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이 아닌 잘못
아사쿠라 아키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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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곧 육체고 육체야말로 사람의 전부다. 육체가 부패하는 것은 사람으로서 부패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122쪽

어느 날 살인자가 되어 버린 사나이

아무도 믿을 수 없다. 그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다.

그저 도망쳐야 한다. 사태가 심각하다.

도망치고 또 도망치고 또 도망쳐야 한다.

책을 읽고 나니 앞표지의 달리는 남자의 뒷모습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내 것이 아닌 잘못으로 한순간에 살인자가 된 사나이.

한 가지 다행이었던 것은 그가 평소에 조깅을 즐기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경찰의 추격을 피해 그야말로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린다. 발에 피가 날 정도로.

저자 아사쿠라 아키나리는 확실히 현대 사회의 인터넷을 비롯한 여러 사회 문제를 다루고 싶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정말 완벽할 정도로 소설 속에 잘 구현했다.

트위터 - 트윗을 할 줄 아는 세대와 트위터가 그저 SNS라는 것 정도만 아는 세대.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만으로 살인이라고 단정하는 사람들, 그리고 경찰의 힘이 아닌 자신들이 범인을 찾아내 때려잡는 것이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

한 가지씩 사실이 밝혀질 때마다 부화뇌동하는 사람들,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사람들과 거짓 정보를 아무 여과 없이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들까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그를 주목하고 있다. 한순간에 모든 신상이 털리고 숨을 곳이 없다. 돈이 있어도 물도 음식도 옷도 살 수가 없다. 온 국민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야마가타 다이스케.

인터넷 마녀사냥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사실의 증명 없이 허위 사실을 자랑스럽게 퍼 나르는 대중. 모든 증거가 한 사람을 향하고 있을 때, 그가 살인자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나라면 어떨까? 너무나도 명백해 보이는 사실이 사실은 날조된 사실일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될까?

주인공 다이스케는 대기업의 영업 부장답게 남부럽지 않은 '조건'을 갖춘 남성이다. 높은 연봉, 멋진 집, 예쁜 부인과 딸아이, 그리고 잘생기기까지 했다. 게다가 아랫사람이나 서빙하는 사람, 회사의 청소 일을 하는 사람에게까지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가 살인자로 몰렸을 때 마치 대중은 환호하는 것 같다. 그래, 너같이 모든 걸 갖춘 인간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때다. 바로 이때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은 사람들.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억울한 상황 속에서 계속 도망치는 주인공이 모습을 보며 영화 <도망자>가 떠올랐다. 인터넷 마녀사냥을 다룬 점에서 초등 5학년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이규희의 [악플 전쟁]도 생각난다.

이제는 영화 <도망자>에서처럼 오래 도망 다니기 매우 불가능할 것이다. 범인이라고 의심받으면 경찰보다 먼저 나서서 잡으려고 달려드는 자칭 '정의의 사도들'이 설치기 때문이다. 어딜 가든 CC TV를 피할 수 없다. 너무 과한 표현인가? 물론 시민들의 도움으로 범인을 잡는 경우도 많다. 인터넷상의 악플이, 때로는 순식간에 트윗되는 트위터가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갈 수도 있음을 이제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또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과 그 가족의 신상까지 털려서 고통받게 되는 문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단순 미스터리가 아닌 우리 사회의 문제를 예리하게 파고들며 박진감 넘치게 주인공을 도망치게 만드는 작가 아사쿠라 아키나리. 과연 '복선의 마술사'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장까지 손에 땀을 쥐며 읽었고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아!' 하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충격이 머리를 휘감아 이를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막막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린 주인공 다이스케, 나라면 과연 며칠이나 도망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달리기 전혀 못한다. 며칠은 커녕 몇 시간만에 잡힐 것이다. 아사쿠라 아키나리, 내 것이 아닌 잘못! 극찬하고 싶다.

해당 도서는 블루홀식스 출판사의 서평단으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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