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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지기 전에
권용석.노지향 지음 / 파람북 / 2023년 5월
평점 :
[꽃 지기 전에]는 검사와 변호사로, 행복공장 공장장과 암 환자로 짧은 생애를 살다간 권용석의 유고집이다. 추천글에서 고인의 삶을 비통해하지만, 오히려 비통해하는 우리를 위로하고 사랑하며 이런 뜻밖의 선물을 남겼다고 한다. 2009년 행복공장을 설립하여 이사장으로 지냈고 책에 실린 글은 4, 5년 전부터 쓴 글이며 아내 노지향이 해설을 달았다.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해 크게 후회한 적은 없지만, 다른 사람들을 향한 관심 때문에 나 자신에게 소홀히 하고, 나를 소외시킨 것은 아쉽다.p21
저자는 고생하신 어머니를 늘 애틋하게 생각했고 알뜰살뜰 챙겼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었다. 고3 때 배운 담배가 평생 괴롭혔고 술을 마실 때는 세 갑 넘게도 피우다보니 늘 머리가 무겁고, 가래가 끓고, 코가 막혔다. 몇 달씩 담배를 피우지 않다가도 한 번씩 스트레스 받는 일이 생기거나, 담배의 유혹이 올라와 딱 한 대만 피우겠다고 손을 댔다가 금연 노력이 물거품이 되곤 했다. 본인도 30년이 넘도록 계속 담배를 피운 것이 아쉽다고 한다.
검사라는 직업을 그만두지 못한 채 일하면서 몸도 마음도 지쳐가고 있었다. 독방 수감의 꿈은 접었지만 언젠가는 누구든지 제 발로 들어갈 수 있는 독방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바로 ‘행복공장’으로 탄생했다. 그러다 발견된 암은 위중한 상태였다. 휴직하고 수련원을 짓고, 미얀마 수행센터를 찾아 수행하고, 킬리만자로, 알프스 등지를 방랑자처럼 떠돌아다니리라 마음먹었다.
그동안 생각해 본적이 없었던 죽음이 구체적인 가능성으로 다가왔다. 만일 시간이 좀 더 주어진다면 훨씬 기쁘고 생생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내는 검사 시절 꾸었던 독방 수감의 꿈이 ‘행복공장’으로 결실을 맺었는데 이렇게 일찍 간 것이 참 아깝고 안타깝다고 한다.
행복공장을 시작한 이후부터 “행복공장을 후원해주세요. 프로그램에 와주세요”라고 부탁해야 할 때가 많아 힘이 든다. 거절도 많이 당하겠지만, 섭섭함보다 고마움만 간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세상에서 가장 큰 죄는 무엇인가? 자신에게 함부로 하는 것이다. 자신이 귀해야 남도 귀하게 여기고 자신을 위한다는 뜻이다. 쉰 초반에 암에 걸렸지만, 좋은 의사들로부터 치료받으며 7년 넘도록 살아 있는 것도 고맙고 아침에 일어나 하는 일들이 고마워서 하루하루 이어지는 일상이 감사하다고 했다.
오늘 하루도 나에게 수없이 많은 고마운 일들이 있었고 나와 네가 살아 숨 쉬는 오늘이 참 좋다. 우리는 생의 많은 시간을 감사보다는 남 탓하며 보내는 것 같다. 살면서 ‘덕분에’는 점점 줄고 ‘너 때문이야’가 커졌다.
세상에서 제일 듣기 좋은 소리
장모님 해파리 무침
우리 아들 먹는 소리-2022.5.
세상에서
나를 제일 애타게 만드는
아내 코 고는 소리-2022.5.
저자는 치유 연극인인 부인 노지향 ‘연극공간 – 해’대표와 함께 홍천 수련원을 운영하는 행복공장을 설립하였다. 친구들과 지인들, 기업의 후원을 받아 주로 비행을 저질러 6호 처분을 받은 소년 소녀들이나 고립 청년들이 2박 3일간 수련원에 머물며 성찰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무료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이 책은 저자가 아픈 가운데서도 사랑하는 아내와 가족을 생각하면서 글을 썼고 아내는 남편이 남긴 유고 하나하나마다 뒷이야기를 정성스럽게 붙여나갔다. 22년 초 일기에 아내와 오래 있고 싶은데 안 되나봐 글에서 안타까움이 묻어 난다. 저자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힘든 와중에 마지막 정리를 하려는 듯 글을 썼고 이때부터 글에 제목을 달지 않았다고 한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행복공장’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나의 근심 걱정을 다 털어버리고 싶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