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 서양 편>을 읽은 적이 있어요. 지도를 통해 세계사를 본다는 게 독특하고 재밌었어요. 저는 이전까지 역사 공부하면서 지도를 펼쳐본 적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래서 머릿속에 오래 남아있지 않았었나 봐요. 그 이후부턴 지도를 될 수 있는 대로 찾아보려고 노력해요. 지리를 알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고 과거와 현재가 조금은 이해되거든요. 이 책은 한중일, 동남아시아, 남아시아와 중앙 유라시아를 담은 동양 편이에요.
[지리가 만든 제국, 지리가 가둔 제국, 중국]

중국의 전체 면적은 유럽과 비슷하지만, 역사적으로 한족이 점유하던 진짜 중국은 지금처럼 넓지 않았어요. 만주, 몽골, 신장위구르, 티베트 등은 청나라 이전까지 별도로 역사와 정체성을 지켜왔어요. 그러다 만주족에게 세워진 청나라가 유목민족으로서 키워온 군사력에 명나라의 경제력·기술력을 융합해 몽골, 신장위구르, 티베트를 정복했어요. 현재 중국의 영토는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가 만들어준 영토인 거죠.
중국의 지리를 설명할 때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이 '강'이에요. 중국 본토의 3개 강으로는 하, 수, 강이 있어요. 하는 북중국의 황하, 수는 남북의 경계인 회수, 강은 남중국의 장강을 가리켜요. 북중국에 있는 황하는 한족의 문명이 시작된, 한족의 정신적인 고향이에요. 남중국에 있는 장강과 주강 유역에는 한족과 다른 역사와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살았어요. 그러다 이들도 한족에게 동화됐고, 중원의 개념도 시간이 지나면서 넓어졌어요. 장강 유역의 개발이 황하 유역보다 늦은 것은 남중국에 구릉과 산지가 많기 때문이에요. 그나마 난징과 상하이는 장강 하류 북부 평원에 위치해 있어서 도시로 발달할 수 있었죠.
넓고 비옥한 영토를 가진 중국은 통일기와 혼란·분열기가 반복됐어요. 이 과정에서 한족과 다른 민족의 문화는 융합됐고, 이를 바탕으로 중국은 동북아시아의 강대국이 될 수 있었어요.
몽골, 만주, 티베트에 살던 사람들은 중국 본토의 한족과 쉼 없이 경쟁했어요. 그러나 해상 무역의 발달로 이 지역의 지정학적 가치가 줄어들면서 상당수가 중국의 영토로 편입됐어요. 반대로 근대 이후로 바다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중국이 바다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대만의 중요성이 급부상한 거죠. 미국이 대만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면서 중국의 바다 콤플렉스가 더 심해져 중국이 대만을 차지하려는 거죠.
[인도 차이나의 사이에서, 동남아시아]

동남아시아는 대체로 비슷할 거라는 고정관념과 다르게 나라와 민족별로 확연히 구분되는 역사와 정체성을 갖고 있어요. 중국과 인도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8세기 넘어서 이슬람인들의 영향도 받았고, 대항해 시대 이후엔 유럽의 영향도 받았어요. 그러니 문화의 용광로죠.
동남아시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륙부(인도차이나반도 : 베트남, 태국, 미얀마 등)와 도서부(말레이제도 :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를 구분해야 해요.
인도차이나반도의 지리는 티베트고원의 영향을 많이 받아, 강과 산맥이 주로 남북으로 흐르고 있어요. 중국의 윈난 고원은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자연 경계 역할을 하고 있지만, 주요 강의 물길이 중국(티베트고원)에서 시작돼 중국과 분쟁도 자주 일어나요.
3만 개가 넘는 섬들이 있는 말레이제도는 화산·지진 활동으로 만들어졌어요.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화산토는 비옥한 농지를 제공하고, 인도와 중국 사이에 있는 수많은 섬은 해상 무역의 중심지로 이들을 성장시켰어요. 그러나 네 개의 지각판이 만나면서 지질학적으로 불안해 지진, 해일 등 자연재해도 많이 일어나요.
태국을 제외한 동남아시아 나라들은 서구 열강의 지배를 받은 역사를 공유하고 있어요. 서강 열강들의 식민 지배는 동남아시아에 두 가지 과제를 남겼어요. 화교와 민족 vs. 국가정체성이에요. 식민 제국이 멋대로 재단하고 이간질한 결과 지금까지 분쟁이 남아 있어요. 1948년 독립한 후로 민족 간 분쟁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미얀마 민족 분쟁이 대표적이에요. 이 역사는 현재까지도 빈부 격차, 민족 갈등으로 이어져 경제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가 생각났는데, 저자도 이 책을 참고로 썼다고 해요. <총, 균, 쇠>에 이런 말이 나와요. "민족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된 것은 각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다." 지리적, 생물지리학적 우연 때문에 유럽이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삼을 수 있었다는 말로, 인종의 우수성과는 별개의 의미라는 거죠. 그렇다고 저자가 말하듯 지리가 모든 걸 결정한다는 생각에 빠지는 것은 경계해야겠죠. 인류의 역사는 지리적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며 진행됐으니까요.
책을 통해 텍스트로만 배웠던 역사를 지도와 함께 봄으로써 한층 더 선명하게 이해하게 됐어요. 한중일 역사는 학창 시절에 많이 배우기도 해서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동남아시아, 남아시아와 중앙 유라시아에 대해서는 위치부터 제대로 아는 게 없더라고요. 그동안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그랬겠죠. 처음 배우는 느낌이어서 그런지 더 재밌었어요. 국제 분쟁이 끊이지 않는 지역은 여러 가지 문제가 얽혀 있겠지만 지리적 특성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국제사회가 시끄러운 요즘, 각국의 이익에 얽혀 있어 쉽지 않겠지만 조금은 평화로워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아시아의 지정학부터 정세까지, 지도를 통해 세계사를 알고 싶은 분께 추천해 드려요.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