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어디에 특서 어린이문학 2
이도흠 지음, 윤다은 그림 / 특서주니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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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서재의 아동 브랜드 특서주니어의 두 번째 어린이동화 [엄마는 어디에]는 국문학자 이도흠의 어른과 함께 읽는 생태 성장 동화이면서 기후위기, 불평등, 학교폭력을 극복하고 뚜렷한 세계관을 갖기 위한 어린이의 필독서이다. 책은 아리, 마루, 이든 연어 삼남매가 엄마를 찾아 떠난 멀고 험한 여정을 담았다.

 

온몸이 부르르 떨리고 알 세상 전체가 요동을 쳤다. 머리를 내밀고 안간힘을 쓰며 온몸을 흔들어 댔다. 아파도 참고 알 속 아기 연어는 몸에 힘을 주며 꼬리를 위로 아래로 마구 흔들었다. 마침내 노른자 주머니가 알 껍질 속에서 쏙 빠져나왔다. 이렇게 연어가 알에서 깨어나오는 과정이다.




따스한 봄날, 보드라운내에서 태어난 아리, 마루, 이든. 처음 보는 새로운 세상을 헤엄치던 연어 삼남매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왜 우리는 엄마가 없지?’ 몸집이 더 큰 물고기가 잡아먹으러 오면 어미 물고기가 물리쳐 주는데...라고 했다. 물고기를 만날 때마다 우리 엄마를 보신 적 있나요?” 물어보았지만 어디에도 엄마는 보이지 않았다.

 

새미라는 물고기가 연어사리를 잡아먹는 짐승들에 대해 하루에 한 마리씩 가르쳐 주겠다고 했다. 연어사리들은 이후 그 새미를 슬기샘으로 불렀다. 친구와 겨루기도 하고 아픔에 공감하며 서로 힘을 모으고, 몸과 마음이 쑥쑥 자라난다. 연어사리들을 물고 있는 산메기에게 맞서 싸우다 슬기샘이 물어 뜯겼다. 새미도 죽고 여덟 마리가 다쳤다. 교실에 모여 연어사리와 새미의 죽음을 슬퍼하는 모임을 가졌다.

 

슬기샘은 잘 살려면 이 물 속 세상을 사랑과 우정이 넘치는 곳으로 만들어야 하고 겨루기는 사랑과 우정을 시기와 질투와 욕심으로 바꾸고 자신의 마음도 불편하게 한다고 말했다. 연어들은 오래지 않아 슬기샘이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서로 함께 먹이를 구하고 나누었다. 여울 아래로부터 슬픈 소식을 전했다. 슬기샘이 산메기에게 물린 상처로 인해 결국 돌아가셨다. 연어사리와 아기 새미, 모든 물고기들이 울부짖었다.






슬기샘의 동생이 이어받았고 세 오누이는 다시 엄마를 찾아 떠났다. 셋은 호기심이 생겨 바다 아래로 깊이 헤엄쳤다. 수많은 연어들을 만났지만 엄마는 보이지 않았다. 마루는 순바리를 만나 형제가 되기로 하였고 죽음도 함께하기로 했다. 제시라는 은연어와 사랑에 빠지기도 하였다. 고래보다 더 큰 배가 바위에 부딪쳐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고 엄청난 양의 기름이 바다로 쏟아져 수많은 왕연어와 은연어가 죽었다고 한다. 물고기 눈동자 안에 내 모습이 보인다. 바로 당신 눈 안의 나라고 부른다. 연어는 모두 같은 연어로 하나라는 뜻이다.

 

고래넘실바다의 다시마숲 앞 빈터에 보드라운내 냄새가 나는 연어들과 벗들이 모였다. 연어들은 고향으로 돌아오는데 중간에 여러 차례나 죽을 위기를 넘기면서 헤엄치는 것은 제 새끼를 낳기 위해서다. 마지막 남은 힘까지 쏟아 부어 둥지를 파고 알을 낳고는 잘 자라길 빌면서 모래와 자갈로 덮었을 것이다. 그러고는 곧 죽음을 맞는다. 고운치라는 은어에게 엄마는 내 몸 안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말은 꼬마물풀과 벌레, 이끼, 다른 물고기 새끼에 이르기까지 연어가 태어나서 이 냇물에서 먹은 모든 생명들이 알을 낳고 죽은 엄마 몸을 먹고 자랐다.

 

아리는 자신의 몸이 자신의 새끼로 다시 태어날 것을 생각하니, 죽음의 두려움도 사라졌다. 그러다 돌아왔고 최소 내년 봄까지는 살아남아 보드라운내의 모든 연어사리들의 엄마가 되겠다고 했다. 모든 아기 연어를 사랑하고 돌볼 것이고, ‘아시()되살이 연어가 되겠다고 한 것이다. 알을 낳는 것보다 더 거룩한 일을 하는 아리의 앞날이 궁금해진다.

 

[엄마는 어디에]의 말미에는 연어말을 풀이한 연어말사전연어 삼남매의 여정을 머릿속으로 따라가며 그려볼 수 있는 지도를 수록했다. 이 책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키우고 싶은 어린이와 어른들에게 울림을 전하는 아름다운 동화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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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지기 전에
권용석.노지향 지음 / 파람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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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지기 전에]는 검사와 변호사로, 행복공장 공장장과 암 환자로 짧은 생애를 살다간 권용석의 유고집이다. 추천글에서 고인의 삶을 비통해하지만, 오히려 비통해하는 우리를 위로하고 사랑하며 이런 뜻밖의 선물을 남겼다고 한다. 2009년 행복공장을 설립하여 이사장으로 지냈고 책에 실린 글은 4, 5년 전부터 쓴 글이며 아내 노지향이 해설을 달았다.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해 크게 후회한 적은 없지만, 다른 사람들을 향한 관심 때문에 나 자신에게 소홀히 하고, 나를 소외시킨 것은 아쉽다.p21

 

저자는 고생하신 어머니를 늘 애틋하게 생각했고 알뜰살뜰 챙겼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었다. 3 때 배운 담배가 평생 괴롭혔고 술을 마실 때는 세 갑 넘게도 피우다보니 늘 머리가 무겁고, 가래가 끓고, 코가 막혔다. 몇 달씩 담배를 피우지 않다가도 한 번씩 스트레스 받는 일이 생기거나, 담배의 유혹이 올라와 딱 한 대만 피우겠다고 손을 댔다가 금연 노력이 물거품이 되곤 했다. 본인도 30년이 넘도록 계속 담배를 피운 것이 아쉽다고 한다.

 

검사라는 직업을 그만두지 못한 채 일하면서 몸도 마음도 지쳐가고 있었다. 독방 수감의 꿈은 접었지만 언젠가는 누구든지 제 발로 들어갈 수 있는 독방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바로 행복공장으로 탄생했다. 그러다 발견된 암은 위중한 상태였다. 휴직하고 수련원을 짓고, 미얀마 수행센터를 찾아 수행하고, 킬리만자로, 알프스 등지를 방랑자처럼 떠돌아다니리라 마음먹었다.

 

그동안 생각해 본적이 없었던 죽음이 구체적인 가능성으로 다가왔다. 만일 시간이 좀 더 주어진다면 훨씬 기쁘고 생생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내는 검사 시절 꾸었던 독방 수감의 꿈이 행복공장으로 결실을 맺었는데 이렇게 일찍 간 것이 참 아깝고 안타깝다고 한다.

 

행복공장을 시작한 이후부터 행복공장을 후원해주세요. 프로그램에 와주세요라고 부탁해야 할 때가 많아 힘이 든다. 거절도 많이 당하겠지만, 섭섭함보다 고마움만 간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세상에서 가장 큰 죄는 무엇인가? 자신에게 함부로 하는 것이다. 자신이 귀해야 남도 귀하게 여기고 자신을 위한다는 뜻이다. 쉰 초반에 암에 걸렸지만, 좋은 의사들로부터 치료받으며 7년 넘도록 살아 있는 것도 고맙고 아침에 일어나 하는 일들이 고마워서 하루하루 이어지는 일상이 감사하다고 했다.

 

오늘 하루도 나에게 수없이 많은 고마운 일들이 있었고 나와 네가 살아 숨 쉬는 오늘이 참 좋다. 우리는 생의 많은 시간을 감사보다는 남 탓하며 보내는 것 같다. 살면서 덕분에는 점점 줄고 너 때문이야가 커졌다.

 

세상에서 제일 듣기 좋은 소리

장모님 해파리 무침

우리 아들 먹는 소리-2022.5.

 

세상에서

나를 제일 애타게 만드는

아내 코 고는 소리-2022.5.

 

저자는 치유 연극인인 부인 노지향 연극공간 대표와 함께 홍천 수련원을 운영하는 행복공장을 설립하였다. 친구들과 지인들, 기업의 후원을 받아 주로 비행을 저질러 6호 처분을 받은 소년 소녀들이나 고립 청년들이 23일간 수련원에 머물며 성찰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무료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이 책은 저자가 아픈 가운데서도 사랑하는 아내와 가족을 생각하면서 글을 썼고 아내는 남편이 남긴 유고 하나하나마다 뒷이야기를 정성스럽게 붙여나갔다. 22년 초 일기에 아내와 오래 있고 싶은데 안 되나봐 글에서 안타까움이 묻어 난다. 저자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힘든 와중에 마지막 정리를 하려는 듯 글을 썼고 이때부터 글에 제목을 달지 않았다고 한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행복공장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나의 근심 걱정을 다 털어버리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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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개의 쓰잘머리 없는 이야기들
최지운 지음 / 시현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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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른 개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최지운 작가의 소설집이다. 소설 속 남자여자로 호칭을 한 주인공들은 같거나 다른 인물로 그려진다. 아주 사소하고 제목처럼 쓰잘머리 없는 이야기로 들리지만 그들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은 면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읽은 단편소설 중 특이한 점은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소재를 삼았다는 것이다. 캔커피를 시작해서 출근까지의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공시생은 추운 겨울 공무원 시험에도 떨어졌지만 캔커피와 따스한 그녀의 미소와 격려가 좋았다. 대기업에 취업을 한 그녀가 동료가 건네주는 테이크아웃 커피를 받는 것을 보고 자신이 초라하고 작아보였다.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는 남자는 동생이 결혼 할 여자친구를 집에 데리고 온다고 하여 집으로 바로 가지 못하고 편의점 근처를 서성대고 있었고, 친구들은 그와 시간 때우기가 안되었다. 편의점에서 대타를 해주면서 집에는 연장근무라고 말하는 남자가 한심하고 한편은 짠하게 느껴졌다.

 

일개 대리가 까마득한 상사의 집을 들락거리는 걸 주변 사람들은 의아하게 보았다. 부장이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은 대리가 와이프랑 다정한 모습을 보여줘야 부러워서 노력할 것 아닌가 했다. 그러나 부장은 집에 돌아가면 반겨주는 와이프가 있는 그를 부럽다고 말한다. 결혼은 못했어도 소설을 발표한 여자는 시집을 간 여자를 살림하는 여자를 부러워한다.

 

남자는 프로 야구에 발을 들여놓은 지 벌써 칠팔 년이 다 되어 갔지만, 자신이 뼈를 묻을 팀을 찾지 못하고 떠돌았다. 가족들은 누가 캐묻기 전까지는 남자가 프로 야구 선수란 걸 밝히지 않았다. 월급은 쥐꼬리만 하게 주면서 맨날 야근이라는 애인의 말이 귓가에서 앵앵거렸다. 친구는 고작 편의점 야간 알바에 불과한데도 정규직인 자신보다 모든 게 나아 보였다.

 

최지운 작가는 동국대학교 예술대학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산업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에서 문화콘텐츠를 공부했다. 200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서 동화, 2013년 한경 청년신춘문예에서 장편소설로 등단하며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장편소설 <옥수동 타이거스(2013)>, <통제사의 부하들(2013)>, <시간을 마시는 카페(2016)>, <대두인(2018)>, <삼엽충(2019)>, <트라이아웃(2020)>을 출간했으며 이외에 역사 교양서 <책임지는 용기, 징비록(2015)>을 펴냈다. 현재는 장편소설을 집필하면서 영상콘텐츠와 관련된 다양한 소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또한 협성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강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강남대학교 한영문화콘텐츠학과 등 여러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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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플라스틱맨 - 일본 제8회 그림책 출판상 우수상 수상작
기요타 게이코 지음, 엄혜숙 옮김 / 특서주니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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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특별한서재에서 출간한 특서주니어 유아 그림책으로 모두가 힘을 모으면 망가져가는 바다를 지킬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일본 스프링잉크사 주최 제8회 그림책출판상 우수상을 수상한 [고마워, 플라스틱맨]은 어느 날 바닷속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태어난 플라스틱맨의 이야기를 담았다.

 

편리한 물건은 대개 플라스틱으로 만든다. 이 마을 공장에서는 플라스틱을 만들고 사람들은 플라스틱을 쓰고 나서 자꾸자꾸 버렸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비와 바람에 운반되어 바다로 흘러가서 쓰레기에 휘감겨 꼼짝도 못하거나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고 죽는 생물이 많다. 주위에 있는 해로운 것들이 자꾸자꾸 들러붙어서 바다를 떠도는데 그것을 물고기가 먹게 된다.



물고기가 깃들여 사는 산호도 플라스틱을 먹고 죽는 일이 있다. 따라서 산호가 죽으면 살 집을 잃은 물고기도 죽고 만다. 그래서 아름다운 바다는 점점 더 황폐해진다.

공장에서 플라스틱을 만들기 때문에 마을과 바다가 더러워졌다고 쓰레기로 가득 찬 마을에서는 싸움이 그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바다 생물들의 슬픔과 분노가 가득 차서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플라스틱맨이 태어났다. 플라스틱맨의 가슴이 빛나고 있었다. 근처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 후후 바람을 불어서 쓰레기 버리는 사람을 주의시켰다. 모두들 무서워하며 도망칠 뿐이었다. 사람들은 플라스틱맨에게 맞서서 싸웠지만 플라스틱맨은 슬픈 듯이 눈물을 흘리며 무언가를 계속 호소했다.



이 녀석,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닌 것 같아. 생각해 보면 그렇게 큰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사람들은 플라스틱맨을 당분간 관찰하기로 했다. 그리고 눈보라 속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는 플라스틱맨을 본 사람이 말했다. 바람이 불고 있는데도 필사적으로 쓰레기를 줍고 있더라구 말이다. 바다에 잠수해 있는 사람이 말했다. “눈에서 빛이 나와 주변을 밝히고 있었어.”라고 모래밭에서 놀던 아이가 말했어. “플라스틱맨은 코로 모래를 빨아들여서는 입으로 플라스틱 조각만을 토해 내서 모으고 있었어. 깨끗한 모래밭처럼 보였는데 이렇게 많은 플라스틱이 모래 속에 숨어 있었던 거야!”



사람들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얼마나 마을을 더럽히고 있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플라스틱맨과 함께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마을도 깨끗해지고 마을 사람들의 마음도 바뀌었기 때문에 플라스틱맨은 바닷속에서 잠시 쉬기로 했어 하지만 걱정스럽고 또 걱정스러워서 하는 수 없이 땅위의 모습을 보러 갔어. 가슴은 빛나지 않았지만 말이야.

 

플라스틱맨은 앞으로도 바닷속에서 우리를 지켜볼 거야. 너도 언젠가 만날 수 있을지 몰라!

 

[고마워, 플라스틱맨]을 읽은 아이들의 마음에도 아름다운 바다에 대한 책임감이 무럭무럭 샘솟고, 연대와 공존, 협력하는 마음이 자리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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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지 않다고 외치고 나서야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정순임 지음 / 파람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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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5대에 걸쳐 400년을 한집에서 살아온 우복종가에서 나고 자란 연년생 오빠와 둘째로 태어난 딸의 이야기다. 그녀는 고향집에 귀환해 된장, 고추장 담그며 꾸는 꿈, 문화재로 등재된 고택에서 벌어지는 어머니와 딸의 갈등과 화해와 치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가 집안의 둘째로, 딸로 태어나 받은 차별은 상처가 되어 힘들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종갓집이라 먹을 것 입을 것 걱정 안할 것 같은데 집안의 어른들이 오빠와 다르게 대우 하는 것에 염증을 느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빠가 착하다고 했다. 상처는 곪아가서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나이 오십에 가출을 감행을 한 것은 시도 때도 없이 바닥을 드러내는 자존감을 세우기 위함이었다.

 

괜찮다 괜찮다 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나만 그런 것도 아니라고, 입 앙다물고 두 손 볼끈 쥐고 걸어왔는데, 괜찮아지지 않았다는 말이 왜 그리 공감이 되던지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남동생이 태어나던 날 자다가 안방에서 쫓겨났다는 것도 나도 막내동생이 태어날 때 셋방 살이 할때라 주인집에 가서 자라고 하면서 쫓겨났는데 마루에서 쪼그리고 있던 내가 생각났다.

 

우천할매와 할매 며느리 무섬아지매는 결혼하고 이혼하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던 부산살이 저자의 손을 잡아주었다. 추억이란 이름으로 다시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열한 살부터 집을 떠나 대처에서 공부하다가 오십에 다시 귀향할 때까지 만만치 않았던 시간들을 견디게 한 것은 고향산천이다. 사랑 하나 믿고 식구들 가슴에 대못을 박고 혼전 임신으로 시작한 결혼 생활이 8년만에 끝이 나고 두 딸을 데리고 살아왔다.

 

형제들끼리 고향으로 모이자는 의견이 나왔고, 대대로 내려온 장 담그는 일도 배우고 여러 음식도 익혀 두어야 해서 안동과 상주를 오가는 두 집 살림이 시작되었다. 3년은 느긋하게 시골살이를 배우고 익히며 지내자는 생각이었다. 귀향하고 상표 등록을 하면서 엄마와 충돌이 잦았다. 떨어져 있으면 궁금하고 걱정되고 눈앞에 있으면 마음에 차지 않는 딸이라고 결론에 닿았을 때 가출을 실행했고 제주도 한적한 마을에 한달 살기를 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한다. 걷고 울고 쓰고 또 썼다.

 

갱년기가 어떨지 상상한 적도 없다보니 자다가 식은 땀이 흐르면 일어나 앉아 나이 들어가는 육체를 마주해야 하고, 어떤 놈이든 걸리기만 해봐라. 이 시기가 모든 순간에 주인공이 되는 시기, 앗싸! 나에게도 드디어 갱년기의 시기가 도래했다. 갱년기가 다 똑같은 게 아니라는 사실을 공감하고 공감을 하게 되었다.

 

가족은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이름이자 사소한 일로도 순식간에 해체 될 수 있는 모래성 같다. 두 딸내미 손을 잡고, 결혼 밖으로 나온 그날부터 이십여 년 늘 폭풍우 속에 서 있던 저자를 품어준 고향과 부모 형제가 있어 고맙다고 표현한다. 저자가 아홉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 나이 서른둘 나이에 종부로 네 남매를 데리고 살아온 삶이 말이나 글로 헤아려질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자의 고향집 당호 산수헌은 우복 정경세 종가이고 국가 민속문화재다. 25대 조부께서 진주에서 상주로 이거하셨고, 대를 이어 살고 있으며 고향집으로 터전을 옮긴 분은 15대 조부 우복 할배다. 삶의 형태가 바뀌는 데 따라 변화해온 것이다. 반바지를 입고 마루를 닦고, 들에 나가 직접 고추와 콩을 심고, 딸내미 우렁찬 목소리가 담장을 넘으면서 산수헌 사람들은 오늘을 산다고 말한다. 고택이라는 특별한 공간을 배경으로, 여성으로서의 생애와 감정을 담담하게 잘 풀어내고 있는 이 책을 덮으며 산수헌의 장맛이 매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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