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 엄마, 여든 아들 - 장수 박사 아들과 백세 노모의 가슴 따뜻한 동거 일기
박상철 지음 / 시공사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국내 최고의 건강·노화 전문가로 꼽히는 박상철 교수와 백세를 코앞에 둔 노모의 가슴 따뜻한 동거 일기다. 20178, 아버지가 노환으로 돌아가시면서 명절이나 집안 대소사에 손님처럼 잠시 고향 집을 다녀가던 그에게 일생일대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홀로 남은 어머니를 가까이서 모시기 위해 50년 만에 고향 광주로 귀향을 결심하였고 그렇게 아흔 살 노모와 일흔 살 아들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아버지 장례도중 입관 절차 중 아버지 수의가 낡았다는 것을 알았다. 애비가 장가올 때 입고 온 옷이라고 하셨다. 70년 동안 장롱 속에 고이 간직하고 계셨던 것이다. 저자는 월화수는 광주에서 목금토일은 서울에서 지내고, 한 달에 한두 번 대구를 찾는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었다.

 

어머니와 같이 살기 위해 결심한 두 가지가 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어머니 말씀은 무조건 들어드리겠다는 것과 어머니와 함께 있는 시간을 자주 갖자는 결심이었다. 말동무도 되어드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겠다는 약속이다.

 

어머니와 함께하는 일상은 새벽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5시면 일어나 목욕하고 오너라.” 어머니의 지시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두어 달 지나면서 집에서 목욕하렵니다 하자 그래도 목욕탕에서 몸을 따뜻하게 녹여야지 하면서 허락해 주셨다.

 

아침을 거르거나 간단하게 해결하던 방식에서 매일 챙겨 먹는 것이 체중이 불고 고혈압이나 혈당이 올라가는 일이 생기자 어머니는 특별한 아침을 챙겨주신다. 남순댁과 여동생에게 부담을 주는 꼴이 되어버렸다. 현역이 아닌 석좌교수이기에 일찍 출근하지 않아도 되어서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아침 드라마를 함께 보다가 출근하곤 했다.

 

어머니는 양과동 밭에 작물들을 보살피며 풀을 뽑고 거름을 주기도 하였다. 아흔다섯 넘어도 직접 활동하는 모습을 보며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풀독이 심하게 올랐지만, 병원 가기를 꺼리는 모습이 씁쓸했다. 겨울이 되면 양과동에 일이 없어지자 심심하시다고 하시면서 막걸리를 사 오게 하더니 막걸리 식초를 만드셨다. 식혜도 만들고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특별한 요리는 꼭 메모를 해두었다가 직접 만들어 보거나 남순댁에게 부탁해 만들게 하였다.

 

백 세가 되어도 얼마든지 수술이 가능한 백세 의료 세상이 도래하고 있다. 오랫동안 치통을 앓으셨는데 일곱 개를 하고 1년 뒤 한 개를 추가하여 여덟 개의 임플란트를 하였다. 나중에 문제가 생겨 일곱 개를 추가하기도 했다. 임플란트했다고 올게쌀을 드신다고 하였다. 2년이 지나 심장 관련 정밀 검사를 해서 대동맥판막협착증이 악화되었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아흔세 살이 되신 어머니를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니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시술 후 어머니의 건강 상태는 하루가 다르게 좋아졌다. 술 좋아하는 아들들에게 막걸리라도 담가주려고 애쓰셨다.

 

어머니는 광주 시내에 있는 음식점 어디를 가도 니 애비랑 가끔 왔다이라는 표현으로 지난날의 추억을 되새기며 감동을 주었다. 어머니 곁에 돌아와 이런저런 옛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하늘이 주신 기회였고 축복이었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서 다시 동심에 젖게 되었고, 아버지와 함께했던 추억들을 잔잔하게 들려주셨다. 험난하고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전력투구하며 살아온 어머니의 생애는 전에는 상상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의과대학을 마칠 즈음 진로가 고민이었는데 아버지께서는 세속적인 유혹에 빠지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라고 말씀하셨다. 걱정은 가불하지 마라고 하셨다. 생화학의 길로 들어섰고, 외롭고 힘든 길이었지만 개척자가 될 수 있게 만들어 주신 아버지께 새삼 감사를 올린다.

 

저자의 아버지는 아들이 환갑의 나이가 될 때까지 아침 문안 전화를 하셨다. 이제는 제가 매일 전화 올리겠습니다. 하여도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야지 하시며 너희들이 바쁜데 어디 매일 전화하겠냐? 하며 말을 끊어버렸고 30년 동안 이어온 아침 통화라고 한다. 노화의 본질을 밝히는 생명과학적 연구를 추진하는 동시에 당장 노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도 강구하려고 노력했다.

 

[백세 엄마, 여든 아들]에는 아들과 어머니가 함께 보낸 지난 7년여의 시간, 그리고 가슴 뭉클한 가족의 뒷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 지붕 아래에서 어머니와 한솥밥을 먹고, 나란히 앉아 TV 연속극을 보고, 함께 텃밭을 가꾸고, 꽃구경하며 가끔은 어머니의 잔소리와 꾸지람도 들으며 보내는 일상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