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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해적
시모다 마사카츠 지음, 봉봉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5년 9월
평점 :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개인적인 주관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죽은 해적>은 시모다 마사카즈 작가의 깊이 있는 성찰이 담겨 있는 그림책으로 2024년 볼로냐 라가치상 특별부분<바다>분야 우수상을 시상한 작품이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담으면서도 해적이라는 소재로 흥미롭고 유쾌한 느낌으로 독자가 쉽고 가볍게 다가갈 수 있게 했다.
가볍게 시작한 흥미가 '삶'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철학적인 메시지로 이어지도록 안내한다.

배 위에서 싸움하다가 칼에 찔려 바다에 던져진 해적의 죽음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바다 밑으로 천천히 가라앉는 해적을 따라서 다양한 바다 생물들을 만나게 된다.
바다 생물들은 해적에게 가진 것을 내어주라고 요구한다.
부당하다고 무례하다고 느끼는 그들을 보면서 삶을 사유해 보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자신의 모자, 이, 손톱, 눈, 머리카락까지 내어주며 심적인 변화를 겪는 해적의 모습을 보며 <내 마음이 편한 곳으로> 그림책이 떠올랐다.
<내 마음이 편한 곳으로>그림책에서는 주인공이 살아있는 동안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스스로 다 내어주려 하였고,
<죽은 해적>은 죽은 뒤에 자신이 가진 것을 내어주는 요구를 받고 거부하다가 차츰 모든 것을 내어준다는 점이 다르다.
<내 마음이 편한 곳으로> 그림책에서는 내면의 평화와 안정을 찾는 여정을,
<죽은 해적>에서는 모든 것을 내어주며 마음의 평화를 안정을 얻는다.
두 그림책의 결론에서 평화와 안정을 찾는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두 그림책을 함께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면 삶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담은 시간을 보
물질적인 것에 대한 집착과 이기심을 내려놓았을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해적의 마지막 모습은 육체적 죽음 너머에 존재할지 모를 정신적 평화, 그리고 죽어서도 진행되는 삶의 연속성을 보여주며 시선을 확장하게 한다.
두 가지 죽음의 모습을 마주하며, 죽음이 단순히 모든 것의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죽음 뒤에는 우리가 세상에 남긴 것들이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부분들은 생명의 순환과 연결의 의미를 사유하게 한다.
모든 것을 내어주는 것이 상실이 아니라, 존재의 확장이라는 의미로 다가왔다.
책장을 덮으며 집안 가득 쌓여있는 책들을 바라보게 된다.
물질적인 것의 소유에 집착하고 있는 나를 마주해본다.
끊임없이 소유하고 축적하기를 반복하는 모습에서
비워내고 나누는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 삶의 가치를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가?
삶의 유한함 속에서 무한한 가치를 발견하는 것.
그것이 이 책을 마주한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
결말로 시작해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죽은 해적>은 상실이 아닌 채움을 전하는 깊이 있는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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