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흔에 읽는 이솝우화는 가볍지 않다 - 어른이 되어 다시 꺼내 보는 지혜
이길환 지음 / 빅마우스 / 2025년 10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마흔에 읽는 이솝우화는 가볍지 않다》를 읽고서···.
이길환의 《마흔에 읽는 이솝우화는 가볍지 않다》는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이솝우화는 대개 어린 시절 교과서나 그림책 속에서 접했던 익숙한 이야기로 남아 있다. 그러나 저자는 그 단순한 우화를 다시 꺼내어, 인생의 중반기에 선 ‘마흔의 시선’으로 새롭게 읽어낸다. 그는 세상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그 익숙함 속에서 오히려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린 시점에서 우화의 교훈을 다시 되짚는다. 그 결과, 짧고 단순한 이야기 속에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통찰이 한 장 한 장 깊게 스며든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우화를 단순한 교훈이나 도덕적 해석에 머물지 않고, 현실의 구체적 장면과 인간의 내면에 연결시킨다는 점이다. 저자는 우화를 인생의 은유로 삼아, 이야기 속 동물들이 곧 우리 자신임을 자연스럽게 일깨운다. 어린 시절엔 ‘도덕적인 이야기’로만 받아들였던 우화가, 이제는 삶을 해석하는 언어로 변모한다.
예를 들어 ‘두 친구와 곰’의 이야기에서는 위기 속에서 드러나는 진정한 우정을 통해 인간관계의 본질을 묻는다. ‘게와 새끼 게’ 이야기에서는 남을 지적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성찰의 태도를 강조한다. 이처럼 저자의 접근은 단순히 교훈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의 내면을 비추어보게 하는 사유의 힘을 지닌다.
서술 방식 또한 돋보인다. 저자는 거창한 철학적 언어 대신 생활의 언어로 담담히 이야기한다. 마치 오랜 친구가 차분히 인생을 이야기하듯, 독자에게 말을 건넨다. 각 장의 서두에는 익숙한 우화가 등장하고, 이어서 저자의 사색과 성찰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잔잔히 남는다. 이러한 구성 덕분에 책은 무겁지 않으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기며, 읽는 내내 한 편의 짧은 명상 일기를 펼쳐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묵직하다.
첫째, 삶의 단순함을 회복하라. 이솝우화의 본질은 언제나 단순한 진리에서 출발한다. 정직, 배려, 겸손, 절제 같은 기본적인 가치들이다. 저자는 우리가 이 단순함을 잃은 이유를 묻는다. 어른이 되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누렸지만, 그만큼 순수와 여유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둘째,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져라. 우화 속 동물들의 어리석음은 곧 인간의 모습이다. 저자는 타인을 판단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태도를 권한다.
셋째, 관계의 본질을 잊지 말라. 성공보다 진심이, 효율보다 배려가 더 중요한 가치임을 일깨운다.
<"자신을 심판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심판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만약 당신이 자신을 올바르게 심판할 수 있다면, 당신은 진정으로 현명한 사람이다." -생텍쥐페리- 분문 중에서 84쪽>
이 책이 특히 인상적인 이유는 ‘마흔’이라는 시점이 지닌 상징성 때문이다. 마흔은 인생의 반환점이자, 익숙함과 피로가 공존하는 시기이다. 저자는 이 나이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우화의 진정한 의미가 보인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엔 ‘착하게 살아라’로 들렸던 말이, 이제는 ‘진심으로 살아라’는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 울림은 단단하면서도 따뜻하다. 책을 읽는 동안 무뎌졌던 감정의 결이 서서히 되살아난다.
저자는 이솝우화를 통해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을 제안한다. 화려한 지식이나 복잡한 이론보다, 삶의 기본을 다시 배우는 것이 진정한 성숙이라 말한다. 이러한 메시지는 마흔의 독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잃은 모든 이들에게 깊이 와닿는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194쪽>
삶의 속도가 버겁거나, 관계의 무게에 지치거나, 스스로의 방향을 잃었다 느낄 때 이 책을 펼쳐보기를 권한다. 화려한 성공의 기술이 아니라, ‘사람답게 사는 법’을 일깨워 주는 글이 이 안에 담겨 있다.
성공보다 진심을, 지식보다 지혜를, 속도보다 깊이를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남을 책이다.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지고, 책을 덮고 나면 오늘을 조금 다르게 살아보고 싶어진다. 그 점에서 이 책은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조용한 위로이자 깊은 성찰의 기록으로, 하루를 성실히 살아내려는 이들과 마음의 균형을 되찾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책과콩나무 #이길환 #마흔에읽는이솝우화는가볍지않다 #빅마우스 #순수 #상식 #지혜 #무농 #무농의꿈 #나무나루주인 #무농의독서 #감사한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