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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이 신경 쓰입니다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평점 :
지극히 사소한 것들이 나의 일상을, 또 그것을 엿보는 이웃의 일상을 따사롭게 만들 수 있음을 가르쳐 주는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 & 만화집 [사소한 것들이 신경 쓰입니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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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는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여성 만화가 겸 에세이스트이다. 나는 예전에 [안나의 토성]으로 그녀를 처음 만났다. 어떤 인친님이 마스다 미리를 "아, 치유하는 아주머니!"라고 불러서 웃었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마스다 미리는 따뜻한 시각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사람도 그렇고 물건도 그렇다. 아주 작고 사소한 물건이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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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지하 식품 코너,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든 백화점 지하 식품 코너에 가면 마음이 조금 차분해진다고 한다. 정말? 내가 생각하는 백화점 지하 식품 코너는 굉장히 분주하고 정신 없기까지 한 그런 곳인데? 특히 백화점 문을 닫을 시간이 가깝다면 마감 세일을 해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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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본을 아주 여러 차례 가 보았다. 도쿄를 비롯해 구마모토, 교토, 나라, 오키나와, 오사카 등 꽤 많이 일본을 방문했다. 모두 결혼 후의 방문이다. 첫 방문 때 첫째 아이가 돌도 되지 않았을 때여서 기저귀며 분유며 우유병 등 짐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유모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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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나도 백화점 지하 식품 코너에 많이 갔었던 생각이 났다. 도쿄 한복판에 있는 유명 백화점이니 매우 깨끗하고 단정하게 늘어서 있는 식품 코너, 모두 너무 맛있어 보여서 고르기가 힘들었지. 한국에서는 백화점 지하 식품 코너를 거의 가지 않는다. 굳이 백화점까지 식재료를 사러 가지 않아도 되니까. 생각해 보니 일본에서 백화점 지하 식품 코너를 훨씬 많이 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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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마찬가지로 백화점 지하 식품 코너는 조금 비싸긴 하지만, 마감 세일 때 사면 조금 저렴하게 살 수가 있다. 저자는 채소나 생선, 고기 등의 식재료는 몇 가지 사다 보면 무거우니 주로 집 근처 수퍼를 이용한다고 했다. 이런 재료를 사러 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식품 코너만 둘러보아도 마음이 차분해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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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지하는 바깥 세상과 자신을 분리하고, 공백의 시간을 준다고 한다. 사람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을 때도 뭔가를 생각하고 싶을 때도 백화점 지하는 혼자가 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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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마트에 가면 다른 사람들의 카트를 보게 된다. 나도 그렇고 마스다 미리도 그렇다고 한다. 저 사람은 뭘 샀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뭘 살까 망설이다 다른 사람의 카트 안에 담긴 물건을 보고 '아, 나도 저걸 사야겠다'고 마음 먹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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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여러 차례 갔지만 달걀샌드위치 안에 달걀이 계란프라이인 달걀샌드위치는 보지 못한 것 같다. 마스다 미리는 달걀샌드위치를 파는 가게 앞에서 꼭 계란프라이가 들어가는 샌드위치인지 확인을 한다. 내 생각엔 달걀프라이보다는 삶은 달걀이 더 담백하지 않을까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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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는 읽는 사람의 마음을 무장 해제 시키는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 같다. 간결하고 재미있는 만화도 참 재미있다. 이 책을 읽고 일본 여행을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래, 거기서 먹은 것이 참 맛있었지, 그때 유모차를 밀고 지하철도 타고 참 많이도 다녔지 하면서 말이다. 또 당장 가까운 백화점 지하에 가서 마스다 미리처럼 예쁘고 맛있어 보이는 과자나 케이트를 구경하고 식품 코너에서 반찬을 구경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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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인생에 별 필요 없는 확인을 하느라 꽤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냥 확인하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이다. 꼭 무엇을 사지 않아도, 꼭 그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아도 살짝 혼자서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다. 매우 사소한 것이라도 확인을 하지 않으면 신경이 쓰일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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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것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평범하지 않게 바라보는 마스다 미리의 특별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발견할 수 있다. 평범한 일상 속 곳곳에 숨겨진 보물 같은 사소한 것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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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도서는 소미미디어의 도서 서포터즈 소미랑2기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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