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라이즈 아르테 미스터리 16
T. M. 로건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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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인 나보다는 그녀의 월급이 더 많았고 자기 일을 좋아했으며 그것도 무척 잘해냈다. 우리는 퍼즐 조각이 하나로 맞춰지듯 완벽한 짝을 이뤘다.
우리는 서로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p. 39

왜 거짓말을 하는 거지? 그러나 생각해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나를 보호하려는 거다.

p. 77



독립적인 아내 멀과 육아을 하면서 교사 일을 하는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는 남편 조셉.
이제 남편이 벌어다주는 돈으로 가정을 꾸려나가는 아내라는 프레임은 옛말.
대개가 맞벌이 가정이거나 둘 중 누가 돈을 더 벌더라도 신경쓰지 않는다.
과연... 그럴까?
육아에만 올인하는 남편을 선호하는 여성들이 있다는 말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돈 잘 버는 남편을 원하는 여성도 있다.
그런가하면 자신보다 직장에서의 성과나 월급이 높은 아내와 함께 산다는 사실을 꺼려하는 남성도 있다.
여전히 사회적으로 용인되거나 그렇지않은 분위기는 존재하고 있고, 많은 이들이 이 분위기에 휩쓸린다.

스릴러 소설 [리얼 라이즈] 에서 아내로 등장하는 멀은 어떨까?
그녀와 남편의 사이는 아무 문제 없는 듯 보인다.
둘은 너무 평온하다 싶을 정도로 '평범하게' 잘 살고 있다.
요즘 세상엔 평범하게 중간만 가는 것도 힘드니 말이다.
문제는 부부 둘 중 어느 하나는 이 상황에 대해 만족하고, 다른 하나는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삐그덕대고있는 작은 균열을 그 한 명은 발견하지 못한다.
커다란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끝까지 아내가 자신을 보호하기위해 거짓말을 한다, 혹은 거짓말을 할 리가 없다고 믿는 조셉의 모습은 안쓰러울 정도이다.
이미 한 번 바람 핀 게 들켜 버리면 그걸로 끝이다.
그 자체로도 거짓말인데, 앞으로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말을 믿다니.

 

 

 

 멀의 삼성폰 설정으로 들어가 블루투스 기능을 켜놓았다. 내 전화기에도. 이제 두 전화기가 2~3미터 이내에 있으면 연결될 것이다.

p. 279

전화기 안에는 10여 개의 앱이 깔려 있었다. 대부분 낯이 있지만 하나가 이상했다.

p. 411



10년 전부터인가 스릴러소설에 SNS와 휴대폰이 주요한 수색 수단이자 교란 수단으로 등장하고 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블로그, 트위터를 비롯한 SNS와 아이폰, 아이패드 등은
상대방의 의중이나 상태를 알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되었다.
내일 개봉할 영화 [서치] 에서도 아버지는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딸아이의 SNS를 수시로 들여다보고,
그간 자신의 눈이 가려져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2대의 아이폰과 1대의 삼성폰.
이 중 아이폰 두 대는 직장용과 개인용이고, 삼성폰은 불륜용 비밀 폰이다.
[미션 임파서블] 과 같은 영화에서 톰 크루즈가 했을 법한 정보 옮기기는 이제 블루투스로 손쉽게 할 수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연동하여 이메일과 문자 메세지를 읽을 수도 있다.

전여친이나 전남친의 흔적을 찾기 위해 페이스북 친구를 추적한다든가 인스타그램에서 연락처를 연동하는 것처럼,
조셉은 자신의 아내와 불륜 관계로 의심되는 벤을 찾기위해 페이스북을 살펴본다.
물론 그 전에 벤에 의해 페이스북을 해킹 당하고 자신이 올리지도 않은 게시물로 곤욕을 치르긴 하지만 말이다.
이는 나 또한 몇 년 전 인스타그램에서 해킹을 당한 일이 있기에 몸서리가 쳐지는 대목이었다.
해커와 내가 동시에 인스타 계정에 우연히 접속한 상태에서
그/그녀가 음란 사진을 게시하면 난 지우고를 반복하다가 지쳐서는 결국 계정을 폭파, 탈퇴하고, 새로운 계정을 만들었다.
나의 추억인 사진 수천 장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이제는 이중보안을 설정하여 다소 귀찮더라도 다른 장치에서의 로그인을 피하고 있다.

 

 

 

 수년 동안 외우고 있는, 내 번호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 번호였다.

p. 305



점점 아내에 대한 신뢰가 깨져가는 상태에서 그녀의 폰 번호를 외우고 있는 남편 조셉을 보면 매우 안타깝다.
스릴러소설 [리얼 라이즈] 전체에 걸쳐서 가장 사랑이 묻어나는 아련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많이 밉고 이제는 단 한마디조차 믿지 못하겠는 아내이지만, 그래도 10년간 쌓아온 사랑이 여전히 가슴 한 켠에 존재한다.
이를 아내의 폰 번호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닐까.

나의 남자친구가 내게 종종 말하곤 한다.
이젠 자신의 폰 번호보다 내 번호를 더 잘 기억해서, 어딜 가면 자기도 모르게 내 번호를 말하고 있다고.
약간 웃기지만 한 편으로는 사랑스럽다고 느껴진다.
나보다 나의 번호와 내가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동물과 사소한 습관을 더 잘 알고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소설의 결말은 예상을 하든 안 하든 보기좋게 비켜간다.
마치 어떤 가수의 뮤직비디오 마지막 장면을 보고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는데, 그와 비슷하다.
할 수 있는 말은 거짓말을 하고자하면, 그리고 그게 여자라면 남성으로선 속지 않기가 힘들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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