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리 왕국
이승현 지음 / 원고지와만년필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짧은 이야기 안에 압축된 생각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단편집 읽는 것을 좋아한다. 공장 노동자로 살아온 저자의 경험이 초파리 왕국그러니까 늘 그런의 모티브가 된 것 같다. 소설의 내용이나 메시지 보다는 무기력하고 나른한 소설의 분위기가 더 기억에 남는다. 많은 현대인들의 모습이기도 한 이충엽, 그는 새콤 달콤한 과육을 향해 몰려들다 결국 막걸리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초파리를 천국을 염원하며 지옥같은 인간 세계에서 굶고 찢기며 살아가는 인간에 빗대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소설은 아귀이다.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주인공이 한 선생이라는 종교 지도자를 만나게 되고, 그의 가르침에 경되된다. 그는 아내를 비롯한 많은 새상 사람들이 물질의 노예, 아귀와 같다고 느끼게 되지만, 정작 순수한 의도로 만들어진 종교 집단이 아닌 한선생의 종교 집단 속에서 그 자신이 아귀로 변해가게 된다. 결국 모든 추악한 이면이 밝혀지고 이 소설은 마무리되게 된다.

이처럼 저자는 인간 세계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어둠과 부조리를 파헤쳐 드러내고 있다. 가볍게 썼지만, 가볍게 익히지 않는... 작가의 현실 인식은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나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뒤에 안녕 마징가 외전은 전작을 읽고 나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듯 하다. 이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데 함께 수록되어 있어 조금 위화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앞의 여섯작품이 나에게 준 메시지가 너무 크기에 만족 스러운 독서가 되었던 것 같다. 때로는 이름이 알려진 작가보다 초파리 왕국의 저자와 같은 작가들의 작품에서 보다 큰 감명을 받곤 한다.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가 나의 생각과 많이 비슷한 것 같다. 단지 소설 내용이 너무 어두운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다음 소설집에서는 작가의 위트와 해학이 빛나는 밝은 분위기의 소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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