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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연두 ㅣ 특서 청소년문학 38
민경혜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8월
평점 :
이 책은 ‘다르다’는 이유로 미안해할 필요 없는 따뜻한 세상을 향한 이야기
채아는 오빠가 자폐장애로 사고로 죽고 잘 대해주지 못한 자책과 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어느 날, 절친 우빈에게 짝사랑하는 아이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SNS에 그 아이 그림을 그려서 올리기도 했다. 채아의 반에 전학 온 연두였다. 연두는 오빠처럼 자폐장애가 있어 특수 학급에서 수업을 받는다.
누구도 선뜻 먼저 다가가 친구가 되어줄 수 없는 아이가 연두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착한 행동에는 ‘배려’나 ‘양보’의 의미보다 ‘동정’과 ‘연민’의 의미가 더 많이 담긴다. 연두에게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면, 우빈은 어떤 마음이 들까? 그것은 ‘착한 마음’일까, 아니면 정말 첫사랑의 마음일까?
채아와 주희는 친한 친구 사이였다. 자신의 죽은 오빠를 두고 ‘차라리 잘된 일’이라는 말을 뱉어 놓고도 끝내 사과하지 않는 주희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주희도 우빈이 연두에게 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연두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친한 척 접근하여 사진을 찍어 자신의 SNS에 올린다. 우빈을 좋아하는 주희는 연두를 찐따라고 한다. 채아는 찐따는 너고, 연두는 장애가 있는 거라고 말한다. 우빈은 주희의 SNS를 열어보았고 할 말을 잃었다. 주희가 친구라고 말한 그 아이가 모두에게 놀림을 당하고 있었다.
우빈은 매일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귀가하는 연두를 지켜본다. 연두 엄마는 아이가 장애가 있어서 미안하다고 했다. 채아 엄마도 오빠랑 다닐 때 늘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했다. 교내 폭력 사건으로 학교에 불려 온 가해자의 엄마는 오히려 큰소리를 뻥뻥 쳐대는데 세상이다. 얼굴에 철판을 깐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왜 장애인의 부모는 이유도 없이 미안해야 하는 걸까?
장애 아이나 그 가족들을 대할 때 측은지심 보다는 똑같이만 대해주면 됀다고 했다. 연두가 시끄러운 걸 못 참으면 그냥 좀 조용히 해주면 되는 것이다. 세상에는 주희 같은 사람들이 많다. 다르면 차별하고, 낮으면 짓밟고, 없으면 더 빼앗으려고 하고. 그런데 그 사람들 전부를 다 미워할 수는 없더라. 다른 사람, 낮은 사람, 없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세상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채아는 고개를 들어 연두가 좋아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머리 위, 어느 새 벚나무에 초록 잎사귀가 무성하게 돋아 있었다. 소설 속 연두의 ‘미운 오리 새끼’가 꼭 백조가 되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연둣빛 새싹은 그대로도 충분히 예쁘다.
채아는 세상의 모든 연두를 응원하기로 한다. 저 하늘 위의 오빠를
작고 여린, 세상의 모든 연두를.
저 하늘 위의 오빠를.
저자는 내 안의 숨은 차별이 누군가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지는 않을까. 글을 쓰는데 망설였다고 한다. 우리 모두는 다 조금씩 다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 조화를 이룬 ‘우리’가 되어야 한다. 세상의 모든 연두를 향한 시선이 조금은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