수도 없고, 애초에 이 소설이 기원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래도 과거와 현재의 공통점을 발견하는 기쁨을 무시할 순 없다.

인용한 위의 세 구절을 보다보면 떠오르는 이야기 두 개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서양의 [신데렐라] 이고, 다른 하나는 동양이자 우리나라의 [콩쥐팥쥐] 이다.
마녀나 계모, 아니면 강력한 마법의 힘을 가진 신으로부터 
선한 주인공 - [황금당나귀] 의 경우에는 프쉬케에 해당한다. - 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나타나는 건 다름아닌 동물이다.
가끔 탑(tower)과 같은 무생물이 말을 하며 도와주기도 한다.
[신데렐라] 에서는 쥐, 새 등이 그랬으며, [콩쥐팥쥐] 에서는 두꺼비, 참새, 황소 등이 그러했다.
그림형제 원작의 소설 [The Shoe Maker and the Elves] 에서 밤마다 구두장이를 도와주는 건 요정들이지만, 
이들 역시 사람은 아니기에 다른 이야기들에서 도움을 주는 역할로 나타나는 동물과 의미하는 바가 같다고 할 수 있다.




낮에 꾸는 꿈은 거짓이고, 밤에 꾸는 꿈은 대부분 반대의 사건을 예고하는 거야.
p. 130



남의 말을 옮기기 좋아하는 이 수다쟁이 새는 이런 말들을 베누스의 귀에 속삭이며 아들의 명성이 추락하고 있다고 평해 주었다.
p. 166




읽자마자 꽤나 친숙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도 "꿈은 반대야." 라는 말을 종종 하며 위안을 삼는다.
내가 죽는 꿈을 꾸면 좋은 일이 생길 징조이니 반대로 좋게 해석하면 된다고 말한다.
라틴어를 사용했던 그 시절의 사람들도 꿈에 관해선 지금과 별반 다를 게 없었나보다.

한 편, ' 이 수다쟁이 새' 라는 부분에서 가장 먼저 뇌리를 스치는 단어는 사회적 연계망(SNS)으로 유명한 트위터twitter이다.
'Tweet' 이라는 단어는 '(새가) 짹짹 하고 우는 소리' 를 뜻하고, 
따라서 트위터에서는 새가 지저귀면서 서로 대화하듯 사람들이 짧은 글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댓글로 소통을 한다.

영미권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A little bird told me." 라는 대사를 들을 수 있다.
우리말로 해석하자면 "어디서 들었어.", "누가 그러더라." 라는 뜻으로, 
누가 말했는지 알 수 없거나 중요하지 않지만, 아무튼 그런 소문을 들었다는 걸 의미한다.
옛 사람들도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면 여기 저기로 말이 퍼진다고 파악했나보다.
우리 속담에도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가 있지 않은가.






우리가 세상을 조금 더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는 방안 중 가장 쉽고 간편하면서 돈이 적게 드는 게 독서라고 생각한다.
현대소설도 물론 좋지만, 선인의 현안을 알 수 있는 고전소설을 가끔씩 읽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래서 장편소설 [황금당나귀 The Golden Ass] 를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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