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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기쁨 - 내 책꽂이에서 당신 책꽂이로 보내고 싶은 책
편성준 지음 / 몽스북 / 2024년 5월
평점 :
[읽는 기쁨]의 추천하는 책 중에는 베스트셀러나 고전도 있지만 모르는 작가도 있었다. 저자는 정말 친구들에게 빌려주고 싶은 책들에 대해 책으로 써보자는 생각을 했다. 모두 저자의 주관에 의해서라고 밝힌다.
책이 많이 팔리지 않는 시대이고 책을 읽을 시간이 좀처럼 나지 않는 것은 책 외에 눈을 돌릴 곳이 많은 시대라고 한다. 51권만 추천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책이란 당연히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어 있다. 한 가지 자신 할 수 있는 건 적어도 추천한 책을 읽고 후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저자의 자신감이 너무 좋고 다음에 읽을 책을 노트에 적어두기도 했다.
[일기]는 친부모와 더 이상 가깝게 지내지 않는다는 황정은에게 “그래도 가족인데”라고 던진 말을 듣고 “그래요. 그게 무슨 말인지 나도 압니다”라고 대답한 구절 때문이었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다독여 주는 작가의 목소리가 들릴 것이라고 했다.
단편 소설 중 뒷맛이 가장 개운하고 감동적이었던 작품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이라는 책이다. 빵집 주인으로 사는 외로움에 대하여, 중년 이후 찾아오는 자신에 대한 의심과 한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장과 아이를 잃은 부모의 이야기는 밤새 계속된다. 이 책에 부작용이 하나 있는데 소설을 읽고 나면 새벽이든 한밤중이든 따뜻한 빵이 먹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문학동네 나온 대성당에 수록되어 있다.
정지아 [문학박사 정지아의 집]은 일단 너무나 웃긴다. 백 피디를 데려와 술을 마신적이 있는데 그가 대학을 다니지 않은 사실이 밝혀지자 그걸 농담의 소재로 사용했던 것이다. 동네 입구에 입간판이 세워졌다. 문학박사 정지아의 집. 소설은 문학박사라는 게 밝혀진 정지아 작가가 서울서 인터뷰를 하러 내려오는 기자들에게 자신의 ‘잘 가꾸어진’ 텃밭을 보여주기 위해 마을 할머니를 매수하는 이야기다.
[백년의 고독]왜 백년의 고독일까 오랜 식민지 생활을 했던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 나라는 독립을 이룬 이후에도 서구 열강으로부터 철저히 소외되었고 아무도 그들의 목소리엔 귀 기울이지 않았던 고독의 시간을 보냈다. 헷갈리는 등장인물의 이름 정도는 가볍게 무시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이 소설을 읽어보자.
페이스북 친구인 서평가 김미옥 선생이 “나는 왜 여태 이 작가를 몰랐는지”라고 한탄을 했는데 저자도 마찬가지다. 제목이 좋다. 한강 [소녀이 온다]는 두 번 읽어보았다. 현대사의 비극인 광주항쟁을 그린 이 소설은 1980년 5월 광주를 그렸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와우 이 책은 내 책장에도 꽂혀 있는데 읽다가 말았는데 완독을 시도해봐야겠다. 저자는 책을 두 번 사서 두 권이 된 책인데 제목이 너무 딱딱해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으나 막상 읽기 시작하자 정말 재미있었다고 한다. 앤드루 포터는 작가가 되려고 하루 여섯 시간씩 글을 썼다고 한다.
진민영의 [내향인입니다]라는 작은 에세이는 ‘혼자 지내는 기쁨’에 대한 책이다. 자신이 내향적 인간임을 당당하게 밝힌다. 그녀는 자기만의 시간은 외향과 내향 상관없이 삶을 살아가는 데 어느 정도 필요한 삶의 기술이라고 말한다. 책에 있는 글 중 “혼자인 시간이 참 좋다”라는 문장을 읽어보면 진민영이 행복하다고 느낀 순간의 대부분은 홀로 보낸 시간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평론이나 리뷰가 아니라 저자가 읽어서 좋았던 책들을 소개한 것이다. 당신이 책을 읽고 싶어졌는데 뭘 읽어야 할지 막연하거나 애매할 때, 이 책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읽고 싶은 책부터 읽으라고 한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읽지 않는다면 세상에 없는 책이나 마찬가지니까 지금 한 권의 책을 뽑아서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