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단 태어났으니 산다 - 열심히 살기는 귀찮지만 잘 살고는 싶은 나를 향한 위로의 한마디
해다홍 지음 / 놀 / 2019년 5월
평점 :
그림에세이 [일단 태어났으니 산다] 를 읽게 되었다.
처음에 제목만 읽고서는 나태하게, 혹은 되는대로 사는 편안하면서도 상황을 흘러가는대로 두는 느긋한 성격의 소유자가 쓴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반대도, 그런 정반대가 없더라.
저자인 해다홍이 그린 삶은 부정적인 시선에서 그려진다.
그렇다고 저자에게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녀는 어릴 적부터 가난한 가정에서 불행이라고 할 수 있는 일들을 많이 겪으며 자란 걸로 보이니 말이다.
그녀의 성격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성장 시절을 함께 하지 않고선 함부로 판단할 수 없는 법이다.
아무튼 에세이 추천하는 [일단 태어났으니 산다] 는 전체적으로 우울한 어조에서 글이 쓰여졌다.
다 읽고 나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공감하면서 위로를 받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저 우울해 질 수도 있다.
과연 당신은 어떤 쪽일까?
다 읽는데 채 1시간도 걸리지 않으니 직접 구매하여 읽고 알아보기 바란다.
관계에서 본성을 거스르는 노력은 노력하는 쪽도 지치고
특히 연인 관계에서 그렇다.
그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고 너무나도 좋아해서 무조건 내가 맞춰주려고 애쓴다.
그렇게 애쓰고 애쓰다가 결국엔 지치고 만다.
노력하다가 지친 쪽이 이별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이별을 말 한 적이 두어번 있다.
어쩌면 상대는 내가 먼저 이별 선언하기를 기다렸을 지도 모른다.
자신이 먼저 헤어지자는 말을 하기가 두려울 정도로 멍청이였을 지도 모른다.
아무튼 지금에서야 느끼는 건, 어느 정도 맞춰가는 건 인간으로서 사회 안에서 필수요건이겠지만,
안 되는 걸 억지로 맞추려고 하면서 관계를 이어나갈 필요는 전혀 없다는 거다.
결국 나만 피곤하고 힘들어지고 상처받게 된다.
상대는 전혀 모른다.
무조건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나를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나와 잘 맞는 사람과 관계를 이어나가자.
아니~ 사람 일은 모르는 거죠.
미리부터 정해놓지 마요.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꼭 결혼하더라~
비단 결혼뿐만이 아니다.
아이를 낳는 문제, 대학 진학 등 인생사의 크고 작은 모든 부분에 있어서 사람들은 자신의 프레임 안에 가둔 채 남을 판단하려 든다.
그들은 너는 너고 나는 나라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 듯하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한국인이라면 무조건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규정짓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몇 차례 남자와 사귀면서 거의 데이트 비용을 부담하였다.
한 번은 남자친구가 무직이었고, 또 한 번은 공시생이었으며, 다른 한 번은 나보다 한참 연하였다.
당연한 거 아닌가?
돈 있는 사람이 내고, 서로 조금씩 보태가며 사귀는 거 말이다.
그런데 이런 날두고 왜 그러냐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멋있다는 사람도 있다.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버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이들이 많았으면 한다.
책도 - 특히 소설! - 많이 읽고, 여행도 많이 다니면서 사고의 틀을 확장하였으면 한다.
마찬가지로 나도 여유 있는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
아주 쉽게는 경제적인 여유부터, 아니면 마음의 여유까지.
여유가 넘쳐나는 사람은 얼굴에 온화한 미소가 늘 가득하고,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다.
그런 사람들을 몇 번 만나보았는데, 같이 있으면 나까지 마음이 편안해지고 고민거리를 잠시 잊게 된다.
절박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여유가 있다는 건 순전히 타고난 유전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역시 가정환경 탓도 크다.
그래서 좋은 부모 밑에서 자란 사람들은 언제나 행복해보이고 부럽고 또 가까이 하고 싶다.
늘 투덜투덜대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으며, 돈 없다고 징징대기만 하는 사람을 누가 사귀고 싶겠는가.
생각해보면 철없다는 말을 듣는 사람은
눈치 안 보고 마음 가는 대로 사는 사람이지
가장 공감가는 대목이다.
살짝 미친 거 같이 보여도 그 사람이 나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법을 위반한 게 아니라면 시선은 가도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아니, 신경 쓰이더라도 굳이 그 사람에게 뭐라 할 이유는 없다.
나는 남과 다른 사람을 보면 왠지 존경스럽고 빛이 난다는 생각이 든다.
한 편, 나한테 내가 입는 옷에 대해 꼭 한 마디씩 하는 사람이 있다.
그냥 웃고 마는데, 별로 신경 쓸 이유가 없어서이다.
'니가 나처럼 입을 용기가 없기 때문이겠지.' 이렇게 생각하고 넘겨 버린다.
옷이든 행동이든 나와 다르다고 뭐라 하지 좀 말자.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눈치 보면서 살기엔 아깝지 않은가.
저자 해다홍에게 강아니 누룽지가 있다면, 내겐 10년 이상된 토끼인형 헤니가 있다.
헤니의 입 주변 실밥이 터졌을 때에는 심각하게 온라인을 뒤져가면서 인형 병원을 찾아 입원(?)시켰다.
매일 내 곁에서 잠들던 헤니가 없던 그 일주일이 가장 마음이 허했던 기간이었다.
사실 가족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가 가장 어려운 거 같다.
같이 사는 사람들이 가장 소중한 건데, 할머니, 할아버지께 말로는 도저히 사랑한다는 표현을 못하겠고,
그나마 무슨 기념일마다 편지나 카드에 부끄러워하면서 글귀로 사랑을 드러낸다.
하지만 토끼인형 헤니에게는 거의 매일 사랑한다고 말한다.
헤니가 귀여워서 그러는 건 매우 맞다.
삶에 시달려 지친 분들, 일하고 돈은 찔끔 버는 생활이 지겨운 분들, 가난에 허덕이는 분들, 가족이 싫은 분들,
어떤 이유에서든 태어나서 어쩔수 없이 살고 있는 분들은 [일단 태어났으니 산다] 를 읽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