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리, 새로운 10년의 시작
존 리 지음 / 김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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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행복할 수 있을까? 국민 모두가 부자가 되는 것이, 게다가 모두 행복한 부자가 되는 것이 가능할까? 존 리는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한국 사회가 숨 막히는 편견과 경직성을 깨부순다면 말이다!

이 책을 읽고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에 대해 자세하게 알게 되었다. 저자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된 것을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80년대 초반 연세대 경제학과를 자퇴하고 도미하여 뉴욕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미국 회계법인과 유명 자산운용사에서 무려 20년 넘게 일했다.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인 전용 펀드인 '코리아펀드'의 큰 성공으로 월가에서 스타 펀드매니저로서 명성을 얻었다. 2014년부터 2022년까지 메리츠자산운용의 CEO를 지냈다. 작년 6월 어느 신문사의 기사로 인해 그의 평판과 신뢰가 심각하게 손상되는 일이 발생했다.

​미국과 한국, 양쪽 문화에서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자연히 두 국가의 장점과 단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굉장히 재미있다. 미국과 비교해서 한국이 크게 떨어지는 분야가 무엇일까? 맞다, 바로 교육과 금융이다. 금융에 대한 이야기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교육에 관한 부분도 많이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유대인들이 경제 관념이 뛰어난 것은 어릴 때부터 돈에 대한 교육을 받기 때문이다. 이는 많은 책과 TV 프로그램 등으로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유대인들은 어릴 때부터 돈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돈의 노예가 되지 말고 돈에게 일을 시키라고 배운다. 한국에서는 밥 먹을 때 돈 얘기하지 말라, 또는 너무 돈, 돈 하며 살지 말아라, 돈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얼마든지 있다 등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다. 물론 지금은 이런 분위기가 많이 바뀌긴 했지만, 학교에서 금융 교육을 시키지 않는 것은 여전하다.

​내 생각에, 우리가 돈 얘기를 전면에 드러내 놓고 하기를 꺼리는 것은 성리학의 영향 때문이다. 조선 시대 사농공상 중 사(선비)와 농(농민)은 우대했지만, 공(장인)과 상(상인)은 천대했다. 농민은 식량을 생산하기 때문에 중요한 일로 생각했지만, 무엇을 만들거나 사고파는 것은 천시했다. 만들거나 사고팔아 돈을 버는 것은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무슨 일을 하든 돈을 많이 벌면 그게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예전에는 장사를 하는 것을 천시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양반은 추워도 추운 내색을 하지 말아야 하고 더워도 더운 내색을 하지 말아야 한다. 양반은 손에 돈을 쥐지 말며 쌀값을 묻지 말아야 한다. 박지원의 [양반전]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주식에 관한 정보가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게 되고 이제는 아이들의 생일 선물로 주식을 사 준다는 부모가 있다. 존 리 전 대표가 강연에서 아이들에게 주식 투자를 가르쳐야 한다고 했더니 한 어머니가 "대표님 말씀대로 아이 이름으로 매주 삼성전자 주식을 사 주고 있어요"라고 했다. 저자는 단순이 아이의 명의로 주식을 많이 사 주라고 한 것이 아니다. 아이가 투자를 배울 수 있도록 직접 주식도 골라보고 투자도 해 보게 하라는 의미였다. 저자는 강조한다. 아이가 자본가로서의 주체적인 감각을 배워야 하는데 그 기회를 주지 않고 돈만 대주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이다.

저자가 오랜 미국 생활을 끝내고 한국에 돌아와서 느낀 것은 자녀들에게 돈에 대해 전혀 가르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아이들은 금융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로 대학에 진학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한다. 취직을 하면 돈은 벌지만 투자를 하는 방법도 모르고 막연히 투자를 위험한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아니면 잘못된 방식으로 투자에 뛰어들기도 한다.

​이를 두고 저자는 어른이 되기 전에 이미 했어야 하는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살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놓쳐 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정말 충격적이고 무서운 말이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돈보다는 입시가 중요하다. 돈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하면 벌 게 되니까 아무 걱정하지 말고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고 말한다. 명문대가 취직을 보장해 주는 시대도 끝난 지 오래인데 말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자녀들이 부자가 될 확률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국의 이러한 정서 때문에 부자는 행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부자는 탐심이 많아서 재산이 많지만 행복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입시 때문에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아이들의 '꿈'이 된 지 오래이다. 아이들에게 요새 꿈이 뭐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하는지 아는가? "돈 많은 백수"이다. 정말 그렇다. 아니면 "돈 많은 게이머"

저자는 한국도 부모 세대의 인식만 바뀌면 유대인들처럼 충분히 자녀를 자본가로 키우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말이 맞지만, 조선 시대 성리학으로부터 뿌리 깊이 박혀온 편견, 그것이 편견인지도 모르는 무지, 그리고 숨이 막히게 만드는 일관성 없고 융통성마저 없는 입시가 바뀌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배울 점도 생각할 점도 많은 책이다.

해당 도서는 김영사 서포터즈 16기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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