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버스 - 명문 대학으로 직행하는 초등 공부 전략서
분당강쌤 지음 / 다산에듀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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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한 트럭 보낸 그 유명한 분당강쌤의 초등 공부 전략서! 스카이 버스!

명문대 보내고 싶다면 초등 6학년이 되기 전에 스카이 버스에 올라타야 한다!

어느 날 유튜브에서 우연하게 분당강쌤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언제인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때는 분당의 학원 이름까지 나와 있었다. 그런데 얼마 후에 보니 너무 많은 문의가 들어와서 학원 이름을 삭제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분당강쌤이다.

'서울대 한 트럭 보낸 고등쌤의 조언' 영상으로 단기간에 어마어마한 조회수를 기록하고 단숨에 초등맘들의 우상이 되어 버린 분당강쌤. 인스타그램에 찾아보니 얼마전 설명회를 개최한 것 같다. 저자 사인을 받으려고 길게 늘어선 줄, 분당강쌤과 같이 사진을 찍고 기뻐하는 엄마들의 사진을 보았다.

수능만점자들이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다. 맞다. 학원보다 EBS 강의를 듣고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는 이야기이다. 분당강쌤도 선행을 자제하고 교과서 공부에 초점을 맞추라고 조언한다. 학원 선생님이 선행을 자제하라니. 분당강쌤의 학원에서 매년 수능 국어 만점자를 배출하고 있다니 과연 놀랍다. 주요 과목 중에서 국어는 만점이 가장 나오기 어려운 과목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입시는 전쟁이다. 초등부터 기본기를 다져야 명문 대학을 갈 수 있다. 대한민국의 부모는 그냥 부모로 살면 안 되고 '학부모'로 살아야 한다. SKY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초등맘때에는 부모에서 '학부모'로 의식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버스를 탔다면, 이제 초등 학부모로서 마음가짐을 굳건히 해야 한다. 분당강쌤은 이때 반드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두려워하지 말고 '생각의 감옥'에서 탈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다시 말해, 확실하지 않은 대입에 관한 정보만 믿고 따라가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가 '생각의 감옥'에서 탈출하려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

분당강쌤에 따르면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잘못된 정보를 믿고 있다. 대학 입시에 관해 말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조언을 하나 이야기해 보자. 일반적으로 초등 학부모는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히고 싶어한다. 그리고 '학년별 권장 도서 리스트'를 작성하여 아이가 한 권씩 읽을 때마다 리스트에서 삭제한다. 하지만 "독서를 많이 해야 수능 국어에 유리하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냥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입시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랜 경험으로 보았을 때, 책을 거의 읽지 않고도 서울대에 합격한 학생도 있고 책을 엄청나게 읽은 학생이 대학에 떨어지기도 했다. 책을 좋아하고 엄청나게 많이 읽은 학생이 국어 성적은 엉망인 경우도 보았다고 한다. 즉, 독서와 입시는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것은 맞지만, 완벽한 인과관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교과서는 모든 지식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지식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오랜 연구를 거쳐 여러 가지 학설 중 그나마 문제없는 내용을 교과서에 수록하기 때문이고, 또 국가가 그 내용과 체계를 인정하고 그 타당성에 관해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현 상황에서 수능을 잘 보기 위해 교과서를 숙지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교과서가 그렇게 훌륭하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국가가 내용과 체계를 검증했다고 해서 모든 책임을 지고 있다는 것도 과연 그런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수능이라는 입시를 치르기 위해 대한민국 모든 학생이 배우는 것이 교과서임은 맞으나, 그렇다고 해서 교과서가 아무 문제가 없고 훌륭하다고 볼 수는 없다.

다시 말해, 저자의 말대로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명문대에 가기 위해서는 교과서를 자세하고 꼼꼼하게 읽고 공부해야 하는 것이 맞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입시를 위해서는 여러 분야의 다양한 책을 '그냥' 읽는 것은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현실이다.

매우 안타깝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스카이 SKY에 가기 위해서 초등학교 때부터 준비하고 스카이 버스에 올라타야만 하는 현실, 거기에 순풍만 불어준다면 무난히 스카이에 진학할 수 있다. 모든 것이 대학 입시를 위해 정형화되어 맞춰지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나도 스카이 나왔다. 하지만 나는 우리나라 교육이 제대로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 너는 무슨 대안이 있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분당강쌤의 말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다. 스카이 가려면 저자의 말대로 공부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으로 '올바른' 교육이자 '공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해당 도서는 다산북스의 서평단으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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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이 아닌 잘못
아사쿠라 아키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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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곧 육체고 육체야말로 사람의 전부다. 육체가 부패하는 것은 사람으로서 부패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122쪽

어느 날 살인자가 되어 버린 사나이

아무도 믿을 수 없다. 그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다.

그저 도망쳐야 한다. 사태가 심각하다.

도망치고 또 도망치고 또 도망쳐야 한다.

책을 읽고 나니 앞표지의 달리는 남자의 뒷모습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내 것이 아닌 잘못으로 한순간에 살인자가 된 사나이.

한 가지 다행이었던 것은 그가 평소에 조깅을 즐기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경찰의 추격을 피해 그야말로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린다. 발에 피가 날 정도로.

저자 아사쿠라 아키나리는 확실히 현대 사회의 인터넷을 비롯한 여러 사회 문제를 다루고 싶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정말 완벽할 정도로 소설 속에 잘 구현했다.

트위터 - 트윗을 할 줄 아는 세대와 트위터가 그저 SNS라는 것 정도만 아는 세대.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만으로 살인이라고 단정하는 사람들, 그리고 경찰의 힘이 아닌 자신들이 범인을 찾아내 때려잡는 것이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

한 가지씩 사실이 밝혀질 때마다 부화뇌동하는 사람들,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사람들과 거짓 정보를 아무 여과 없이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들까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그를 주목하고 있다. 한순간에 모든 신상이 털리고 숨을 곳이 없다. 돈이 있어도 물도 음식도 옷도 살 수가 없다. 온 국민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야마가타 다이스케.

인터넷 마녀사냥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사실의 증명 없이 허위 사실을 자랑스럽게 퍼 나르는 대중. 모든 증거가 한 사람을 향하고 있을 때, 그가 살인자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나라면 어떨까? 너무나도 명백해 보이는 사실이 사실은 날조된 사실일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될까?

주인공 다이스케는 대기업의 영업 부장답게 남부럽지 않은 '조건'을 갖춘 남성이다. 높은 연봉, 멋진 집, 예쁜 부인과 딸아이, 그리고 잘생기기까지 했다. 게다가 아랫사람이나 서빙하는 사람, 회사의 청소 일을 하는 사람에게까지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가 살인자로 몰렸을 때 마치 대중은 환호하는 것 같다. 그래, 너같이 모든 걸 갖춘 인간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때다. 바로 이때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은 사람들.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억울한 상황 속에서 계속 도망치는 주인공이 모습을 보며 영화 <도망자>가 떠올랐다. 인터넷 마녀사냥을 다룬 점에서 초등 5학년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이규희의 [악플 전쟁]도 생각난다.

이제는 영화 <도망자>에서처럼 오래 도망 다니기 매우 불가능할 것이다. 범인이라고 의심받으면 경찰보다 먼저 나서서 잡으려고 달려드는 자칭 '정의의 사도들'이 설치기 때문이다. 어딜 가든 CC TV를 피할 수 없다. 너무 과한 표현인가? 물론 시민들의 도움으로 범인을 잡는 경우도 많다. 인터넷상의 악플이, 때로는 순식간에 트윗되는 트위터가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갈 수도 있음을 이제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또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과 그 가족의 신상까지 털려서 고통받게 되는 문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단순 미스터리가 아닌 우리 사회의 문제를 예리하게 파고들며 박진감 넘치게 주인공을 도망치게 만드는 작가 아사쿠라 아키나리. 과연 '복선의 마술사'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장까지 손에 땀을 쥐며 읽었고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아!' 하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충격이 머리를 휘감아 이를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막막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린 주인공 다이스케, 나라면 과연 며칠이나 도망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달리기 전혀 못한다. 며칠은 커녕 몇 시간만에 잡힐 것이다. 아사쿠라 아키나리, 내 것이 아닌 잘못! 극찬하고 싶다.

해당 도서는 블루홀식스 출판사의 서평단으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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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쓸모 있는 철학 강의
고스다 겐 지음, 오정화 옮김, 김선희 감수 / 더숲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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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한다 해도 누군가는 그 속도와 방향이 올바르고 가치 있는지 고민한다!

챗GPT로 연일 뜨겁다. 구글뿐 아니라 마치 전 세계가 발칵 뒤집힌 것 같다. 나도 수업 시간에 챗GPT가 미국 대학원 시험에 통과한 뉴스와 오친클로스 미 하원 의원이 법안의 중요성을 소개하는 하원 연설문을 챗GPT에 100단어로 작성하게 했다는 뉴스를 보여 주었다.

챗GPT가 쓴 글이 AI가 쓴 글인지 사람이 쓴 글인지 거의 구별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심지어 시도 쓰고 작사도 한다고 한다. AI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창작과 예술의 영역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이제 하기 민망해졌다.

학생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짧게 써 내도록 했다. AI가 사람처럼 글도 쓰고 시도 쓴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다는 의견, 하지만 미래에 AI가 많은 직업을 대체하게 된다면 많은 직업이 사라지게 될 것이고 두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 AI에게 물어보기만 하면 순식간에 엄청난 정보가 나오는데 우리가 이렇게 힘들게 공부하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물론 두려워하기만 할 필요는 없으며 우리가 AI를 잘 다스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인생은 끊임없는 질문의 연속이며 선택의 연속이다. 인간은 자신을 둘러싼 의문에 대해 생각해 왔다. '학교'를 예를 들어 보자. 학교에서 별로 배우는 것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사회에 나오면 거의 도움이 되는 것 같지도 않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학교에 다니고 있다. 물론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엄마가 가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다닌다고 대답한다. 학교에 다니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기도 하다. 정해진 이유는 없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철학의 쓸모는 무엇일까? 철학은 문제의 차원에 변화를 준다. 즉, 학교에 다니는 사람의 관점에서 학교로 관점을 옮긴다는 것이다. 관점을 옮기면 새로운 의문이 열린다. 학교란 무엇인가? 교육은 무엇인가? 등으로 말이다.

학교에서 중요한 것은 학습이 아니다, 자연이야말로 우리의 학교다!라고 역설한 루소.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기 때문에 사회로 나가기 위해 교육이 꼭 필요하고 그것이 이루어지는 곳이 학교라고 주장한 존 듀이. 학교라는 제도는 감옥과 같아서 국가에 필요한 인간을 양성해 내는 규율 훈련의 장이라고 주장한 푸코.

청소년기는 그 어느 시기보다 궁금한 것이 많을 때이다. 중학생들도 인생이 왜 이리 힘드냐며 푸념을 늘어놓는다. 학교는 다니기 싫지만 공부는 해야 하고 '나'에 대해서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도 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며 전쟁이란 무엇이며 왜 인간은 서로 죽이는지 생각한다. 학교에서는 시간이 정말 느리게 가는데 왜 게임할 때는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 것인지 궁금하다.

내 수업 시간에 활용할 만한 내용이 많을 것 같아서 서평단에 지원했다. 철학사에 대해 개략적인 이해를 하기 매우 좋다. 일반적으로 철학 입문서는 연대기적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저자는 연대기적 형식을 일부러 피했다. 우리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에 대한 질문, 그 질문 속에 숨겨진 문제에 대하여 철학에서는 어떤 사색이 이루어져 왔는지를 다룬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원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철학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 철학에 관심이 생겨 다른 철학책도 찾아보게 되는 것 말이다. 이렇게 된다면 저자로서 더 큰 기쁨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의 감수를 맡은 김선희 교수의 말처럼, 이 책은 지식을 잘 분류하고 도해하는 일본 교양서 특유의 장점이 잘 드러난 책이다. 물론 엄청난 내용을 아주 간략하게 도식화했기 때문에 당연히 공백이 보인다고도 했다. 당연하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궁금해 하는 인생의 문제에 대해 접근하기 매우 훌륭한 책이다. 일러스트가 함께 있어 훨씬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학생들이 철학을 싫어할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아이들은 교과서를 공부하는 것보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청소년들의 호기심과 궁금함을 열띤 토론으로 잘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약간의 양념이 필요하다. 스테이크를 맛있게 굽기 위해서 마리네이드 과정을 거치면 좋듯 교사는 이 책을 훌륭한 토론을 이끌어 내기 위한 준비 교재로 사용하면 좋겠다.

해당 도서는 더숲 출판사의 서평단으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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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 계속 쓰려는 사람을 위한 48가지 이야기
은유 지음 / 김영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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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의 언어를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저는 글쓰기로 '잠재적 셀프 구원'을 경험했죠. 서두르지 말고 제 몸으로 써나갈 때 자기만의 언어가 만들어집니다. by 은유 작가

나: 은유 작가님, 정말 반갑습니다! 은유 작가님의 명성은 많이 들었지만 작가님의 책을 처음 읽어봤어요. 이 책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가 작가님의 세 번째 글쓰기 책이죠? 제가 지금 100일 동안 매일 글을 쓰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작가님의 책이 매우 도움이 될 것 같아 읽었습니다.

은유 작가: 네, 제가 글쓰기 수업을 한 지 13년 차인데 이 책이 세 번째 글쓰기 책입니다.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이미 두 권이나 냈는데 또 글쓰기 책을 낼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새로운 내용을 담을 수 있을까 말이죠. 하지만 용기를 내어 책을 냈습니다.

나: 제목이 재미있어요. 왜 [글쓰기 상담소]라고 정하셨나요?

은유 작가: 제가 많이 받는 질문들이 있어요. 그런데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나 이미 책을 낸 사람이 질문하는 내용이 똑같았어요. 참 놀랍고 재미있지 않나요? 예비 작가든 작가든 누구나 글쓰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제가 많이 받는 질문을 가지고 상담소를 차려 봤어요. (웃음)

나: 저는 글감이 많이 떠오르는 편이에요. 짧은 글보다 긴 글도 잘 쓰고요. 오히려 짧게 쓰는 것이 더 어려워요. 하지만 다 쓴 제 글을 보고 이게 과연 잘 쓴 글인지 고민을 할 때가 많아요. 작가로서 재능이 있는지도 모르겠고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은유 작가: 정말 많은 분들이 하시는 질문이죠. 저는 재능이 있고 없고를 생각하기보다 재미있어서 글을 썼어요. 취미처럼 쓰다가 그게 직업이 되었고 그래서 계속 썼어요. 쓰다 보니 또 쓰고 싶은 말이 차올랐어요. '재능'에 중점을 두기보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를 물어보시면 좋겠어요. 이는 곧 '내가 세상에 외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와 연결되죠.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쓰거든요. 제 책 [쓰기의 말들]에서 이렇게 표현했어요. "쓰는 고통이 크면 안 쓴다. 안 쓰는 고통이 더 큰 사람은 쓴다."고요. 대답이 되었을까요?

나: 작가님은 인터뷰 작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인터뷰집을 무려 다섯 권이나 내셨습니다. 작가님만큼 인터뷰를 잘하시는 분도 없을 것 같아요. 인터뷰를 잘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은유 작가: (웃음) 제가 인터뷰를 좋아해요. 자유기고가로 일할 때부터 좋아했고 더 잘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다보니 인터뷰 요청을 꾸준히 받았어요. 인터뷰가 꼭 비문학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에요. 소설가들도 작품을 쓰기 위해 주인공의 직업과 관련된 직업인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죠. 인터뷰는 '나는 너를 알고 싶어'라는 프로포즈에요. 귀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행위죠. 보통 인터뷰를 받는 사람은 권력가이거나 성공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평범한 사람들도 엄청난 '자기 서사'를 가지고 있거든요. 인터뷰를 잘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귀하게 여겨야 합니다. 인터뷰에 대해 말하려면 따로 책 한 권을 써야 할 정도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인터뷰는 '나를 흔들어놓는 대화'입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미세한 균열과 혼란이 만들어지고 그래서 다른 사유를 하게 되거든요. 인생의 일대일 과외 같다고 할까요?

나: 와, 인터뷰를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정말 신선합니다. 마지막으로 글쓰기 전과 후에 작가님이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은유 작가: 글을 쓰기 전에는 김지영으로 살았다면 글을 쓰고 난 후에는 '은유'로 살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입니다. 네, '은유'는 제 필명입니다. 부모가 지어준 무난한 이름처럼 무던한 삶을 살던 한 여성이, 니체 책을 읽는 세미나에 갔다가 스스로 '은유'라고 이름 짓고 '은유'가 되었어요. 은유법의 그 은유죠. 읽는 사람 은유로 살다가 쓰는 사람 은유가 되었습니다. '은유'는 제가 글을 쓰게 만드는 마법의 주문이라고 할까요? 은유가 된 후로는 내 욕망과 방향을 찾아가면서 살게 되었어요. 남들이 뭐라 하든 내 감정, 생각, 느낌을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어요.

나: 개인적인 '나'를 사회적인 '나'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말씀이시네요. 작가님과의 인터뷰와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덕분에 쓰는 인간으로서의 저의 위치를 더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작가님처럼 글쓰기가 제 삶의 선물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는 계속 쓰려는 사람을 위한 48가지 질문에 답해 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꼭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 내가 가장 궁금한 질문을 찾아서 읽어도 된다. 좋은 점은 쓰고 싶은 자, 쓰려는 자, 이미 책을 낸 자 모두가 공통으로 궁금해 하는 질문이 망라되어 있다는 것이다. 왜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이 필요할 때나 더 잘 쓰고 싶은 때 써지지 않을 때나, 계속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을 때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를 찾아가 보자. 분명 많은 위로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은유 작가는 르포 작가로 많은 사람을 인터뷰하여 책을 썼다. 내가 은유 작가를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리뷰를 써 보았다. 언젠가 내가 은유 작가님을 인터뷰할 날이 꼭 올 것이다.

해당 도서는 김영사의 서포터즈 16기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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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그리면 거짓이 된다
아야사키 슌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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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고통? 그게 뭐야? 몰라 그런 건 필요 없어. 선생님이 있고 하루토가 있고 내가 있어. 그거면 충분해. 그거면 나는 행복해.

"도코는 좋겠다."

"도코는 고민이 없어 보여서 부러워."

'도코는 그림도 잘 그리고 선생님한테도 사랑받으니까 부족한 게 없겠다."

아이들은 왜 나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거지? 난 정말 이유를 모르겠어. 그런데 지금 깨달았어.

지금까지는 모두 꿈이었을까?

이 감각은 뭐지? 사흘 동안 혼수상태였어. 그래, 벽이 무너져 내렸지. 땅이 흔들렸고 벽이, 벽이 ......

"오빠는 도코 언니를 혼자 두지 않으려고 열심히 노력했던 건지도 몰라." 고즈에는 말했지.

공주님은 왜 왕자님의 키스를 받으면 눈을 뜨는 걸까? 나도 몰라. 하지만 고즈에의 말을 듣고 난 눈을 떴어. 하루토 ......

아빠와 미카 선생님을 정말 좋아하지만 어른이잖아. 난 친구가 없어. 줄곧 외톨이였지. 다들 내가 천재라고 해.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천재라고. 아무도 나에게 가까이 올 수 없어. 난 무서워. 날 그냥 내버려뒀으면 좋겠어. 하지만 하루토는 달라. 하루토와 친구가 되는 건 정말 근사해. 근사해!

하루토가 '호접지몽'에 대해 이야기해 줬어. 한 남자가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날아다니다가 깼는데 깬 후에도 자기가 나비 꿈을 꾼 건지, 나비인 자신이 꾸는 꿈인지 알 수가 없었대. 그 나비는 아마 파란색이었을 거야. 하루토의 이야기는 너무 어려워서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자유롭게 살면 된다고 했어. 난 너무 기뻤지. 왜냐하면 하루토의 말은 언제나 옳으니까. 그는 언제나 옳아. 하루토 ......

나는 너무 기뻐서 그림을 선물했어. 무수한 파란 나비를 그린 유화를. 나의 '호접지몽'을. <나비의 시대>야.

한 사람의 인생이 고귀하면서 동시에 잔혹할 수 있을까? 있다. 그리고 그건 역설이다. 고귀하고 잔혹하고 동시에 너무 아름다워서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세키네 미카, 신동이라고 불리며 자랐고 도쿄 최고의 미술대학에 들어갔지만 천재가 아닌 지극히 평범한 실력 앞에 좌절하고 번뇌했던 그녀. 세키네 아뜰리에를 오픈하면서 한 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를 만나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다키모토 도코.

결혼도 포기하고 화가도 포기하고 아뜰리에를 차린 세키네 미카, 그런 그녀에게 찾아온 천재가 두 명이나 되다니. 도코와 하루토는 빛을 뿜어내는 태양과 같은 존재, 너무 눈부셔서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존재. 그녀의 인생은 너무 눈부셔서 부서져 버릴 것 같은 두 천재의 재능을 지켜보기 위한 것이다. 그랬다.

흡입력 넘치는 문장과 문체, 빨려들어갈 것만 같았다. 구성, 매우 독특한 구성이 압도적인 서사를 뒷받침한다.

천재를 가르치는 자, 천재의 동생, 천재가 될 수 없어 질투하는 자, 그리고 천재의 시점에서 각각 다르게 서술되는 구성. 같은 사건에 대한 그들의 시점으로 서술된다는 뜻이다. 매력적이다.

표지의 파란 나비는 도코가 그려 출품한 <나비의 시대>였구나. 무수한 파란 나비, 상상인지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어. 구별할 필요도 없어. 꼭 삶의 고통을 느껴야만 작품성이 표현된다고? 한 심사 위원은 도코에게 인간의 공허함뿐인 그녀의 그림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공허함 뒤에 숨겨진 그녀의 가슴 시리도록 고귀하고 잔혹한 아름다움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너를 그리면 거짓이 된다.

해당 도서는 소미미디어의 소미랑2기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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