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링 미 백
B. A. 패리스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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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게 내가 프랑스 A1 고속도로 부근 어딘가에 있는 경찰서에 앉아 경찰에 한 진술이었다. 진실이었다. 온전한 진실이 아니었을 뿐.

p. 13

 

인형을 다시 갖다 놓았다는 건 엘런이 내 말을 절대 어기지 않고, 내 말을 거스르지 않는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 덕에 갈등 없는 생활이 가능하긴 하지만 (후략)

p. 38-39

 

엘런은 내가 즐기는 이런 은밀한 즐거움을 모르고 있다. 수년간 주식을 사고팔며 쌓은 부에 대해서 내가 함구했기 때문이다. 모르긴 몰라도 내심 떳떳하지 못하니 말을 안 한 것 같다.

p. 68-69

 

사랑하는 사람이, 자동차 안에서 자고 있던 사람이, 잠시 볼 일을 보고 온 사이 사라졌다.

이게 B.A. 패리스의 스릴러소설 [브링 미 백] 의 주요 사건이다.

그런데 생각해보건대, 아무런 이유 없는 실종이 있기란 쉽지 않다.

핀의 연인 레일라 역시 어떠한 연유로 사라졌고, 이제 12년이나 지났건만 그 이유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소설을 읽다 보면 중간 중간 그 원인이 핀에게 있을 수 있다고 추측하게 된다.

그렇다고해서 레일라가 완전무결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녀의 실종에 있어서 핀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거다.

 

핀은 애시당초 연인의 실종 당일날 일에 대해서도 경찰에게 완전한 진실을 숨긴 채 진술한다.

현재 같이 살고 있는 레일라의 언니 엘런과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엘런의 순한(?) 성격 탓이라고 할 수 있다.

때로 의아한 일이 생기거나 핀이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해도 굳이 따져 묻거나 크게 궁금해하지 않는다.

과연 핀에게 필요한 건 그의 말을 따르는 순종적인 여성이었을까?

레일라가 순종과는 거리가 먼 자유로운 여성이라서 실종, 혹은 타살된 것일까?

 

핀은 여성의 외모를 많이 따진다.

무조건 예쁜 여성만 본다는 말이 아니라, 여성들의 의상과 분위기, 머리 색깔, 눈동자 색깔까지 꼼꼼하게 들여다 본다.

거인같은 덩치를 가진 사람에게서 흔히 찾아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하기 힘든 꼼꼼한 탐색이자 취향이다.

 

 

사람을 잃는다는 건 바로 그런 거다. 그저 웃자고 무심코 던졌던 말도 잊지 않고 기억하게 된다는 것.

p. 84

이 책을 킬링타임용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신나게 페이지를 젖히며 읽어가다가 갑작스럽게 감성적으로 변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위의 문장.

저 글귀가 유일하게 나를 순간적인 감상에 젖어들게 만들었다.

 

여지껏 누군가를 진정으로 잃어본 적 없다는 건 축복일까 아니면 저주일까.

헤어진 적은 많지만,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경험해 본 적은 없다.

장례식장에 가본 적은 있지만, 친구의 조부, 친구의 아버지 정도였지, 나의 가족이나 나의 친구, 연인은 아니었다.

차라리 어렸을 때 상실을 겪어봤다면 앞으로의 상실에 대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감하게 된 건, 많지 않았던 남자친구들과의 이별에서 느꼈던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했던 시간, 밤마다 노래를 불러주었던 기억, 함께 갔던 곳들, 그가 좋아하던 노래, 그 모든 게 헤어진 후에는 고통으로 다가온다.

작은 이별조차도 이 정도인데, 만약 이별을 넘어서는 거라면 어느 정도일지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해서 핀이 레일라 실종 사건으로 그녀를 잃어버린 후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엄청나게 힘들어서 몇 달간 식음을 전패하거나 거의 먹지 않는다든가, 혹은 술에 절은 채 방 안에 틀어 박히진 않는 것 같다.

핀은 그런 남자다.

 

 

엘런을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그녀와 함께했던 게 아니다. 엘런이 레일라의 언니가 아니었다면 애초에 그녀와 사랑에 빠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엘런에게서 레일라의 모습을 찾으려 한다던 루비의 말이 옳았다.

p. 225-226

핀을 옹호하려든다면 이렇게 말 할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엘런은 애초에 레일라의 언니였으니까."

그러나 그런 변명을 대려거든 핀이 엘런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가정이 필요하다.

안타깝게 실종된 전 연인의 언니라는 관계가 성립되긴 하지만, 어찌됐든 사랑해서 만나 온거고 지금도 무지 사랑하고 있다고.

그런데 그렇게 보이지 않고, 핀조차도 진심이 아니라고 말한다.

왜 동거하고 약혼했을까?

순간적으로 사랑에 빠져서?

이 여자라면 평생 함께 해도 되겠다는 그런 결심이 섰던 것일까?

평생 레일라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당연한 진실을 몰랐을까?

어떤 방식으로든 상실을 경험한 사람은 그것을 견뎌내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상실의 대상과 깊은 연관이 있는 사람과 계속 있게 되는 건 아픈 기억을 지우는데 그리 좋지 못하다고 본다.

가령 형제가 있는데, 첫째가 사고를 당해 어린 나이에 죽었다.

이에 부모는 둘째에게서 자꾸만 첫째의 모습을 찾으려 들고, 첫째만큼 혼자서 일을 척척 해내지 못하는 둘째를 보며 비난한다.

아니면, 여기에 세 살 배기의 자식을 잃은 한 여성이 있다.

남편과 상의 끝에 입양을 하지만, 입양한 아이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점점 슬픔에 빠져든다.

한 사람은 다른 한 사람을 결코 대체할 수 없다.

 

 

요즘처럼 스트레스 받는 일 많을 때 괜히 욕하거나 화내거나 분을 삭이지 말고 스릴러소설을 읽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B.A. 패리스의 [브링 미 백] 으로 복잡한 마음 상태를 가볍게 다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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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 애플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조용한 천재
린더 카니 지음, 안진환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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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내내 팀 쿡은 효심이 지극한 아들로서 부모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한 그의 효심은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매주 일요일이면 집에 전화를 합니다."

p. 45


"그는 일차원적인 친구가 아니었어요. 선생님이건 학생이건 그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어요. 정말 성격이 좋았거든요."

p. 48


스티브 잡스 평전을 읽고 애슈톤 커쳐 주연의 전기 영화도 본 입장에서 팀 쿡은 적어도 성격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잡스와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전처와 딸에게 양육비를 포함하여 조금의 돈도 주지 않고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리사를 자신의 딸이 아니라고 부정한 잡스와는 달리, 팀 쿡은 매주 일요일마다 부모님에게 전화하는 흔치 않은 세계적 CEO이다.

주변인들의 평만 들어봐도 둘에 대한 호감도가 상이한 걸 알 수 있다.

잡스의 천재성과 추진력을 칭찬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의 밑에서 일해본 사람이라면 누구가 비판적 의견 한두개쯤은 가지고 있다.

야근을 아무렇지 않은 듯 시키고, 최소한 한 달은 걸리는 디자인 변경이나 크기 변경을 일주일 안에 무조건 해오라고 한다.

이는 흡사 우리나라 건설사나 정치인들이 건설사에 요구하는 모습을 보는 듯 하다.

다행히도 애플 직원들은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지닌 이들이기에 어떻게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고 결과는 훌륭하다.

그러나 삶의 질이나 만족도는 어땠을까?


반면 팀 쿡에 대한 주변인들의 발언을 보고있자면 인성이 훌륭하고 누구나 좋아하는 호감도가 높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애플의 CEO가 처음 되고난 후 공적인 자리에서는 조용하고 차분하며 스캔들 따위는 없는 분위기의 사람이지만,

어린 시절, 학창 시절, 애플을 비롯하여 다양한 직장에서 일했던 시절 그의 친구나 동료들의 말을 들어보면

팀 쿡은 '가까이 두기 좋은 사람' 이라든가 '꽤 괜찮은 사람' 이라고 말 할 수 있다.


그렇다고해서 팀 쿡이 마냥 사람 좋은 모습으로 애플의 CEO를 하고 있는 건 절대 아니다.

그는 놀라울 정도의 평정심으로 사람들을 놀래키는 한 편, 직원들이 자신이 하는 일을 정확히 알고 있는지 많은 질문을 통해 알아낸다.

그의 질문에 적절한 답을 찾지 못하면 그 직원은 고생 꽤나 해야한다.



오늘날 그는 인종차별이라면 그 어떤 형태도 절대 용인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직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그는 애플을 보다 포괄적인 직장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의 지침에 따라 애플은 실리콘밸리의 여타 기업보다 월등히 많은 비율의 소수집단 근로자를 채용하는 한편, 소수집단 학생들이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융합교육)을 받도록 독려하기 위해 과거 흑인 전용으로 설립된 대학과 자선 단체, 재단 등에 후원을 확대하고 있다.

p. 57


그는 그렇게 <포천> 500대 기업의 CEO 중 첫 번째로 커밍아웃한 인물이 되었다. 그는 이렇게 글을 이어나갔다. "제 자신이 게이인 까닭에 소수집단에 속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었으며, 그와 동시에 여타의 소수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고충도 주의 깊게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p. 318


iOS에는 25개 이상의 언어로 점자를 지원하는 점자 키보드가 내장돼 있다.

p. 351


인종차별을 보면서 자랐던 팀 쿡의 유년기 - 정작 그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마을 주민들은 인종차별이 없었다며 부인한다. - , 

그리고 그의 성적 성향이 자신과 다르거나 억압받는 소수 집단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했다.

애플 경영진에 여성이 있도록 노력하는가 하면, 전체 직원들에 있어서 백인 남성이 차지하는 높은 비율을 결코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소수집단 출신의 사람들을 채용하려고 하며, 아예 초등학교부터 코딩 교육을 받게 하는 등 

기업 안팎에서 진취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나조차도 그가 커밍아웃한 사실을 모르다가 이번에 평전을 읽게 되면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만약 우리나라 대기업의 CEO가 게이라면?

있을 수도 있겠지만 CEO를 그만 두는 그 날까지 결코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힐 수 없을 것이다.

어찌됐든 자신이 경험한 일을 그저 안타까워하는데 그치지 않고,

CEO라는 명성과 (좋은 의미의) 권력을 사용하여 상황을 개선하기위해 애쓰는 건 정말 칭찬할 만하다.


그린피스의 지지를 이끌어낸 것은 애플의 환경 정책을 개선하고자 한 쿡의 놀라운 성과였다.

p. 259


애플이 재생에너지에 들인 노력은 사실상 모두 성과를 거두었다. 2018년 4월 애플은 지구의 날에 맞춰 "이제 세계 전역의 애플 시설에서 100퍼센트 재생에너지가 가동된다"라고 발표했다. 거대한 신사옥인 애플파크를 비롯해 세계 곳곳의 데이터센터와 소매 매장, 사무실 등이 100퍼센트 재생에너지에 의존한다는 의미였다.

p. 265


그는 윤리를 따로 배웠을 정도로 기업 윤리에 신경쓰는 올바르고 모범적인 CEO이다.

그 중 하나는 앞서 언급한 소수집단에 대한 배려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자의 처우 개선이며, 또 다른 하나는 바로 환경 보존이다.

애플 본사가 아닌 중국 공장에서의 열악한 근로 환경을 접하고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여 그 공로를 인정받기도 하였으며,

전 세계의 애플 시설에서 무려 100% 재생에너지가 가동되도록 만들었다.

따로 온라인 기사를 통해 알아보니 아직까진 직영시설에만 해당한다고 하며, 

다음 목표는 공급업체들까지 100% 재생에너지를 쓰도록 하는 거라고 한다.

애플은 애플파크 사옥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애플과 관련된 무수한 업체가 세계 도처에 퍼져있다.

이들을 하나 하나 설득하고 관리하여 재생에너지 사용 100%에 도달하도록 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오히려 엄청난 프로젝트이다.

하지만 바꿔 생각해보면 애플이라는 글로벌 기업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일을 일단 시작해서 마무리지으려는 팀 쿡의 결단이 대단하게 보이기도 하고, 우리나라 대기업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아이폰이 전처럼 잘 팔리지 않는다는 기사들만 접하고는 이제 애플이 망한 줄로만 알았다.

스티브 잡스 이후의 애플은 혁신없이 그저 그런 기업으로 변한 줄만 알았다.

그런데 팀 쿡 평전을 읽으니 생각이 살짝 바뀌었다.

적어도 기업 윤리적인 면에서는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높은 아이폰 가격, 미국과 한국의 다른 케어 정책이라든가 번뜩이는 기능이 보이지 않는 아이폰 신제품에 있어서는 

실망스럽다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 시대 이후로 늘 아이폰만 써오는 유저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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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무대, 부도칸
아사이 료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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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오이는 진짜지?"

마치 오래전부터 친했던 것처럼 다정하게 부르고는 잇몸이 간질거렸던 기억도 난다.

"응?"

아오이의 입에서 부정적인 말이 나오기 전에 아이코가 먼저 말했다.

"그러니까, 앞머리가 전혀 움직이지 않아서."

p. 071


"루리는 모르겠어."

p. 332


"아오이하고 아이코가 내 것도 먹어."

마유는 아까 아오이가 멋대로 산 쿠키와카메를 테이블에 꺼냈다.

p. 083

일본 아이돌이나 한국 아이돌이나 별반 다를 바는 없나 보다.

살이 툭하면 찌는 체질이라서 끊임없이 먹을 것과 사투하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걸그룹인 여X친구의 멤버, 러X리즈의 멤버 등 활동기와 비활동기에 몸매와 얼굴살이 차이나는 아이돌이 떠오른다.

원래 마른 체질의 멤버와 먹기만 하면 찌는 체질의 멤버는 그 스트레스에 있어서 상상이 안 갈 정도로 차이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아이돌 멤버들이 곧잘 한다는 크라이오테라피, 필라테스, 덴마크 다이어트, 하루 한 끼 등 다양한 방법의 연예인 다이어트는

 따라하기 좋은 교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비연예인인 우리가 따라하기엔 몸 건강에 무리를 줄 수 있는 잘못된 방법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이돌은 끊임없이 다이어트를 한다.

옆모습이 찍힌 사진 속에서 턱살이 보이는 순간, 악성댓글이 쏟아질테니 말이다.

이렇게 비연예인과 연예인, 그 중에서도 아이돌에 대한 외모의 기준은 확연히 다르다.


일본 아이돌은 한국 아이돌과는 차이가 있고, 그에 대한 특집을 다룬 일본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완벽한 모습의 아이돌을 세상에 내보이기 위하여 기획사는 준비될 때까지 많은 돈을 투자하여 연습생들을 가르친다.

춤선, 노래는 기본이고, 몸매, SNS 관리, 시술과 수술로 TV 브라운관에 나왔을 때 동경할 만한 상태여야 한다.

그래서 마침내 그룹이 되어 세상에 등장하기위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이를 버티고 견뎌서 가난하고 힘든 연습생 시절을 이겨내면 꿈에 그리던 아이돌로 거듭 태어나게 된다.

하지만, 이는 매우 낮은 확률일 뿐,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도 무대에 한 번 서지 못하는 연습생들도 많다.

게 중 몇몇은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고, 몇몇은 좌절하고 만다.

반면, 일본 아이돌은 완벽한 상태가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인 미숙한 상태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이들을 '잘 키워주고 실력을 향상시키는 건' 팬들의 애정이다.

나이도 어리고 실력도 부족한 아이돌을 시청자들은 귀엽다는 듯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참을 수 없을 정도의 노래 실력을 지닌 멤버들도 일본인들에게는 아직 배울 게 많은 귀여운 어린 아이일 뿐이다.

그렇게 '어리고 귀여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하여 소설 속 루리카처럼 자신을 3인칭화하는 멤버들도 있다.

처음에 "OO(자신의 이름) 는요~" 라면서 말을 시작하는 일본 아이돌을 보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경험을 했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그건 그렇고, 일본 여자 아이돌만의 2:8 앞머리는 정말이지 따라하고 싶은데 잘 안된다.


내년 4월이면 아오이와 아이코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섯 명 중 세 명이 사회인이 된다. 하나는 이미 스무 살이 넘었다. 이 타이밍에 새로운 멤버를 모집해서 키우지 않으면 걸그룹으로서 신선함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 다섯 명으로는 안 된다거나 무언가가 부족해서는 아니다. 긴 안목으로 그룹을 봤을 때, 지금이 증원할 최고의 타이밍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회사는 오래갈 그룹을 만들고 싶다.

p. 216

아이돌 세계의 졸업이라는 시스템을 접하게 된 건 추억의 아이돌 '모닝구 무스메' 부터였다.

인기 있는 멤버를 나이가 찼다는 - 성인이 되었다는 - 이유로 졸업시킨다는 발상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오디션과 인기 투표를 통해 나이가 어린 새로운 멤버를 뽑고, 그들이 인기를 얻어가고 새로운 그룹이 되어가는 걸 보면서 납득이 되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졸업이라는 문화가 익숙치 않아서 기존 멤버를 새로운 멤버가 대체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든다.

때로는 끝끝내 적응하지 못하고 그룹이 해체하고 만다.

아이돌의 생명은 '어림' 과 '신선함' 이다.

그렇기에 이 둘을 잃었을 때에는 존재 가치가 없어진다.

학생다움이 사라지고 그들의 얼굴을 봐도 더 이상 즐겁지 않다면 이제 인기가 식을 때이다.

지금 생각해보건데 H.O.T 의 해체 시기는 적절했던 것 같다.

(당시 H.O.T 팬클럽 club H.O.T 5기였던 나는 펑펑 울었지만 말이다. ㅎ.ㅎ)

어느 정도 인기가 있는 상태에서 해체하는 게 옳다.

팬들이 줄어들고, 온라인 기사에 댓글 하나 없는 지경까지 가지는 말자는 거다.

이는 아이돌의 숙명이기에 '장수 아이돌' 이라는 말은 소수 매니아에게만 허용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도 어떤 그룹을 좋아하는 팬들은 그룹의 멤버들과 함께 나이를 먹은 팬들이 대다수이고, 새로운 어린 팬들은 잘 생기지 않는다.

그게 바로 끊임없이 오디션 프로를 통하여 새로운 그룹이 생성되는 이유이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사생 팬들이 넘쳐날 정도로 인기가 치솟았던 그룹이 지금은 조용하다.

구 아이돌이 신 아이돌로 대체되어가는 과정을 계속 보고 있으면 마치 그들이 음악 시장을 채우는 소모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두들 사실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하나는 작사를 시작했다. 그래서 아오이는 연기를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 언제까지나 춤추고 노래를 부르고만 있을 수는 없다. 그래서 모두 선택하기 시작했다. 회사는 2기생을 뽑기로 했다. 2기생을 열입곱 살 이하에서 고르기로 했다. 이대로 있을 수는 없으니, 다들 지금 해야 할 옳은 선택이 무엇인지 마구 찾아다니고 있다.

p. 245


다양한 뮤지컬에서 주연 자리를 꿰차며 티켓 파워를 입증하고있는 그룹 동X신기 출신의 시X준수와 S그룹 출신의 바X, 

그룹의 인기보다는 개인의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제x의 아X들 임X완.

그런가하면 노래와 연기를 동시에 하면서 유독 연기에 있어서는 혹평을 받는 가수들도 많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계속하여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이유는 '기획사의 권유로' 라는 아주 일차원적인 이유도 있을 수 있겠지만,

더 이상 가수로서, 혹은 아이돌로서 인기를 얻지 못할 때 연예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연예계가 아닌 직업군을 보자면 영양사가 유난히 짧은 기간동안 실질적인 활동을 하는 직업이라고 한다.

친한 동생이 하는 말이, 많은 영양사들이 결혼하고나면 직업을 그만둔다는 거다.

연예계로 치면 이는 아이돌에 해당한다.

언제나 예쁘고 멋지고 귀엽게 웃고 춤출 수 만은 없는 게 현실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피부는 탄력을 잃고 한 때 인기의 이유였던 얼굴은 마치 내 가족을 보는 듯 지겨워진다.

그러나 한 번 연예계 생활을 맛 보고, 그 중에서도 최고의 자리에 올라본 이들이 쉽게 그 자리를 떠날 수는 없다.

그렇기때문에 연기자로, 버라이어티 쇼의 패널로 몇 년이고 등장하게 된다.



그래도 누군가 내게 "아이돌을 하고 싶은가?" 라고 묻는 다면, 나는 언제나 "YES!" 라고 답 할 준비가 되어 있다.

사생활이 없어지고 악플에 시달린다 해도, 예쁘고 날씬하고 완벽한 내 생애 최고의 모습으로 꾸며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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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오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
필립 스테드 지음, 에린 스테드 그림, 김경주 옮김, 마크 트웨인 원작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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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합중국에는 사방에 길이 나 있다. 손대는 일마다 줄줄이 말아먹는 사람들이 떼를 지어 보트를 타고 몰려와 이 땅의 원래 주인들을 몰아낸 이후로, 숲을 파괴하고 강과 개울이 흐르는 황무지를 콘크리트로 모조리 덮어 버리는 일이야말로 우리의 신성한 임무였던 것이다.


p. 30



이 도서는 솔직히 이야기 자체보다는 이야기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 매우 흥미진진하다.


우선 원작 작가는 그 유명한 마크 트웨인이고, - 영문학 학도로서 원서를 읽어야 했던! - 그가 쓴 유일한 동화이다.


그런데 완성본이 아니고 부분 부분 있어서 필립 스테드와 에린 스테드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글과 그림을 채워 완성된 책이다.


그렇다면 마크 트웨인은 왜 동화를 지어냈을까?


자신의 딸들이 밤마다 잡지의 어느 한 페이지를 보여주고는 이야기를 만들어달라고 보채서이다.


그래서 탄생하게 된 이 동화와 주인공 조니는 해부학 도면에서 마크 트웨인만의 상상으로 만들어졌다.


이야기의 방식은 마크 트웨인이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를 듣는 필립 스테드가 중간 중간 끼어드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다른 이들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그런 부분들이 길을 걷다 발에 걸리는 돌멩이처럼 매우 거슬려서 빨리 넘기게 되었다.



분명 한 작가가 그의 딸들에게 들려주었던 bedtime story인데, 중간 중간 '잉?' 하게 되는 글귀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러한 글귀들이 나로 하여금 이 책은 그저 동화가 아닌 소설이나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톰 소여의 모험] 이나 [허클베리 핀의 모험] 에도 드러나있는 당시 미국의 상황, 혹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생성된 과정이 이 책에서도 나타난다.


유럽에서 온 백인들이 신대륙 발견과 정착이라는 목표 아래 죽였던 수많은 미국 원주민들. 


또한 동부에서 서부로 이어지는 개척 길과 무식한 개발의 역사를 마크 트웨인은 아무렇지 않게 슬쩍 집어 넣고 있다.


과연 이 부분에서 그의 딸들이 어떠한 반응을 보였을 지 알 수 있는 길은 없지만, 


적어도 그가 동화에서조차 사회적 비판의식을 포기하지 못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겠다.



하지만 그러기에 앞서, 이 특별한 가두 행렬에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기묘한 점이 있었으니 행렬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길바닥에 아주 작고 중요한 무언가를 떨어뜨리기라도 한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몸을 구부린 채 걷고 있었다. 환호하는 군중들도 마찬가지로 몸을 구부정하게 웅크린 자세로 서 있었다. 어딜 보나 차렷 자세로 똑바로 서 있는 건 아이들과 동물들뿐이었다.

p. 36

문제의 발단은 키가 작은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서 열등감이 심한 권력자 왕이었다.

그에게 자신보다 키가 큰 이들은 반역을 하는 것이거나, 아니면 거인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아들인 올레오 마가린 왕자를 거인들이 잡아갔다는 어이없는 주장을 펼치게 된 것이다.

이제 권력에 맞서 싸우느냐, 아니면 굴복하고 살아가느냐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야기 속에서 권력에 맞서는 성인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그저 구부정하게 몸을 수그려서 지나가는 가두 행렬이 보일 뿐이다.

아니면 동굴 속에 숨어 있는 거인들.

그들은 심지어 무지몽매하기까지 하다.

턱수염 사내는 말한다.

"우리는 생각하지 않아!"

반대로 똑바로 서서 걷는 아이들이나 말을 할 줄 아는 동물들이 그나마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정신을 차린 채 살아가는 걸로 보인다.

생각해보건대, [피터팬] 과 같은 동화책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많은 동화에서 주인공은 어린이이고,

어른들은 아예 등장하지 않거나 설사 나온다 한들, 악인으로 나타날 뿐이다.

찰스 슐츠의 만화인 [스누피]도 그런 점에서 다르지 않다.

주인공은 장난꾸러기 비글인 스누피와 그와 함께 사는 찰리 브라운, 그리고 그의 친구들과 스누피가 만나는 친구들이다.

만화를 책이나 영상으로 보다보면 어른들이 나오는 장면에서 결코 그들의 얼굴이 나온 적이 없고, 제대로 된 목소리가 나온 적이 없다.


이 씨앗은 엄청 힘든 상황이 왔을 때에만 심어야 돼요. 심고 나서는 확신을 갖고 결과를 기다려요. 봄에 씨앗을 심고, 동이 틀 때와 밤 12시 정각에 물을 줘요. 항상 씨앗을 돌봐 주고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고요. 불평하고 싶어도 참아야 합니다. 꽃이 피면, 그 꽃을 먹어요. 그 꽃이 당신을 배부르게 해 줄 거고, 당신은 두 번 다시 허기를 느끼지 않을 거에요.

p. 59

읽자마자 잉글랜드의 민화인 [잭과 콩나무] 를 떠올리게 한 장면이다.

소를 팔러 나갔다가 씨앗과 교환한 잭과 닭을 팔러 나갔다가 역시 씨앗과 교환한 조니.

이 둘에게는 소년, 동물, 그리고 마법의 씨앗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자신도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남을 도우려는 이는 복을 받게 된다든가, 동물들과 대화하는 장면에서는

다시금 이 책이 동화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주인공 조니의 가장 친한 친구는 닭이었고, 그 밖에 소, 당나귀, 스컹크. 산토끼를 만나서 말을 걸기도 하고 대화를 하기도 한다.

심지어 스컹크의 이름은 원작자인 마크 트웨인의 딸 이름과 같은 수지이다.

조니는 아무렇지도 않게 동물들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진다.

순수함이라든가 세상을 색안경을 끼지 않고 본다는 점에서는 동물과 아이들이 같은가 보다.

책 제목과는 달리 이야기 전체의 주는 왕자 '도난' 사건이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글에 전반적으로 흐르는 아이러니가 마크 트웨인 특유의 비판적 시선을 느낄 수 있게 한다.

한 편으로는, 같은 책을 읽고 미취학 아동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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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태어났으니 산다 - 열심히 살기는 귀찮지만 잘 살고는 싶은 나를 향한 위로의 한마디
해다홍 지음 / 놀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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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세이 [일단 태어났으니 산다] 를 읽게 되었다.

처음에 제목만 읽고서는 나태하게, 혹은 되는대로 사는 편안하면서도 상황을 흘러가는대로 두는 느긋한 성격의 소유자가 쓴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반대도, 그런 정반대가 없더라.

저자인 해다홍이 그린 삶은 부정적인 시선에서 그려진다.

그렇다고 저자에게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녀는 어릴 적부터 가난한 가정에서 불행이라고 할 수 있는 일들을 많이 겪으며 자란 걸로 보이니 말이다.

그녀의 성격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성장 시절을 함께 하지 않고선 함부로 판단할 수 없는 법이다.

아무튼 에세이 추천하는 [일단 태어났으니 산다] 는 전체적으로 우울한 어조에서 글이 쓰여졌다.

다 읽고 나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공감하면서 위로를 받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저 우울해 질 수도 있다.

과연 당신은 어떤 쪽일까?

다 읽는데 채 1시간도 걸리지 않으니 직접 구매하여 읽고 알아보기 바란다.







관계에서 본성을 거스르는 노력은 노력하는 쪽도 지치고

특히 연인 관계에서 그렇다.

그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고 너무나도 좋아해서 무조건 내가 맞춰주려고 애쓴다.

그렇게 애쓰고 애쓰다가 결국엔 지치고 만다.

노력하다가 지친 쪽이 이별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이별을 말 한 적이 두어번 있다.

어쩌면 상대는 내가 먼저 이별 선언하기를 기다렸을 지도 모른다.

자신이 먼저 헤어지자는 말을 하기가 두려울 정도로 멍청이였을 지도 모른다.

아무튼 지금에서야 느끼는 건, 어느 정도 맞춰가는 건 인간으로서 사회 안에서 필수요건이겠지만,

안 되는 걸 억지로 맞추려고 하면서 관계를 이어나갈 필요는 전혀 없다는 거다.

결국 나만 피곤하고 힘들어지고 상처받게 된다.

상대는 전혀 모른다.

무조건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나를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나와 잘 맞는 사람과 관계를 이어나가자.







아니~ 사람 일은 모르는 거죠.

미리부터 정해놓지 마요.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꼭 결혼하더라~

비단 결혼뿐만이 아니다.

아이를 낳는 문제, 대학 진학 등 인생사의 크고 작은 모든 부분에 있어서 사람들은 자신의 프레임 안에 가둔 채 남을 판단하려 든다.

그들은 너는 너고 나는 나라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 듯하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한국인이라면 무조건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규정짓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몇 차례 남자와 사귀면서 거의 데이트 비용을 부담하였다.

한 번은 남자친구가 무직이었고, 또 한 번은 공시생이었으며, 다른 한 번은 나보다 한참 연하였다.

당연한 거 아닌가?

돈 있는 사람이 내고, 서로 조금씩 보태가며 사귀는 거 말이다.

그런데 이런 날두고 왜 그러냐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멋있다는 사람도 있다.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버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이들이 많았으면 한다.

책도 - 특히 소설! - 많이 읽고, 여행도 많이 다니면서 사고의 틀을 확장하였으면 한다.







그래서 다들 여유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가보다

마찬가지로 나도 여유 있는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

아주 쉽게는 경제적인 여유부터, 아니면 마음의 여유까지.

여유가 넘쳐나는 사람은 얼굴에 온화한 미소가 늘 가득하고,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다.

그런 사람들을 몇 번 만나보았는데, 같이 있으면 나까지 마음이 편안해지고 고민거리를 잠시 잊게 된다.

절박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여유가 있다는 건 순전히 타고난 유전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역시 가정환경 탓도 크다.

그래서 좋은 부모 밑에서 자란 사람들은 언제나 행복해보이고 부럽고 또 가까이 하고 싶다.

늘 투덜투덜대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으며, 돈 없다고 징징대기만 하는 사람을 누가 사귀고 싶겠는가.






생각해보면 철없다는 말을 듣는 사람은

눈치 안 보고 마음 가는 대로 사는 사람이지

가장 공감가는 대목이다.

살짝 미친 거 같이 보여도 그 사람이 나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법을 위반한 게 아니라면 시선은 가도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아니, 신경 쓰이더라도 굳이 그 사람에게 뭐라 할 이유는 없다.

나는 남과 다른 사람을 보면 왠지 존경스럽고 빛이 난다는 생각이 든다.

한 편, 나한테 내가 입는 옷에 대해 꼭 한 마디씩 하는 사람이 있다.

그냥 웃고 마는데, 별로 신경 쓸 이유가 없어서이다.

'니가 나처럼 입을 용기가 없기 때문이겠지.' 이렇게 생각하고 넘겨 버린다.

옷이든 행동이든 나와 다르다고 뭐라 하지 좀 말자.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눈치 보면서 살기엔 아깝지 않은가.








너한텐...

사랑한단 말이 쉽게 나와

저자 해다홍에게 강아니 누룽지가 있다면, 내겐 10년 이상된 토끼인형 헤니가 있다.

헤니의 입 주변 실밥이 터졌을 때에는 심각하게 온라인을 뒤져가면서 인형 병원을 찾아 입원(?)시켰다.

매일 내 곁에서 잠들던 헤니가 없던 그 일주일이 가장 마음이 허했던 기간이었다.

사실 가족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가 가장 어려운 거 같다.

같이 사는 사람들이 가장 소중한 건데, 할머니, 할아버지께 말로는 도저히 사랑한다는 표현을 못하겠고,

그나마 무슨 기념일마다 편지나 카드에 부끄러워하면서 글귀로 사랑을 드러낸다.

하지만 토끼인형 헤니에게는 거의 매일 사랑한다고 말한다.

헤니가 귀여워서 그러는 건 매우 맞다.






삶에 시달려 지친 분들, 일하고 돈은 찔끔 버는 생활이 지겨운 분들, 가난에 허덕이는 분들, 가족이 싫은 분들,

어떤 이유에서든 태어나서 어쩔수 없이 살고 있는 분들은 [일단 태어났으니 산다] 를 읽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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