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무대, 부도칸
아사이 료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아오이는 진짜지?"

마치 오래전부터 친했던 것처럼 다정하게 부르고는 잇몸이 간질거렸던 기억도 난다.

"응?"

아오이의 입에서 부정적인 말이 나오기 전에 아이코가 먼저 말했다.

"그러니까, 앞머리가 전혀 움직이지 않아서."

p. 071


"루리는 모르겠어."

p. 332


"아오이하고 아이코가 내 것도 먹어."

마유는 아까 아오이가 멋대로 산 쿠키와카메를 테이블에 꺼냈다.

p. 083

일본 아이돌이나 한국 아이돌이나 별반 다를 바는 없나 보다.

살이 툭하면 찌는 체질이라서 끊임없이 먹을 것과 사투하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걸그룹인 여X친구의 멤버, 러X리즈의 멤버 등 활동기와 비활동기에 몸매와 얼굴살이 차이나는 아이돌이 떠오른다.

원래 마른 체질의 멤버와 먹기만 하면 찌는 체질의 멤버는 그 스트레스에 있어서 상상이 안 갈 정도로 차이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아이돌 멤버들이 곧잘 한다는 크라이오테라피, 필라테스, 덴마크 다이어트, 하루 한 끼 등 다양한 방법의 연예인 다이어트는

 따라하기 좋은 교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비연예인인 우리가 따라하기엔 몸 건강에 무리를 줄 수 있는 잘못된 방법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이돌은 끊임없이 다이어트를 한다.

옆모습이 찍힌 사진 속에서 턱살이 보이는 순간, 악성댓글이 쏟아질테니 말이다.

이렇게 비연예인과 연예인, 그 중에서도 아이돌에 대한 외모의 기준은 확연히 다르다.


일본 아이돌은 한국 아이돌과는 차이가 있고, 그에 대한 특집을 다룬 일본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완벽한 모습의 아이돌을 세상에 내보이기 위하여 기획사는 준비될 때까지 많은 돈을 투자하여 연습생들을 가르친다.

춤선, 노래는 기본이고, 몸매, SNS 관리, 시술과 수술로 TV 브라운관에 나왔을 때 동경할 만한 상태여야 한다.

그래서 마침내 그룹이 되어 세상에 등장하기위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이를 버티고 견뎌서 가난하고 힘든 연습생 시절을 이겨내면 꿈에 그리던 아이돌로 거듭 태어나게 된다.

하지만, 이는 매우 낮은 확률일 뿐,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도 무대에 한 번 서지 못하는 연습생들도 많다.

게 중 몇몇은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고, 몇몇은 좌절하고 만다.

반면, 일본 아이돌은 완벽한 상태가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인 미숙한 상태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이들을 '잘 키워주고 실력을 향상시키는 건' 팬들의 애정이다.

나이도 어리고 실력도 부족한 아이돌을 시청자들은 귀엽다는 듯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참을 수 없을 정도의 노래 실력을 지닌 멤버들도 일본인들에게는 아직 배울 게 많은 귀여운 어린 아이일 뿐이다.

그렇게 '어리고 귀여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하여 소설 속 루리카처럼 자신을 3인칭화하는 멤버들도 있다.

처음에 "OO(자신의 이름) 는요~" 라면서 말을 시작하는 일본 아이돌을 보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경험을 했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그건 그렇고, 일본 여자 아이돌만의 2:8 앞머리는 정말이지 따라하고 싶은데 잘 안된다.


내년 4월이면 아오이와 아이코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섯 명 중 세 명이 사회인이 된다. 하나는 이미 스무 살이 넘었다. 이 타이밍에 새로운 멤버를 모집해서 키우지 않으면 걸그룹으로서 신선함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 다섯 명으로는 안 된다거나 무언가가 부족해서는 아니다. 긴 안목으로 그룹을 봤을 때, 지금이 증원할 최고의 타이밍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회사는 오래갈 그룹을 만들고 싶다.

p. 216

아이돌 세계의 졸업이라는 시스템을 접하게 된 건 추억의 아이돌 '모닝구 무스메' 부터였다.

인기 있는 멤버를 나이가 찼다는 - 성인이 되었다는 - 이유로 졸업시킨다는 발상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오디션과 인기 투표를 통해 나이가 어린 새로운 멤버를 뽑고, 그들이 인기를 얻어가고 새로운 그룹이 되어가는 걸 보면서 납득이 되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졸업이라는 문화가 익숙치 않아서 기존 멤버를 새로운 멤버가 대체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든다.

때로는 끝끝내 적응하지 못하고 그룹이 해체하고 만다.

아이돌의 생명은 '어림' 과 '신선함' 이다.

그렇기에 이 둘을 잃었을 때에는 존재 가치가 없어진다.

학생다움이 사라지고 그들의 얼굴을 봐도 더 이상 즐겁지 않다면 이제 인기가 식을 때이다.

지금 생각해보건데 H.O.T 의 해체 시기는 적절했던 것 같다.

(당시 H.O.T 팬클럽 club H.O.T 5기였던 나는 펑펑 울었지만 말이다. ㅎ.ㅎ)

어느 정도 인기가 있는 상태에서 해체하는 게 옳다.

팬들이 줄어들고, 온라인 기사에 댓글 하나 없는 지경까지 가지는 말자는 거다.

이는 아이돌의 숙명이기에 '장수 아이돌' 이라는 말은 소수 매니아에게만 허용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도 어떤 그룹을 좋아하는 팬들은 그룹의 멤버들과 함께 나이를 먹은 팬들이 대다수이고, 새로운 어린 팬들은 잘 생기지 않는다.

그게 바로 끊임없이 오디션 프로를 통하여 새로운 그룹이 생성되는 이유이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사생 팬들이 넘쳐날 정도로 인기가 치솟았던 그룹이 지금은 조용하다.

구 아이돌이 신 아이돌로 대체되어가는 과정을 계속 보고 있으면 마치 그들이 음악 시장을 채우는 소모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두들 사실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하나는 작사를 시작했다. 그래서 아오이는 연기를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 언제까지나 춤추고 노래를 부르고만 있을 수는 없다. 그래서 모두 선택하기 시작했다. 회사는 2기생을 뽑기로 했다. 2기생을 열입곱 살 이하에서 고르기로 했다. 이대로 있을 수는 없으니, 다들 지금 해야 할 옳은 선택이 무엇인지 마구 찾아다니고 있다.

p. 245


다양한 뮤지컬에서 주연 자리를 꿰차며 티켓 파워를 입증하고있는 그룹 동X신기 출신의 시X준수와 S그룹 출신의 바X, 

그룹의 인기보다는 개인의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제x의 아X들 임X완.

그런가하면 노래와 연기를 동시에 하면서 유독 연기에 있어서는 혹평을 받는 가수들도 많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계속하여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이유는 '기획사의 권유로' 라는 아주 일차원적인 이유도 있을 수 있겠지만,

더 이상 가수로서, 혹은 아이돌로서 인기를 얻지 못할 때 연예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연예계가 아닌 직업군을 보자면 영양사가 유난히 짧은 기간동안 실질적인 활동을 하는 직업이라고 한다.

친한 동생이 하는 말이, 많은 영양사들이 결혼하고나면 직업을 그만둔다는 거다.

연예계로 치면 이는 아이돌에 해당한다.

언제나 예쁘고 멋지고 귀엽게 웃고 춤출 수 만은 없는 게 현실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피부는 탄력을 잃고 한 때 인기의 이유였던 얼굴은 마치 내 가족을 보는 듯 지겨워진다.

그러나 한 번 연예계 생활을 맛 보고, 그 중에서도 최고의 자리에 올라본 이들이 쉽게 그 자리를 떠날 수는 없다.

그렇기때문에 연기자로, 버라이어티 쇼의 패널로 몇 년이고 등장하게 된다.



그래도 누군가 내게 "아이돌을 하고 싶은가?" 라고 묻는 다면, 나는 언제나 "YES!" 라고 답 할 준비가 되어 있다.

사생활이 없어지고 악플에 시달린다 해도, 예쁘고 날씬하고 완벽한 내 생애 최고의 모습으로 꾸며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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