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숲 양조장집
도다 준코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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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모두 행복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엄청난 비밀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은 비밀을 감추기 위한 거짓을 덧입는다.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가족사 소설입니다."라고 [모방범], [화차]의 저자 미야베 미유키가 강력 추천했다고 한다. 하지만 "재미있게"라는 표현이 좀 거슬린다. [대나무 숲 양조장 집]이라는 제목만으로 내용을 짐작하기 어려웠던 이 소설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묵직한 가족사를 다룬 이야기이다.

일본에 가면 몇 대째 대를 이어 하고 있다는 음식점이나 가게 등을 볼 수 있다. 가업을 잇는 것이다. 일본 문화에서 가업을 잇는다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임을 이 소설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가업을 잇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메밀 국수 가게를 해 왔으면 나도 메밀 국수 가게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은 전수 받으면 된다. 하지만 만약 내가 메밀 국수를 만들고 싶지 않고 화가가 되고 싶다면?

넓은 대나무 숲이 병풍처럼 펼쳐진 양조장, 간장 냄새가 난다. 무려 150년 가까이 대대로 이어져 온 유서 깊은 양조장이다. 아들에게 물려주지만 아들이 없다면 데릴사위라도 들여서 가업을 이어야 한다. 주인공인 어린 소녀 긴카, 긴카의 아버지는 가업을 잇기 위해 양조장으로 돌아오지만 화가의 미련을 버릴 수 없다. 미인이고 음식 솜씨도 매우 훌륭하지만 도벽이 있는 어머니 미노리를 중심으로 모든 등장인물이 저마다 비밀을 가지고 있다.

저자 도다 준코는 [눈의 소철나무]로 한국에 알려졌다고 한다. 저자는 옛날 술 양조장을 다룬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고 나중에 소설가가 되면 꼭 양조장 관련 소설을 써보고 싶다고 마음 먹었다고 한다. 여성 양조 기술자가 있는 간장 양조장을 알게 되고 취재하여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여성인 저자는 그동안 남자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써 왔다고 한다. 소설가가 된 지 무려 11년 만에 여성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썼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물론 도다 준코의 다른 소설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흥미가 생긴다.

가족사 소설이자 성장 소설이지만 마치 미스터리 소설과 같은 치밀함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도입부의 양조장 공사 현장에서 어린아이 크기의 백골이 발견되는 점, 양조장에 살면서 당주에게만 보인다는 좌부동자 전설, 모든 등장인물이 엄청난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소설은 제163회 나오키상 후보작으로 올랐는데, 한 심사 위원의 말대로 전체적으로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는데 독자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는 흥미진진한 전개와 흡입력이 일품이다.

이 소설의 번역자도 도다 준코의 작품은 사람들이 소설을 읽는 가장 궁극적인 목적인 '재미'가 보장된다고 썼다. 하지만 이런 내용에 '재미가 있다'는 표현이 과연 어울리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도다 준코의 다른 소설에 비해 주인공이 가장 고생을 덜하는 일명 '순한 맛' 소설이라고도 했다. 이 정도가 '순한 맛'이라니.

가업을 잇는다는 것과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소설 [대나무 숲 양조장 집]이다. 가업이라는 것은 나를 과거에 붙들어 매어 놓는 덫인가? 아니면 과거를 껴안고 마주해야 할 미래가 될 것인가? 누구나 비밀을 안고 살지만 누구에게 털어 놓을 수 없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비밀이 있다는 말도 맞고, 세상에 비밀은 없다는 말도 맞다. 이 모순된 진리를 깨닫게 하는 소설 [대나무 숲 양조장 집]이다.

해당 도서는 소미미디어의 소미랑2기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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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어둠
렌조 미키히코 저자, 양윤옥 역자 / 모모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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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돼 ......"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게이코가 신주쿠에 있는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호텔에서 살해되었다니......

게이코라면 바로 방금 전까지 이 카펫 위에 쓰러져 있었다. 내가 죽였다. 이 손으로, 침실에서 내가 죽였다. (11쪽)

내 손으로 죽인 와이프가 시내 한 호텔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경찰의 전화를 받게 되는데......

작가 렌조 미키히코는 '장르적 재미'와 '문학적 예술성'으로 탄성을 자아내게 하고 동시대 작가들에게 경외에 찬 질시를 받았던 작가라고 한다. 작품 [백광]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이 있다고 한다. 아직 [백광]은 읽어보지 못했고 이 단편집을 처음으로 렌조 미키히코를 알게 되었다.

작가의 키워드는 단연 '욕망'이다. 인간이 가진 '욕망', 그 끝이 어디까지인가를 확실하고 처절하게 보여 주는 소설이다. "가질 수 없으면 부서뜨리고, 믿을 수 없으면 속여넘기고, 살릴 수 없으면 죽여버리는, 뜨거운 정념과 차가운 복수를 넘나드는 가식 없는 욕망으로의 초대!" - 책 뒤표지에 있는 말인데 누가 썼는지 매우 멋지다!

모든 인간은 욕망을 가지고 있고 그 욕망을 채워가는 것이 인생이란 말인가. 그 욕망을 채우는 데에 방해가 된다면 그것이 누구라도 제거할 수밖에 없는가. 그것이 아내라도, 남편이라도, 내 자식이라도. 욕망을 자극하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절제된 문체가 계속 빨려 들게 만들었다.

작품이 1980년대에 쓰여져 그런지, 어딘지 모르게 최근 인터넷 트렌드가 반영된 미스터리 소설과는 매우 다르게 다가왔다. 특히 '네온사인'이라는 단어가 매 작품마다 눈에 띄었다.

시라이는 말을 마치고 어둠에 떠오른 네온 불빛의 알록달록한 색깔을 바라보았다. 그 아름다운 색깔이 어젯밤까지의 악몽을 모조리 씻어주는 것 같았다. <화석의 열쇠> 127쪽

하지만 강 선배의 뒷모습이 사라진 한밤중의 텅 빈 플랫폼이 차창 밖으로 미끄러져가고 이윽고 도쿄의 밤에 마지막 네온 불빛이 번져갈 때, 이제 이곳도 마지막이구나, 두 번 다시 도쿄에 돌아올 일도 없을 테니, 라는 감상에 젖어 들면서 퍼뜩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과거에서 온 목소리> 61쪽

8시에 나는 이 집에 없었으므로 당연히 이 집에서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 그 시각에 신주쿠의, 아마도 극채색의 천박한 네온사인 거리 한 귀퉁이에서 방금 전화한 남자를 만나 알리바이 증명을 부탁했으리라. <두 개의 얼굴> 44쪽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멈춰선 나를 두고 강 선배는 혼자 경찰서를 향해 걸음을 옮겼습니다. 뒷골목 주점의 네온사인 불빛에 평소보다 어깨가 축 처진 채 사건을 향해 뛰어드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말은 저렇게 하면서도 강 선배는 누구보다 신이치를 걱정하고 있구나, 라고 새삼 느꼈습니다. <과거에서 온 목소리> 77쪽

이 책 [열린 어둠]은 렌조 미키히코의 단편 아홉 편을 모은 것으로 1980년대에 처음 출간되었고 2014년에 복간이 이루어졌다. 당시 '복간 희망, 환상의 명작 베스트텐' 1위로 꼽혔다고 하니 얼마나 팬층이 두터웠는지도 알 것 같다.

최근 읽은 미스터리 소설은 SNS상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살인자로 몰리게 된 이야기였다. 최근 사회 문제도 담고 있고 인터넷과 SNS의 문제점도 반영되어 있는 소설이었다. 반면 렌조 미키히코의 이 단편집은 1980년대 작품이기 때문에 그와 같은 면모는 없다. 하지만 오히려 정통 추리물의 향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고 생각된다.

화려하지만 동시에 추잡한 인간의 욕망과 화려한 네온사인의 불빛이 절묘하게 어울리는 것 같다. 도시의 화려한 네온사인의 알록달록한 색깔은 때로는 추잡한 더러움을 씻겨줄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감상에 젖어들게 만든다. 뒷골목 주점의 네온사인 불빛은 쓸쓸하게 사라져가는 인생의 고독을 느끼게 해 준다. 렌조 미키히코의 이 단편소설집에서 내가 건져올린 단어 '네온사인'은 나에게 글감이 되어 주었다.

정말 재미있다. 강렬하게 자극적이다. 렌조 미키히코, 왜 천재 작가로 불렸는지 알 것 같다. 이런 추리물을 읽으면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고 느끼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까?

해당 도서는 모모출판사의 서평단으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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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킹 101 : 더 나은 삶을 위한 생각하기 연습
안우경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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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심리학이 세상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왜 심리학을 배울까? 심리학을 배우면 일상생활에서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심리학을 배우면 어리석은 실수를 줄일 수 있을까?

나는 심리학을 좋아한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했지만 심리학 교양 수업이 아닌 전공 수업도 들었다. 고등학교 때 잠깐이지만 심리학을 전공할까 고민도 했었다. 꼭 심리학을 전공으로 삼지 않아도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많다. 전공 서적이 아니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심리학 서적이 많이 출판되고 있다.

평범한 나같은 사람도 가지는 질문이 있다. 심리학이 과연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나은 곳으로 바꿀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인지심리학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세상을 더 좋게 만들고 싶어서 시작하지 않았을까? [씽킹 101]의 저자인 예일대학교 안우경 교수도 지도 교수님에게 그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반대로 생각해 보자. 심리학을 공부하지 않는다고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뭔가 부족하거나 불편한 것이 있을까?

저자 안우경 교수는 말한다. '더 나은 세상'은 '더 공정한 세상'이어야 한다고 말이다. '더 공정하려면' 우리는 편견 없이 생각해야 한다. 더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먼저 자신에게 공정해야만 한다. 단순하게 생각을 해 보자. 손실 회피라는 개념을 충분히 이해한다면, 타인의 두려움을 이용하여 비즈니스 전략을 손쉽게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공정해야 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이는 '확인 편향'과 관계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인생에서 어디쯤 와 있는지 알고 싶어한다. 예를 들어 "내 결혼 생활은 지금 괜찮은가?", "나는 유능한 사람일까?",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까?" 등 여러 가지를 알고 싶다. 잡지에 많이 나오는 'OO으로 알아보는 내 성격' 이런 종류의 테스트가 있다. 누구나 한 번쯤 재미로 해 보았을 것이다. 이러한 테스트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범한 사람이 이러한 테스트를 해 보고 오류에 쉽게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가지 결과가 나왔을 때, 그 결과를 반증하는 사례도 찾아보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 테스트를 해 보고 나온 결과를 덥석 믿어버리기 때문이다. 확인 편향에 빠지면 지나치게 자만하거나 지나치게 자신을 나약한 존재로 만들어 버릴 수가 있어서 위험하다. 이는 개인 차원의 피해이다.

저자의 남편도 심리학자인데 미국국립아카데미에서 주는 권위 있는 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 시상식에 아이들을 데리고 참석했는데 어린 딸이 "엄마, 저 위에는 왜 여자보다 남자가 더 많아요?"라고 큰 소리로 물어봤다. 저명하고 권위 있는 시상식 단상에는 남성 비율이 훨씬 높았는데 저자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딸아이가 질문하기 전까지는 그저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이런 환경에 너무 익숙했기 때문에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저명한 과학 분야의 상을 받는 사람 중 남자가 더 많은 것은 "남자만" 과학을 잘하기 때문이 아니다. 남성과 여성 모두 과학을 잘 할 수 있지만 우리 사회가 '남자와 과학'에 관한 확인 편향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회적 확인 편향으로 성별, 인종, 나이 등에 근거한 고정관념이 원인이 된다.

우리가 심리학 책 한 권을 읽는다고 또는 여러 권 읽는다고 당장 더 나은 세상이 되고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언급한 것들은 우리 일상생활에 매우 유용한 내용이다. 이 책의 내용은 안우경 교수가 예일대학교 심리학 수업 씽킹 101 에서 실제로 수업한 것을 바탕으로 썼다고 한다. 이 수업이 왜 그토록 많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는지 이해가 된다.

책 한 권이 세상을 바꿀 수도,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는 이렇게 책 한 권에 요약된 예일대학교의 심리학 수업을 접할 수도 있는 세상을 살고 있다. 이런 짧은 서평으로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굉장히 재미있고 유익한 심리학 명강의 씽킹 101을 꼭 읽어보자.

해당 도서는 흐름출판사의 서평단으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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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버스 - 명문 대학으로 직행하는 초등 공부 전략서
분당강쌤 지음 / 다산에듀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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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한 트럭 보낸 그 유명한 분당강쌤의 초등 공부 전략서! 스카이 버스!

명문대 보내고 싶다면 초등 6학년이 되기 전에 스카이 버스에 올라타야 한다!

어느 날 유튜브에서 우연하게 분당강쌤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언제인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때는 분당의 학원 이름까지 나와 있었다. 그런데 얼마 후에 보니 너무 많은 문의가 들어와서 학원 이름을 삭제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분당강쌤이다.

'서울대 한 트럭 보낸 고등쌤의 조언' 영상으로 단기간에 어마어마한 조회수를 기록하고 단숨에 초등맘들의 우상이 되어 버린 분당강쌤. 인스타그램에 찾아보니 얼마전 설명회를 개최한 것 같다. 저자 사인을 받으려고 길게 늘어선 줄, 분당강쌤과 같이 사진을 찍고 기뻐하는 엄마들의 사진을 보았다.

수능만점자들이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다. 맞다. 학원보다 EBS 강의를 듣고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는 이야기이다. 분당강쌤도 선행을 자제하고 교과서 공부에 초점을 맞추라고 조언한다. 학원 선생님이 선행을 자제하라니. 분당강쌤의 학원에서 매년 수능 국어 만점자를 배출하고 있다니 과연 놀랍다. 주요 과목 중에서 국어는 만점이 가장 나오기 어려운 과목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입시는 전쟁이다. 초등부터 기본기를 다져야 명문 대학을 갈 수 있다. 대한민국의 부모는 그냥 부모로 살면 안 되고 '학부모'로 살아야 한다. SKY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초등맘때에는 부모에서 '학부모'로 의식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버스를 탔다면, 이제 초등 학부모로서 마음가짐을 굳건히 해야 한다. 분당강쌤은 이때 반드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두려워하지 말고 '생각의 감옥'에서 탈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다시 말해, 확실하지 않은 대입에 관한 정보만 믿고 따라가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가 '생각의 감옥'에서 탈출하려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

분당강쌤에 따르면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잘못된 정보를 믿고 있다. 대학 입시에 관해 말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조언을 하나 이야기해 보자. 일반적으로 초등 학부모는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히고 싶어한다. 그리고 '학년별 권장 도서 리스트'를 작성하여 아이가 한 권씩 읽을 때마다 리스트에서 삭제한다. 하지만 "독서를 많이 해야 수능 국어에 유리하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냥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입시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랜 경험으로 보았을 때, 책을 거의 읽지 않고도 서울대에 합격한 학생도 있고 책을 엄청나게 읽은 학생이 대학에 떨어지기도 했다. 책을 좋아하고 엄청나게 많이 읽은 학생이 국어 성적은 엉망인 경우도 보았다고 한다. 즉, 독서와 입시는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것은 맞지만, 완벽한 인과관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교과서는 모든 지식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지식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오랜 연구를 거쳐 여러 가지 학설 중 그나마 문제없는 내용을 교과서에 수록하기 때문이고, 또 국가가 그 내용과 체계를 인정하고 그 타당성에 관해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현 상황에서 수능을 잘 보기 위해 교과서를 숙지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교과서가 그렇게 훌륭하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국가가 내용과 체계를 검증했다고 해서 모든 책임을 지고 있다는 것도 과연 그런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수능이라는 입시를 치르기 위해 대한민국 모든 학생이 배우는 것이 교과서임은 맞으나, 그렇다고 해서 교과서가 아무 문제가 없고 훌륭하다고 볼 수는 없다.

다시 말해, 저자의 말대로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명문대에 가기 위해서는 교과서를 자세하고 꼼꼼하게 읽고 공부해야 하는 것이 맞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입시를 위해서는 여러 분야의 다양한 책을 '그냥' 읽는 것은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현실이다.

매우 안타깝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스카이 SKY에 가기 위해서 초등학교 때부터 준비하고 스카이 버스에 올라타야만 하는 현실, 거기에 순풍만 불어준다면 무난히 스카이에 진학할 수 있다. 모든 것이 대학 입시를 위해 정형화되어 맞춰지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나도 스카이 나왔다. 하지만 나는 우리나라 교육이 제대로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 너는 무슨 대안이 있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분당강쌤의 말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다. 스카이 가려면 저자의 말대로 공부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으로 '올바른' 교육이자 '공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해당 도서는 다산북스의 서평단으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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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이 아닌 잘못
아사쿠라 아키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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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곧 육체고 육체야말로 사람의 전부다. 육체가 부패하는 것은 사람으로서 부패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122쪽

어느 날 살인자가 되어 버린 사나이

아무도 믿을 수 없다. 그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다.

그저 도망쳐야 한다. 사태가 심각하다.

도망치고 또 도망치고 또 도망쳐야 한다.

책을 읽고 나니 앞표지의 달리는 남자의 뒷모습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내 것이 아닌 잘못으로 한순간에 살인자가 된 사나이.

한 가지 다행이었던 것은 그가 평소에 조깅을 즐기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경찰의 추격을 피해 그야말로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린다. 발에 피가 날 정도로.

저자 아사쿠라 아키나리는 확실히 현대 사회의 인터넷을 비롯한 여러 사회 문제를 다루고 싶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정말 완벽할 정도로 소설 속에 잘 구현했다.

트위터 - 트윗을 할 줄 아는 세대와 트위터가 그저 SNS라는 것 정도만 아는 세대.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만으로 살인이라고 단정하는 사람들, 그리고 경찰의 힘이 아닌 자신들이 범인을 찾아내 때려잡는 것이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

한 가지씩 사실이 밝혀질 때마다 부화뇌동하는 사람들,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사람들과 거짓 정보를 아무 여과 없이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들까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그를 주목하고 있다. 한순간에 모든 신상이 털리고 숨을 곳이 없다. 돈이 있어도 물도 음식도 옷도 살 수가 없다. 온 국민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야마가타 다이스케.

인터넷 마녀사냥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사실의 증명 없이 허위 사실을 자랑스럽게 퍼 나르는 대중. 모든 증거가 한 사람을 향하고 있을 때, 그가 살인자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나라면 어떨까? 너무나도 명백해 보이는 사실이 사실은 날조된 사실일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될까?

주인공 다이스케는 대기업의 영업 부장답게 남부럽지 않은 '조건'을 갖춘 남성이다. 높은 연봉, 멋진 집, 예쁜 부인과 딸아이, 그리고 잘생기기까지 했다. 게다가 아랫사람이나 서빙하는 사람, 회사의 청소 일을 하는 사람에게까지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가 살인자로 몰렸을 때 마치 대중은 환호하는 것 같다. 그래, 너같이 모든 걸 갖춘 인간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때다. 바로 이때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은 사람들.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억울한 상황 속에서 계속 도망치는 주인공이 모습을 보며 영화 <도망자>가 떠올랐다. 인터넷 마녀사냥을 다룬 점에서 초등 5학년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이규희의 [악플 전쟁]도 생각난다.

이제는 영화 <도망자>에서처럼 오래 도망 다니기 매우 불가능할 것이다. 범인이라고 의심받으면 경찰보다 먼저 나서서 잡으려고 달려드는 자칭 '정의의 사도들'이 설치기 때문이다. 어딜 가든 CC TV를 피할 수 없다. 너무 과한 표현인가? 물론 시민들의 도움으로 범인을 잡는 경우도 많다. 인터넷상의 악플이, 때로는 순식간에 트윗되는 트위터가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갈 수도 있음을 이제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또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과 그 가족의 신상까지 털려서 고통받게 되는 문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단순 미스터리가 아닌 우리 사회의 문제를 예리하게 파고들며 박진감 넘치게 주인공을 도망치게 만드는 작가 아사쿠라 아키나리. 과연 '복선의 마술사'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장까지 손에 땀을 쥐며 읽었고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아!' 하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충격이 머리를 휘감아 이를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막막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린 주인공 다이스케, 나라면 과연 며칠이나 도망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달리기 전혀 못한다. 며칠은 커녕 몇 시간만에 잡힐 것이다. 아사쿠라 아키나리, 내 것이 아닌 잘못! 극찬하고 싶다.

해당 도서는 블루홀식스 출판사의 서평단으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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