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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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는 자신의 이야기를 객관화해 모두의 이야기로 승화시키는 작가이다. [한 여자]는 어머니의 죽음을 맞이한 후 자신이 아는 한 어머니로서의 그녀의 삶을 기록하기로 한다.

 

소설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로 시작한다. 전남편이 장의사에게 함께 가주었다. 누빔 천 색으로 보랏빛이 도는 장밋빛을 권했다. 영구차가 노르망디의 이브토로 출발했다. 친인척들이 묘지 입구 철책 가까이에 몰려 있었다. 그녀(어머니)는 노르망디의 소도시에서 태어났다. 외할아버지는 건장하고 다감한 분이었고, 협심증 발작으로 쉰 살에 죽음을 맞았다. 어머니는 열세 살이었고, 아버지를 좋아했다. 과부가 된 외할머니는 완고해졌고, 늘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고 한다.

 

형제자매들 중 넷이 죽었다. 남자들은 카페에서 여자들은 집에서 마셔 댄 술이었다. 아버지는 밧줄 제조 공장에서 일했고, 키가 크고 풍채가 근사했으며, 멋쟁이였다. 어머니 마음을 사려는 남자들도 많았지만 내가 고른 사람은 바로 네 아버지였단다. 어머니가 들려주던 이야기다.

 

카페 겸 식료품점을 빚을 내서 인수했다. 가게 수입만으로 먹고살기에 충분치가 않아 아버지가 공사판에 일을 했다. 감독까지 올라갔고 가게는 어머니 혼자서 보았다. 그녀의 큰딸은 디프테리아로 목숨을 잃었고 저자는 1940년에 태어났다. 독일 점령기 동안, 라 발레 주민들이 식량 보급의 희망을 품고 식료품점에 몰려 들었다. 몇 년후 라 발레를 떠나 이브토로 돌아갔다. 그녀는 다시 카페 겸 식료품점 여주인의 삶을 시작하며 금전 관리를 담당한 그녀가 가게 운영, 주문 내기, 장부 정리를 맡았다.

 

그녀의 가장 깊은 욕망은 자신이 누리지 못했던 것 전부를 딸에게 주는 것이었다. 자신의 딸을 통해 배움에 대한 열망을 추구했다. 학교에서 교사들이 뭘 가르쳤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시켰다. 자신보다 딸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다면 어떤 희생이든, 어머니로서 가장 큰 희생인 딸과 떨어져 지내는 것마저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내가 어머니에 대해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그런데 어머니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가 살아 있는 시간과 장소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아간다는 느낌이다. 어머니가 결코 다시는 존재할 수 없는 진짜 시간속에 놓인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녀는 손자들을 돌보고 일정 정도 살림을 맡아 하는 데서 에너지와 열정을 쏟아부을 방도를 찾아냈고, 적응하게 되었다. 육체적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 주려고 애썼고, 요리와 장보기를 담당하고 자신이 사용하기를 겁내는 세탁기를 돌리는 것을 두고 볼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197912월 어느 날 밤 15번 국도의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붉은 신호등을 무시하고 달리던 CX에 치여 쓰러졌다. 다리가 부러졌고, 두부 외상을 입었다. 일주일 의식을 잃었다가 일어났다. 사람들은 그렇게 무사히 회복된 것에 대해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변했다. 이브토의 가족들에게 사납게 굴었고, 그들이 자신의 돈에 호기심을 보인다며 그들 전부를 싸잡아 비난한다. 19837, 물도 마시지 않고 배고파하지도 않았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기절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어머니를 노인 요양원의 의료 센터로 싣고 갔다. 의사는 요양원을 권했지만 집으로 모실 생각이었다. 저자는 남편과 헤어져서 두 아들과 살고 있었다.

 

어머니에 관한 글을 계속 써나가겠다. 어머니는 중요했던 유일한 여자이고, 2년 전부터는 치매 환자였다. 아버지의 죽음과 남편과의 헤어짐이 그랬듯 어머니의 병과 죽음이 삶의 지나간 흐름속으로 녹아들 때를 기다리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받기보다는 아무에게나 주기를 좋아했다. 글쓰기도 남에게 주는 하나의 방식이 아닐까저자는 말한다. 여자가 된 지금의 나와 아이였던 과거의 나를 이어 줬던 것은 바로 어머니, 내가 태어난 세계와의 마지막 연결 고리였던 어머니의 상실을 저자는 어떤 마음으로 써 내려간 것일까. [한 여자]는 나의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담담하게 읽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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