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모든 것을
시오타 타케시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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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아동 동시 유괴 사건'을 모티브로 '사실화'라는 회화 장르를 통해 '존재'에 대해 말하고 있다.

1991년 12월 11일 일본에서 유괴 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다음 날, 당시 4살이었던 나이토 료도 유괴된다. 경찰은 먼저 유괴된 아쓰유키가 발견됨에 따라 그 사건은 미끼로, 나이토 료의 유괴사건에 집중하게 된다.

나이토 료의 유괴는 특이하게도 조부모에게 돈을 요구했는데, 나이토 료의 외할아버지인 시게루가 '가이요 식품'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이토 료의 엄마는 방임. 방치 상태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상태라 그 흔한 아이 사진 한 장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아이가 유괴되었음에도 기자들에게 파친코에 가야 한다며 큰 소리를 치는 한심한 사람이었다.

외할아버지인 시게루는 손자를 되찾기 위해 경찰과 함께 돈 가방을 들고 범인이 정해준 장소인 공원에 간다. 그렇게 전달한 돈 가방은 선의의 제삼자가 분실물로 오인. 파출소로 가서 분실신고를 하게 되고, 사건은 오리무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3년 후, 나이토 료는 무사히 조부모의 집으로 돌아온다. 나이토 료는 그 간의 기억이 전혀 없다고 하고 조부모도 더 이상 유괴범을 놓친 경찰을 믿지 않는다.

그동안 나이토 료는 어디서 어떻게 지내다 엄마가 아닌 조부모의 집으로 오게 된 걸까?

시간이 흐르고,
다이니치신문 기자인 몬덴은 가나가와 동시 유괴 사건으로 인연을 맺게 된 나카자와 요이치의 장례식에 참석하게 된다. 그곳에서 형사인 센자키를 만나 '기사리기 슈'라는 '사실화'화가가 사실 나이토 료라는 기사가 실린 것을 보게 되고 화랑 '리쓰카'를 통해 노모토 다카히코와 연결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나이토 료의 3년간의 공백을 취재하게 된다.

나이토 료의 3년간의 공백은 과연 무엇일까?


유괴사건은 현재진행형인 사건으로 피해자의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 범인을 체포해도 아이가 사망하면 패배하는 것이다.

소설은 유괴 사건을 담당하게 된 형사와 기자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형사의 시선으로 바라본 유괴사건의 긴박감. 그리고 30여 년이 흐른 후 공백의 3년을 찾아가는 기자의 시선으로 빠르게 전개된다.

그리고 '사실화'.
사실화는 모티브를 그대로 그린다. 사진이 보급되면서 실용적인 용도를 박탈당한 장르. 하지만 사실화는 사진에선 느낄 수 없는 '실재의 굉장함'을 드러낸다. 이 사실화와 나이토 료는 '존재'에 대한 의미를 던진다.

친어머니의 방임. 방치로 충치가 가득했던 료. 3년의 공백 후 조부모의 집으로 돌아왔을 땐 빠진 젖니가 담긴 상자를 가지고 온다. 입모양으로 되어있는 상자 안엔 젖니와 젖니가 빠진 날짜가 적혀있다. 공백 기간 동안 사랑을 받았음이 분명했다.

책에선 여러 질문을 던진다.
유괴되었지만 친엄마보다 사랑을 받은 아이를 통해 피로 나눈 가족이 아니어도 사랑으로 유대를 맺을 수 있는지. 기사를 쓰는 기자의 정신과 태도. 미술계의 병폐 등 여러 사회적 문제에 대해 말이다.


● "그가 말하길 문학작품이라는 건 '해결을 목적으로 쓰여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거야. 이건 기자에게도 해당되지 않을까? 신문기자는 문제를 해결할 만큼 대단한 사람이 아니야. 문제를 전달하는 것밖에 못 해." 187p.


● 가나가와 동시 유괴 사건은 엄연한 범죄였다. 피해자가 무사히 돌아오자 세상에서는 모두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범행 그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어른에게 끌려간 어린 아이들의 공포와 절망은 확실히 존재하는 이 세상의 불행이다. 343p.

그렇다면, 나이토 료의 유괴라는 범죄는 어떻게 되는 걸까? 나는 그 3년간의 공백기에 아이가 받았던 관심과 사랑. 그리고 그림에 대한 배움은 그 아이를 구원했다고 생각한다. 나이토 료가 성장하면서, 또 어른이 되어서도 엄마, 아빠라고 부르는 유일한 사람들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마지막에 나이토 료가 "아빠 그림"이라며, 그 그림을 받아서 자신이 그리고 있다고 할 때 진한 감동을 느꼈다.
그리고 몬덴이 취재를 할 때는 코로나19가 극심한 시기로 모두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사회적 거리를 두었던 시기였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 그 마스크를 벗었을 때의 감동도 강렬했다.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던 책. 543페이지로 두껍지만 흡입력이 높아서 술술 읽을 수 있는 책.

과연 '존재'는 무엇일까.
그 질문을 던지는 문학작품.


● 다만 똑같지는 않다. 그 '돌진하는 느낌'은 그림을 그린 사람의 육안과 심안의 소통이 없으면 도저히 표현해 낼 수 없다. 캔버스에 물감을 여러 번 덧발라 표현한 질감이, 존재의 한순간을 포착하는 데에 막대한 시간을 나타내고 있다. 287p.

● '열정과 비효율은 친화성이 높다.' 326p.

● "좋은 그림 따위 그리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아. 중요한 건 존재야. 491p.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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