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이소영 지음 / 홍익 / 201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우리의 삶에 위로와 힘이 되어주는 그림을 전달하는 아트메신저 이소영 작가가 모지스 할머니의 삶을 담아냈다. 미국의 국민 화가로 불리는 그녀의 이름은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이다. 75세 늦은 나이에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세상을 떠난 101세까지 1,60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고 한다.

 

그림은 크리스마스실이나 우표, 카드에 사용되었다. 6,000만 장의 크리스마스 카드는 금방 동이 났다. 그녀의 100번째 생일을 당시 뉴욕 주지사였던 넬슨 록펠러가 모지스 할머니의 날로 선포할 만큼 인기는 대단했다.

 

도시에 살면서 나무 향기가 그리울 때마다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저자 마음 안에 담긴 시골에서의 추억들이었다. 모지스의 그림은 작은 추억을 소중하게 꺼내어 생각하게 하는 주문이라고 한다. 저자는 진정으로 심장이 시키는 일이 있다면, 그 순간이 우리 삶에 있어 가장 젊고 적절한 때라는 그녀의 말을 응원한다. 그 말 덕분에 나의 오늘 하루도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가장 적절한 날이 된다.

 

우연히 손자의 방에서 도화지와 그림물감을 발견한 모지스 할머니는 자신의 어릴 적 꿈이 화가였다는 사실을 떠올렸고 누구보다 응원해준 사람은 여동생 셀레스티아였다. 처음 그린 그림은 커리어 아이브스라는 그림엽서 회사에서 나온 엽서를 따라 그린 것이다. 모지스에게 이별은 삶에서 불쑥 등장하는 인사와도 같았다. 열 명의 아이들 중 다섯 명을 먼저 보내고 남편, 딸 애나, 막내아들 휴마저 먼저 세상을 떠났다.




저자는 모지스 할머니의 작품을 이야기하는 글을 쓰는 동안 도시에서의 삶을 살면서도 그녀의 그림 속 마을에 가 있었다고 한다. 때로 그녀의 딸이 되었고, 옆집 아줌마가 되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화가의 그림을 보는 것은 그의 삶의 태도를 보는 것과 같다. 모지스 할머니가 그린 그림은 그녀의 삶의 자세이고, 그녀의 삶을 엿볼 수 있는 통로이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성경도 한번 그려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경험하지 않은 것을 그리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모지스 할머니는 시간적 여유가 되면 창문 보는 일을 즐거워했다. 세상이 아무리 바삐 돌아가도 창문 밖은 세상의 시간보다는 늘 느리기 때문일까. 그림만이 아니라 삶 전체적으로 화가 그 이상의 등불이 되어 주었다. 화가들의 삶과 함께 나 역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날 미술 수집가 루이스 칼더는 뉴욕 주 후식 폭포에 방문하여 골목길을 걷다가 약국 벽에 걸린 모지스 그림을 발견하고 감동하였고 10점 정도 구매한다. 작품이 후원자를 만나 세상에 알려지는 경우는 많은데 칼더는 모지스에게 특별한 존재였다. 모지스가 여든 살이던 1940년 가을, 오토 칼리어의 갤러리에서 처음 개인전을 열었다. <어느 농부의 아내가 그린 그림들>로 칼더가 소장했던 34점 유화를 중심으로 전시되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은 소문이 난다. 그림은 엽서나 우표, 기념품이 되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아흔두 살의 그녀는 <내 삶의 역사>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출간했다. 이듬해 <타임지>표지 모델이 되기도 했다. 자신의 그림을 세상과 나누며 행복하게 지냈고 모지스 부인으로 시작된 그녀의 이름은 모지스 엄마, 다시 모지스 할머니로 불리게 되었다.




모지스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남긴 그림은 <무지개>이다. 그림 속에서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즐거운 일상을 살고 있다. 끊임없는 폭우를 겪을지라도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무지개를 기다렸다.

 

저자는 모지스 할머니의 작품만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그녀의 삶 속에서 탄생한 그림들이 현대를 살아가는 의미를 별자리를 연결하듯 그려간다고 생각하며 썼다. 책을 쓰는 동안 그녀의 마을 곳곳을 더 열심히 걸어다녔다. ‘우리는 열정이 있는 한 늙지 않는다는 모지스 할머니의 말은 나이가 들어 너무 늦은 것 아닌가 도전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큰 위로와 용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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