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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옥의 풍경하나 - 풍경이 사람을 품고, 사람이 풍경에 기대고
이주옥 지음 / 수필과비평사 / 2024년 11월
평점 :

[이주옥의 풍경하나]는 저자의 ‘세상의 당신들’ 이어 두 번째 책이다. 사람은 서로 어울려서 살아야 한다는 것, 풍경은 사람은 껴안으면서 완전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리라. ‘풍경이 사람을 품고, 사람이 풍경에 기대고’ 글귀는 푸근한 느낌을 받는다.
화단에 봉선화를 뽑은 중년 여인, 들켜버렸다. 그 여인은 봉숭아 꽃물을 들이고 싶었나보다 아니면 엄마가 그리웠을까. 꽃물이 첫눈 올때까지 남아 있으면 첫사랑을 만난다는 이야기가 남았을까 상상력이 웃음짓게 한다. 저자는 손주가 생겨 할머니가 되었다. 부모님은 당연히 증조부모가 될 것이다. 이제 막 안녕의 손짓을 배운 아이와 부모님의 헤어짐이 눈시울이 붉어지는 그림이 그려진다.
꽃 중에서 생기를 더하는 것은 사람 꽃? 그 중 나이 육십은 넘어 보이는 한 남자가 빨간 셔츠에 선글라스를 끼고 은빛 캐리어를 끌고 서 있다. 오랜 코로나에 가까스로 마스크 해제를 알렸지만 미세 먼지와 황사가 복병으로 다가와 여전히 입막음 신세다. 빨간색 반소매 옷을 입은 남자의 옷차림은 봄이 오고 있었나보다.
도로 가운데 엎어진 유모차 하나가 보였다. 유모차 옆에는 검은 비닐봉지 두세 개와 종이 봉투 한 개가 널브러져 있었다. 노인이 엎어진 유모차를 쳐다보며 허둥거리고 있었다. 넘어지는 순간을 보지 않아 알수 없지만 세워둔 유모차가 차도로 넘어졌을 것이라는 유추를 한다. 언제부턴가 노인들에게 지팡이 대신 유모차가 필수품이 됐다.
살다 보면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게 마음 뿐만 아니라 몸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이 글에서 나의 엄마가 보인다. 엄마는 허리가 많이 굽으셨는데 요즘은 한발짝 떼기가 어려워 엄마의 자동차 곁에는 항상 유모차가 있었다. 그것을 밀고 마당을 가로질러 개밥을 주시기도 하고 창고에 가기도 한다. 보행기를 끌고 다니시는 엄마 마음이 짠한데 엄마의 허리를 고쳐드리고 싶은데 병원을 안 가시니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지방에 다녀오는 길에 지인의 어머니를 찾아 뵈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자신을 찾아온 사람이 있다는 것에 반갑고 흥분되셨다. 그 어머니는 호주머니에서 물렁해진 바나나를 건넨다. 서울에 놀러 온 친구와 어디를 갈까 하다 길상사를 떠올렸다. 법정 스님, 백석 시인의 이름이 함께 하는 곳,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쳐 한 남자를 사랑한 여인 김영한의 이야기는 숙연한 마음을 품게 만든다고 하였다.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 거리 곳곳에 흩날리는 수북한 낙엽은 봄날의 꽃 이상으로 가을을 장식한다. 환경미화원이나 경비원들은 돌아서기 바쁘게 떨어지는 낙엽을 쓸어내며 낭만은 지나가는 개나 줘버리라고 구시렁댈지도 모른다.
일본 벚꽃의 유래를 처음 알게 되었다. 어느 산적 두목이 여자 한 명을 보쌈하여 왔는데 그 여자는 도무지 웃지를 않았다. 산적 두목이 사람 머리 하나를 자르자 그 여자가 설핏 웃었다고 한다. 그 산적 두목은 여자가 웃는 모습을 보려고 수많은 사람의 머리를 잘랐고 참수한 머리를 나무 밑에 묻었다. 그 나무에서는 너무나 예쁜 꽃이 피어났는데 그 꽃이 바로 벚꽃이라는 내용이다.
커피자판기는 누구에게나 친숙한 길다방이었다. 이제는 자판기를 설치하는 곳도 드물지만 있다고 해도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다고 한다. 커피집과 원두커피의 효능이 자판기 커피는 슬그머니 천덕꾸러기가 됐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쉽게 받아들이는 문화인가보다.
지하철에 구걸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 것 같다. 객실 안에서 구걸하는 사람은 빨리 내리라는 기관사의 멘트를 들었다. 요즘은 카드만 하나 달랑 넣고 다니기에 현금이 있다손 치더라도 얼마를 줘야 되나 고민이 된다. 저자 역시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고 집에 돌아와 지갑을 열어보니 큰 지폐만 두 장 들어있었다. 만약 그 자리에서 지갑을 열었다가 금액 때문에 다시 닫아야 했을지 결론 내리지 못할 미묘한 헤프닝이었다.
이 책은 어느 곳이든 풍경이 그려진다. 특히 저자는 전철을 타면서 휴대폰을 보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들을 바라보는 게 더 재미있고 휴대폰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인 사람들의 표정들이 각양각색이라 덩달아 웃음이 나온다고 한다. 소소한 마음을 발산하며 사는 소시민의 모습을 눈앞에서 보는 일은 어느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맛깔나기 때문이다.
@han_kwanghee님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