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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가로막은 건 언제나 나였다
게리 홀츠 지음, 강도은 옮김 / 스몰빅라이프 / 2025년 6월
평점 :
제목만 보고는 심리학책인 줄 알았어요. 내 삶을 가로막는 건 언제나 나였다는 걸 제대로 인지하고 한 걸음 내딛는 방법을 알려주는 그런 종류의 책이요. 그런데 부제를 보자 '뭐지?' 싶었어요. '과학만을 신봉하던 물리학자의 삶을 180도 바꿔버린 호주 원주민의 지혜'라니. 지금까지의 삶에서 조금만 방향을 트는 것도 힘든데, 180도 바꾸는 건 어떤 건지, 저자는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궁금했어요.
1950년생인 게리 홀츠는 과학에 대한 열정으로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고, 이후 우주항공 산업에 뛰어들어 수많은 성과를 이뤄냈어요. 과학의 힘으로 삶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던 저자는 스스로 그 믿음을 입증해 나갔어요. 하지만 1983년 그는 멈출 수밖에 없었어요. 불치병에 가까운 다발성 경화증으로 살날이 2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 것이에요. 그는 자신의 삶이 이대로 끝나는 게 믿어지지 않아요. 현대 의학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도요. 혼란스러운 날들이 이어지던 어느 날, 그는 재즈바에서 우연히 호주 원주민의 치유법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돼요. 과학자로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그는 운명에 이끌리듯 휠체어를 끌고 호주로 향하게 돼요.
호주 원주민 치유사와 대화하면서 과학적으로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라 여겼지만, 저자는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치유에 집중해요. 치유의 첫 단계는 저자 안에 있는 게 무엇인지, 왜 다발성 경화증을 선택하기로 했는지 아는 거였어요. 아픈 걸 선택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저자는 당연히 반발했죠. 하지만 그는 자신이 감정을 차단해 왔음을 깨달아요. 치유사는 모든 세포 하나하나에 그 사람의 마음이 다 담겨 있다고 얘기해요. 그래서 우리가 하는 모든 생각, 경험하는 모든 감정 하나하나가 우리 몸에 물리적인 영향을 미치는 거라고 말해요. 감정을 못 느끼는 저자의 몸이 무감각한 상태가 된 것이고, 결국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고요.
치유사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고 하면서 치유를 위해서는 기초가 되는 다섯 가지 벽돌을 쌓아야 한다고 해요. 그건 '기꺼이 하려는 마음, 알아차리기, 받아들이기, 힘 부여하기, 집중하기'에요. 치유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그의 과거부터 모든 것을 제대로 바라봐야 했어요. 그 과정에서 그동안 꼭꼭 숨겨두었던 무의식을 지배하고 있었던 트라우마의 정체를 알게 돼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트라우마를 온전히 껴안게 돼요. 그러면서 감각이 하나씩 돌아오기 시작했고 마음마저 치유되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돼요. 저자는 이 놀라운 경험을 통해 이후 자신의 과학적 지식과 호주 원주민의 고대 지식을 융합하여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 절망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치유자'로서의 삶을 살기 시작해요.
우리에게 일어난 일들이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우리가 그 상황을 지각하기로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예요. 인간은 마음, 몸, 감정, 영혼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치유한다는 건 이 모든 걸 치유해야 한다는 뜻이래요. 삶의 이력이 마음, 몸에 기억되어 프로그래밍을 위한 기본 요소로 쓰인다고 해요. 다행인 점은 이미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세포 안에서 자신의 내적인 프로그래밍을 바꾸는 것은 가능하다는 거예요. 그러니 'OO의 실행 안내서. 개정판, 새로워지고 향상되었음'이라고 이름 붙이고 조금씩 바꿔나가는 건 어떨까요?
"치유는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지 않는다. 매 순간 일어나는 나의 선택으로 인해 그저 계속되는 것이다. 나아지는 듯하다 다시 아픔이 찾아오고, 젖 먹던 힘을 짜내 다시 일어서고, 또 아내 다시 무너지는 그 과정을 통해 나는 배웠다. 삶을 가로막는 벽은 결국 내 안에서 만들어졌고, 그 벽을 허무는 힘 또한 내 안에서 길러야 한다는 것을." (P. 265)
저자 말처럼 우리 삶을 가로막는 것은 외부의 조건이나 타인이 아니라, 바로 자신을 잊고 살아온 우리 자신의 선택과 무의식적인 패턴들일지도 몰라요. 결국 치유란, 문제없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문제와 함께 살아가면서도 나를 잊지 않는 힘을 키우는 것이겠죠.
읽으면서 신기하면서도 의문이 들었어요. 과학 신봉자는 아니지만 이게 과연 가능할까? 싶어서요. 불치병에 걸렸던 사람이 기적적으로 살아난 예는 들어보긴 했지만, 특수한 경우라고 생각했거든요. 원주민, 치유사, 텔레파시, 수호천사, 신, 이런 단어들이 혼란스러웠어요. 예전엔 어렴풋이 있을 거로 생각하기도 했지만, 최근엔 보이지 않는 신을 믿을 바엔 나를 믿자!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자주 휘둘리고 흔들려요.
누구나 상처는 있어요. 그 상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지겠죠. 저는 원망을 하다 지금은 거리두기 중이에요. 되도록 끄집어내지 않으려고요. 그런데 어딘가에 뭔가가 걸린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제가 바라는 걸 마음 깊이, 잠재의식에까지 새긴 적이 없어요. 솔직히 바라면서도 의심했어요. 제가 저를 가로막고 있었던 거였어요. 새롭게 알게 된 걸 삶에 어떻게 적용하는지는 각자의 몫이에요. 터무니없는 얘기로 넘겨버릴지, 내 삶에 적당히 버무릴지, 온전히 받아들일지는요. 저는 조금은 받아들이고 싶어졌어요. 최근 제가 바라는 삶이란 어떤 건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거든요. 저를 제대로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함을 다시 알았어요. 아이들, 집안일 핑계 대지 말고 기꺼이 하기부터 시작해 봐야겠어요. 이 책이 지금 제게 온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 같거든요. 이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나아가느냐에 따라 제 삶이 달라지겠죠.
혼돈 가득한 삶에서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깨달음을 얻고 싶은 분께 추천해 드려요.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