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만날 수 없는 당신이 생각나는 밤에 -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28가지 이별 수업
사카구치 유키히로 외 지음, 황정원 옮김 / 포텐업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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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이제는 만날 수 없는 당신이 생각나는 밤에》를 읽고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그 상실을 받아들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사카구치 유키히로와 아카타 지즈루의 《이제는 만날 수 없는 당신이 생각나는 밤에》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사별을 ‘빨리 극복해야 할 슬픔’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떠난 사람을 잊는 것이 아니라, 함께했던 기억과 관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받아들이며 자신의 삶을 다시 살아가는 과정으로 애도를 바라본다.

 

두 저자는 유가족들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별 이후의 대처 방식을 28가지 패턴으로 정리했다. 하나의 사례를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기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상실을 받아들이고 일상을 회복해가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책의 접근은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다.

 

<"세상일이 내 맘대로 안 되는 건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아픈 이 마음은 견디기 어렵구나."

책 95쪽>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패턴 랭귀지(Pattern Language)’라는 접근법이다. 저자들은 애도에 하나의 정답이나 정해진 순서가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라는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한다. 누군가는 비교적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누군가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문득 찾아오는 기억과 그리움 앞에서 마음이 흔들릴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이 더 옳으냐가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상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깊이 다가오는 메시지는 슬픔을 없애는 것이 반드시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흔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하거나 “이제는 잊고 살아야지”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러나 사랑했던 사람을 잊는 것이 과연 회복일까. 오히려 애도란 떠난 사람의 존재를 삶에서 지워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했던 기억과 사랑을 새로운 형태로 마음속에 자리 잡게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정말 힘들다면 다른 건 생각하지 말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해 본다." 책 174쪽>

 

그렇게 보면 그리움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감정이 아니다. 때로는 그 사람이 내 삶에 남긴 흔적이며, 함께했던 시간이 여전히 소중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기억할 때마다 아프다는 것은 그만큼 깊이 사랑했다는 뜻일 수 있다. 따라서 애도는 과거를 정리하는 작업이라기보다 과거를 품은 채 현재의 삶을 다시 구성하는 일에 가깝다.

 

이러한 통찰은 사별이라는 특별한 경험을 넘어 우리의 일상에도 닿아 있다. 인간의 삶에는 수많은 형태의 이별이 존재한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달라지고, 친구와 헤어지며, 오랫동안 몸담았던 직장을 떠나기도 한다. 익숙했던 삶의 방식이나 젊음과 작별하는 순간도 있다. 결국 삶은 만남과 이별이 반복되는 여정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상실 이전의 삶으로 완전히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상실을 포함한 새로운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28가지 패턴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해답이 될 수는 없다. 애도의 깊이와 방식은 상실의 상황과 관계의 의미, 개인의 성향과 주변 환경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을 ‘애도의 매뉴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방법을 찾아가는 선택지이자 안내 지도로 읽는 것이 적절하다.

 

결국 《이제는 만날 수 없는 당신이 생각나는 밤에》는 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 속에서 내가 어떤 사랑을 받았고, 무엇을 배웠으며,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지를 다시 생각하는 일이기도 하다. 슬픔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사람이 떠난 뒤에도 우리의 삶 속에서 다른 모습으로 계속될 수 있다.

 

이 책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에게 위로가 될 뿐 아니라, 가까운 사람을 잃은 이에게 어떤 방식으로 곁을 지켜주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준다. 무엇보다 “무슨 말을 해야 위로가 될까”보다 “그 사람의 슬픔을 어떻게 있는 그대로 존중할 것인가”를 배우고 싶은 독자에게 더욱 의미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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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다라 세상 모든 소리를 적는 문자 - 한글 580년, 팍스 코리아나로 가는 길
이현준 지음 / 해향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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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가나다라: 세상 모든 소리를 적는 문자》를 읽고서···.

 

우리는 ‘한글’을 너무 익숙하게 사용하기에 그것이 어떻게 탄생했고, 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변화했는지를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이현준의 《가나다라: 세상 모든 소리를 적는 문자》는 바로 그 익숙함에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저자는 처음부터 훈민정음만을 설명하지 않는다. 신라에서 출발해 아시아 여러 나라의 문자와 언어가 어떻게 발전하고 변화해왔는지를 살펴보며, 남의 문자를 빌려 쓰던 시대의 한계와 자국의 언어를 온전히 표현하려는 인간의 노력을 추적한다.

 

이러한 문자사의 흐름 속에서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가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의 중심이다. 저자는 훈민정음이 단순히 우리말을 적기 위한 글자를 만드는 데 목적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사람이 내는 소리를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한 체계였다는 점에 주목한다.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떠 자음을 만들고 소리의 성질에 따라 획을 더하는 창제 원리는 오늘날에도 놀라운 문자 설계로 평가할 만하다. 세종 당시 28자였던 훈민정음이 오늘날 24자로 줄어들면서 아래아(ㆍ), 반치음(ㅿ), 여린히읗(ㆆ), 옛이응(ㆁ) 등이 사라졌다는 사실도 이러한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너희가 운서를 아느냐? 사성과 칠음을 알며, 자모가 몇 개인지나 아느냐?" 책 113쪽>

 

특히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훈민정자’가 아니라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이다. 글자 자체보다 ‘소리’를 앞세운 명칭에 주목하면서, 훈민정음에는 우리말을 기록하는 문자를 넘어 다양한 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담겨 있었다고 본다. 저자는 이러한 가능성을 외국어의 발음 표기와 학습에까지 확장한다. 오늘날 한글로 외국어를 표기할 때 b와 v, f와 p, l과 r처럼 서로 다른 소리를 충분히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사라진 옛 글자와 훈민정음의 원리를 활용하면 그 영역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가장 독특한 제안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저자는 우리가 사용하는 문자에 대한 명칭도 ‘한글’보다는 ‘가나다라’라는 표현으로 확장하자고 말한다. ‘가나다라(GANADARA)’는 단순히 우리 문자의 새로운 이름을 붙이자는 제안이라기보다, 한국인만의 문자라는 경계를 넘어 세계인이 배우고 자신의 이름과 언어를 기록하는 문자로 발전시키자는 상징적 표현에 가깝다. 저자가 운영하는 한국어 학습 서비스의 이름 역시 ‘가나다라’라는 점에서 이러한 구상이 책의 핵심 주제와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디를 가더라도 통하지 않는 곳이 없어서 바람 소리와 학의 울음, 닭 울음소리나 개 짖는 소리까지도 모두 적을 수 있다." 책 117족>

 

책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팍스 코리아나’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저자가 말하는 미래는 힘으로 다른 나라를 지배하는 패권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세계인이 자발적으로 배우고 사용하는 문화적 확산을 의미한다. K-팝과 K-드라마에서 시작된 관심이 한국어와 문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지금, 훈민정음의 가능성을 다시 발견해 세계와 공유하자는 것이 저자의 궁극적인 메시지다.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얻은 생각은 좋은 문자는 단순히 과거의 유산으로 보존하는 것보다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낼 때 더욱 큰 가치가 생긴다는 것이다. 세종이 만든 것은 단순한 글자 목록이 아니라 소리를 이해하고 표현하려는 하나의 체계였다. 저자는 그 가능성을 다시 꺼내 ‘한글’에서 ‘가나다라’로, 한국인의 문자에서 세계인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문자로 확장하자고 제안한다.

 

한글과 훈민정음의 역사적 의미를 새롭게 이해하고 싶은 독자, 동아시아 문자와 언어의 변천에 관심 있는 독자, 그리고 K-문화의 다음 가능성과 한국어의 세계화를 생각해 보고 싶은 독자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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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는 어떻게 권력이 되는가 - 문명을 이끈 50가지 발명품으로 읽는 세계사
신무연 지음, 정기문 감수 / 다산초당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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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도구는 어떻게 권력이 되는가》를 읽고서···.

 

우리는 흔히 발명을 위대한 개인의 창의성에서 출발한 것으로 생각한다. 새로운 도구를 만들고,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를 확보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신무연의 《도구는 어떻게 권력이 되는가》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저자는 약 40만 년에 걸친 인류의 역사를 50가지 발명품을 통해 살펴보면서, 도구는 그 자체로 권력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누가 소유하고, 어떤 제도와 자본을 결합하며, 어떤 시스템으로 확장하느냐에 따라 권력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쟁기 하나가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에 그치지 않고 토지와 사유재산, 계층구조의 형성에 영향을 미쳤고, 대포는 단순한 무기가 아니라 봉건 영주의 힘을 약화시키고 중앙집권적 국가의 등장을 촉진했다. 방적기와 증기기관은 생산방식을 바꾸어 산업혁명을 이끌었으며, 컨테이너는 물건을 담는 단순한 상자를 넘어 세계의 생산과 유통을 하나의 시장으로 연결했다. 콘크리트와 반도체, 인공지능에 이르면 도구와 기술의 영향력은 인간의 생활을 넘어 국가와 산업의 경쟁질서까지 움직인다.

 

<"영국의 석탄 부족이 증기기관을 낳았듯, 미국의 노동력 부족이 표준화 시스템을 낳았다. 결핍이 혁신을 낳은 것이다." 책 273쪽>

 

특히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배운 점은 ‘무엇을 발명했는가’만큼이나 ‘발명된 것들을 어떻게 엮어 하나의 시스템으로 만드는가’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역사에서 새로운 기술 하나가 등장했다고 곧바로 세상이 바뀐 것은 아니다. 기술이 다른 기술과 결합하고, 생산방식과 만나고, 자본과 제도에 편입되고, 표준과 시장을 형성할 때 비로소 막대한 영향력이 생겨났다.

 

특허 역시 마찬가지다. 발명가가 새로운 도구를 만들고 특허를 확보하는 것은 중요한 출발점이다. 하지만 특허 하나만으로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기술을 대량생산할 자본이 필요하고, 유통할 시장이 필요하며, 다른 기술과 연결할 생태계와 이를 뒷받침할 제도가 필요하다. 결국 발명 → 특허 → 자본 → 생산 → 표준 → 시장 → 제도로 이어지는 연결망을 누가 설계하고 장악하느냐가 기술의 가치를 결정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오늘날의 반도체와 인공지능 경쟁도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과거의 철도, 증기기관, 전신, 자동차가 그러했듯이 현대의 기술 역시 서로 연결되고 시스템화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경제적·사회적 권력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미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별 기술의 성능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이 어떤 기술과 결합하고, 누가 인프라와 표준을 장악하며, 어떤 제도와 산업구조 속에서 작동하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것은 도덕처럼 보이지만, 지식재산의 세계에서 권리의 공백은 만인의 공유가 아니라 더 영리한 자본의 차지가 될 수 있다." 책 313쪽>

 

저자가 공학과 특허 분야에서 쌓아온 경험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발명을 단순히 ‘새로운 물건’으로 바라보지 않고 특허와 제도, 자본과 시장, 국가와 권력의 관계 속에서 해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발명품의 역사를 나열한 책이라기보다 인류가 기술을 이용해 어떻게 힘의 구조를 재편해왔는지를 읽어내는 역사책에 가깝다.

 

우리는 새로운 도구를 만드는 데만 집중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것들을 연결해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있는가?

발명은 세상을 바꾸는 씨앗이다. 특허는 그 씨앗을 보호하는 울타리일 수 있다. 그러나 씨앗이 숲이 되려면 기술과 자본, 사람과 제도, 생산과 시장이 서로 연결되어야 한다. 《도구는 어떻게 권력이 되는가》는 바로 그 연결의 역사를 보여준다.

 

결국 문명의 역사는 ‘무엇을 만들었는가’의 역사이면서 동시에 ‘만들어진 것을 어떻게 연결하고 조직했는가’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도구를 바라보는 눈뿐 아니라 기술과 세상을 시스템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얻었다.

 

역사와 기술의 관계가 궁금한 독자, 발명·특허·기업·산업의 연결고리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AI와 반도체 등 미래 기술이 어떻게 새로운 권력구조를 만들어가는지 생각해 보고 싶은 독자에게 의미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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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적 인간 - 잘 알지 못해도 괜찮은 국내 미술관 여행
문하연 지음 / 동아엠앤비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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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여행을 통해 그림을 보는 눈을 넘어 세상과 삶을 바라보는 감각까지 키워주는 따뜻한 미술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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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적 인간 - 잘 알지 못해도 괜찮은 국내 미술관 여행
문하연 지음 / 동아엠앤비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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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미술적 인간》을 읽고서···.

 

문하연의 《미술적 인간》은 미술을 잘 알아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그림을 바라보는 자신의 감각을 천천히 키워가도록 이끄는 미술 에세이다. 저자는 약 2년여 동안 국내 여러 미술관을 찾아 작품을 만나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감정과 생각을 기록했다. 따라서 이 책은 단순한 미술관 소개나 작품 해설을 넘어, 미술관 여행을 통해 어떻게 미술적 감각을 익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넓혀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미술기행이자 삶의 성찰록으로 다가온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미술을 ‘지식’보다 ‘감각’의 영역에서 바라본다는 것이다. 미술 작품을 이해하려면 미술사나 작가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저자는 작품 앞에서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떠올리는지에 주목한다. 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사람마다 경험과 기억에 따라 전혀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으며, 그 개인적인 반응 자체가 미술 감상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술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것이다." 책 51쪽>

 

저자의 2년여에 걸친 미술관 여행은 이러한 감각이 어떻게 길러지는지를 보여주는 과정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작품을 완벽하게 이해하려 하기보다 여러 미술관을 찾아 반복해서 작품과 마주하고, 작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살펴보며 자신의 느낌을 되짚는다. 그 과정에서 어느 순간 작품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고,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결국 미술적 감각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재능이 아니라 좋은 작품을 자주 만나고 천천히 바라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길러지는 능력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책에서 미술관은 단순히 그림을 보는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미술관의 건축과 공간, 주변의 자연과 계절, 함께한 사람과 나눈 대화까지 모두 하나의 감상 경험으로 확장된다. 한 작품을 바라보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고, 한 작가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미술관으로 향하는 길에서 만난 풍경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미술이 특별한 공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곳곳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하는 하나의 감각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술적 인간’이라는 제목 역시 이러한 의미에서 의미심장하다. 미술적 인간은 미술에 관한 지식이 많은 사람이라기보다 세상을 조금 더 섬세하게 바라볼 줄 아는 사람에 가깝다. 평범한 풍경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타인의 감정과 삶에 공감하며, 익숙한 것에서도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미술을 감상하는 일은 결국 그림을 보는 눈을 넘어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을 훈련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림은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툭툭 튀어나온다. 마음속으로부터.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이 밝은 거울이나 맑은 바다처럼 순수하게 비어 있어야 한다." 책 135쪽>

 

작가와 작품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도 따뜻하다. 위대한 예술가를 단순히 ‘거장’이라는 이름으로 바라보는 대신, 그들이 살아온 시대와 관계, 고독과 좌절, 사랑과 상처를 함께 들여다본다. 작품 뒤에 존재하는 한 인간의 삶을 이해하려는 시선은 그림을 더욱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예술은 결국 한 인간이 자신의 삶과 시대를 표현한 결과라는 사실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이 책은 미술을 어렵게 느꼈던 독자에게 좋은 입문서가 될 만하다. 작품에 담긴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나는 이 그림을 보며 무엇을 느끼는가’라는 질문에서 감상을 시작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미술사 지식이 부족해도 괜찮으며, 때로는 작품을 바라보며 떠오른 자신의 느낌과 기억이 어떤 해설보다 소중한 감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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