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길 위에 저 시간 속에 - 빛나지만 음험하고 고요하지만 번화하며 고풍스러우면서도 탈역사적인 척하는 어느 매력적인 도시 여행기
이인우 지음 / 파람북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전직 기자이자 교토 리쓰메이칸대학 객원연구원인 이인우 저자의 교토 탐방기다. 1년간 교토에서 생활하면서 교토 걷기가 진행됐다. 한번은 교토 속의 일본을 찾아서 한번은 교토 속의 한국을 찾아서, 한 주씩 번갈아 떠난 것이 총 69회에 걸쳐 120여 곳에 달했다. 책은 5부로 되어 있으며 에필로그는 교토의 윤동주 시비 앞에서 작별인사를 바치는 필자의 소회로 대신했다.

 

교토 동쪽 히가시야마 산기슭 아래 데쓰가쿠노미치라고 불리는 산책로가 있다. 철학의 길이라 불리는 이 길은 가족, 친구와 함께 걷기도 좋지만, 나 홀로 걷는 것도 좋다고 한다. 철학의 길에는 교토라는 천년고도가 낳고 일궈온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이 있다, 교토에서 이 길을 거닌다는 것은, 어쩌면 일본이라는 나라의 내면을 산책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교토에서는 많은 절이 문화유산급의 뛰어난 그림과 조각, 공예품 등을 소장하고 있다. 다이토큐지, 쇼코쿠지, 난젠지 같은 절은 일반관람이 쉽지 않아서 그렇지, 소장목록을 보면 그 자체로 하나의 초일류 미술관이다.

 

금각사와 은각사는 교토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각각 금각과 은각 이름의 누각으로유명하다. 짧은 일정 속에 방문 인증샷이 필요하다면 금각을 배경으로 한 컷을 남기는 것과, 여유 있는 일정이라면 은각사를 천천히 거닐어보는 것이 어떨까. 교토의 랜드마크는 교토타워가 될 것 같다. 옛날 오사카와 나라 지방에서 상경하는 사람들은 멀리 5층탑 꼭대기가 아스라이 보이면 교토가 가까웠음을 알았다고 한다.

 

교토 산책길에서 빠지면 섭섭할 이름난 교토의 정원 12선을 소개한다. 일본에 정원은 만들 때까지가 4, 이후 유지관리가 6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종의 현재진행형 예술행위로까지 높여진다. 루리코인은 교토 히에이잔 케이블카 야세역 앞에서 왼쪽으로 맑은 시내를 따라 걸어 올라가면 만날 수 있다. 야세 계곡은 고대부터 귀족과 무가 계급의 휴식처로 사랑을 받아온 곳이다. 많은 사진애호가들이 사진에 담기 위해 계절별로, 시간대별로 찾아온다고 한다.

 

일본의 고대사가 중에는 신라의 연오랑세오녀 설화에서 실마리를 찾는 이들도 있다. 신라 동해물가에 연오랑 세오 부부가 살았는데, 연오가 바닷가에 나타난 바위에 실려 왜로 갔고, 남편을 찾아 세오 역시 바위를 타고 바다를 건너가 그곳에서 왕이 돼 있던 연오와 재회하고 귀비로 추대됐다는 이야기다. 아득한 고대에 신라와 왜 양쪽 사람들을 모두 놀라게 한 어떤 실화가 모티브가 됐을 것이다. 설화 후반부는 연오와 세오가 왜로 떠나자 해와 달이 빛을 잃어 신라 왕과 백성이 당황하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해마다 교토에서는 조선시대 일본방문 사절단인 조선통신사 재현 행진이 교토 코리아 페스티벌의 하나로 펼쳐진다. 풍물패가 우리 민요와 농악으로 흥을 돋우는 가운데 쓰시마번사를 앞세운 사절단의 정사와 부사가 국서함을 받들고 오카자키공원 일대를 행진했다.




가미가모신사 근처 주택가에 고려미술관이 있다. 일본 역사문화의 중심지 교토에서 오직 한국 문화유산만을 소장 전시하는 뜻깊은 곳이다. 1988년 재일동포 사업가 정조문이 설립했다. 정조문이 수집한 고려청자, 조선백자, 회화, 민예품, 고대 유물 등 한국의 고미술품 17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지병을 앓던 정조문이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여명을 갈아넣은 필생의 결실이라고 했다. 고려미술관 개관을 도운 일본인은 역사소설가이자 문명비평가인 시바료타로이다. 현재는 아들 정희두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고 한다.

 

한국인으로서 교토에 살면서 윤동주기념비를 찾아보는 일은 일종의 의무에 해당했다. 가장 먼저 세워진 도시샤대학의 시비는 이미 관광명소로도 이름나 있다. 교토를 여행할 수 없지만 글로나마 정원도 거닐고 윤동주 시인의 삶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이 책은 교토 트레킹을 꿈꾸는 여행자들의 가이드로도 제격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