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Andersen, Memory of sentences (양장) - 선과 악,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인간 본성
박예진 엮음,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원작 / 센텐스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안데르센이 집필한 160여편 가량의 동화 중 잔혹함을 담고 있는, 독특한 동화들만 모았다. 사람들이 동화를 읽음으로써 삶의 비애를 극복할 수 있는 강인함과 자아를 찾아가길 바랐다.

 

어느 마을에 같은 이름을 가진 두 남자가 있었다. 클로스라고 불리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말 네 마리를 소유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은 말 한 마리만 소유했다. 안데르센이 베르너 스터게스라는 소년에게 <작은 클로스와 큰 클로스>를 들려주자 굉장히 좋아하며 이 이야기를 동화로 써달라고 요청했다. 한 명의 소년 독자를 위해서 기꺼이 동화를 썼던 안데르센의 수수함이 나타난 작품이다.

 

“Oh! now I haven't got any horse at all!” said Little Claus, and began to cry.

! 이제 나에겐 말이 아예 한 마리도 없어!” 라고 외치며 작은 클로스는 울기 시작했어요.p21

 

<빨간구두>는 안데르센이 초기에 발표한 작품 중 하나이다. 주인공 카렌은 종교로부터 억압과 제약을 받는다. 성스러운 날, 성스러운 장소에서 빨간 구두를 신었다는 이유만으로 천사의 저주를 받아 비참한 운명으로 내몰리는 여성을 엄격하게 억압하고자 했던 당시의 통념이 반영되었고 현대인의 시각에서 논란의 여지가 많아 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마음의 눈으로 그것을 볼 수 있었어요. 그녀는 마음속에서 걷고 있었고, 마음속에서 춤을 추고 있었답니다.p46

 

책에는 하나의 동화가 끝나면 그 작품을 영어나 한국어 표현을 보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의역하거나 필사해보는 코너도 있다. <돼지치기 왕자>결혼에 대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가난한 왕자는 부유한 공주와의 결혼을 희망한다. 짧고 단순하지만 다양한 의미를 포함하고 있어 안데르센의 흔적을 잘 읽어낼 수 있는 작품이다. 안데르센은 개인적인 경험들도 작품에 많이 투영하고 있었다.

 

실연의 아픔에 공감하고, 스스로 불멸의 영혼을 얻어낸 <인어공주> 이야기는 마음의 치유가 필요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 <장미의 요정>은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를 다루면서 여러 인간 군상을 보여 주는 동화이다. 비극적인 결말을 경고하며 예쁜 공주들이 행복한 결말을 맞는 동화들과 차별점을 두었다.

 

<눈의 여왕>은 주인공들의 성장과 성숙의 과정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얼음은 감정의 억눌림과 분리를 나타내며, 눈은 깨달음과 순수함을 상징한다. <부시통>은 덴마크의 민담을 바탕으로 각색한 창작동화이다. 인간의 탐욕적 본성에 관해 깊이 사유하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길동무> 동화를 통해서 대가 없이 베푼 선행의 보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본인이 무언가를 기대하지 않더라도 베푼 선행은 어떤 방식으로라도 돌아오게 되어 있다.

 

<백조왕자>는 엘리제의 가족에 대한 깊은 사랑과 남매간의 우애를 감동적으로 그려내 많은 어린이에게 사랑받은 동화이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개인이 인내하는 마음이 결국 행복한 결말을 가져온다는 주제를 담고 있다.여러 버전으로 각색된 <마쉬왕의 딸>은 특이한 주인공 헬가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다. 우리의 삶을 관찰자의 시점으로 한 발 떨어져서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미운 오리 새끼>는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던 안데르센 본인을 투영한 작품이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신분과 주변 환경에서 벗어나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려는 욕구가 상당했다. 현대에 와서는 외모가 뛰어나서 보상받은 외모지상주의 기반의 메시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고난과 아픔만 이어질 것 같던 혹독한 인생에도 언젠가 봄이 찾아온다는 희망만큼은 여전히 결말 속에 담겨 있다.

 

<성냥팔이 소녀>를 집필할 때 산업혁명 시기로 물질만능주의 시대를 알 수 있다. 소녀를 죽음으로 내몬 것은 단순히 가난과 추위가 아니라 사회와 어른들의 욕심일지도 모른다. 안데르센은 자신의 삶에서 어려움과 갈등을 겪었다. 그의 문학에서 개인적인 감정, 외로움, 사랑의 실패 등을 반영하는데, <하늘을 나는 가방> 역시 주인공이 행운을 찾아 헤매는 여정을 통해 내면적인 탐험과 성장을 반영하고 있다.

 

안데르센은 사랑에 상처받고 가슴 아파했다고 한다. 불우한 유년기를 겪으며 본인의 정체성 조차 확립하지 못한 채 불안정한 시기를 보냈다. 부록을 보면 안데르센이 동화를 선택한 이유에 관해 알 수 있다. 영혼의 위로가 필요할 땐 안데르센 동화책을 펼쳐보자. 안데르센의 문장을 통해서 교훈을 쉽게 이해하고 인간 본성에 대해 깊이 있게 통찰할 기회가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