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쓸모 있는 철학 강의
고스다 겐 지음, 오정화 옮김, 김선희 감수 / 더숲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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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한다 해도 누군가는 그 속도와 방향이 올바르고 가치 있는지 고민한다!

챗GPT로 연일 뜨겁다. 구글뿐 아니라 마치 전 세계가 발칵 뒤집힌 것 같다. 나도 수업 시간에 챗GPT가 미국 대학원 시험에 통과한 뉴스와 오친클로스 미 하원 의원이 법안의 중요성을 소개하는 하원 연설문을 챗GPT에 100단어로 작성하게 했다는 뉴스를 보여 주었다.

챗GPT가 쓴 글이 AI가 쓴 글인지 사람이 쓴 글인지 거의 구별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심지어 시도 쓰고 작사도 한다고 한다. AI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창작과 예술의 영역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이제 하기 민망해졌다.

학생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짧게 써 내도록 했다. AI가 사람처럼 글도 쓰고 시도 쓴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다는 의견, 하지만 미래에 AI가 많은 직업을 대체하게 된다면 많은 직업이 사라지게 될 것이고 두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 AI에게 물어보기만 하면 순식간에 엄청난 정보가 나오는데 우리가 이렇게 힘들게 공부하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물론 두려워하기만 할 필요는 없으며 우리가 AI를 잘 다스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인생은 끊임없는 질문의 연속이며 선택의 연속이다. 인간은 자신을 둘러싼 의문에 대해 생각해 왔다. '학교'를 예를 들어 보자. 학교에서 별로 배우는 것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사회에 나오면 거의 도움이 되는 것 같지도 않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학교에 다니고 있다. 물론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엄마가 가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다닌다고 대답한다. 학교에 다니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기도 하다. 정해진 이유는 없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철학의 쓸모는 무엇일까? 철학은 문제의 차원에 변화를 준다. 즉, 학교에 다니는 사람의 관점에서 학교로 관점을 옮긴다는 것이다. 관점을 옮기면 새로운 의문이 열린다. 학교란 무엇인가? 교육은 무엇인가? 등으로 말이다.

학교에서 중요한 것은 학습이 아니다, 자연이야말로 우리의 학교다!라고 역설한 루소.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기 때문에 사회로 나가기 위해 교육이 꼭 필요하고 그것이 이루어지는 곳이 학교라고 주장한 존 듀이. 학교라는 제도는 감옥과 같아서 국가에 필요한 인간을 양성해 내는 규율 훈련의 장이라고 주장한 푸코.

청소년기는 그 어느 시기보다 궁금한 것이 많을 때이다. 중학생들도 인생이 왜 이리 힘드냐며 푸념을 늘어놓는다. 학교는 다니기 싫지만 공부는 해야 하고 '나'에 대해서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도 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며 전쟁이란 무엇이며 왜 인간은 서로 죽이는지 생각한다. 학교에서는 시간이 정말 느리게 가는데 왜 게임할 때는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 것인지 궁금하다.

내 수업 시간에 활용할 만한 내용이 많을 것 같아서 서평단에 지원했다. 철학사에 대해 개략적인 이해를 하기 매우 좋다. 일반적으로 철학 입문서는 연대기적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저자는 연대기적 형식을 일부러 피했다. 우리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에 대한 질문, 그 질문 속에 숨겨진 문제에 대하여 철학에서는 어떤 사색이 이루어져 왔는지를 다룬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원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철학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 철학에 관심이 생겨 다른 철학책도 찾아보게 되는 것 말이다. 이렇게 된다면 저자로서 더 큰 기쁨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의 감수를 맡은 김선희 교수의 말처럼, 이 책은 지식을 잘 분류하고 도해하는 일본 교양서 특유의 장점이 잘 드러난 책이다. 물론 엄청난 내용을 아주 간략하게 도식화했기 때문에 당연히 공백이 보인다고도 했다. 당연하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궁금해 하는 인생의 문제에 대해 접근하기 매우 훌륭한 책이다. 일러스트가 함께 있어 훨씬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학생들이 철학을 싫어할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아이들은 교과서를 공부하는 것보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청소년들의 호기심과 궁금함을 열띤 토론으로 잘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약간의 양념이 필요하다. 스테이크를 맛있게 굽기 위해서 마리네이드 과정을 거치면 좋듯 교사는 이 책을 훌륭한 토론을 이끌어 내기 위한 준비 교재로 사용하면 좋겠다.

해당 도서는 더숲 출판사의 서평단으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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