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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 2023 브라게문학상 수상작
프로데 그뤼텐 지음, 손화수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월
평점 :
닐스 비크는 노르웨이의 피오르 양옆에 자리한 도시와 섬마을을 이어주는 페리 운전수다. 열다섯 무렵부터 평생 동안 해왔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 하루도 새벽 5시 15분에 일어나서 같은 일상을 지속한다.
책은 새벽부터 밤까지 그의 마지막 하루를 따라간다. 그는 그 하루 동안 여러 명을 태우며 옛일에 대해 회상한다.
" 사실, 돌아보면 항상 문제가 되었던 것은 시간이었다."
닐스 비크는 아내인 마르타와 딸 엘리와 구로. 그리고 '루나'라는 개와 함께 살았다. 그리고 배 이름이 'MB 마르타'였을 정도로 아내를 사랑했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해왔다.
배에는 배를 타고 교회를 다니는 사람부터 가정과 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소년, 선을 보러 나가는 대머리 노총각, 조산사, 부동산 중개인, 범죄자, 임신한 소녀, 어머니의 반대로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소녀, 그리고 닐스의 막냇동생과 두 딸까지. 여러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탔다. 그리고 그들과의 회상과 추억이 책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닐스는 아내와 두 딸을 무척이나 사랑했고, 가장 역할에 충실했다. 그리고 애증의 막냇동생도 챙기려 노력했다. 그들에게 배신감을 느꼈을 때도 가정을 지켰고, 이해하려 했다. 그리고 페리에 탑승하는 손님 하나하나도 주의 깊게 바라보며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다. 또 현수교라는 다리가 생겨서 페리 운전이 필요 없어졌을 때도 웃었다. 물에 빠진 사람을 겨우 구해주었을 때도 누구에게도 자랑스레 말하는 법이 없는 따뜻하고 진득한 사람이었다. 사람 하나하나에 관심을 갖고 대하는 따뜻한 사람.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 그 끝은 결코 당신이 생각하는 것과 같지 않다. 끝은 모든 것이다. 43p."
그런 닐스에게도 마지막이 찾아왔다. 닐스는 그 마지막을 평생 해왔던 페리 운전수를 하며 보낸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온' 마르타를 만나며 끝이 난다. 이 장면에서 얼마나 눈물이 흐르던지.
닐스가 마지막 날 가장 선명하게 기억하는 것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는 일상의 행복이었다. 내가 지금 매일매일 마주하는 일상 말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짜증 나고 힘들 때가 많다. 하지만 이 지겨운 일상이, 내 마지막 날 생각하는 가장 선명한 기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도 힘내서 아이들과 행복을 맞이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살다 보면 인생을 통해 깨닫는 것도 있다. 수중에 돈이 없으면 명확하게 생각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게 된다. 110p."
며칠 전 읽은 신문의 한 칼럼에서 '죽음과 사랑은 이음동의어다'라는 문장이 있었다. 머리로는 이해가 돼도, 마음에 와닿지 않았는데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그때의 문장이 와닿았다. 바로 닐스의 삶을 보면서 말이다. 사랑을 하며 살아가는 삶 자체가 무척이나 아름다운 삶이라는 것을 말이다. 누군가는 현수교가 설치되어 사라진 직업인 페리 운전수일 뿐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보다 사랑하고 따뜻하게 삶을 산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는 책 제목만 보고 단순히 닐스가 죽음을 맞이하는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의구심은 책의 48페이지를 읽으며 해결되었다. 천천히 읽어보시길!
이 책을 옮긴 '손화수' 번역가는 2002년부터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문학을 번역하였고 2012년에는 노르웨이 해외문학협회에서 수여하는 '올해의 번역가상'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도 노르웨이에서 백야와 극야를 벗 삼아 글을 쓰고 있다고 말이다. 그분이 백야와 극야를 벗 삼지 않았다면 이 따뜻한 책을 읽을 수 없었을 거란 생각에 감사한 마음이 저절로 들었다. 앞으로 이런 따뜻한 책을 많이 옮겨주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직전에 읽은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도 번역했던 터라 이름을 발견했을 때 반가웠다.
덧,
가제본으로 받아본 책이었는데, 출판사에서 정식 출간된 책도 보내주었다. 표지를 보는데 책 내용이 휘리릭 지나가면서 사랑에 빠진듯한 느낌이었다. 어쩜 이렇게 책표지도 멋지게 뽑아냈는지! 가제본의 표지에는 제비 그림이 있다. 제비는 어디서든 자신의 집을 찾아간다는 새로, 뱃사람들이 문신으로 새겨 넣는다고 했다. 닐스도 마찬가지였다. 닐스도 언제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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