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세부터 시작하는 우리 아이 금수저 플랜
재테크하는제인 지음 / 라디오북(Radio book)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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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모들은 경제공부가 필수다. 아이를 좀 더 여유로운 환경 속에서 키우고 싶은 마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벌이나 부자가 아닌 이상 큰돈을 증여하며 키울 순 없다. 여기 <0세부터 시작하는 우리 아이 금수저 플랜>에서 평범한 우리들이 아이의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이 담겨있다. '시간'과 '복리'라는 마법을 통해서 말이다.

저자는 평범하게 자랐으나 매일 경제 공부를 하면서 재테크에 눈을 뜨게 되었다. 블로그 부업을 성공시키고, 경제 인플루언서가 되면서 재테크 시드머니가 커지게 되고, 그에 따라 수익률도 비례해 커지게 됐다. 그래서 늦게 공부를 시작한 것을 후회하며 아이를 위해 임신했을 때부터 계획한 20년 장기 프로젝트를 이 책에서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1장. 빠를수록 좋은 우리 아이 투자 플랜
2장. 0세부터 출발하는 증여 스타트 플랜
3장. 아이와 함께 하는 경제 공부 베이직 플랜
4장. 아이와 함께하는 경제공부 마스터 플랜
5장. 금수저 엄마가 되기 위한 스터디 플랜

총 5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매우 디테일하다. 미성년자 자녀에게 만들어 줘야 하는 통장, 주식계좌를 만드는 방법부터, 소홀히 하면 나중에 된통 당하는 세금에 관하여도 자세히 설명하기 때문이다.
3장과 4장에서는 아이와 함께하며 성장할 수 있는 경제공부 방법이 자세히 나오는데, 유익한 내용들이라 보고 배울 점들이 많았다. 아이와 함께 쓰는 용돈 기입장, 용돈으로 목표 달성하기 계획표, '꿈의 노트'는 아이와 함께 작성할 예정이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하는 '기업분석방법'도 표로 설명해 주는데, 아직 나조차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거라 아이와 함께 하며 공부해야겠다.


나는 어느 정도 경제 공부를 했고, 이미 아이들의 주식계좌(연금저축계좌)에 ETF를 꾸준히 사 모으고 있던 터라 크게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여기저기 난립해있던 정보를 이 한 책에 다 모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세금 문제가 제일 중요한데 그 지점에 대해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서 지식을 보충한 느낌이다. 만약 경제공부를 막 시작해서 아이의 미래에 관해서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모른다면 매우 유용할 것이다.


● 빠른 투자 결정은 내가 직접 일하는 노동 시간을 줄이고, 내 돈이 일하는 시간이 늘어나게 해 효율적으로 자산을 불리는 길입니다. 이는 아이 계좌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일찍 효과적으로 증여해, 최대한 빨리 복리 효과를 꾸준히 얻는다면, 우리 아이 계좌의 가치는 분명히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41p.

● 많은 글로벌 자산가가 재산을 불린 비결을 '합리적 소비와 절약'을 꼽습니다. 그만큼 부자가 되는 첫걸음도 결국 수입보다 지출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65p.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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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모든 것을
시오타 타케시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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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만으로 사랑받을 수 있다. 누군가에는 범죄자가 누군가에는 구원이 될 수도 있는 것. 존재의 모든것.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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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모든 것을
시오타 타케시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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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아동 동시 유괴 사건'을 모티브로 '사실화'라는 회화 장르를 통해 '존재'에 대해 말하고 있다.

1991년 12월 11일 일본에서 유괴 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다음 날, 당시 4살이었던 나이토 료도 유괴된다. 경찰은 먼저 유괴된 아쓰유키가 발견됨에 따라 그 사건은 미끼로, 나이토 료의 유괴사건에 집중하게 된다.

나이토 료의 유괴는 특이하게도 조부모에게 돈을 요구했는데, 나이토 료의 외할아버지인 시게루가 '가이요 식품'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이토 료의 엄마는 방임. 방치 상태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상태라 그 흔한 아이 사진 한 장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아이가 유괴되었음에도 기자들에게 파친코에 가야 한다며 큰 소리를 치는 한심한 사람이었다.

외할아버지인 시게루는 손자를 되찾기 위해 경찰과 함께 돈 가방을 들고 범인이 정해준 장소인 공원에 간다. 그렇게 전달한 돈 가방은 선의의 제삼자가 분실물로 오인. 파출소로 가서 분실신고를 하게 되고, 사건은 오리무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3년 후, 나이토 료는 무사히 조부모의 집으로 돌아온다. 나이토 료는 그 간의 기억이 전혀 없다고 하고 조부모도 더 이상 유괴범을 놓친 경찰을 믿지 않는다.

그동안 나이토 료는 어디서 어떻게 지내다 엄마가 아닌 조부모의 집으로 오게 된 걸까?

시간이 흐르고,
다이니치신문 기자인 몬덴은 가나가와 동시 유괴 사건으로 인연을 맺게 된 나카자와 요이치의 장례식에 참석하게 된다. 그곳에서 형사인 센자키를 만나 '기사리기 슈'라는 '사실화'화가가 사실 나이토 료라는 기사가 실린 것을 보게 되고 화랑 '리쓰카'를 통해 노모토 다카히코와 연결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나이토 료의 3년간의 공백을 취재하게 된다.

나이토 료의 3년간의 공백은 과연 무엇일까?


유괴사건은 현재진행형인 사건으로 피해자의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 범인을 체포해도 아이가 사망하면 패배하는 것이다.

소설은 유괴 사건을 담당하게 된 형사와 기자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형사의 시선으로 바라본 유괴사건의 긴박감. 그리고 30여 년이 흐른 후 공백의 3년을 찾아가는 기자의 시선으로 빠르게 전개된다.

그리고 '사실화'.
사실화는 모티브를 그대로 그린다. 사진이 보급되면서 실용적인 용도를 박탈당한 장르. 하지만 사실화는 사진에선 느낄 수 없는 '실재의 굉장함'을 드러낸다. 이 사실화와 나이토 료는 '존재'에 대한 의미를 던진다.

친어머니의 방임. 방치로 충치가 가득했던 료. 3년의 공백 후 조부모의 집으로 돌아왔을 땐 빠진 젖니가 담긴 상자를 가지고 온다. 입모양으로 되어있는 상자 안엔 젖니와 젖니가 빠진 날짜가 적혀있다. 공백 기간 동안 사랑을 받았음이 분명했다.

책에선 여러 질문을 던진다.
유괴되었지만 친엄마보다 사랑을 받은 아이를 통해 피로 나눈 가족이 아니어도 사랑으로 유대를 맺을 수 있는지. 기사를 쓰는 기자의 정신과 태도. 미술계의 병폐 등 여러 사회적 문제에 대해 말이다.


● "그가 말하길 문학작품이라는 건 '해결을 목적으로 쓰여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거야. 이건 기자에게도 해당되지 않을까? 신문기자는 문제를 해결할 만큼 대단한 사람이 아니야. 문제를 전달하는 것밖에 못 해." 187p.


● 가나가와 동시 유괴 사건은 엄연한 범죄였다. 피해자가 무사히 돌아오자 세상에서는 모두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범행 그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어른에게 끌려간 어린 아이들의 공포와 절망은 확실히 존재하는 이 세상의 불행이다. 343p.

그렇다면, 나이토 료의 유괴라는 범죄는 어떻게 되는 걸까? 나는 그 3년간의 공백기에 아이가 받았던 관심과 사랑. 그리고 그림에 대한 배움은 그 아이를 구원했다고 생각한다. 나이토 료가 성장하면서, 또 어른이 되어서도 엄마, 아빠라고 부르는 유일한 사람들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마지막에 나이토 료가 "아빠 그림"이라며, 그 그림을 받아서 자신이 그리고 있다고 할 때 진한 감동을 느꼈다.
그리고 몬덴이 취재를 할 때는 코로나19가 극심한 시기로 모두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사회적 거리를 두었던 시기였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 그 마스크를 벗었을 때의 감동도 강렬했다.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던 책. 543페이지로 두껍지만 흡입력이 높아서 술술 읽을 수 있는 책.

과연 '존재'는 무엇일까.
그 질문을 던지는 문학작품.


● 다만 똑같지는 않다. 그 '돌진하는 느낌'은 그림을 그린 사람의 육안과 심안의 소통이 없으면 도저히 표현해 낼 수 없다. 캔버스에 물감을 여러 번 덧발라 표현한 질감이, 존재의 한순간을 포착하는 데에 막대한 시간을 나타내고 있다. 287p.

● '열정과 비효율은 친화성이 높다.' 326p.

● "좋은 그림 따위 그리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아. 중요한 건 존재야. 491p.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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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 2023 브라게문학상 수상작
프로데 그뤼텐 지음, 손화수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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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스 비크는 노르웨이의 피오르 양옆에 자리한 도시와 섬마을을 이어주는 페리 운전수다. 열다섯 무렵부터 평생 동안 해왔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 하루도 새벽 5시 15분에 일어나서 같은 일상을 지속한다.

책은 새벽부터 밤까지 그의 마지막 하루를 따라간다. 그는 그 하루 동안 여러 명을 태우며 옛일에 대해 회상한다.


" 사실, 돌아보면 항상 문제가 되었던 것은 시간이었다."


닐스 비크는 아내인 마르타와 딸 엘리와 구로. 그리고 '루나'라는 개와 함께 살았다. 그리고 배 이름이 'MB 마르타'였을 정도로 아내를 사랑했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해왔다.

배에는 배를 타고 교회를 다니는 사람부터 가정과 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소년, 선을 보러 나가는 대머리 노총각, 조산사, 부동산 중개인, 범죄자, 임신한 소녀, 어머니의 반대로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소녀, 그리고 닐스의 막냇동생과 두 딸까지. 여러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탔다. 그리고 그들과의 회상과 추억이 책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닐스는 아내와 두 딸을 무척이나 사랑했고, 가장 역할에 충실했다. 그리고 애증의 막냇동생도 챙기려 노력했다. 그들에게 배신감을 느꼈을 때도 가정을 지켰고, 이해하려 했다. 그리고 페리에 탑승하는 손님 하나하나도 주의 깊게 바라보며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다. 또 현수교라는 다리가 생겨서 페리 운전이 필요 없어졌을 때도 웃었다. 물에 빠진 사람을 겨우 구해주었을 때도 누구에게도 자랑스레 말하는 법이 없는 따뜻하고 진득한 사람이었다. 사람 하나하나에 관심을 갖고 대하는 따뜻한 사람.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 그 끝은 결코 당신이 생각하는 것과 같지 않다. 끝은 모든 것이다. 43p."


그런 닐스에게도 마지막이 찾아왔다. 닐스는 그 마지막을 평생 해왔던 페리 운전수를 하며 보낸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온' 마르타를 만나며 끝이 난다. 이 장면에서 얼마나 눈물이 흐르던지.



닐스가 마지막 날 가장 선명하게 기억하는 것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는 일상의 행복이었다. 내가 지금 매일매일 마주하는 일상 말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짜증 나고 힘들 때가 많다. 하지만 이 지겨운 일상이, 내 마지막 날 생각하는 가장 선명한 기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도 힘내서 아이들과 행복을 맞이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살다 보면 인생을 통해 깨닫는 것도 있다. 수중에 돈이 없으면 명확하게 생각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게 된다. 110p."


며칠 전 읽은 신문의 한 칼럼에서 '죽음과 사랑은 이음동의어다'라는 문장이 있었다. 머리로는 이해가 돼도, 마음에 와닿지 않았는데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그때의 문장이 와닿았다. 바로 닐스의 삶을 보면서 말이다. 사랑을 하며 살아가는 삶 자체가 무척이나 아름다운 삶이라는 것을 말이다. 누군가는 현수교가 설치되어 사라진 직업인 페리 운전수일 뿐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보다 사랑하고 따뜻하게 삶을 산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는 책 제목만 보고 단순히 닐스가 죽음을 맞이하는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의구심은 책의 48페이지를 읽으며 해결되었다. 천천히 읽어보시길!

이 책을 옮긴 '손화수' 번역가는 2002년부터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문학을 번역하였고 2012년에는 노르웨이 해외문학협회에서 수여하는 '올해의 번역가상'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도 노르웨이에서 백야와 극야를 벗 삼아 글을 쓰고 있다고 말이다. 그분이 백야와 극야를 벗 삼지 않았다면 이 따뜻한 책을 읽을 수 없었을 거란 생각에 감사한 마음이 저절로 들었다. 앞으로 이런 따뜻한 책을 많이 옮겨주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직전에 읽은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도 번역했던 터라 이름을 발견했을 때 반가웠다.



덧,
가제본으로 받아본 책이었는데, 출판사에서 정식 출간된 책도 보내주었다. 표지를 보는데 책 내용이 휘리릭 지나가면서 사랑에 빠진듯한 느낌이었다. 어쩜 이렇게 책표지도 멋지게 뽑아냈는지! 가제본의 표지에는 제비 그림이 있다. 제비는 어디서든 자신의 집을 찾아간다는 새로, 뱃사람들이 문신으로 새겨 넣는다고 했다. 닐스도 마찬가지였다. 닐스도 언제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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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일기장
알바 데 세스페데스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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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50년 11월 26일부터 1951년 5월 27일까지 이어지는 일기다. 일기의 주인공인 '발레리아'는 마흔세 살로 마흔아홉 살인 남편 '미켈레'와 대학생인 아들 '리카르'도, 열아홉 살인 딸 '미렐라'와 함께 살고 있다.
책에는 처음 '금지된'일기장을 사는 것부터 이 일기장을 어디에 숨겨야 할지, 가족들이 일기장을 발견했을 때를 상상하며 걱정하는 모습 같은 세세한 심리묘사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가족들의 모습을 섬세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적고 있다.


책의 배경은 1950년이다. 그래서 지금으로선 당연한 모습과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들이 보인다.

먼저 발레리아가 일기는 쓰기 위해 공책을 산다는 것부터 몰래 사야 했으며, 일기를 쓴 권리가 있다는 걸 밝혔을 때 가족들은 웃었다. 무슨 이야길 쓸 거냐며 말이다. 그리고 미국 영화에서 남편이 아내가 설거지하는 것을 돕는 모습이 나오자 사람들은 모두 웃었다. '여자'라는 한 사람의 '권리'가 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과는 크게 다르지 않는 모습들도 보였다.
남편은 은행에서 일하지만 발레리아와 결혼하지 않았다면 자신의 꿈을 찾아을 거라고 말하며 가족들이 자신에게 복종하길 바라는 가부장적 인물이다. 아내인 발레리아는 스무 살이 안됐을 때 결혼을 해서 아이 둘을 낳고 키우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자 자신도 일을 하는, 당시에는 드문 진취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일과 집안일을 모두 자신이 하고, 주현절(지금의 크리스마스) 선물까지 정성스레 챙기는 슈퍼우먼이다. 따라서 잠시도 쉴 틈이 없고, 가족들은 그녀의 희생을 당연히 여긴다. 그리고 그녀의 이름인 '발레리아'를 불러주는 사람이 없다. 남편마저 '엄마'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잠잘 시간을 쪼개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에 일기를 쓰는 것으로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대학생인 아들 '리카르'는 자신은 부모의 세대와 다르다며, "돈이 없어서 결혼을 하지 못한다"라는 말을 하고, 딸인 '미렐라'는 돈이 많고 나이도 많은(서른 중반) 남자와 연애하며 "엄마처럼 가난하게 살지 않을 거"라는 말을 한다. 그리고 발레리아는 자신은 미렐라의 나이에 그러지 않았다며 요즘 아이들을 이해할 수 없어 혼란스러워한다. 물론, 발레리아의 엄마는 발레리아도 미렐라의 나이에 똑같이 그랬다는 말을 한다. 그리고 돈으로 뭐든지 살 수 있다는 말을 한다. 자신도. 미렐라도 말이다.


발레리아는 좋은 엄마다. 일과 집안일의 노예라고 생각하지만 주현절까지 완벽하게 준비한다. 그런 발레리아를 "이기주의"라고 비난하는 남편에 맞서서 말이다. 그리고 반항하는 딸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아버지는 실패자이고, 똑똑한 엄마를 인생에 끌어들여서 가난하게 살고 있으며, 자신까지 왜 그렇게 살아야 하냐고 말하는 미렐라에게 말이다.

"불편한 마음으로 전혀 다른 메릴라의 두 모습 중에서 어떤 것이 진짜이고 어떤 것이 거짓인지 생각하다, 문득 딸이 태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애가 집에서 맡은 역할과 밖에서 맡은 역할 자체가 다른 것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둘 중 까탈스러운 쪽이 가족에게 배당된 것뿐이다. 23P."

책엔 발레리아의 '엄마'로서의 고단한 삶과 솔직한 욕망이 담겨있다.

"나는 항상 나의 삶을 하찮게 생각했다..... 그런데 우연히 일기를 쓰기 시작한 후로, 사소한 말투나 단어 선택이 지금까지 중요하게 여겼던 일들 만큼, 아니 때로는 그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매일 같이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야말로 가장 은밀한 삶의 의미를 이해하는 길일 것이다. 49~50p."

"일기장의 새하얀 백지는 나를 매혹하고, 혼란스럽게 만든다. 혼자 거리를 거닐 때처럼 말이다. 93p."

"내게도 일기를 쓸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던 날 밤에 그랬듯 애정 어린 조소를 터뜨릴 것이다. 하지만 깊은 사유 없이 어떻게 올바른 기준에 맞게 행동할 수 있겠는가. 107p."

그 욕망들을 글로 써 내려가며 발레리아는 혼란스러워한다. 진짜 원하는 것이 뭔지를 생각하며 그동안 자신이 알고 있었던 것들에 대한 의구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기장 때문이라며 일기장을 없애려까지 한다. 하지만 일기는 계속된다.


발레리아는 친구들의 모임에서 자신만 다른 세계에 살고 있고, 다른 언어를 하는 것 같은 소외감을 느낀다. 친구들은 모두 가정주부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발레리아보다 모두 여유 있었다. 발레리아는 일과 가정에서 완벽한 슈퍼우먼이 되고자 했지만 가족들은 그녀의 바람대로 행동하지 않는다. 그리고 누군가 자신을 좋아하며 쫓아다니는 생각을 하며 일탈을 하기도 하지만 늘 같은 곳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켜 나간다. 하지만 그 뒤에 발레리아는 어떤 삶을 선택할까?

일기를 쓰면서 자신의 욕망에 대해서 점점 더 솔직해지는 발레리아의 모습이 더욱더 궁금해진다. 가제본 서평이라 115페이지로 아주 얇았다. 하지만 글은 흡입력이 있어서 책을 들 고 한 번에 후딱 읽어버렸다. 뒤 내용이 없어서 너무나 아쉬울 뿐이다.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일이야말로 정말 재밌는 일 아닌가!

그런데, 2024년의 나의 모습도 발레리아와 많이 다르지 않다. 아이들을 키우며 나의 '삶'과 나의 '이름'은 없어졌다. 끊임없이 어지르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집안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나 또한 매일 일기를 쓰고 있다. 다만 나는 금고가 있어서 일기장을 그곳에 보관해 두고 있다. 그리고 일기를 쓰고, 이 책을 읽기 위해, 아이들을 재우고 난 후, 내 잠을 줄여서 내 시간을 갖는다. 1950년대와 달라진 점이 없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금지된일기장 #알바데세스페데스 #한길사 #가제본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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