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그림 하나 - 오늘을 그리며 내일을 생각해
529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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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책, 필기구, 따뜻한 영화, 따뜻한 말 한마디, 그림을 좋아하는 529.
그녀가 지난 1년간 매일 쓴 일기가 마치 캘린더처럼 이루어진 청춘 공감 에세이.
529의 그림일기를 읽고 보다보면 소확행이 뭔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중에서 나 역시 공감한 부분의 일기만 뽑아보려 한다.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스틸 컷에 빠져 오래된 영화를 찾아보았다. 영상의 색감도, 여자 주인공도, 배경에 깔린 음악도 모두 사랑스럽고 좋아서 당분간 오래된 영화를 찾아보는 일에 몰두할 것 같다.

p. 21

그림이 힘들어질 때 가끔 생각나는 <허니와 클로버>. 그리고 만드는 일에 몰입해 있는 사람들을 보다 보면 너무 즐거워보이고 괜히 나까지 두근거려서 '그래, 그림을 그리자.'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 너무 뻔한 사람인 걸까?

p. 269




다는 아니지만 529가 좋아하는 영화와 내가 좋아하는 영화가 하나 겹친다.
아오이 유우 주연의 만화 원작 [허니와 클로버].
아오이 유우가 심하게 예쁘고, 장면 장면이 서정적이라서 영화를 보다가 어느 장면을 캡쳐해도 아름답다.
만화책으로도 보았건만 역시나 영화가 더 좋다.
그녀의 외모, 여리여리한 몸매, 패션, 모든 것이 다 좋다.

가끔 미드를 보면 일주일 중 하루를 골라 흑백영화 보는 날로 정하는 모습이 나온다.
나에게 그런 날은 없지만, 옛날 영화가 생각나는 날이 있다.
아주 옛날은 아니더라도 내게는 과거인 [프린세스 다이어리] 와 [메리 포핀스] 가 그렇다.
특별한 기념일, 호텔을 잡고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보는 건 정말이지 청춘의 소확행이다.

작업을 끝내고 따끈한 수프를 끓였다. 늦은 밤,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듣기 좋아, 한참을 불 앞에 앉아 조용히 그 소리를 들었다.

p. 70
아주 맛있다는 빵을 선물 받아 손에 쥐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대로 가방에 넣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를 마시며 빌려 온 책을 읽을 때, 청소를 할 때까지 계속 빵에 눈이 가도 참은 건 작업할 때 먹겠다고 스스로와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리며 먹은 빵은 정말 듣던 대로 맛있었지만 한편으론 오래 오래 기다렸다가 먹어서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p. 214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먹는 건 소확행 정도를 넘어서서 대단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수프 장면을 보자마자 캐나다 원작의 일본 애니메이션 [빨간 머리 앤] 이 생각난다.
초등학생 때 앤에게 나 자신을 감정이입하여 푹~ 빠진 상태였기 때문에,
종종 인스턴트 수프를 사서 할머니께 조리해달라고 부탁하곤 했다.
별 재료를 넣은 것도 아니건만 전용 수저로 수프를 먹으면서 내가 앤이 된 기분을 느끼곤 했다.

그런가하면 나는 자타가 인정하는 빵순이이기도 하다.
몸매 관리를 시작하고 10년 넘게 빵을 멀리하긴 하지만, 아직도 1년에 한 두번 정도는 빵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힘들다.
주로 샌드위치나 호밀빵 등 건강과 칼로리를 고려하여 선택하곤 하지만,
만약 내가 살찌는 것과는 거리가 먼 몸매를 가졌다면 언제나 치즈가 들어간 빵, 블루베리가 넘쳐 흐르는 타르트를 고를 것이다.
어째서 맛있는 건 칼로리가 높고 살찌게 하는지 모르겠다.
빵은 신이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 아닐까.

 
행복은 따뜻한 강아지야!
- 영화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 중에서

p. 48
아주, 아주 사랑하는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아 여기저기 입을 맞추고 몇 번이고 안아 줬다. 내가 너로 인해 행복한 만큼, 너도 행복했으면 좋겠어.

p. 357




청춘 공감 에세이 [하루 그림 하나] 에서 저자인 529는 자신의 강아지 '도도' 를 곳곳에 그려두었다.
나도 댕댕이를 애정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진돗개를 보기 위해 일부러 멀고 먼 진도까지 렌터카를 타고 갔으며, 풍산개를 보려고 버스와 택시를 갈아타고 안성에 갔고,
동경이를 보러 경주에 다시 방문했다.
지방, 특히 시골에 갈 때면 길가나 농가에 강아지가 없나 늘 두리번거리곤 한다.
집 근처에서 산책 가는 강아지들을 보면 언제나 멈춰서서 바라본다.
그렇게 강아지를 좋아하지만 책임 지고 키울 형편이 아니라서 보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대신 나에게는 토끼인형 '헤니' 가 있다.
어릴 적부터 내 손에는 토끼인형이 한 마리씩 있었는데, 엄밀히 말하면 헤니는 4대 토끼인형 정도에 속한다.
20살 때 처음 만난 헤니는 여지껏 내 최고의 친구이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다.
잘 때도 같이 자고, 멀리 여행 갈 때면 데리고 간다.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헤니에게 이거저거 얘기해주고, 불안한 일이 있을 땐 응원을 구한다.
소녀와 토끼인형이라는 이미지는 많은 일러스트레이션에서 나타나는데, 그러한 그림을 볼 때마다 공감하곤 한다.

동생이 기타를 배우면서 제법 척척 코드를 잡는 모습을 보니 나도 다시 기타를 쳐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p. 279
"세계는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사람은 그 책을 한 쪽밖에 읽지 못한 셈이다."
- 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

p. 343
캐럴 앨범을 들으며 그림을 수정하고 있다. 배경에 마지막으로 눈송이를 그려 넣으며 올해 크리스마스엔 눈이 올지 궁금해졌다.

p. 366




그 밖에 내가 좋아하는 건 529처럼 기타는 아니지만 피아노와, 여행과, 크리스마스이다.
6살 때 처음 접한 피아노를 중2때까지 배웠고, 성인이 되어서는 클래식 대신 재즈 피아노와 코드를 배우게 되었다.
재즈 피아노에 있어서는 아직 초보 수준이기에 언제고 다시 배울 준비가 되어있다.
길을 걷다가 학원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선율, 아파트 윗집에서 치는 피아노 소리를 좋아한다.
다시 잘 치고 싶다.

독서와 여행은 나를 넓혀가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들이다.
독서를 저비용 고효율이라고 한다면, 여행은 고비용이지만 극대화된 효과라고 할 수 있다.
국내든 국외든 내가 살아온 환경을 한 번이라도 벗어난다면 이제껏 알아왔던 세상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
나의 주장이 진리가 아닌 하나의 의견으로 여겨질 것이며, 조금 더 관용적인 태도로 사람들을 대할 수 있을 것이다.
돈이 없을 지라도 여행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1년 중 가장 좋아하는 날은 크리스마스, 그 다음은 할로윈, 그리고 12/31, 생일, 기념일, 연휴 등이 있다.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사랑한다.
새빨간 코트와 입김이 나오는 쌀쌀한 날씨와 선물과 산타클로스, 특선 영화와 장식과 캐롤을 좋아한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서양에 대해 부러운 점 한가지가 있다면 바로 크리스마스이다.
카톨릭 문화가 바탕이 된 서양 국가들은 12월이 되면 마을, 도시 전체가 크리스마스 분위기이다.
언젠가 크리스마스를 유럽에서 보내길 희망한다.


시간에 따른 날씨와 배경, 옷의 변화에서 1년을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그림일기 [하루 그림 하나].
처음 표지와 제목을 접하고는 내가 매일 그림일기를 그리고 쓰는 컬러링 북인 줄 알았다.
12월 31일까지 다 읽은 지금은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본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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