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연어낚시
폴 토데이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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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적인 두 개의 단어가 함께하는 제목에 이끌려 책을 읽게 되었다. 사막에서 연어를 낚는다니... 이런 황당한 제안에 주인공 존스는 처음에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이 프로젝트의 스폰서인 예멘의 어느 부유한 족장을 만나게 된 뒤로 생각을 바꾸게 된다. 족장은 어떤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 어류학자인 존스를 설득하지 않았지만, 모든 예멘이 국민들이 연어 낚시의 여유와 기쁨을 누리기를 바라는 족장의 진정어린 마음이 그를 감동시켰고, 진심으로 염원하면 꼭 이루어질 수 있다는 족장의 신념이 그를 움직이게 한 것 같다.

족장과 헤리엇, 존스 세 사람에게는 꿈의 도전이었던 이 연어 프로젝트는 수상과 그의 정치 참모인 맥스웰에게는 잦은 전쟁과 대립으로 민심이 흉흉해진 중동 지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포장하므로써 차기의 권력을 노리는 정치적 수단으로 인식된다. 그들은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연어 프로젝트를 주장했다가 버렸다가를 손바닥 뒤집듯 반복하는데 어느 나라나 장치판은 비슷하구나 라는 생각이 마음이 씁쓸해졌다.

생각을 많이 하게 하지만 많은 생각을 해도 작가가 의도한 정확한 메시지는 잘 파악이 되지 않는데 그 덕분에 더욱더 곱씹게 되는 책인 것 같다. 완전히 소화하려면 내가 좀 더 나이가 든 후에 한 번 쯤 더 읽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족장은 정말 그가 말한 그런 의도에서 연어 낚시를 주장했던 것일까? 서견치 않은 이 책의 결말이 웬지 그런 생각을 불러 일으킨다. 웬지 족장에게는 그가 존스와 헤리엇에게 이야기한 것 이상의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만 같다. 어떻게 보면 반전이라고도 할 수 잇는 이 결말 부분을 위해 책을 보다 꼼꼼히 읽어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내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책에서 주장하는 예멘 연어 방류에 관한 이론이 어느정도 신빙성이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매우 설득력 있게 들리기도 한다. 처음에는 그것이 연어들의 터전을 강제로 옮기는 일이기 때문에 생태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는데 존스 박사 일행은 양식 중인 연어를 구입하여 예멘에 방류하므로써 윤리적문제에 대한 고민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모든 이누이적인 것에는 그에 따른 부작용이 따른다고 믿는 나이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에 무조건 찬성할 수는 없지만, 무섭도록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의 힘이 이와같은일을 가능하게 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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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리 왕국
이승현 지음 / 원고지와만년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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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이야기 안에 압축된 생각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단편집 읽는 것을 좋아한다. 공장 노동자로 살아온 저자의 경험이 초파리 왕국그러니까 늘 그런의 모티브가 된 것 같다. 소설의 내용이나 메시지 보다는 무기력하고 나른한 소설의 분위기가 더 기억에 남는다. 많은 현대인들의 모습이기도 한 이충엽, 그는 새콤 달콤한 과육을 향해 몰려들다 결국 막걸리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초파리를 천국을 염원하며 지옥같은 인간 세계에서 굶고 찢기며 살아가는 인간에 빗대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소설은 아귀이다.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주인공이 한 선생이라는 종교 지도자를 만나게 되고, 그의 가르침에 경되된다. 그는 아내를 비롯한 많은 새상 사람들이 물질의 노예, 아귀와 같다고 느끼게 되지만, 정작 순수한 의도로 만들어진 종교 집단이 아닌 한선생의 종교 집단 속에서 그 자신이 아귀로 변해가게 된다. 결국 모든 추악한 이면이 밝혀지고 이 소설은 마무리되게 된다.

이처럼 저자는 인간 세계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어둠과 부조리를 파헤쳐 드러내고 있다. 가볍게 썼지만, 가볍게 익히지 않는... 작가의 현실 인식은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나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뒤에 안녕 마징가 외전은 전작을 읽고 나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듯 하다. 이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데 함께 수록되어 있어 조금 위화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앞의 여섯작품이 나에게 준 메시지가 너무 크기에 만족 스러운 독서가 되었던 것 같다. 때로는 이름이 알려진 작가보다 초파리 왕국의 저자와 같은 작가들의 작품에서 보다 큰 감명을 받곤 한다.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가 나의 생각과 많이 비슷한 것 같다. 단지 소설 내용이 너무 어두운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다음 소설집에서는 작가의 위트와 해학이 빛나는 밝은 분위기의 소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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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자풍 1 - 쾌자 입은 포졸이 대륙에 불러일으킨 거대한 바람 쾌자풍 1
이우혁 지음 / 해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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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이 너무나 유명한 저자라 무척 큰 기대를 가지고 책을 집어 들었다. 전작에 비해 너무나 다른 분위기에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책의 중반부에 이르렀을 때 아 역시 이 저자의 작품이 맞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쾌자풍이라는 제목의 의미는 쾌자는 조선시대 포졸이 입는 옷으로 조선의 포졸이 명나라에서 일으키게 되는 거대한 바람을 의미한다고 한다. 명나라에서 고위 관료의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나게 되고, 황제 직속 기관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동창의 수장은 흉수를 찾기 위해 남궁수 일행을 밀사로 조선에 파견하게 된다. 그곳에서 조선과 명의 국경지대 여진인들의 터전 근방에서 그들은 난전의 왕이라 불리는 조선인 포졸 지종희를 만나게 된다. 1권의 내용은 여기까지인데 웬지 지종희가 명나라 황제도 깜짝 놀랄만한 큰 일을 벌일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든다. 아직 긴 여정의 초입이라 앞으로의 내용 전개도 잘 알 수 없고, 궁극적으로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지도 잘 파악이 되지 않지만, 이 전의 바른생활인 캐릭터와는 판이하게 다른 주인공 지종희 의 장난끼 가득하면서 가끔 치사하기도 한 캐릭터 설정은 뭔가 의외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종희 뿐만 아니라, 캐릭터나 장면들이 전반적으로 해학적인 요소가 강해서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간다. 하지만, 지종희 이외의 남궁수 등의 주요 인물들의 성격적 특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 점은 뭔가 아쉽다. 앞으로 소설이 진행되면서 다른 캐릭터들의 매력을 살릴 수 있는 장면들이 많이 나와 주었으면 좋겠다.

자료 조사를많이 하는 저자 답게 소설 군데군데 저자의 노고가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이 눈에 띈다.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나 민중의 일상까지 세밀하게 묘사되어 잇고 주석까지 달아 친잘하게 설명이 되어 있어 읽어면서 역사적 상식도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처음 생각에는 스케일이 전작들에 비해 작은 것이 아닌가 했는데 아직 드러나지 않은 무언가가 있을 것 같다. 그 뒤 이야기가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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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큰롤 미싱
스즈키 세이고 지음, 권남희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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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싱과 로큰롤의 두가지 단어에서는 서로 상반된 느낌이 난다. 미싱이 6~70년대 여공들의 수난의 상징물처럼 여겨진다면, 로큰롤은 8~90년대 청춘의 핱한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로큰롤이 청춘의 발산물이라면, 미싱은 청춘의 무덤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물론, 이것은 나를 비롯한 일부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각일 것이고, 일본인들에게 이 소설의 제목이 그렇게 모순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읽게 된 계기는 일본 굴지의 신인상을 수상한데다 작품이 영화로도 각색되었다는 점에서 어떤 대중의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역시 일본 소설 답게 기승전결은 뚜렷하지만, 전체적으로 잔잔하기 그지없다. 소설의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매너리즘에 빠져 회사를 그만 둔 샐러리맨 겐지가 친구 요이치와 그의 동료들이 만든 인디 의류 브랜드 스트로보 러시의 발전과 끝을 지켜보는 내용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별 내용이 없어보이는 책이지만, 주인공들과 비슷한 연배의 독자가 읽게 된다면 많은 부분에 대해 공감하리라 생각된다. 가끔은 누구나 일탈을 꿈꾸고, 그 일탈이 결국은 다시 일상에 매진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들의 도전은 멋지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그들의 인디 의류 브랜드가 성공해서 큰 돈을 벌었다등등의 진부한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면 말이다.

일상에 지쳐있고 가끔은 일탈을 꿈꾸기도 하는 그들 또래의 나에게 이 책은 좋은 자극제가 된다. 무언가에 깊이 빠져서 밤을 지새웠던 때가 언제인지 기억조차 까마득한 나이지만, 나도 언젠가 그들처럼 진짜 해 보고 싶은 일에 한 번 쯤은 도전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라는 자극 말이다. 어떤 일이든 즐기면서 할 수 잇을 때 열정을 다 쏟는다면 그 일을 마칠 때 역시 후회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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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 독일 대통령은 왜 지금 자유를 말하는가
요아힘 가우크 지음, 권세훈 옮김 / 부엔리브로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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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독 출신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저자에게 관심이 갔다. 물론 그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 동독의 공산주의 체제에 맞서 오랜 세월 인권 운동에 투신한 경력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북한 주민이면서 인권운동가인 누군가를 상상하기 힘들 듯 동독에서 그가 겪었을 시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나치당원이었던 아버지가 러시아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목숨을 잃은 유년 시절의 경험 때문에 그가 어쩌면 편향된 사고를 가진 인물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대통령으로써 국민들을 일깨우기 위한 진심이 담긴 연설을 한 것 같아 오해가 풀리는 것도 느꼈다.

이 책에서 그는 자유와 함께 책임과 관용을 논한다.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두가지 화두를 독일 국민들에게 일깨우고자 하는 대통령의 진심어린 호소가 느껴진다. 안정되고 부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독단이 아닌 국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의 정치적 결실이 많은 나라의 지도자나 정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는 과연 진장한 자유가 있는 국가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이 책은 민주주의를 국가 이념으로 채택하고 있는 여러 나라의 국민들에게 공통적으로 교훈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잊고 있었던 우리들의 자유, 그에 따른 책임과 관용의 자세에 대해 다시 한 번 다짐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알고 있는 것을 얼마나 실천하느냐는 그것을 얼마나 절실하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진정한 자유에 대해 알고 있는 국민들에게 요아힘 가우크는 보다 절실하게 그 자유를 염원하라고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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