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닌 여자들 - 역사에 늘 존재했던 자녀 없는 삶
페기 오도널 헤핑턴 지음, 이나경 옮김 / 북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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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What it says
_ 조명받지 못했지만 이미 오랜 역사 속에 존재해왔던 엄마 아닌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와 결국 필요한건 엄마 아닌 여자들과 엄마인 여자들 모두의 연대라는 것.

_ 작가의 말
프롤로그 우리는 아이를 갖지 않는다
01 우리는 언제나 선택해왔기 때문에
02 우리는 늘 혼자일 것이기에
03 우리는 모든 걸 가질 수 없기에
04 지구 때문에
05 우리는 할 수 없으므로
06 우리는 다른 삶을 원하기 때문에
에필로그 우리가 왜라고 질문해도 된다면


ㅇ What I feel
_ 나는 엄마이다. 반드시 엄마가 되겠다! 라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적은 없는 것 같은데 그냥 졸업하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출산하고.. 이런게 당연히 밟아가야하는 과정인 것 같아서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 나에게 그게 왜 당연해? 라고 묻는 책을 만났다.

_ 역사는 항상 살아남은 자의 기록이기 때문에 엄마가 낳은 아이들의 이야기가 지속되어 왔고, 그 속에서 당연히 엄마가 아닌 여자들의 이야기는 배제되어왔을 것이다. 그러나 긴 인류의 역사 속에서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아이를 낳지 않은 여자도 엄연히 존재해왔다. 나도 처음엔 생소했다, '엄마가 아닌 여자'라는 정체성이. 나 또한 여자라면 아이를 낳아 모성으로 키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사회화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녀를 갖는 여성이 줄어들면 아버지가 되는 남성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자녀를 낳지 않는 남성의 정체성에는 그 결여를 결부시키지 않는다. "아이를 낳는 사람이라는 여성의 지위는 여성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 어머니가 아닌 여성과 달리 '아버지가 아닌 남성'이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 아이를 낳으라는 압박과 낳지 않는 데 대한 비난은 전적으로 여성의 몫이다. 오늘날 우리는 흑인, 원주민, 퀴어 페미니스트 덕분에 'mother'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로 쓰이는 것이 최선임을 배웠다. 아이를 낳는 것은 정체성이 아니라 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23p)
한때 논란을 낳았던 뉴스에서처럼 여성은 그저 자궁을 가진 출산하는 존재로서, 잠정적인 어머니에 불과한 것일까. 그렇다면 "왜 생물학적 요구를 무시하고, 인류를 유지하는데 제 몫을 다하기를 거부하는"(26p) 여성들이 존재하는가.

_ 미국의 역사학자가 쓴 책에서 딱 한대목에 한국이 등장한다. 역사상 대공황 이후 현재가 무자녀 비율이 가장 높은데,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곳은 동아시아이며 그 중에서도 원탑이 한국이다. 한국여성의 평균 출산 수는 0.8명이라는 문구로 한국이 소개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일까? 각 챕터의 제목이 바로 '왜 아이를 낳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이유이다.

_ 01 우리는 언제나 선택해 왔기 때문에
여권이 신장되면서 자녀를 가지지 않은 선택권이 주어졌고, 이것이 즉 민주주의의 가장 큰 특징인 '자유'로 연결되었다. 불임과 같은 비자발적 무자녀도 고려되면서 '출산정의'라는 개념이 탄생했다. 출산정의란 '아이를 갖거나 갖지않고, 기본 욕구가 충족되는 안전하고 안정제인 환겨에서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인권'(36p)으로, 선택 자체보다 선택이 이루어지는 조건이 더 중요하다고 보았다.
02 우리는 늘 혼자일 것이기에
예전에는 생물학적 엄마가 아니어도 자녀를 갖는 기쁨을 누리게 했던 공동체 육아가 있었지만, 그러한 공동체가 많이 해체되고 없어진 지금에는 엄마 혼자 모든 짐을 져야하기 때문에 출산율이 낮아진다.
03 우리는 모든 걸 가질 수 없기에
가정과 일이 양립하기 힘들기에.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엄청난 경제적 비용과 시간을 요구하기에
04 지구 때문에
이미 지구는 70억명 인구를 떠받들기 힘들고 기후변화와 자연재해가 넘쳐날 지구에 사람을 한 명 더 더해 재앙을 초래하고, 내 아이를 그러한 삶을 살아가게 하고 싶지 않아서
05 우리는 할 수 없으므로
난임과 불임은 더이상 희귀한 일이 아니게 되었으므로
06 우리는 다른 삶을 원하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이 더욱 다양한 생각으로 다르게 살아가기를 원하므로

_ 책을 읽으며 생각해보지 않았던 많은 정보를 얻었고 내 생각도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왜 아이를 갖지 않는가'라는 질문 대신 '왜 아이를 갖는가'를 물어야하는 사회가 점차 당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점차 아이를 낳지 않는 세상은 참 삭막할 것 같다. "왜 내가 낸 세금을 공립학교에, 위험상태의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에, 저소득층 가족을 위한 주택에, 조기 교육 계획에 쓰는가? 애를 낳기로 선택한 건 내가 아닌데- 너희지."(288p)라는 말은 일견 합리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미 우리는 현재의 삶이 우리 전의 사람들에게 상당부분 빚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 내가 어머니가 아니라고 해서 이전 세대와 다음 세대와 전혀 무관한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가? "내 몸으로 낳은 아이라는 생각을 뛰어넘는 사고가 요구된다"(290p)는 이론가 도나 해러웨이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이다.

_ 이 책은 엄마인 여자들과 엄마 아닌 여자들을 편을 가르는 책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자!' 라고 이야기하는 책도 아니다. 인구절벽과 출산율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근시적인 출산장려정책만 앞다투어 낼 것이 아니라 내홍이 심한 사회에서 한 인간을 세상에 내어 어엿한 구성원으로 키워내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변화부터 이끌어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어렴풋하게나마 해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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