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리, 새로운 10년의 시작
존 리 지음 / 김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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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행복할 수 있을까? 국민 모두가 부자가 되는 것이, 게다가 모두 행복한 부자가 되는 것이 가능할까? 존 리는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한국 사회가 숨 막히는 편견과 경직성을 깨부순다면 말이다!

이 책을 읽고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에 대해 자세하게 알게 되었다. 저자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된 것을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80년대 초반 연세대 경제학과를 자퇴하고 도미하여 뉴욕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미국 회계법인과 유명 자산운용사에서 무려 20년 넘게 일했다.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인 전용 펀드인 '코리아펀드'의 큰 성공으로 월가에서 스타 펀드매니저로서 명성을 얻었다. 2014년부터 2022년까지 메리츠자산운용의 CEO를 지냈다. 작년 6월 어느 신문사의 기사로 인해 그의 평판과 신뢰가 심각하게 손상되는 일이 발생했다.

​미국과 한국, 양쪽 문화에서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자연히 두 국가의 장점과 단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굉장히 재미있다. 미국과 비교해서 한국이 크게 떨어지는 분야가 무엇일까? 맞다, 바로 교육과 금융이다. 금융에 대한 이야기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교육에 관한 부분도 많이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유대인들이 경제 관념이 뛰어난 것은 어릴 때부터 돈에 대한 교육을 받기 때문이다. 이는 많은 책과 TV 프로그램 등으로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유대인들은 어릴 때부터 돈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돈의 노예가 되지 말고 돈에게 일을 시키라고 배운다. 한국에서는 밥 먹을 때 돈 얘기하지 말라, 또는 너무 돈, 돈 하며 살지 말아라, 돈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얼마든지 있다 등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다. 물론 지금은 이런 분위기가 많이 바뀌긴 했지만, 학교에서 금융 교육을 시키지 않는 것은 여전하다.

​내 생각에, 우리가 돈 얘기를 전면에 드러내 놓고 하기를 꺼리는 것은 성리학의 영향 때문이다. 조선 시대 사농공상 중 사(선비)와 농(농민)은 우대했지만, 공(장인)과 상(상인)은 천대했다. 농민은 식량을 생산하기 때문에 중요한 일로 생각했지만, 무엇을 만들거나 사고파는 것은 천시했다. 만들거나 사고팔아 돈을 버는 것은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무슨 일을 하든 돈을 많이 벌면 그게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예전에는 장사를 하는 것을 천시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양반은 추워도 추운 내색을 하지 말아야 하고 더워도 더운 내색을 하지 말아야 한다. 양반은 손에 돈을 쥐지 말며 쌀값을 묻지 말아야 한다. 박지원의 [양반전]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주식에 관한 정보가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게 되고 이제는 아이들의 생일 선물로 주식을 사 준다는 부모가 있다. 존 리 전 대표가 강연에서 아이들에게 주식 투자를 가르쳐야 한다고 했더니 한 어머니가 "대표님 말씀대로 아이 이름으로 매주 삼성전자 주식을 사 주고 있어요"라고 했다. 저자는 단순이 아이의 명의로 주식을 많이 사 주라고 한 것이 아니다. 아이가 투자를 배울 수 있도록 직접 주식도 골라보고 투자도 해 보게 하라는 의미였다. 저자는 강조한다. 아이가 자본가로서의 주체적인 감각을 배워야 하는데 그 기회를 주지 않고 돈만 대주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이다.

저자가 오랜 미국 생활을 끝내고 한국에 돌아와서 느낀 것은 자녀들에게 돈에 대해 전혀 가르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아이들은 금융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로 대학에 진학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한다. 취직을 하면 돈은 벌지만 투자를 하는 방법도 모르고 막연히 투자를 위험한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아니면 잘못된 방식으로 투자에 뛰어들기도 한다.

​이를 두고 저자는 어른이 되기 전에 이미 했어야 하는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살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놓쳐 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정말 충격적이고 무서운 말이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돈보다는 입시가 중요하다. 돈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하면 벌 게 되니까 아무 걱정하지 말고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고 말한다. 명문대가 취직을 보장해 주는 시대도 끝난 지 오래인데 말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자녀들이 부자가 될 확률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국의 이러한 정서 때문에 부자는 행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부자는 탐심이 많아서 재산이 많지만 행복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입시 때문에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아이들의 '꿈'이 된 지 오래이다. 아이들에게 요새 꿈이 뭐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하는지 아는가? "돈 많은 백수"이다. 정말 그렇다. 아니면 "돈 많은 게이머"

저자는 한국도 부모 세대의 인식만 바뀌면 유대인들처럼 충분히 자녀를 자본가로 키우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말이 맞지만, 조선 시대 성리학으로부터 뿌리 깊이 박혀온 편견, 그것이 편견인지도 모르는 무지, 그리고 숨이 막히게 만드는 일관성 없고 융통성마저 없는 입시가 바뀌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배울 점도 생각할 점도 많은 책이다.

해당 도서는 김영사 서포터즈 16기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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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이 신경 쓰입니다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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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소한 것들이 나의 일상을, 또 그것을 엿보는 이웃의 일상을 따사롭게 만들 수 있음을 가르쳐 주는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 & 만화집 [사소한 것들이 신경 쓰입니다]이다.

마스다 미리는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여성 만화가 겸 에세이스트이다. 나는 예전에 [안나의 토성]으로 그녀를 처음 만났다. 어떤 인친님이 마스다 미리를 "아, 치유하는 아주머니!"라고 불러서 웃었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마스다 미리는 따뜻한 시각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사람도 그렇고 물건도 그렇다. 아주 작고 사소한 물건이라도 말이다.

백화점 지하 식품 코너,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든 백화점 지하 식품 코너에 가면 마음이 조금 차분해진다고 한다. 정말? 내가 생각하는 백화점 지하 식품 코너는 굉장히 분주하고 정신 없기까지 한 그런 곳인데? 특히 백화점 문을 닫을 시간이 가깝다면 마감 세일을 해서 더욱 그렇다.

나는 일본을 아주 여러 차례 가 보았다. 도쿄를 비롯해 구마모토, 교토, 나라, 오키나와, 오사카 등 꽤 많이 일본을 방문했다. 모두 결혼 후의 방문이다. 첫 방문 때 첫째 아이가 돌도 되지 않았을 때여서 기저귀며 분유며 우유병 등 짐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유모차까지.

일본에서 나도 백화점 지하 식품 코너에 많이 갔었던 생각이 났다. 도쿄 한복판에 있는 유명 백화점이니 매우 깨끗하고 단정하게 늘어서 있는 식품 코너, 모두 너무 맛있어 보여서 고르기가 힘들었지. 한국에서는 백화점 지하 식품 코너를 거의 가지 않는다. 굳이 백화점까지 식재료를 사러 가지 않아도 되니까. 생각해 보니 일본에서 백화점 지하 식품 코너를 훨씬 많이 갔구나.

일본도 마찬가지로 백화점 지하 식품 코너는 조금 비싸긴 하지만, 마감 세일 때 사면 조금 저렴하게 살 수가 있다. 저자는 채소나 생선, 고기 등의 식재료는 몇 가지 사다 보면 무거우니 주로 집 근처 수퍼를 이용한다고 했다. 이런 재료를 사러 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식품 코너만 둘러보아도 마음이 차분해진다고 한다.

백화점 지하는 바깥 세상과 자신을 분리하고, 공백의 시간을 준다고 한다. 사람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을 때도 뭔가를 생각하고 싶을 때도 백화점 지하는 혼자가 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대형 마트에 가면 다른 사람들의 카트를 보게 된다. 나도 그렇고 마스다 미리도 그렇다고 한다. 저 사람은 뭘 샀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뭘 살까 망설이다 다른 사람의 카트 안에 담긴 물건을 보고 '아, 나도 저걸 사야겠다'고 마음 먹기도 한다.

일본에 여러 차례 갔지만 달걀샌드위치 안에 달걀이 계란프라이인 달걀샌드위치는 보지 못한 것 같다. 마스다 미리는 달걀샌드위치를 파는 가게 앞에서 꼭 계란프라이가 들어가는 샌드위치인지 확인을 한다. 내 생각엔 달걀프라이보다는 삶은 달걀이 더 담백하지 않을까 싶지만.

마스다 미리는 읽는 사람의 마음을 무장 해제 시키는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 같다. 간결하고 재미있는 만화도 참 재미있다. 이 책을 읽고 일본 여행을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래, 거기서 먹은 것이 참 맛있었지, 그때 유모차를 밀고 지하철도 타고 참 많이도 다녔지 하면서 말이다. 또 당장 가까운 백화점 지하에 가서 마스다 미리처럼 예쁘고 맛있어 보이는 과자나 케이트를 구경하고 식품 코너에서 반찬을 구경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인생에 별 필요 없는 확인을 하느라 꽤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냥 확인하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이다. 꼭 무엇을 사지 않아도, 꼭 그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아도 살짝 혼자서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다. 매우 사소한 것이라도 확인을 하지 않으면 신경이 쓰일 테니까 말이다.

평범한 것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평범하지 않게 바라보는 마스다 미리의 특별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발견할 수 있다. 평범한 일상 속 곳곳에 숨겨진 보물 같은 사소한 것들을 말이다.

해당 도서는 소미미디어의 도서 서포터즈 소미랑2기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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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잔티움의 역사 - 천년의 제국, 동서양이 충돌하는 문명의 용광로에 세운 그리스도교 세계의 정점 더숲히스토리
디오니시오스 스타타코풀로스 지음, 최하늘 옮김 / 더숲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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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출신 역사학자가 정갈하게 펼쳐낸 비잔티움의 경제, 사회, 문화를 중심으로 한 천년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 보자.

풍부한 사료와 자료를 읽고 있노라면 마치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구경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것이다.

이 책 [비잔티움의 역사]의 번역자인 최하늘 씨는 작가 스타타코풀로스에게 한국어판 서문을 써 달라고 요청했고 저자는 이에 흔쾌하게 응했다고 한다. 저자는 한국 독자들을 위한 서문에서 비잔티움 제국의 사람들이 알지 못했을 한국에서 이 책에 관심을 가져주는 독자들이 있다는 사실에 매우 감사하다고 했다.

저자는 그리스인이다. 그리스에서는 비잔티움의 역사가 학교 교과 과정의 일부라고 한다. 비잔티움학을 공부한 중세사학자인 저자의 주된 관심사이자 이 책을 집필한 주된 목적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이 천년 제국이 어떻게 거대한 위기를 극복하고 적응하여 살아남았는지이다. 둘째, 비잔티움 제국이 어떻게 나라, 언어, 신앙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융합했는지, 셋째, 고대의 예술 및 문화를 어떻게 그리스도교적 취향과 감각에 맞게 재창조 했는가이다.

내가 옛날 세계사 교과서에서 배울 때는 '비잔틴 제국'이라고 되어 있었던 것 같다. 지금 '비잔티움 제국'이라고 부르는 것은 동로마 제국을 말하며 수도는 콘스탄티노폴리스(새로운 로마라는 뜻)이다. 비잔티움에 수도를 둔 324년부터 오스만 제국에게 멸망하는 1453년까지를 뜻한다. '비잔티움'이란 이름은 원래 아테네의 인근 도시 국가 메가라의 식민지였던 고대 도시를 가리킨다고 한다.

다른 분야에 비해 중세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하여 그렇게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옮긴이의 말과 '들어가며 - '비잔티움'이란 무엇인가?' 부분을 정독하면서 책 앞부분에 있는 지도 1~ 지도 5와 연대표를 계속 왔다 갔다 하면서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역시 익숙하지 않은, 비슷하기까지 한 긴 이름을 기억하기 어려웠다.

개인적으로 우리가 콘스탄티누스 대제라고 알고 있는 콘스탄티누스 1세가 324년 단독 황제가 되기 전까지의 '3세기의 위기'라고 불리는 때가 굉장히 흥미 있었다. 엄청난 지역을 다스리기 위해 황제가 한 명이 아니었으며 전쟁은 불가피했다. 전쟁에는 막대한 돈이 들어갔다. 따라서 세금 인상을 했고 인플레이션이 시작된다. 이 당시 황제는 우리 생각처럼 휘황찬란한 궁전에만 있지 않았다. 대부분 전쟁에 나가 있었고 일찍 죽기도 했다. 장군 출신의 황제가 많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보통 콘스탄티누스 1세부터 많이 들어보았고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막강한 제국의 단독 황제로 군림하기까지 284년 즉위한 디오클레티아누스의 업적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장교 출신의 황제였고 제국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대담한 조치를 취했다. 그가 단독 황제로 있던 기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두 명의 정제와 두 명의 부제가 거대한 영토를 분할해 다스리는 '사두정'을 실시했다.

이 '사두정'은 거대한 로마 제국을 효율적으로 다스리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국경 지역을 수시로 침범하는 적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고 행정적으로도 빠른 대처가 가능했다. 특히 그는 방어력을 강화하는데 힘써 성벽과 요새를 세웠다. 또 행정 통제와 세금 징수를 목적으로 지방 행정 기구도 설치했다. 이탈리아와 이집트에 부여했던 세금 혜택을 폐지하고 로마 제국 전체에 균일한 세제를 확립했다. 이러한 사두정의 성공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콘스탄티누스 1세가 단독 황제로 군림하게 된다.

방대하고도 화려한 천 년의 역사를 이렇게 읽을 수 있다니 정말 놀랍다. 야심에 찬 제국의 황제들과 호시탐탐 제국을 노리는 이민족 국가들, 주변 온갖 문화들의 혼합체였던 비잔티움 문화가 생생하게 녹아있다. 아무리 강성한 제국이라도 전성기를 거쳐 몰락의 과정을 거쳐 왔다. 그 역동적 제국의 역사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 것인가?

"모든 제국은 태어나고, 꽃을 피우고, 쇠퇴하고, 죽었다" 14세기 학자인 테오도로스 메토히티스가 한 말이다. 우리는 간단하게 제국의 흥망성쇠라고 한다. 사람이든 제국이든 아무리 찬란한 것도 영원한 것은 없다. 강성 제국을 일으키고 유지했던 영웅들의 리더십과 막대한 영토를 다스리기 위한 제도, 외부 적의 침입 속에서도 꽃을 피웠던 문화와 예술, 그 안에 존재했던 꺼지지 않는 열정을 읽었다.

해당 도서는 더숲 출판사의 서평단으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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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의 눈으로 보면 녹색지구가 펼쳐진다 - 지구환경의 미래를 묻는 우리를 위한 화학 수업 내 멋대로 읽고 십대 7
원정현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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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구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 거지? 환경을 그렇게 생각한다면 전기도, 샴푸도 쓰지 말아야 할까?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정말로 지구 환경을 보호하고 싶다면 그 원리를 알아야 한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넘쳐나는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우리는 일상에서 모두 약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커피숍에 갈 때에 개인 텀블러를 가지고 가고 플라스틱 빨대도 종이 빨대로 대체되었다. 마트에 갈 때는 장바구니를 가지고 간다. 고체 샴푸와 고체 주방 세제도 주부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는 탄소 중립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저자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상을 이해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환경에 관한 자신만의 사고 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각 구성 요소가 일정한 규칙에 따라 상호작용하면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를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탄소를 예로 들어 보자. 우리의 일상이 탄소로 시작해 탄소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탄소는 지구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결정적인 원소이다. 탄소는 지각을 구성하는 원소의 비율로 봤을 때 15번째 위치하고, 전체 무게로 따지면 지구 표면 전체 원소의 0.08%에 불과하지만, 탄소가 만드는 화합물은 무려 5,600만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더 쉽게 말하자면, 탄소는 다이아몬드가 되기도 하고 석유나 석탄이 되기도 하고 우리가 입는 옷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 온실 효과를 일으키는 것은 이산화탄소이며 플라스틱도 탄소로 이루어져 있다. 샴푸 등에 들어있는 합성계면활성제에도 탄소가 들어있다. 금속, 유리, 돌 정도를 빼고 거의 모든 물질이 탄소로 이루어져 있다니 정말 놀랍다! 위대한 탄소라고 해야 하나!

탄소는 이렇듯 다양한 화합물의 형태로 지구 시스템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탄소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고 이동한다. 이를 탄소의 순환이라고 부르는데, 빠른 순환 과정과 느린 순환 과정이 있다. 빠른 순환 과정이 생물의 호흡과 광합성을 통해 일어난다. 탄소는 반드시 순환해야 하는데 제대로 순환하지 못하게 되면 지구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화학'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거대한 화학 공장에서 시커먼 연기가 솟아 오르는, 녹색 지구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장면이 생각난다. "화학이 지구를 살릴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부터 이 책이 시작되었다. 지구 오염이 심각하지만, 지구가 왜 오염되었는지도 모르면서 환경을 보호하겠다고 말하지 말자. 탄소가 왜 지구 환경을 위협하는 물질인지, 플라스틱이 단지 썩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인지를 화학의 관점에서 살펴보자는 것이다.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를 보면 지구 환경이 심각하게 오염되어 마실 물도 부족하고 숨쉬기조차 힘들고 식량도 부족하다. 우주에는 지구에서 내다 버린 쓰레기가 가득하다. 이미 우리는 플라스틱 없이 생활할 수 없다.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당장 플라스틱이 포함된 물건을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다.

먼저 지구 시스템과 지구 생태계를 물질 순환이라는 원리를 바탕으로 충분히 이해한다면,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작은 실천부터 시작하여 꼼꼼히 따져보고 물건을 고르는 소비자가 되도록 노력하자. 현 세대의 잘못으로 미래 세대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인류애적 관점을 가지고 환경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화학의 눈으로 지구를 바라보자고 했다. 학교 다닐 때 배웠던 화학적 지식이 없어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오히려 화학이란 지구를 살리기 위해 꼭 필요한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 좀 열심히 공부해 둘 걸...... 원리를 제대로 알고 수학 문제를 풀어야 하듯 지구 환경을 보호하고 싶다면 지구 시스템이 돌아가는 원리를 파악하자. 아주 쉽고 친절한 설명으로 기초부터 알려주기 때문에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다. 청소년 자녀들과 함께 읽고 어떻게 지구 환경을 보호할 수 있을지 토론해 보자.

해당 도서는 갈매나무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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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학대에서 벗어나기
비벌리 엔젤 지음, 정영은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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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가둔 채 계속해서 힘을 빼앗아가는 수치심의 감옥을 벗어나라! 정서적 학대는 투명하여 보이지 않는 감옥이다.

신체적 학대와 정서적 학대, 어느 것이 더 나쁠가? 무엇이 무엇보다 더 나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신체적 학대는 눈에 보이기 때문에 쉽게 알아볼 수 있지만 정서적 학대는 가려져 있기 쉽고, 때로는 매우 교묘하게 위장되어 있기 때문에 가장 알아보기 어려운 학대에 속한다.

심지어 피해자 당사자조차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서서히 아주 서서히 피해자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다. 결국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힌 피해자는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착각이라고 믿는다. 또 이를 깨달은 후에도 관계를 끝내지 못하는 경우가 수없이 많다고 한다.

정서적 학대를 당한 피해자가 관계를 끝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수치심 때문이다. 아주 지독하고 해로운 수치심이다! 이 수치심은 피해자의 의지를 빼앗고 스스로 더 좋은 대우를 받을 가치가 없다고 느끼게 만든다. 따라서 정서적 학대를 알아채는 것도 중요하지만 피해자가 수치심을 극복하고 이를 치유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저자 비벌리 엔젤은 분노와 정서적 학대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전문 심리치료사이다. 35년 넘게 수많은 피해자를 상담하면서 정서적 학대에 대한 책을 4권이나 펴냈지만 이 책에서는 특히 '정서적 학대와 수치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수치심 (Shame)!

사람들은 분노나 슬픔에는 쉽게 공감하지만 수치심에는 잘 공감하지 못한다. 수치심은 정서적 학대가 남기는 가장 치명적이고 파괴적인 상처이며 치유하기 매우 어렵다. 수치심이 왜 그렇게 무서운 것일까?

장기간 수치심에 시달린 사람은 스스로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무가치한 존재라고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는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빠져서 학대적인 관계를 끊어내지 못한다고 한다. 매우 가슴 아프고 충격적이며 안타깝다.

그래서 저자는 계속해서 피해자의 힘을 빼앗아가는 '수치심의 감옥'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수치심의 감옥을 빠져나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피해자는 자책을 멈추고 자신이 존중과 배려를 받을 자격이 있고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한다. 이미 모든 힘과 에너지를 가해자에게 빼앗긴 피해자에게 이는 매우 어렵고 힘든 일이다.

정말 무서운 일이다. 매스컴에서도 연일 가스라이팅에 관한 기사가 보도된다. 가해자의 도구는 매우 다양하고 교묘하다. 가해자는 파트너를 조종하고 통제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갖춰두고 적절히 활용한다. 따라서 무엇이 정서적 학대에 해당하는지 우리가 확실하게 공부하고 알아둘 필요가 있다.

저자가 언급한 수많은 가해자의 도구들, 가해자는 피해자의 수치심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도가 텄다고 할 수 있다. 결론은 가해자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으려면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결국은 자기를 사랑하는 단단한 마음이 있어야 가해자가 휘두르는 다양한 도구들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다. 자신에 대한 공감과 너그러움, 즉 자기연민이 수치심에 맞설 수 있게 한다.

이 책 [정서적 학대에서 벗어나기]에 언급된 수많은 상담 사례를 읽다보면 어느 한 가지는 내가 경험한 일일 수 있다. 그것이 정서적 학대인지조차 몰랐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제 자기연민과 자기사랑을 바탕으로 나를 지켜야 한다. 나를 사랑하고 지킬 수 있는 것은 나뿐이다. 가해자에게 당당히 맞서자.

해당 도서는 소미미디어의 소미랑2기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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