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기린을 보러 갔어
이옥수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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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기린을 보러 갔어]는 청소년의 영원한 멘토, 사계절문학 대상 수상 작가 이옥수 신작이다.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에도 서로 마음을 터놓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혼 가정의 송이는 중학교 3학년이다. 한송이꽃집을 운영하는 엄마 혜경 씨에게 남자 친구가 생겼다. 송이는 엄마 휴대폰에 북극곰과 주고 받은 메시지를 몰래 보게 되었던 것이다. 꽃집 옆에 김광석헤어와 홍 이모네 홍삼 가게가 있다.

 

광석 원장은 엄마에게 축하할 일이라고 했다. 광석은 아내와 사별하고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준서를 홀로 키우고 있다. 식탁에 꼴뚜기가 풍년이다. 준서도 엄마가 해주는 꼴뚜기 반찬이 맛있다고 한다. 건어물 사장 대호 씨는 인심이 좋고 쪼잔하지 않아서 좋다고 말했다.

 

송이는 아빠를 만나러 가는 날이 귀찮이지기도 했다. 각자 다른 집에서 호적 메이트로 살다가 정해진 날에만 이렇게 불쑥 만나는 게 얼마나 웃기는 일인지 왜 법에서는 면접교섭권이라는 걸 만들어서 이렇게 나를 옭아매냐고 씩씩댔다.

 

아빠에게 엄마가 연애하는 것 같다고 말했지만 엄마 상대가 될 사람이라면 괜찮은 사람이 아닐까 말했다. 광석 원장이나 홍 이모, 아빠, 할머니 등 어른들은 송이의 마음을 몰라주고 엄마 하는 대로 나두라고 말을 하니 혼자 애만 태우고 있었다.

 

어느 날, 상인 친목 나들이를 다녀오다 엄마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때 건어물 사장이 북극곰이고 대호 씨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송이는 학교도 결석하고 엄마를 간호했다. 엄마는 퇴원을 하면서 가게 문을 열기 전에 겨울 기린을 보러 가자고 했다. 기린은 눈이 맑고 목이 길어서 외롭고 슬퍼 보인다. 맑은 눈망울에서 애처롭고 애뜻해 보이고 슬프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했다. 기린을 보니 이 세상에서 나만 힘들게 살아가는 게 아니구나 생각했단다.

 

송이는 최애 반찬 꼴뚜기가 싫어졌고 대호 씨도 싫다. 엄마가 술을 한잔 마시고 각자 제 길 찾아서 찢어지는 게 낫다고 한 말에 무작정 버스에 올랐는데 아빠 가게 앞이었다. 새 엄마 사이에 태어난 한우리를 안고 있는 아빠를 보고 발길을 돌렸다. 가출 쉼터를 찾아갔지만 부모님 연락처를 대라는 말에 그곳도 나왔다. 기린을 보러 가자 마음 먹었다. 기린을 보면 엄마를 이해할 수 있을까, 용서할 수 있을까.

 

송이는 엄마 연애의 방해꾼이라서 괴롭다. 필요충분 조건만 채워주는 엄마를 죽여야 할까. 하지만 내 엄만데, 생각할수록 마음이 무거웠다. 대호 씨가 가게에 안 왔으면 좋겠고 좁은 곳에서 둘이 붙어 있는 것 보면 열불이 나서 연애를 하든 뭐든지 안 보는 데서 하면 좋겠다.

 

졸업식 날, 아빠는 아빠의 부모님은 자식들 먹여 살리는데 급급해 자식들과 얘기를 한 적이 별로 없었고 부모님께 사랑을 받아본 적 없어서 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고 그럼에도 잘 커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북극곰에게 엄마를 빼앗기는 게 싫은 송이와 홀로 송이를 키우며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었던 엄마와 오해를 풀 수 있을까.

 

엄마에게 왜 하필 겨울 기린이야 물으니 외롭고 슬프기만 한 게 아니라 주어진 환경과 상황 속에서 두 다리로 바닥을 단단히 딛고 서 있는 것이 참고 견뎌내고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송이는 아직은 자신이 없지만 기린의 눈을 닮을 수 있을까. 그 눈빛을 동경하다 보면 언젠가는 엄마의 연애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 거라고 생각하는데 꺼내지 않은 마음까지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엄마와 딸이 기린을 보는 시각은 다르다. 엄마는 삶의 외로움과 슬픔을 송이는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게 없는 현실을 읽었다. 그러나 다름을 인정하고 견뎌내며 나아가는 힘이면 된다고 했다. 이 책은 무조건적 이해보다는 서로 마음속에 있던 말부터 꺼내며 소통하면서 이웃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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